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64)
64화
금요일.
조성현은 채윤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카페가 아닌 집으로 향했다.
바이올린 연습을 하기 위해서였다.
소리를 줄이기 위해서 약음기를 먼저 낀 후, 조성현은 바이올린을 들어 올렸다.
지이잉.
활이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바이올린이 소리를 냈다.
조성현은 눈을 감았다.
요즘 따라서 손이 간질간질거리는 느낌이었다.
바이올린을 조금 더 격하게, 더 강하게 연주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든다.
채윤이와 함께 호흡을 맞출 때가 가장 심했다.
아이의 연주에 맞춰줘야 하는데, 자꾸만 튀어 나가고 싶어진다.
자신만의 연주를 하고 싶달까.
조성현도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그런 것이리라.
‘참아야지.’
지금은 다른 게 아니라 아이에게 신경을 쓸 시간이다.
음악은 지난 생에 많이 했다.
이번 생에는 아이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는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나중에, 언젠가 아이가 크면… 그때는 조금씩 음악을 해도 되겠지.
장판석이 장현아를 보고 안심을 한 것처럼, 조성현이 채윤이를 보며 안심을 할 수 있을 때가 오면 말이다.
그때가 오기 전까지, 조성현은 자신의 욕망을 억눌러야 했다.
그게 맞는거니까.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하며 활을 움직였다.
그리 많이 연습한 것도 아니었다.
집안일을 하려면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으니까.
‘이것도 세계 5대 미스테리 안에 들어가야 하는데.’
매일 매일 하는데 왜 항상 끊임없이 일이 생기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조성현은 잡생각을 하면서 집안일을 끝내고, 채윤이를 데리러 유치원으로 향했다.
민은정 선생이 채윤이와 무언가 대화를 하고 있었고, 조성현은 곧바로 아이에게 다가갔다.
“아빠!”
채윤이 조성현을 발견하고 활짝 웃었다.
민은정 선생은 그제서야 조성현을 발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네, 선생님. 안녕하세요. 혹시 오늘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아뇨. 따로 무슨 일이 있었던건 아니고요. 졸업식 이야기를 조금 하고 있었어요.”
“아하.”
“마침 아버님께도 말씀 드려야 할게 있었는데… 시간 괜찮으세요?”
“네네, 괜찮아요.”
조성현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저녁에 Pan 엔터테인먼트로 찾아가기로 했지만, 아직 시간은 여유로웠다.
잠깐 이야기를 하는 건 무리 없었다.
몇 번 가봤던 원장실.
민은정 선생은 조성현에게 음료를 한잔 내밀고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
“다름이 아니고, 졸업식 때 저희가 단체로 의상을 맞춰서 진행을 하는데… 채윤이가 단독으로 무대를 하기로 했잖아요?”
“네네.”
“채윤이가 따로 의상을 준비해서 입고 오면 너무 예쁠 것 같아서요. 혹시 힘드시면 단체 의상을 입고 해도 전혀 문제는 없는데, 그래도 단독 무대니까 채윤이가 조금이라도 더 예쁘게 보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민은정 선생이 말한다.
그녀의 말에 조성현은 음 하고 작게 소리를 냈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졸업식이 이제 두 달도 안 남은 상황이었고, 슬슬 유치원 선생님들도 졸업식 준비로 머리가 아파 오는 시기였다.
의상이나 여러 가지를 준비해야 할 테니까.
채윤이가 단독으로 무대를 하는 부분에서 따로 의상을 준비해주거나 하기는 힘들 거다.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네요. 가능하면 따로 준비를 해볼텐데… 고민해 보겠습니다.”
조성현도 민은정 선생의 말에 동의했다.
채윤이의 단독 무대인 만큼 조금이라도 더 예쁘게 보이면 좋다.
어린이용 드레스를 입고 피아노를 치면 얼마나 예쁠까.
문제는 집에 드레스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새로 사야 하는데, 유치원 졸업식에서 한 번 쓰겠다고 새로 드레스를 사는 것도 조금 고민되는 일이었다.
‘그래도 뭐, 채윤이가 원하면 사야지.’
조성현은 속으로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은정 선생도 할 이야기는 다 한 것 같았고, 조성현도 딱히 할 말이 없었으니까.
원장실을 빠져나가기 직전.
민은정 선생이 아 하는 소리와 함께 입을 열었다.
“아버님.”
“네, 선생님.”
“채윤이가 최근에 혹시 공연 같은거 한 적이 있나요?”
“공연이요?”
당연히 없다고 이야기하려다가, 조성현은 문득 며칠 전에 했던 미튜브 촬영이 생각이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난번에 유미씨랑 같이 홍대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한 적이 있어요.”
“아… 오늘 채윤이가 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요? 어땠다고 하던가요?”
채윤이는 조성현이 물어도 사실 좋다고만 하지 딱히 다른 이야기를 안 한다.
자세히 아이의 마음을 설명해주면 좋을 텐데.
아니면, 자신이 조금 더 능력 있는 아빠여서 아이가 무슨 마음인지 바로바로 알 수 있으면 더 좋을 텐데.
아직 그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자기가 인어공주가 된 것 같았다고 하더라고요.”
“…….”
조성현은, 그 말에 아무런 답도 할 수 없었다.
인어공주가 된 것 같았다고?
그건, 무슨 의미일까.
알 수 없었다.
* * *
조성현과 채윤은 함께 Pan 엔터테인먼트로 향했다.
익숙한 길이었고, 익숙한 풍경이었기에 조성현이야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그냥, 퇴사를 해도 회사를 찾아갈 일이 생기는구나 정도의 감상이 전부.
채윤이도 Pan 엔터테인먼트를 처음 가는 게 아니라 그런지 그렇게 어색해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왔어?”
도착하니, 1층에서 박중원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마실 걸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었는지 조성현에게 손에 든 커피와 초코라떼를 줬다.
“너 마실 커피하고, 채윤이 거. 초코라떼는 좀 덜 뜨겁게 해달라고 했어.”
“감사합니다.”
박중원이 채윤이를 신경 써줬다는 것에 조성현은 감사 인사를 했다.
픽 웃은 박중원은 가자는 듯 고개짓을 했고.
그들은 함께 회의실로 향했다.
저녁이고, 이미 퇴근을 했어야 할 시간이지만 책상은 절반 정도 차 있었다.
아마 외근 나가 있는 이들도 많을테니 절반 이상이 아직까지 퇴근을 안 한 것이리라.
‘참… 쉽진 않아.’
이 업계 자체가 쉽지 않다.
조성현은 다시 한번 퇴사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채윤이가 하원하는 시간에 꼬박꼬박 가서 같이 하원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다.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면 쉽지 않았을 일.
“일단… 딱 10분 정도로 영상 편집이 끝났어.”
회의실 문을 열면서, 박중원이 설명했다.
조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만 딱 적당하다.
더 길게 보여줘 봐야 사실 매력 어필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미튜브 형식을 잘 이해한 편집 길이였다.
회의실 안에는 유미와 장현아도 함께하고 있었다.
다른 팀원도 두 명이 더 있었는데, 조성현은 그들에게도 눈인사를 보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라 그런지, 다들 웃으며 그의 인사를 받았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유미가 장난스럽게 핀잔을 준다.
조성현이 웃으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다음부턴 빨리 오겠습니다.”
“다음에 언제요?”
“글쎄요. 언젠가 다시 한번은 올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요?”
조성현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고.
유미는 더 무어라 말을 하려 했지만 박중원이 끼어들었다.
“내년에 다시 복직해라. 제발. 우리 힘들어.”
“무슨 그런 무서운 말씀을….”
가볍게 서로 장난을 주고받으며 웃다가.
박중원이 짝 하고 박수를 쳤다.
다들 그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채윤이도 조용히 초코라떼를 홀짝이다가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어 올린다.
조성현이 괜찮다는 듯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제 올라간 지 40분 정도 지났고요. 댓글이나 인터넷 반응은 좋습니다. 홍보 자료도 돌려서 기사들도 슬슬 올라오는 중이고요. 영상 이미 한 번 보셨겠지만, 못 보신 분을 위해서 다 같이 한 번 더 보고 이야기하죠.”
간단히 상황을 설명하고, 박중원은 미튜브에서 영상을 재생시켰다.
미튜브 영상은 편안하게 진행이 됐다.
뮤직 비디오도 아니고, 영화나 드라마처럼 빡세게 작업해야 하는 것도 아니었으니 분위기 자체가 딱딱하게 잡혀 있지 않았던 것.
준비 단계에서부터 촬영이 시작되고 있었다.
언제 찍었는지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게 촬영이 진행되었는데, 채윤이와 유미가 서로 웃으며 대화하고 있는 장면까지 찍혀 있었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뒤에 있는 자신의 모습도 나오자 조금 당황했다.
나올 수도 있다는 말도 들었고, 당연히 미튜브 촬영을 하다 보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저렇게 화면에 자신이 나오니까 느낌이 묘했다.
-오빠는요?
-저는 이거면 충분해요. 감사합니다.
유미와 짧게 대화한 것도 스쳐 지나간다.
영상 3분대에 진입해서야 유미가 마이크 앞에 서서 무대 준비를 하는 게 나왔다.
무대에 앞서 관객들과 소통하는 장면은 최소한으로 편집되어 있었다.
조성현은 채윤이가 피아노를 치는 것을 보고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아이는 뭔가 비장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표정은 금방 풀어져서, 무대의 중반부터는 신난 모습으로 변한다.
무대 이후, 정리를 하고 유미와 채윤이 카메라에 인사를 하는 것으로 영상은 끝났다.
“좋네요.”
일단 채윤이가 예쁘게 나와서 좋았고, 유미의 매력도 충분히 어필이 된 것 같았다.
잘 먹힐 것 같았다.
조성현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거리며 동의를 표했다.
“반응도 다들 나쁘지 않아. 물론 올린 지 몇 분 안 됐으니 팬들 유입이긴 할 테니까 좋은 댓글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상당히 긍정적인 시작이라고 보여지고….”
그렇게 말을 하면서 박중원은 댓글 창을 켰다.
-글밈: 저… 죄송한데, 오늘부터 팬 하기로 했습니다.
-박씨네: 같이 피아노 치는 여자애 너무 예쁘다 ㅠㅠ 우리 애긔 언니가 응원할게….
-네맞아요: 유미도 유미인데 피아노 치는 애기 완전 뀨티뽀짝. 피아노 위에 인어공주 인형 있는 거 실화냐고. ㅋㅋㅋ
-Kim Sion: 오늘부터 1일하기로 했습니다.
-CHAN: 노래 나쁘지 않다. 그 와중에 인어공주 너무 시강이고….
-지니지니: 요즘에는 뭐 할 거 없으면 다 미튜브로 넘어오네. 그렇다고 우리가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알았지.
조성현은 댓글들을 천천히 읽어나갔다.
확실히, 호평이다.
유미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채윤이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댓글 10개 중 하나는 채윤이에 대한 이야기다.
그만큼 아이가 영상에서 잘 나왔다는 의미이리라.
천천히 읽다가, 조성현은 댓글 하나를 발견했다.
그냥, 눈에 확 들어온다.
-기쁨이: 채윤이 너무 귀엽네요 ㅠㅠ 채윤이는 따로 미튜브는 안 하는 건가요?
왜 그 댓글이 눈에 들어왔는지, 모를 일이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