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585)
585화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하시나 봐요.”
송하연이 조성현을 바라보며 슬쩍 물었다.
오진혁도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들어 올렸고.
조성현은 어깨를 으쓱였다.
“여행 싫어하는 사람 있나요.”
“하긴, 그렇죠. 저도 원래 여행을 좋아해서 다큐 피디 했었던 거거든요.”
오진혁이 그렇게 말하며 조성현의 말에 공감했다.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웃었다.
“저나, 채윤이 둘 다 어디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서 잘 맞아요. 사실 여행 그 자체를 좋아한다기보다는 뭔가 새로운 걸 하면서 자극받는 걸 좋아한다고 해야 할지…”
“음악적 영감을 여행을 통해서 얻는 모양이시네요.”
“음, 그렇다고 할 수 있죠.”
명확하게 딱 맞아떨어지는 표현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맞긴 하다.
여행을 통해 영감을 얻기보단, 보통 엉덩이로 작업을 하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여행이 그의 음악에 도움이 안 되는 건 아니었으니까.
조성현이나 채윤이 모두 대단한 영감이 떠오르더라도 곧바로 작업에 몰두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둘 다 즉흥연주에 강했지만, 보통 조성현은 앉아서 제대로 각을 잡고 작곡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고.
채윤이도 영감을 받은 즉시 뭔가를 한다기보다는, 돌아다니며 여러 자극을 받고 그것들을 머릿속에 정리한 후 한 번에 뭉쳐서 하나의 음악으로 내놓는 타입.
“아티스트분들도 다 스타일이 다르셔서, 사실 서예나 씨하고도 사전 미팅을 진행하긴 했었는데… 예나씨는 조용할 때 음악적 영감이 많이 떠오른다고 하시더라고요.”
“예나씨는, 그럴 만하죠.”
서예나는 어릴 적부터 화려한 연예계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조용한 걸 선호하는 타입이었다.
애초에, 서예나라는 사람 자체가 겉으로는 굉장히 요란하지만 속은 정말 고요하고 조용한 걸 선호하니까.
함께 음악 작업을 하기도 했고, 이후 서예나가 발매할 곡을 잘 알고 있는 조성현이었기에 그는 간단히 답할 수 있었다.
그러자 오진혁이 슬쩍 눈을 빛낸다.
“오, 생각해보니까 저희 멤버들 중에 가수분들은 계신데 프로듀서분은 안 계셨거든요. 뭔가 노래를 들으면 프로듀서로서 그 아티스트의 성질이 바로 파악이 되나요?”
오진혁이 기대감 어린 목소리로 물어온다.
좋은 그림을 뽑아낼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인 건지, 아니면 정말 순수하게 본인이 신기해서 물어오는 건지 모르겠다.
“바로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는데… 그래도 남들보다는 더 잘 파악하지 않을까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서예나 같은 경우에는 파악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껏 해오던 서예나의 음악이, 본인이 원하던 음악과 정반대였으니 더 알기 쉬웠고.
다른 케이스라면 조성현이 한 번에 알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티스트 스스로가 정의 내리지 못한 무언가를 조성현이 단번에 정의 내리고 알아내면 그거야말로 기적 아니겠나.
“사실, 저희 프로그램 자체가 아무래도 버스킹을 하는 그림이 주가 되다 보니까, 중간에서 화합을 주도해주실 분이 필요하거든요.”
“여러 아티스트분들이 만나서 협동하는 거니까. 중요하겠죠.”
“이연화 선생님이 함께하시기로 하셔서, 아무래도 다들 이선화 선생님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겠지만…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오진혁 피디가 잠시 고민하듯 말을 끊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말을, 옆에 있던 송하연이 받아서 이어나갔다.
“아무래도, 이연화 선생님이 프로듀싱이나 작곡을 해 보시진 않으셨으니까요.”
가수, 이연화.
아티스트로서 활동한 지 10년이 훌쩍 넘은, 말 그대로 요즘 가수들에게는 ‘선생님’이라고 불릴 만한 인물이다.
여전히 탄탄하고 힘 있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그녀는 왕성하지는 않지만, 드물지도 않게 가수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녀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지만, 그래도 충분히 업계에서 존경받는 인물.
조성현은 이연화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작게 소리를 흘렸다.
뭔가 기억이 날 듯 말 듯 한데, 언젠간 이연화에 대해서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적이 있었던 것 같다.
‘몸이 안 좋으셨던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나진 않았기에, 조성현은 미간을 한 번 찡긋하는 것으로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찡긋거림을 오해한 것일까.
“아, 그렇다고 저희가 절대 부담 드리는 건 아니고요. 궁금해서 여쭤본 거였습니다.”
오진혁이 후다닥 손을 흔들며 말한다.
조성현은 아차 싶어서 입을 열었다.
“아, 예. 부담을 가지진 않았고… 제가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모든 부분에 있어서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그가 그렇게 말을 한 후 열심히 식사를 하고 있는 채윤이 쪽으로 시선을 움직였다.
채윤이가 ‘꿀꺽’하고 입에 있는 것을 삼킨 후에 입을 연다.
“저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이가 명랑하게 답하고, 오진혁과 송하연이 동시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 * *
미팅은 순조롭게 끝났다.
최종적으로 출연료를 가지고 협상하는 과정이 남긴 했지만…
“일단 회당 500만원 선으로 이야기 중입니다.”
운전석에 있던 장현아가 말했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 조성현은 눈을 깜빡거리며 되물어야 했다.
“500만원이요?”
“예, 아무래도 방송활동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니 조금 적게 책정되긴 했는데…”
약간 아쉽다는 듯, 장현아가 답을 한다.
하지만, 조성현은 고개를 흔들었다.
회당 500만원이라면 절대 적은 편이 아니다.
특히, 방송 쪽으로는 인지도가 높지 않은 편인 조성현과 채윤이에게 그 정도의 금액을 책정해준다는 건 호의가 있다는 거다.
물론 채윤이가 최근 베를린 국제 콩쿨에서 준우승을 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아쉬울 수 있겠지만.
방송계에도 나름의 규칙이 있으니까.
“500만원 선이라면 높은 편이죠. 함께 출연하는 아이돌분이 300만원 선으로 받으실 텐데.”
“예, 정확한 금액은 모르겠지만, 저도 그 정도 선으로 알고 있어요.”
아무튼 회당 500만원으로 책정 되었다면, 나쁘지 않은 수준인건 확실했다.
기획이 12편으로 되어 있는 만큼, 이번 예능 촬영을 통해 6천만원이라는 금액을 벌게 되는 것 아닌가.
물론 거기서 Pan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나눠야겠지만 그래도 정말 많은 수익이 남는다.
채윤이와 조성현에게 묶어서 주는 것도 아니고, 따로따로 출연료를 책정해서 주는 것이니 사실상 둘을 더하면 1억이 넘는 금액.
“일단 오진혁 피디님은 시즌제를 희망하고 계시긴 해서, 시즌 2가 제작 확정된다면 안정적인 수익이 생기는 것이니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시즌 2가 확정될지는 모르겠지만, 시즌 1 먼저 무사히 촬영한 후에 이야기해 보죠.”
조성현이 장현아에게 답했다.
그리고 그의 그런 대답에, 장현아는 힐끗 조성현의 표정을 한 번 살핀 후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시즌 2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답하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제가 더 감사하죠. 이번 출연료는 그럼 500만원 선으로 진행하는 걸로…?”
“그렇게 진행해주세요.”
“넵.”
장현아가 간단하게 답한 후 헨들을 꺾는다.
졸고 있던 채윤이가 휘청거리더니 눈을 느릿하게 껌뻑이고.
“도착했어요?”
“응. 채윤아. 거의 다 왔어.”
장현아의 말에 채윤이가 읏차 하고 기지개를 켜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둘러보았다.
커다란 건물 바로 앞에 차를 세운 장현아는 곧바로 차에서 내려 조성현과 채윤이를 챙겼다.
건물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가 다가와 고개를 숙인다.
“안녕하십니까. 정승태라고 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얼른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정승태는 긴장한 기색을 하고,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성현도 ‘옙’하고 간단히 답한 후 그의 뒤를 따랐다.
JK에서 들어온 광고를 수락할지 말지, 결정하기 위해 찾은 곳이다.
온스타그램에 영상과 사진을 올리는 조건이었는데, 돈을 받고 대중들에게 노출시키는 만큼.
악기의 퀄리티가 확실하다는 것을 책임지고 확인한 후에 광고하는 게 맞다 판단해 찾아왔는데, 입구부터 인상이 나쁘진 않았다.
건물이야 깔끔하니 좋았고, JK 소속 악기 회사인 ‘비하인드 더 씬’의 사무실 입구의 손잡이가 바이올린의 헤드 모양이었던 것.
“디테일이 참 좋네요.”
“아, 네 저희가 사소한 것까지 신경을 많이 쓰는 타입이라서요.”
손잡이를 힐끗 보며 말하는 조성현의 말에 정승태가 얼른 답했다.
채윤이도 신기한지 문손잡이를 만지작거리다 걸음을 옮겼다.
문손잡이부터 신경을 쓰는 걸 보면, 정승태의 말처럼 확실히 디테일한 부분을 꽤 따지는 것 같다.
‘첫인상은 합격이고…’
무언가를 평가하는 입장이 된다는 건 항상 낯설고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그래도 여기서는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제대로 된 판단을 하고, 올바른 선택을 내리기 위해서라면 말이다.
“그럼, 이쪽으로.”
정승태가 계속 안내하고.
조성현과 채윤이는 악기들을 살피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요 라인이 저희가 부탁드릴 라인이거든요. 가장 가격대가 낮은 라인이 101, 가장 높은 게 105인데, 부탁드릴 피아노 바이올린은 둘 모두 103 라인입니다.”
정승태가 사무실 한쪽에 자리 잡은 업라이트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곧바로 조성현은 바이올린을, 채윤이는 피아노를 꼼꼼히 살폈다.
겉으로 봤을 때의 악기 퀄리티는 좋은 편.
하지만 어쨌든 연주를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
“딱 중간 라인업이네요.”
“예, 저희는 베를린 국제 콩쿨에서 준우승하신 조채윤 피아니스트분을 정말 존경하지만, 그 부분보다는 아버지와 딸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두고 가정에서의 즐거운 연주를 한번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정승태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딴.
피아노 건반의 무게감을 느끼고 싶었던 건지, 채윤이가 건반을 눌러보았다.
울림 자체도 나쁘지 않은 편인 것 같다.
아이는 소리가 마음에 들었는지 눈꼬리가 가볍게 휘었다.
얼른 연주해 보고 싶어 하는 게 느껴져서, 조성현은 곧바로 자세를 잡았다.
“일단 한번 소리 들어보고, 더 말씀 나눌까요?”
“좋죠.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정승태가 밝은 목소리로 답한 후, 뒤로 한 걸음 물러난다.
그리고…
따란 따라란.
지이잉 지잉.
채윤이와 조성현의 합주가 시작되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