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574)
574화
너무 기분이 좋아서 손이 잘게 떨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방금 연주한 바이올린의 울림이 손에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조성현은 저도 모르게 꿈틀거리는 입꼬리를 애써 누르며 바이올린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다른 바이올린도 연주해봐도 괜찮겠죠?”
“물론입니다. 하나씩 연주해보시죠.”
요한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하고.
조성현은 밝은 얼굴로 옆에 있는 바이올린을 향해 손을 뻗었다.
지이잉.
그는 힘차게 보잉했다.
첫 번째 바이올린보다는 조금 더 부드러운 음색을 가진 악기였다.
바이올린은 섬세하다.
만들어지는 과정에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바이올린은 만드는 장인도 굉장히 중요했다.
이곳에 있는 악기들은 전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들의 악기였다.
탑 티어라고 할 수는 없을 거다.
그 정도 악기는 가격대가 어마무시하니까.
물론 눈앞에 있는 악기들도 가격대가 상당하긴 했다.
‘이건… 8천만원 대.’
악기에 이렇게 돈을 많이 써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좋은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이 더 크다.
계속해서 연주하던 조성현이 이내 악기를 내려놓았다.
정말 훌륭한 악기긴 했는데, 그의 취향은 아니었다.
악기에도 저마다 다양한 음색이 존재했고, 조성현에게도 취향이 있으니, 비싸고 좋은 거라고 조성현에게 완벽하게 어울리는 악기는 아니었던 것.
조성현은 천천히 악기를 하나씩 연주해보았다.
그리고.
“요 악기는, 1억 정도 하는데 이름이 ‘불꽃’이래요.”
장현아가 마지막 남은 악기를 설명한다.
악기가 가지고 있는 나뭇결부터가 역동적인 느낌이었다.
조성현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손을 뻗었다.
살짝 서늘한 악기의 감촉이 느껴지고.
그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편안하게 자세를 잡고 연주해볼 준비를 했다.
그리고 보잉을 하는데.
지이이잉!
소리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조성현이 놀라 멈칫했다.
불꽃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소리다.
그는 헛웃음을 흘리며 다시 연주를 시작했다.
지이잉.
지이이잉.
부드럽게 연주를 하는데, 꽤 힘있게 소리가 난다.
조성현은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8대의 바이올린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악기였다.
악기의 음색이 조성현과 딱 들어맞는달까.
채윤이도 그걸 느낀 것인지 눈을 반짝였다.
“이 바이올린 진짜 좋다.”
아이가 중얼거리고.
조성현은 보잉을 하던 손을 멈추고, 바이올린을 내려다보았다.
윤기 나는, 검붉은 빛이 도는 바이올린.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느낌이었다.
“어떠세요?”
“…이걸로 할게요.”
장현아의 물음에, 조성현은 퍼뜩 정신을 차리며 답했다.
그의 악기가, 드디어 정해졌다.
채윤이가 밝은 얼굴로 박수를 쳤다.
* * *
조성현은, 그날 정말 정신없이 바이올린 연주를 할 수 있었다.
채윤이가 지난번에 그랜드 피아노를 가지고 하루 종일 연습했던 것을 그는 완벽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
이렇게 좋은 소리가 나는 악기를 어떻게 가만히 두겠나.
누워서도 자꾸 생각이 나서 손가락을 움찔거리게 되는데.
채윤이도 조성현이 악기를 즐겁게 연주하는 게 좋았던 건지, 함께 피아노로 호흡을 맞췄다.
“너무 재미있다. 그치?”
아이는 하루 종일 함께 연주를 하다가, 저녁 시간이 다 되어서야 바이올린을 정리하고 있는 조성현에게 들러붙으며 물었다.
채윤이의 물음에 조성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재미있네. 완전.”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달까.
조성현이 그런 생각을 하며 악기를 소중히 케이스에 넣어둔 후, 채윤이의 손을 잡았다.
아무리 악기가 재미있고, 좋다고는 해도… 채윤이와 비교할 수는 없었다.
그는 웃으며 채윤이를 안아 들고는 입을 열었다.
“밥 먹으러 갈까?”
“응. 안 그래도 배고팠어.”
“뭐 먹고 싶어?”
“아빠가 해주는 밥.”
“음… 그럼 오랜만에 아빠가 또 열심히 요리해볼까?”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한 조성현은, 그 길로 숙소로 향했다.
가는 길에 장현아에게도 저녁을 준비할 테니 시간 맞춰서 오라는 문자를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고 말이다.
“음… 고기도 있고 김치도 있고… 김치찌개 해줄까?”
“좋아!”
채윤이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독일에서 김치찌개를 먹는 건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예전은 어땠을지 모르지만, 요즘은 그래도 마트도 활성화가 잘 되어 있고 김치도 여러 종류를 파니까.
고기는 한국보다 더 싼 느낌이라, 듬뿍듬뿍 넣어서 먹을 수 있었다.
김치찌개를 하면서 밥까지 준비하니, 때마침 벨이 울렸다.
“실례합니다.”
바로 앞방에서 지내는 장현아와 한아름이었기에, 자주 놀러 오고 함께 식사도 하곤 했는데.
장현아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모양이다.
“얼른 와 앉으세요. 밥 먹죠.”
“벌써부터 입에 침 고이네요.”
조성현의 말에, 장현아가 식탁 앞에 앉으며 답한다.
그렇게, 식사는 시작되었다.
따뜻하게, 어쩌면 오붓하게, 또 어쩌면 다정하게.
* * *
다음 날.
조성현과 채윤이는 점심 식사를 끝내자마자 외출을 했다.
당연히 이번에도 장현아와 함께였다.
오늘도 어제 구입한 악기로 연주를 하려던 조성현이었지만, 아쉽게도 일정이 있었다.
바로, 플래시몹을 위한 장소를 물색하는 것.
기차역에서 플래시몹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았기에 일단 기차역부터 가기로 했다.
채윤이의 의견도 반영해서, 기차 소리에 방해받지 않을만한 위치로 골라 놨다고 한다.
“안녕하세요. 좋은 점심입니다.”
그리고, 기차역에는 이미 제임스 스튜어트가 도착해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희도 일찍 온 편인데, 벌써 와 계실 줄은 몰랐네요.”
“아, 방금 막 왔습니다. 얼마 안 기다렸어요.”
장현아가 놀라서 하는 말에, 제임스 스튜어트 옆에 있던 레이온드가 답했다.
그들도 약속 시각보다 20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 그보다 더 일찍 와 있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기에 막 왔다는 말에도 조성현과 장현아는 여전히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미소를 보인 제임스 스튜어트가 앞으로 한 걸음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답답한 마음도 들고, 어떻게 연주하면 좋을지 미리 고민해 보고 싶어서 일찍 와봤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플래시몹에는 익숙치 않아서요.”
“아하. 먼저 둘러보신 건가요?”
“아직 다 보진 못했으니, 같이 보면 될 것 같네요.”
일행은, 기차역에서 연주할 만한 장소를 찾아보며 조율했다.
“선로만 아니면 어디서든 해도 좋다는 대답을 들어서 더 결정하기가 힘드네요.”
본래라면 정부 측에서 딱딱하게 안 된다고 하던가, 플래시몹을 허용해준다고 해도 정말 제한적으로 해줄 텐데…
베를린 국제 콩쿨의 우승자와 준우승자가 함께 한다고 하니 선로만 아니면 어디든지 사용해도 좋다는 답을 들은 참이었다.
범위가 넓어서, 오히려 더 결정하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둘러보았을까.
채윤이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올린다.
“네, 조채윤 피아니스트. 의견 있으신가요?”
제임스 스튜어트가 얼른 묻고.
채윤이는 주변을 슬쩍 둘러보면서 입을 열었다.
“역 자체가 너무 갑갑한 느낌이 들어요. 넓기도 하고 천장도 높아서 공간적인 문제는 아닌 것 같고… 그냥 답답해요.”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네요. 공간이야 크긴 하지만, 사람들이 뭔가 분주히 움직이고, 생기 넘치는 느낌은 아니죠.”
제임스 스튜어트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채윤이의 의견에 공감했다.
기차역은 패스하기로 결론이 났고.
“그럼, 쇼핑몰로 이동해 볼까요?”
일행은 곧바로 쇼핑몰로 이동했다.
쇼핑몰 측의 의견은 마찬가지였다.
어디든 써도 된다.
단, 입점해있는 브랜드의 공간을 쓰고 싶다면 그 부분은 알아서 조율하라는 의견.
어려울 것 없었다.
베를린 국제 콩쿨의 우승자와 준우승자가 연주하겠다는데, 어떤 브랜드가 말리겠는가.
쇼핑몰에 도착하자마자.
채윤이가 입을 벌리며 감탄을 터트렸다.
“와…”
높은 층고, 탁 트인 공간.
심지어는 장식용인지 아니면 실제 연주용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랜드 피아노가 한 대 놓여 있었다.
1층이고, 에스컬레이터를 중심으로 있는 거대한 홀 한가운데에 놓인 피아노는, 노골적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채윤이와 제임스를 유혹하는 중이었다.
“난 여기 좋아.”
아이가 얼른 말한다.
얼마나 좋았는지, 한국어로 말해서 제임스가 눈을 깜빡거리며 채윤이를 돌아보았다.
채윤이가 아차 하고 다시 한번 자신의 의견을 전달한다.
“저는 여기 좋은데, 어떻게 생각해요?”
“저도 마음에 드네요. 사람들의 시선이 한 번에 집중될 수 있는 구조도 좋고, 사방이 트인 극장 같은 느낌도 있고요.”
제임스 스튜어트의 의견도, 긍정적이다.
일단은 합격인 것.
그리고 제임스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저기 가운데에 피아노 두 대를 놓고 연주를 하면 되겠고… 대신 너무 큰 공간에 오히려 저희만 있는 듯한 느낌을 줘서 민망할 수도 있겠는데요?”
자신이 여기서 연주하는 모습을 상상하듯, 제임스는 천천히 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채윤이도 제임스와 함께 보조를 맞춰 앞으로 향하고.
둘은 커다란 그랜드 피아노 앞에 동시에 멈춰 섰다.
“마주 보면서 연주하면 재미있겠네요.”
제임스가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려 채윤이를 마주 본다.
채윤이도 조심스럽게 몸을 돌려 제임스와 정면으로 눈을 맞췄다.
조성현은 그런 제임스 스튜어트와 채윤이를 가만히 바라보았고.
그런 그의 스마트폰이 길게 울렸다.
우우웅.
우웅.
얼른 들어 올리라는 듯,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이 요동친다.
모르는 번호다.
조성현은 잠시 고민하다,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아. 반갑습니다.
저도 모르게 한국어로 ‘여보세요’를 해버렸는데,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영어.
조성현은 아, 하고 작게 소리를 흘리고는 재차 입을 열었다.
“예, 조성현입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누구지? 연락 올 사람이 없는데.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하며 전화 너머의 답을 기다렸다.
-반갑습니다. 펠릭스입니다. 지난번에 만났던.
그리고 전화 너머의 상대는.
조성현이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인물이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