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602)
602화
바이올린 케이스에 놓인 돈을 보니, 의욕이 안 생기려야 안 생길 수가 없었고.
그건 조성현뿐만이 아니라, 채윤이와 한예솔도 마찬가지였다.
곧바로, 다음 곡을 준비한다.
“이번에는 무슨 곡 하는 게 좋을까요?”
“예솔씨가 추천해주시면, 그 곡으로 할게요.”
“아, 이번에는 제 차례예요?”
“네. 다음에는 제가 고르겠습니다.”
첫 번째 곡은 채윤이가 선택했으니, 두 번째는 한예솔이, 그리고 세 번째 곡은 조성현이 선택하려 한다.
그 말에 한예솔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음…’하고 작게 침음을 흘리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럼 이번에도 다즐링 곡으로, ‘새로운 세상’ 어떤가요?”
“알리바바의 공주?”
“네.”
다즐링의 애니메이션 영화 ‘알리바바의 공주’.
최근 실사화도 된 영화였고, 그런 영화의 메인 OST인 ‘새로운 세상’은 세대를 불문하고 다들 알고 있으리라.
조성현과 채윤이에게도 익숙한 곡이었기에 어렵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새로운 세상으로 하는 걸로 하죠.”
“넵. 아, 그리고…”
한예솔이 살짝 눈치를 보면서 조성현을 바라본다.
조성현은 의아한 눈으로 한예솔이 말을 이어나가길 기다렸다.
“프로듀서님도 보컬이 너무 좋아서… 이번에는 그냥 애초에 듀엣으로 해도 될 것 같아요.”
“그럴까요?”
“프로듀서님만 괜찮으시면요.”
“전 좋아요. 그럼 남자 파트가 먼저니까, 제가 먼저 시작할게요.”
“네, 감사합니다.”
한예솔이 얼른 답하고 준비를 한다.
채윤이가 기분 좋은 표정으로 피아노 건반을 바라보며 손을 올리고.
조성현도 바이올린 연주를 시작했다.
지이잉.
따라란.
특유의 잔잔하면서도 깊이 있는 멜로디가 흘러나오기 시작하고.
잠시 그렇게 연주를 이어나가던 조성현은 슬쩍 바이올린 연주를 멈추고 앞에 있는 마이크를 향해 입을 열었다.
피치카토를 하면서 보컬을 하는 건 어찌어찌 가능한 일인데, 보잉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건 좀… 아니, 꽤 힘든 일이었으니 중간에 멈춘 것.
조성현의 바이올린 연주가 멈췄지만, 채윤이의 피아노는 계속되었다.
아이의 피아노에 맞춰, 조성현이 노래를 시작했다.
당신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줄게요.
다른 누구 아닌 내가, 당신에게.
조성현 자신의 음색은 사실 대단할 게 없지만, 그래도 듣기 나쁜 음색은 아니었다.
굳이 설명하자면, 부드러우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주는 낮은 음색.
보통은 노래를 부르며 힘을 많이 주지는 않아서 딱딱하거나 단단한 느낌보다는 감성적인 느낌을 더 주는 편이다.
물론, 각 노래에 어울리는 보컬을 선보이려 노력하고는 하지만, 그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징이 그렇다는 것.
그리고, 지금 그가 부르는 ‘새로운 세상’이라는 곡은 조성현의 보컬과 딱 잘 어울리는 곡이었다.
그저 갇혀 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고 나아가는.
그런 삶을 살아가고 싶지는 않은가요.
조성현은 거기까지 부른 후, 한예솔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바이올린을 들어 올렸다.
이제, 자신은 빠지고 한예솔이 끼어들 타이밍이다.
그는 부드럽게 바이올린 연주를 시작해나갔고.
한예솔이 입을 열어, 보컬을 뽐냈다.
그저 새로운 세상으로.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한예솔의 보컬이 시작되자, 사람들이 작게 탄식했다.
조성현보다 한예솔의 보컬이 더 뛰어나서 그런 것보다는, 반전의 보컬 때문이리라.
‘새로운 세상’ 원곡의 느낌과 비슷한 쪽은 조성현의 보컬이었는데.
한예솔의 보컬은 원곡보다 조금 더 끈적거리는 느낌이었으니.
그렇다고 딕션이 나쁜 것도 아니라서, 가사도 제대로 꽂힌다.
신선한 공기가 있는 곳으로.
신비한 것이 넘쳐나는 곳으로.
나를 이끌어줘요.
한예솔의 보컬이 여운을 길게 남기고.
잠시 연주가 이어지는 구간.
조성현과 채윤이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연주해나가며 보컬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만들었다.
특히, 채윤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다즐링의 OST를 야외에서, 그것도 이런 공원에서 연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꽤나 신나는지 평소보다 더 힘 있는 연주였다.
그렇게 잠깐의 연주가 끝나고.
조성현은 다시 한 번 바이올린을 내리고, 한예솔 쪽을 바라보았다.
한예솔이 조성현과 함께 타이밍 맞춰 입을 열고.
함께 달려나가 봐요.
완벽한 인생을 꿈꾸며.
환상적인 그곳으로.
둘이 동시에 노래했다.
조성현의 부드러운 음색과, 한예솔의 끈적이는 듯한 음색은 상상 이상으로 잘 어울렸다.
채윤이가 연주를 하다 고개를 들어 올려, 눈을 반짝이며 조성현과 한예솔을 번갈아 바라보았고.
관객들 사이에서도 작게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이제, 곡의 마지막 부분.
새로운 세상으로.
환상적인 그곳으로.
조성현과 한예솔이 시선을 교환하며 곡이 끝난다.
“와아아!”
다시 한 번, 모여들었던 이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치고.
여전히 소극적이었지만, 조금씩 나와 동전과 지폐를 하나둘 놓고 간다.
채윤이가 활짝 웃고.
그렇게, 버스킹은 이어졌다.
* * *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7, 8곡 정도 하고 난 후 조성현은 바이올린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쉬었다가 할까요?”
“네. 목 관리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한예솔이 조성현의 의견을 곧바로 받아들이며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채윤이는 조금 아쉽다는 듯 피아노를 바라보았지만, 아이도 피아노 의자에서 내려와 간단히 버스킹을 하던 자리를 정리했다.
아무래도, 체력 관리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인 데다가, 특히 보컬을 하는 한예솔의 경우에는 목 관리도 철저히 해야 했기에 아쉽더라도 어쩔 수 없었다.
채윤이도 그걸 잘 알고 있기에, 더 하자는 말 없이 내려온 것이고.
조성현은 슬쩍 고개를 돌려 한예솔 쪽을 보았다가, 이내 걸음을 옮겨 제작진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조성현이 자신들 쪽으로 다가오자, 조연출인 송하연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네, 성현씨. 무슨 일이세요?”
“물 있을까요?”
“물이나 음료, 음식 전부 사드셔야 합니다.”
“아…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이런 것부터 하나하나 직접 돈을 쓰면서 촬영 분량을 뽑을 생각인가보다.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품을 뒤졌다.
조를 나누면서 돈도 일부 받았다.
50불짜리 지폐 한 장.
이 정도면 물 한 병씩 사서 먹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으리라.
배가 고프면 간식도 먹고, 너무 늦는다면 조성현과 채윤이, 그리고 한예솔 셋이서 식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빠, 이거 얼른 얼만지 세보자.”
채윤이가 바이올린 케이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조성현이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래, 상황에 따라 돈이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넉넉하지.’
한 시간 정도 공연을 한 것 같은데, 이미 동전들과 지폐 몇 장이 바이올린 케이스 안에 담겨 있었으니까.
“한 번 볼까…”
조성현이 그렇게 말하며 바이올린 케이스를 들어 올려 안에 있는 돈을 하나씩 꺼냈다.
채윤이가 얼른 조성현의 옆에 붙고.
한예솔 또한 바짝 붙어 오며 눈을 빛냈다.
“일단 지폐부터 셀게요.”
“네네.”
“지폐는 총… 140불.”
“와… 동전도 많은데. 벌써 140불이면, 저희 한 180불 정도는 번 거 아니에요?”
“음… 180불보다는 많을 것 같네요. 200불 조금 넘어 보이는데.”
조성현이 바이올린 케이스에 들어있는 동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에 나가서 돈을 쓸 때 실수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이 동전이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동전이 아무리 커도 500원짜리 밖에 없지만.
캐나다에서는 2불짜리 동전도 있다.
동전이라고 우습게 볼 게 아닌데, 그냥 동전이니 가볍게 쓰다가 자신도 모르게 과소비하게 되는 것.
바이올린 케이스 안에 여러 종류의 동전들이 많이 있었고.
이걸 다 100원 500원이라고 생각하면 액수가 그리 많지 않겠지만, 1불짜리, 2불짜리 동전들도 함께하고 있으니 꽤 많을 거다.
아니나 다를까.
다 세어보니 확실히 200불을 넘겼다.
“동전만 해서 90불이네요.”
“와… 대박.”
한예솔이 놀라서 손을 들어 입을 가린다.
채윤이가 얼른 손가락을 들어 하나 둘 접다가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러면 230개야!”
“응. 총 230불. 저희 집세가 얼마였죠?”
“250불이라고 했으니까, 지금까지 그래도 하루 치 집세는 벌었어요.”
한예솔이 맑은 목소리로 답한다.
노래할 때와 전혀 다른 느낌의 목소리에 조성현은 잠시 웃었다가 입을 열었다.
“다행이네요. 저희만 수익이 있는 건 아닐 테니, 하루 치 집세는 이미 구했다고 보면 될 것 같고…”
“그러면 우리 맛있는 거 먹을 수 있는 거야?”
채윤이가 조성현의 팔을 살짝 잡으며 묻는다.
아이의 말에 조성현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 정도 수익이면, 꽤 훌륭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응, 저녁 맛있는 거 먹을 수 있겠다.”
“다행이다…”
채윤이가 ‘휴’하고 한숨을 내쉬면서 다행이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조성현은 그런 채윤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햄버거? 샌드위치?”
“햄버거나 샌드위치?”
“응. 독일에서도 샌드위치 진짜 맛있었잖아. 캐나다 햄버거나 샌드위치는 무슨 맛일지 궁금해.”
“오, 그렇게 생각하니까 아빠도 궁금해지네. 햄버거 먹어볼까?”
“먹고 싶은데… 세트 하나에 15불에서 20불은 할 것 같아. 우리 다 먹으려면… 돈 엄청 많이 드는 거 아니야?”
채윤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한다.
돈을 벌긴 했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햄버거 세트를 먹을 수 있는 정도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것이다.
조성현은 채윤이를 안아 들었다.
“다 먹을 수 있을 거야. 못 먹을 것 같으면 더 열심히 버스킹하면 되지 않을까?”
그가 그렇게 아이와 이야기를 하는데, 옆에서 한예솔이 웃음을 터트렸다.
갑자기 터져 나온 한예솔의 웃음에, 조성현과 채윤이가 눈을 깜빡이며 한예솔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입을 막으면서 잠시 더 웃다가, 겨우 말을 꺼냈다.
“아니, 너무… 뭔가 처량하기도 하고, 웃겨서요. 버스킹하는 프로그램이라는 건 당연히 알았는데, 이런 식으로 밥 먹을 수 있을지 걱정하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한예솔이 말하고.
조성현도 그녀의 말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상황이 조금, 웃기긴 했다.
당장 하루 전까지만 해도 밥은 어떻게 하고 집세는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던 이들인데.
갑자기 낯선 나라에 던져져서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인생을 살게 되었으니.
‘웃프다’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상황 아니겠는가.
조성현과 한예솔이 웃음을 흘리는데.
옆에서 채윤이는 왜 웃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조성현의 손을 잡아끌었다.
“아빠, 이제 다시 버스킹하자.”
“그럴까? 그럼 물 한 병씩만 사고 버스킹 다시 해보자.”
조성현이 채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답했다.
그렇게, 잠시 뒤.
그들의 버스킹은 다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날, 조성현 팀의 최종 수익은 620불이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