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586)
586화
딴 따라라란.
피아노 소리가 울리고.
지이잉.
그 뒤를 따라 조성현의 바이올린 연주가 함께한다.
즉석에서 시작된 합주.
조성현과 채윤이는 익숙하게 서로를 바라보며 연주해 나갔다.
일단 바이올린 소리는 꽤 괜찮은 편.
연주자로서 나름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다만 조금 헷갈리는 건…
‘지금 쓰고 있는 바이올린보다 소리가 좀 약한 것 같은데.’
아주 조금이지만, 소리가 탁한 것 같기도 하다.
이건 비교 대상의 문제였다.
조성현이 최근 사용하고 있는 바이올린은 이 바이올린과 가격대가 100배 가까이 차이 나지 않나.
당연히 소리가 비교적 탁할 수밖에.
가격을 생각한다면 퀄리티는 훌륭한 편이었다.
그렇게 연주가 마무리되고.
조성현은 가장 먼저 채윤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이의 의견을 듣고 싶었던 것.
채윤이 또한, 고개를 돌려 조성현을 바라본다.
“어땠어?”
조성현이 먼저 묻고, 아이는 고민하는 듯하다 입을 열었다.
“좋았어. 집에 있는 피아노보다 좋은 것 같아.”
아이가 말한다.
집에 있는 피아노는 전자 피아노로, 아무래도 방금 연주한 피아노보다 연주하는 느낌이 떨어질 수밖에 없긴 했다.
채윤이도 조금 헷갈리는 듯했다.
아무래도 집에 있는 건 전자피아노고, 최근 사용하던 다른 피아노는 가격대가 마찬가지로 수십 배에서 100배 정도 차이 나는 그랜드 피아노였으니.
“박한 평도 좋으니, 마음 편히 평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옆에서 멍하니 연주를 감상하던 정승태가 웃으며 끼어든다.
채윤이는 정승태의 말에 ‘으음’하고 침음을 흘렸다가 이내 말을 이었다.
“치는 느낌은 엄청 좋았고, 소리는 조금 아쉬웠어요. 온몸이 울리는 느낌으로 연주하는 걸 좋아하는데, 이 피아노는 팔까지만 울리는 것 같은 느낌…?”
아이가 정말로 솔직하게, 자신의 느낌을 설명한다.
그리고 정승태는 흥미로운 눈으로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조성현은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고.
장현아는 얼른 해석해달라는 눈빛으로 조성현을 응시한다.
그런 장현아의 눈을 본 조성현이 픽 웃음을 흘리고는 입을 열었다.
사실 저건 해석할 것도 없었다.
진짜 말 그대로 치는 느낌은 좋았지만 소리가 아쉬웠다는 거니까.
“그랜드 피아노에 비해서는 울림이 아쉬울 수밖에 없긴 해. 그래도 가정용으로 연주하기에 나쁘지 않은 것 같지?”
“응. 집에 하나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아. 연주할 때 느낌이 좋았어.”
채윤이가 고개를 크게 끄덕거리며 조성현의 말에 동의한다.
결국 업라이트 피아노는, 그랜드 피아노의 ‘커다랗다’라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피아노였고.
BS에서 나온 업라이트 피아노는 소리야 아쉽지만, 연주할 때의 느낌은 최대한 살렸으니 살릴 수 있는 장점은 최대한 가지고 가려 노력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정도면, 조성현의 기준에서는 합격점.
그리고 채윤이도…
‘집에 하나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말로 합격점을 준 것과 다름없었다.
정승태가 조성현과 채윤이를 번갈아 돌아보고.
조성현은 가벼운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악기들이 다 좋네요.”
“그럼…”
“진행하는 걸로 하고, 촬영이나 업로드 스케줄 같은 경우는 이쪽의 장현아 매니저님과 이야기 나누시면 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자, 정승태의 얼굴이 환해진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정승태가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조성현은 그 모습에 오히려 민망해져서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아닙니다. 저희가 감사하죠. 저희한테 광고 제안도 해주시고. 실례일 수도 있는 요청까지 다 들어주시고.”
사실, 광고 요청이 들어오고 나서 샘플을 확인해본다던가 직접 사용해본 후 결정하겠다든가 하는 일은 그리 어색한 일이 아니었다.
온스타에서 활동하는 여러 인플루언서들이 실제로 화장품, 옷 등등 여러 제품의 샘플을 요청하는 일은 흔했으니까.
샘플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해서 옷이나 화장품 구매를 하지 않는 이들도 많고.
다만… 항상 갑과 을이 있는 세상에서.
JK라는 이름은 언제나 갑이다.
BS라는 악기사가 신생이라고는 해도, 애초에 그냥 신생 악기사였다면 이렇게 광고 요청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모기업이라 할 수 있는 JK가 든든하게 뒤에 서 있으니 가능한 일이고, JK가 광고를 제안하면 곧바로 수락하는 게 보통.
조성현과 채윤이는 굉장히 깐깐하게 살핀 것이다.
“아휴, 저희로서는 더 신뢰가 가서 든든합니다. 다른 악기사한테 광고 안 받으실 테니까.”
“그런가요?”
“광고 제안할 만큼 대중적인 시장을 노리는 악기사 중에서는 저희가 최고일 테니까요. 최고 아니면 안 받으실 거고.”
정승태가 당당한 목소리로 말한다.
조성현은 그런 정승태의 모습에, ‘하하’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감을 가질 만한 악기가 맞긴 했다.
양산형 악기 중에서는 분명, 최상위권이라 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결국, 조성현과 채윤이는 그날 계약서 작성까지 마치게 되었다.
* * *
영상 촬영은 이틀 후에 진행하기로 했다.
장소는 BS 측에서 섭외해서 알려주기로 말이 오갔고, 조성현과 채윤이는 다시 한번 이틀 동안의 일상을 즐길 수 있었다.
그 평화롭던 일상이 조금 무너진 것은, 바로 오늘.
마찬가지로 채윤이의 하교 시간이 가까워지자 아이의 학교로 향했는데.
누군가 조성현을 지켜보고 있었다.
세라의 엄마, 화장품 브랜드 ‘로안’의 오너.
그녀가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조성현에게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어, 예. 세라 어머니. 안녕하세요.”
조성현이 간단히 인사를 받았고, 세라 엄마는 그가 인사를 받자마자 바로 입을 열었다.
“아직 생각 안 바뀐 거예요? 이제 저희 세라 콩쿨 나가기까지 정말 얼마 안 남았는데.”
“예. 제 생각은 그대로입니다. 과외를 해주는 일은 없을 거예요.”
조성현이 망설임 없이 답했다.
다시 물어올 것 같았고, 아니나 다를까 예상했던 질문에 곧바로 답한 것.
그의 단호한 답에 세라 엄마는 미간을 찌푸렸다.
“하… 아니, 대체 뭐가 문제예요?”
“…문제라뇨?”
“돈도 주겠다고 했고, 어려운 것도 아니고 그냥 페이스 메이커 역할 좀 해주면 된다니까. 우리 세라가요…”
세라 엄마가 무어라 더 말을 하려 했지만.
조성현이 먼저 나서서 그녀의 말을 끊었다.
본래 그는 누군가의 말을 중간에 끊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답답한 소리를 계속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시간을 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거기에… 세라 엄마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생각해야 했다.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이곳, 채윤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만큼은 더더욱.
“세라 어머니.”
“…말하세요.”
“아이들이 있는 학교입니다. 목소리 높이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조성현이 차분한 톤으로 말하자, 미간을 찡그리던 세라 엄마는 이내 ‘쯧’하고 혀를 찼다.
이곳은 채윤이가 다니는 학교일 뿐 아니라, 세라가 다니는 곳이기도 하니, 본인도 주변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겠지.
“하, 나 참. 그래요. 목소리 높여봤자 서로 좋을 거 없겠지. 근데, 진짜 이유나 제대로 들읍시다.”
“돈이 부족하지도 않고, 혹시라도 제가 돈이 탐이 난다고 해도, 세라에게 무언가 가르칠 것도 없을뿐더러, 정말로 혹시나 제가 가르칠 게 있다고 해도.”
세라 엄마가 정말 궁금하다는 듯 물어왔고, 조성현은 어깨를 으쓱이며 답을 했다.
그는 거기까지 말한 후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 시간은, 채윤이와 쓰고 싶네요. 남의 딸이 아니라.”
정말로, 세라에게 쓸 시간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채윤이와 함께 노는 데에 쓸 것이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세라가 조성현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그에게는 돈이 부족한 게 아니라, 채윤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했다.
솔직히, 채윤이가 학교에 있는 시간도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이유는, 훗날을 위해서다.
교육이라는 건, 채윤이가 무슨 선택을 하던,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던.
당당하게 본인만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초석을 다루는 일 아닌가.
“뭐, 좋아요. 그럼 과외는 그렇다고 쳐요. 근데, 내 회사는 왜 건드리려는 거예요? 과외 부탁한 게 그렇게 기분이 나빴어요?”
“건드리다뇨?”
세라 엄마의 말에 조성현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되물었다.
건드리기는커녕, ‘라온’ 제품을 사본 적도 없는 조성현이다.
무슨 말을 하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던 것.
“어머, 그냥 발뺌?”
“…예? 아니, 무슨 말씀 하시는 겁니까.”
“딱 그날부터 서예나 온스타에서 저희 제품 싹 내려갔는데, 내가 바보예요?”
세라 엄마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말하고.
조성현이 ‘아’ 하고 작게 소리를 흘렸다.
하긴, 그건 조성현의 의견이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서예나가 자신과 채윤이의 말을 듣고 광고를 취소시킨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미안하진 않았다.
굳이 미안하다고 한다면, 서예나에게 미안하겠지.
받을 수 있는 광고를 일부러 안 받은 거니까.
최소 몇천, 많게는 몇억이 걸려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 부분은…”
조성현이 서예나가 협찬 광고를 거절 한 부분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입을 열었지만.
그는 이어지는 세라 엄마의 말에 의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입을 다물어야 했다.
“거기에, 그다음 날에 유미 온스타에서 저희 제품 내려갔어요. 앞으로 광고 안 받겠다고 통보까지 받았고.”
“…?”
유미한테 ‘라온’이라는 이름은커녕 이번 일을 말하지도 않았는데.
서예나뿐 아니라 유미도 광고를 거절했다고?
이건 정말 처음 듣는 이야기다.
“아니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 진짜 좋겠네요. 자기랑 일했던 연예인들한테 광고 받지 말라고 시킬 수 있어서.”
세라 엄마는 조성현을 노려보듯 바라보며 말했다.
과외 이야기를 먼저 꺼냈던 건, 정말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였을까?
아니면, 다른 생각이 있어서 과외 이야기를 했던 걸까.
모를 일이지만, 세라 엄마는 지금 확실하게 조성현에게 적대적인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성현은, 생각보다 무른 사람은 아니었다.
“일단, 오해가 있네요. 제가 시킨 게 아닙니다.”
“하, 웃기는 소리 마시고… 이런다고 우리 회사가 타격을 입을 것 같아요? 그냥 다른 연예인 구해다가 광고하면 되는 거고…”
“알아서 하시면 됩니다. 저랑은 관계없는 일이니. 세라의 과외와 마찬가지로, 제가 엮일 일 없습니다.”
조성현이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렸다.
세라 엄마가 그런 그를 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조성현은 슬쩍 한 걸음 물러나며 그녀의 손을 피했다.
“아, 그래도 세라의 콩쿨은 응원하겠습니다. 음… 입상은 어렵겠지만요.”
솔직히, 세라의 피아노를 자신이 직접 보지 못해서 정말 어려울지 아닐지는 모르겠다.
근데, 채윤이가 세라의 피아노에 대해서 ‘진심’이 아니라고 평하지 않았나.
거기에, 한율이도 참가한다고 했으니.
채윤이의 말처럼, 세라는 콩쿨에서 입상하진 못할 게 뻔했다.
조성현은 그렇게 말한 후 학교 건물 앞으로 다가갔다.
채윤이가 이제 막 건물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