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579)
579화
“채윤아, 조금 있으면 쇼핑몰에 도착할 거야.”
“네!”
장현아의 말에, 채윤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한다.
아이는 설렘 가득한 얼굴로 저 멀리 보이는 쇼핑몰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조성현은 그런 채윤이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주었다.
오늘 드디어 플래시몹이 있는 날.
따로 드레스를 입거나 하진 않았지만, 투피스를 입고 꽤 단정한 모습의 채윤이는 조성현이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돌렸다.
“기분이 어때?”
“음… 기대돼.”
“사람들이 좋아할 거 생각하니까 기대되지?”
“응. 제임스랑 같이 연주하는 것도 그렇고, 베를린 필하모닉이랑 다시 연주하는 거잖아. 이번에는 마에스트로 펠릭스랑 같이.”
지금까지 같이 연습했으면서도, 실전에서 연주하려니 기대되는 모양.
연주하는 본인도 기대가 될 만한 조합이긴 했다.
조성현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이번 연주에서, 조성현은 철저히 관객 역할을 할 것이다.
따로 뭐 자신이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보면 될 일.
1층에 카페가 있으니, 그곳에서 커피라도 한잔하며 구경하면 될 일이다.
“다 왔습니다.”
그렇게 채윤이를 보며 조성현도 아이의 연주를 기대하고 있는데.
드디어 도착했다.
플래시몹이 예정된 쇼핑몰.
한아름이 카메라를 들어 올리며 쇼핑몰을 촬영했다.
관광객들이 자주 촬영해 가는 장소였기에 그리 이상하게 여기는 모습은 아니었다.
오늘 촬영을 하는 팀은 베를린 필 측에서 붙은 두 사람으로 이루어진 팀, 그리고 한아름까지 총 두 팀이다.
플래시몹에 참가하는 인원들은 연주 직전에 투입되어 자연스럽게 쇼핑을 하는 듯하다가, 채윤이가 피아노 앞에 앉으면서 본격적인 연주를 시작한다.
철저히 호흡을 맞춰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 나름대로 연습도 많이 해놔서 다들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어서 오세요.”
제임스 스튜어트가 어디선가 나타나 인사를 건네고.
채윤이가 웃으며 제임스에게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나이 차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또래인데, 아직 채윤이는 제임스를 영준이나 한율이를 대하는 것처럼 편하게 대하고 있진 않았다.
친해지지 못한 건 아닌 게, 둘이 한참을 이야기하고 서로 말도 잘 통하는 모습이었는데.
조성현은 묘하게 격식을 차리는 듯한 채윤이의 모습이 조금은 헷갈렸다.
영준이, 그리고 한율이와 제임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채윤이가 제임스 스튜어트를 피아니스트로서 더 인정하고 있는 건가?’
진정한 동료로 인정하는 인물이기에 저런 모습을 보이는 걸까.
고민에 따른 답은, 쉬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고개를 흔들며 고민을 털어낸 조성현은 제임스 스튜어트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제임스 스튜어트 피아니스트.”
“최선을 다해서, 좋은 연주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제임스 스튜어트가 조성현을 향해 예의 바른 웃음을 보이며 답했고.
조성현도 마주 웃어주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쇼핑몰 내부에 있다네요.”
장현아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가 말했다.
아무래도, 오케스트라가 인원이 많으니 한 번에 모여 있기보단 일찌감치 따로 쇼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게 좋겠지.
“아직 정각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죠?”
“네, 15분 정도 남아 있습니다.”
“그럼, 1층에 있는 카페에 미리 가 있을까요? 채윤이도 거기서 마실 거 마시고 있다가 바로 시작하면 되겠다.”
“난 좋아. 초코 라떼 마실래.”
채윤이가 얼른 가자는 듯 조성현의 손을 이끌었다.
쇼핑몰 내부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꽤 많은 편이었다.
주말이기도 하고 저녁 시간이라 사람들이 몰릴 타이밍이긴 하다.
카페에도 자리가 많이 없어서 조성현과 장현아, 채윤이가 같이 자리를 잡고.
한아름을 포함한 제임스 스튜어트와 레이온드는 다른 테이블에 앉아야 했다.
조성현과 장현아는 커피를 한 잔씩, 채윤이는 초코 라떼를 주문해 마신다.
“이제 곧 정각이다.”
“응. 난 준비 됐어.”
정각에 채윤이가 연주를 시작하는 것으로 플래시몹의 신호탄을 쏜다.
채윤이는 자신 있다는 듯, 초코 라떼를 한 모금 마신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다녀와.”
“응. 잘하고 올게!”
채윤이가 조성현의 허리를 끌어안고 말한다.
조성현은 아이의 등을 토닥여 주었고, 채윤이는 금방 그에게서 떨어져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쇼핑몰 중앙에 놓인 피아노 쪽으로 다가가는 아이의 모습에, 사람들이 힐끗거린다.
아무래도, 어린아이가 쇼핑몰 중앙에 설치된 피아노를 연주하는 일이 그리 흔한 일은 아닐 테니, 걱정하는 것이다.
가서 ‘연주’를 할 것이라는 생각을 못 하니까.
그 걱정과 우려의 시선은 채윤이가 피아노 앞으로 다가가, 앉기까지 했을 때 폭발했다.
몇몇은 두리번거리며 채윤이 주변에 있을 보호자를 찾았고.
또 몇몇은 조성현 쪽을 힐끗거렸다.
그런 시선들을 받으면서, 조성현은 가만히 기다렸다.
그리고.
따란.
채윤이가 건반에 손을 올려, 연주를 시작했다.
시작은 가벼운 손 풀기 느낌의 연주.
우리에게는 ‘떴다떴다 비행기’로 유명한 동요다.
영어권에서는 ‘Mary Had a Little Lam’으로 더 잘 알려진 동요의 멜로디다.
어린아이가 동요를 연주하자, 대부분 미소를 지으며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대단한 연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연주를 하는 아이를 귀엽게 보는 것.
그리고 그게 신호탄이었다.
슬그머니, 제임스 스튜어트가 자리에서 일어나 피아노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제임스는 무대에 올라갈 때보다 더 긴장한 듯한 모습이었다.
이렇게 현장감 넘치는 곳에서 연주하는 게 익숙하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제임스는 채윤이에게 가서 무어라 말을 건네고.
채윤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사람들의 눈에는 즉석에서 연주하는 것으로 비치겠지만, 전부 약속된 시퀀스다.
제임스 스튜어트는 채윤이가 앉아 있는 피아노 맞은편의 또 다른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에 손을 올렸다.
둘은 눈을 한 번 맞춘 뒤, 연주를 시작했다.
이번에야말로, 플래시몹에서 연주하기로 약속된 곡.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이다.
채윤이와 제임스 스튜어트의 합주에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기 시작했다.
조성현이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 * *
올리비아 카를리안.
캐나다 출신의 싱어송라이터인 그녀는, 오랜만에 베를린을 찾아 마음껏 쇼핑을 즐기는 중이었다.
그녀의 매니저는 열심히 잔소리하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올리비아, 이제 진짜 돌아가야 한다니까? 더 있다가는 사람들 몰릴 수도 있어.”
“아니 그래서 후드에, 선글라스까지 꼈잖아. 누가 더 알아본다고. 벌써 한 시간째 돌아다녔는데 아직 아무도 못 알아봤잖아.”
“어휴 증말…”
올리비아의 고집에, 그녀의 매니저인 캐롤은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걱정 마, 캐롤. 내가 달리기는 잘하잖아.”
“무슨 뜻이야 그건.”
캐롤은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공적으로는 올리비아의 매니저였지만, 사적으로는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인 캐롤은 보통 그녀와 격식 없이 대화를 나누고는 했다.
캐롤이 되묻자, 올리비아가 어깨를 으쓱인다.
“들키면 열심히 도망가면 된다는 뜻이지.”
“맙소사. 진짜 대책 없는…”
“캐롤.”
말을 하던 캐롤은, 올리비아가 진지한 얼굴로 그녀의 어깨를 잡자 말을 멈췄다.
“응?”
“그냥 무작정 잔소리를 할 게 아니라니까. 아니, 베를린에 온건 거의 2년 만이잖아. 잘 즐겨놔야 아쉽지가 않지.”
“…즐기는 건 좋은데, 사람들 몰리면 답 없는 건 올리비아 너도 알잖아.”
캐롤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올리비아가 자주 쉬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특히 활동기에는 정말 쉴 틈이 없다.
매일 같이 공연하고, 작업하고… 방송에도 나가고.
스케줄 소화를 어떻게 하는지 매니저인 캐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으니, 강하게 말리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
사람들이 몰리면 힘들어지는 건 캐롤 뿐 아니라 올리비아도 마찬가지다.
“아니 그래도, 이러다가 내가 일만 한 나머지 너무 지쳐서 은퇴라도 하면 어떻게 되겠어.”
올리비아가 불쌍한 얼굴을 하며 말을 한다.
캐롤은 그런 그녀의 얼굴을 보고도 픽 웃음을 흘렸다.
절대 은퇴하지 않을 것을 잘 알기 때문.
설사 은퇴를 한다고 해도, 그녀는 금방 돌아올 것이다.
“은퇴하고 1년도 못 버티고 다시 돌아오겠지. 음악을 그렇게 좋아하면서 다시 안 돌아올 수 있겠어?”
“내가 다시 돌아온다고? 에이, 설마.”
그럴 리 없다는 듯, 올리비아는 손을 휘휘 흔들었다.
캐롤은 그녀의 모습에 콧웃음을 치며 말을 이어나갔다.
“이번에 마에스트로 펠릭스도 은퇴를 번복하겠다는 기사 난 거 몰라?”
“마에스트로 펠릭스? 베를린 필의?”
“그래. 그 마에스트로 펠릭스가 다시 복귀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기사가 바로 얼마 전에 떴어. 네가 은퇴한다고 해도 바로 복귀하고 싶어서 미칠걸.”
“…”
캐롤의 말에 올리비아가 미간을 좁히면서 입을 다문다.
마에스트로 펠릭스라면 그녀도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따로 친분이 있진 않지만, 그래도 마에스트로 펠릭스가 은퇴하기 전 연주회를 감상하기도 했었다.
여러 장르의 음악에 영감을 받는 올리비아였기에, 클래식 연주회도 자주 다니는 편.
마에스트로 펠릭스가 은퇴를 번복한다는 소식은 처음 듣는 것이기에, 올리비아는 ‘흠’하고 침음을 흘렸다.
“복귀는 언제 한다는데?”
“그건 아직 모르지. 복귀를 고민하고 있다는 기사였을 뿐이니까.”
“알아봐 줘. 꼭 알아내서, 복귀 무대 보러 가자.”
“스케줄이 맞을지 모르겠네. 이번 달까지는 그래도 여유가 있지만, 다음 달부터는 곧바로 새 앨범 작업 들어가야 하는 거 알지?”
“당연히 알… 이 소리 들려?”
말을 하던 올리비아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 멈칫했다.
캐롤도 ‘어?’하고 입을 벌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올리비아는 홀린 듯 난간 쪽으로 향했다.
들려오는 곡은, 어린이를 위한 동요.
단순한 코드인데 묘하게 사람을 잡아끈다.
2층에서 소리가 나는 1층 중앙을 내려다보는데, 피아노 연주가 멈췄다.
어린아이 둘이 피아노 앞에서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내 각자 피아노 앞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보호자들이 안 말리나?”
“…안 말려줬으면 좋겠는데. 귀엽잖아.”
올리비아가 그렇게 말했고.
캐롤이 그건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그 순간.
연주가 시작되었다.
베토벤의, 운명교향곡.
그 순간 올리비아는 느꼈다.
무언가 대단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