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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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3화
“허…”
동물원, ‘프린주’의 대표인 정민수 회장은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채윤이가 독일에 간다고 하길래, 사실 처음에는 많이 걱정했다.
해외에 나가 사는 것이 그리 쉬운 게 아닐 텐데, 한 달이 넘는 시간을 먼 타국에서 보낸다니 걱정이 되었던 것.
인종차별도 그렇고, 음식과 환경이 전부 맞지 않을 텐데 그런 환경에서 콩쿨에 참가해 기대하던 만큼의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마음속으로는 정말 강하게 응원하고 있지만, 걱정이 더 컸기에 쉽게 기대하지 못했던 상황.
근데 결국 정민수 회장이 가지고 있던 걱정은 보기 좋게 부서졌다.
채윤이가, 베를린 국제 콩쿨에서 입상해버렸다.
그것도 2위로.
아예 한국 클래식의 역사를 새로 써버린 것.
아직 본격적으로 기사가 나가고 있지는 않았지만…
“확실한 소식인 건 맞지?”
“예, 확실합니다.”
김 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방금 막 발표된 소식이었으니 당연히 기사를 쓸 시간이 부족했을 거다.
당장 10분, 20분만 있어도 기사들이 우후죽순 쏟아지겠지.
“덕분에 저희와 함께 진행한 광고 영상도 다시 한번 큰 효과를 얻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프린주’의 일 방문객이 광고가 진행된 직후보다 떨어진 상황이었는데 다행입니다.”
“…그래, 다행이지.”
동물원 수익도 꽤 많이 늘어서 직원 복지부터 시작해 동물들을 위해 많은 예산을 편성할 수 있었다.
김 비서의 말처럼, 다행인 일.
하지만… 정민수 회장은 동물원이 얻은 이익보다 채윤이의 성공에 더 시선이 갔다.
채윤이의 음악은 정말 대단했고, 그 옆에서 묵묵히 아비 역할을 해내는 조성현의 모습은 완벽했다.
지금도, 입상한 채윤이의 옆에는 조성현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지 않았던가.
본선 1차 무대와 3차 무대가 조성현과 함께했던 무대다.
사실상 채윤이 홀로 입상을 했다기보다는, 조성현과 함께 이룬 결과물.
‘그게 진정한 가족이지.’
조성현이야말로 진정한 아버지일 것이다.
정민수 자신은 하지 못한 일을, 조성현은 지금 하고 있었다.
부럽기도 하고, 이렇게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조성현에게 존경심마저 들었다.
과연 조성현은 어디까지, 어떻게 채윤이를 이끌어줄 수 있을까.
그리고 채윤이는 해외에서 또 얼마나 대단한 일을 벌일까.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걱정보다는 기대를 잔뜩 담아 그가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 * *
조성현은 자신의 앞에서 눈을 반짝이며 채윤이와 마에스트로 펠릭스를 번갈아 바라보는 클로이드 오펠레를 향해 묘한 표정을 지었다.
마에스트로 펠릭스의 복귀를 바라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왜 채윤이에게 그런 기대감을 걸고 있는지는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답은, 마에스트로 펠릭스가 가지고 있을 터.
슬쩍 고개를 돌려 마에스트로 펠릭스를 바라보니, 그는 고민하는 듯 ‘스읍’하고 숨을 들이켰다가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직 음악을 들어보진 않았지만, 대화 몇 마디 나눈 거로도 많은 영감을 주는 존재는 흔치 않죠. 그게 아이라면 더더욱.”
“제가 대화 몇 마디 나누는 거로 영감을 드렸나요?”
마에스트로 펠릭스의 말에 채윤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에, 마에스트로 펠릭스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많은 영감을 줬지요. 아이가 주는 영감은 귀한데, 감사했습니다.”
“아이가 주는 영감이 귀하다는 건…”
마에스트로 펠릭스의 말에, 조성현이 슬쩍 끼어들어 물었다.
그러자 마에스트로 펠릭스가 낮게 침음을 흘리더니, 설명을 덧붙였다.
“정말 순수한 영감을 주잖아요. 어떤 외부적인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그렇죠.”
어른과는 다른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
현실과 타협하고, 계속해서 깎여 나가는 어른들은 결국 진정한 영감을 주기 힘든 이들 아닐까.
어쨌든, 이미 그들은 ‘현실’을 바라보고 있으니까.
그에 비해 아이들은, 순수하다.
채윤이를 봐라.
오로지 음악, 그리고 조성현만을 바라보는 아이다.
정말 티클 만큼의 더러움도 묻지 않은, 새하얀 눈 같지 않은가.
마에스트로 펠릭스는 채윤이를 바라보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티스트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말에 조성현은 강하게 동의할 수 있었다.
그 말이 왜 이렇게 강렬하게 꽂히는지.
어쩌면 우리는 모두 아티스트로서 태어났다가, 조금씩 현실에 수긍하여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잃어가는 것은 아닐까.
조성현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 마에스트로 펠릭스 옆에 서 있던 클로이드 오펠레가 입을 떡 벌리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눈을 깜빡였다.
조성현의 반응에 마에스트로 펠릭스가 고개를 움직여 클로이드 오펠레를 바라보았고.
“왜 그런 얼굴이지, 클로이드?”
“아니, 마에스트로 펠릭스. 방금 조채윤 양을 아티스트로 인정을 하신 거죠?”
“…그랬네만.”
흥분한 클로이드의 모습에, 마에스트로 펠릭스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는 클로이드가 왜 이렇게까지 흥분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세상에. 진짜로 복귀를 생각하고 계신 거예요?”
“아직 거기까지 생각은 안 해봤는데. 아까부터 왜 계속 복귀를 언급하는지 모르겠군.”
마에스트로 펠릭스가 고개를 살짝 흔들며 말했다.
클로이드 오펠레는 마에스트로 펠릭스의 제자로, 당연히 자신의 스승이 복귀하길 바라고 있었다.
사실, 마에스트로 펠릭스는 은퇴하고 쉬는 것이 이상할 나이는 아니었지만…
반대로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에스트로 펠릭스와 같은 나이의 음악인들이 너무나 많았기에 복귀하는 것 또한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왜냐면요. 마에스트로 펠릭스, 당신이 지난번에 베를린 필하모니에 방문한 게 무려 3년 만이었고요. 이번에는 심지어 조채윤 양을 아티스트라고 언급하지 않았습니까.”
“정확히는 모든 어린 아이가 아티스트라고 했는데.”
반걸음 정도 물러나며, 마에스트로 펠릭스가 답한다.
조성현이 보기에도 클로이드는 차분한 파티장의 분위기와는 조금 다르다 싶을 만큼 흥분해 있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마에스트로 펠릭스 당신은 스스로가 아티스트로 인정하지 않는 존재라면 함께 무대에 서지 않았잖습니까. 지금 조채윤 양을 아티스트로서 인정을 한 건, 함께 무대에 올라도 괜찮겠다는 뜻 아닙니까?”
“맙소사, 클로이드. 너무 과대해석을 하는군. 다시 말하지만, 나는 아직 조채윤 양의 음악을 들어보지도 못했네.”
황당한 소리를 한다는 듯, 마에스트로 펠릭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의 반응에 클로이드 오펠레는 답답하다는 듯 헛숨을 토해냈다.
“본인을 모르셔도 너무 모르시네요. 지금까지 아티스트라고 인정하고 언급한 사람들과는 무조건 협연을 하려 했던 걸 본인이 모르시는 거예요, 설마?”
“내가 그랬던가?”
“일단 적어도 제가 밑에서 수학할 때는 항상 그러셨습니다.”
“…허허.”
마에스트로 펠릭스는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채윤이는 돌아가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그저 눈을 껌뻑거리고 있었고.
결국 클로이드 오펠레는 결심했다는 듯 채윤이를 향해 슬쩍 몸을 숙였다.
“조채윤양.”
“네, 네?”
“저희 함께 연주해야 하지 않습니까.”
“연주요.”
“입상하셨으니, 입상자로서 저희와 함께 호흡을 맞춰서 연주회를 하셔야죠.”
“아, 네 맞아요.”
채윤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클로이드 오펠레의 말에 채윤이는 자신이 입상자로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고는 활짝 웃었다.
잔뜩 기대하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채윤이의 모습에, 클로이드 오펠레는 싱긋 웃고는 말을 이었다.
“저희, 열심히 준비해서 아주 기가 막힌 음악을 한 번 선보이도록 하죠. 여기 계신 마에스트로 펠릭스가 껌뻑 넘어가 버리도록요.”
“하하하. 기가 막힌 음악을 준비한다면,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네.”
“그때 음악을 듣고도 인정하신다면, 복귀하시는 겁니까?”
“그건 모르지.”
“…”
“그래도… 복귀할 마음이 조금 생기지 않겠나.”
마에스트로 펠릭스가 빙긋 미소를 띄웠다.
그의 대답에 클로이드 오펠레가 웃음을 보였다.
클로이드가 아까보다 더 흥분하여 입을 열려고 하는 그때.
짝짝짝.
사람들이 대뜸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모두가 동시에 몸을 돌렸다.
여유롭게 파티를 즐기던 사람들이 반으로 갈라지고 있고, 그 사람들 사이로 제임스 스튜어트가 걸음을 옮긴다.
중앙에 놓인 피아노를 향하는 그의 발걸음.
“드디어 파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겠군요.”
“본격적으로요?”
“예, 베를린 국제 콩쿨이 끝난 후 파티 때 우승자가 연주하는 게 암묵적인 전통이거든요.”
클로이드가 설명해준다.
그리고 그 설명에, 채윤이가 눈을 반짝였다.
“멋진 전통이네요.”
아이가 그렇게 말을 하며 두 손을 가슴께에 모으며 제임스 스튜어트를 바라보았다.
제임스 스튜어트는 여유롭게 파티 장 한가운데 놓인 피아노에 앉아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따란. 딴.
경쾌한 연주가 시작된다.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흥을 돋우기에 너무 좋은 곡이고, 독일 출신의 작곡가인 브람스의 곡인 만큼 베를린 국제 콩쿨의 파티와도 잘 어울리는 곡이었다.
역시 연주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선곡 센스부터 상당하다.
사람들이 대부분 그런 생각을 하는지, 미소를 지으며 흥겨운 리듬에 고개나 발을 까딱거리고 있었다.
따라란 따란.
연주가 계속되고.
이제 슬슬 사람들은 제임스 스튜어트가 연주하는 피아노를 중심으로 모여서 연주에 맞춰 가벼운 춤을 추고 있었다.
사실, 춤이라고 하기에는 그저 모여서 박자에 맞춰 리듬을 타는 것 정도가 전부이긴 하지만…
다들 즐기고 있긴 했다.
그렇게, 연주가 끝나고.
제임스 스튜어트는 허리를 숙여 사람들에게 인사해 보였다.
짝짝짝.
박수가 터져 나오고.
제임스 스튜어트는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채윤이가 있는 쪽에 꽂혔고…
채윤이가 고개를 한 번 갸웃거림과 동시에, 제임스 스튜어트가 걸음을 옮겨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쪽으로 오는 것 같은데.”
“내 눈에도 그렇게 보이는구나.”
함께 있던 클로이드가 작게 중얼거리고.
옆에서 마에트스로 펠릭스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한다.
그리고 제임스 스튜어트는, 정말로 채윤이의 앞까지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안녕. 조채윤.”
그가 담백하게 인사를 건넸다.
조성현은 서둘러 아이의 표정을 확인했다.
채윤이의 얼굴은, 기쁨으로 상기되어 있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