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65)
65화
Pan 엔터테인먼트의 옥상.
채윤이를 유미와 장현아에게 부탁하고 박중원과 오랜만에 옥상에 올라온 참이었다.
박중원은 채윤이를 생각해 담배를 참고, 대신 믹스 커피를 한잔 하고 있었다.
“역시 미튜브 하길 잘했다. 올린 지 얼마 안 됐는데도 확실히 반응이 올라오네.”
그리 큰 반응은 아니었지만, 확실한 반응이 있는 것은 맞았다.
박중원은 조성현에게 조언을 구하기를 잘했다면서 웃었고, 조성현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장현아씨, 능력 있는 사람이니까… 현아씨가 강하게 밀어붙이는 건, 웬만하면 받아들이는 게 좋을 거예요.”
“그래.”
조성현의 말에 박중원이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했다.
왜냐고 물을 법도 한데, 그냥 순순히 고개를 끄덕거리는 박중원의 행동에 조성현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왜?”
“아뇨, 그냥….”
“바로 알았다고 하니까 좀 이상하냐?”
“조금요?”
그 말에 박중원이 피식 웃었다.
그는 저 멀리 있는 건물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지난 번에, 미튜브 촬영한 날.”
“네.”
“아무리 생각해도 네 행동이 이상했단 말이야.”
“…….”
“대표님한테도 그렇고, 장현아씨 슬쩍 눈치보는 것도 그렇고. 분명 뭐 알고 있는게 분명한데… 뭘까 고민하다가. 결론 내렸다.”
조성현은, 박중원의 말을 들으면서 속으로 감탄했다.
이래서 박중원이 능력이 있다고 하는건가보다.
그는 아주 약간의 단서들만 가지고도 많은 것을 예상해내고 있었다.
“대충 뭐, 사촌지간이겠지. 대표님이랑, 장현아 씨랑.”
잘 가다가 마지막에 살짝 어긋났다.
하지만 그 정도로 추론한 것도 엄청난 일이었다.
조성현은 허허 웃으면서 고개를 돌렸다.
뭐라고 확답을 하는 게 좋을지, 판단이 잘 안 섰다.
그럴 땐 그냥 입을 다무는 게 최고다.
“그때 고마웠다. 괜히 말실수 하려던 거 막아줘서.”
“말실수도 아니긴 했는데, 혹시 몰라서 그냥 끼어들었던 거예요.”
조성현이 웃으며 말했다.
박중원은 믹스커피가 담겨 있는 잔을 단숨에 비우고는, 숨을 내뱉었다.
뜨거운 숨이 내뱉어지는 게 눈에 보였다.
“3팀 만들까 고민 중이다더라.”
“…네. 들었어요.”
“현아씨가 말해주던?”
“…최현준 대리가 팀장으로 논의 중이라면서요?”
“애가 일을 잘하는 편이긴 하잖아.”
지난번에 조성현이 최현준에 대해서 이야기해줬던 것도 있기 때문에, 박중원은 변명하듯 이야기했다.
“저는 크게 신경 안 써요. 최현준 대리가 팀장이 되든 말든.”
다만, 최현준 대리가 팀장이 된다면 아마 조성현은 다시 Pan 엔터테인먼트에 복직하지는 않을 것이다.
박중원이 아무리 꼬셔도.
그건 확실했다.
조성현의 표정에서 무언가를 읽은 것일까.
박중원은 쓰읍 하고 공기를 들이켰다.
“날이 점점 추워진다.”
“그러게요.”
“건강 조심하고.”
“형도 건강 조심하세요.”
조성현이 간단히 답했다.
박중원이 종이컵을 구겨 쓰레기통에 집어넣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의 뒷모습은, 생각이 많아 보였다.
* * *
조성현과 채윤이 더 할 일은 없었다.
다만 조성현은 오랜만에 회사에 온 김에 장현아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별로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었고, 유미의 케어에 대해 조금 더 세밀하게 이야기한 것 뿐.
“그럼 저는 바로 가보겠습니다. 선배님.”
“네, 현아씨. 수고하세요.”
장현아는 조성현과 채윤을 엘리베이터까지 배웅 해주었다.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그녀와 인사하고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채윤아.”
“네에?”
조성현의 부름에 채윤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오늘 영상 올라온 거 같이 봤잖아.”
“응.”
“보면서 어땠어? 사람들이 막 댓글도 달고 그랬는데.”
채윤이는 답이 없었다.
조성현은 아이가 답이 없자 눈을 깜빡거렸다.
아이는 알 수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시 물어보려고 하는데,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어?”
엘리베이터 안에서,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가수 2팀의 팀장, 우경수다.
“뭐야, 퇴사했다던 사람이 회사에 있는걸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이 말은, 함께 있던 서예나의 말이었고.
하지만 조성현은, 우경수나 서예나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들과 함께 있는 남자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으니까.
지난 생, 조성현의 음악을 빼앗아 갔던 사람.
인생을 완벽한 나락으로 떨군 사람.
최현준이 그곳에 있었다.
조성현은 순간 표정 관리에 실패했다.
다행히 금방 웃으면서 인사를 건넸지만, 그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서예나도, 우경수도. 또 최현준도.
그들은 전부 연예계에서 10년 가까이 구른 사람들이다.
상대의 표정 변화에 상당히 민감한 이들.
모를 리가 없다.
“안녕하세요. 팀장님. 오랜만에 뵙네요.”
조성현은 엘리베이터에 오르며 인사했다.
“딸이랑 같이 오고 오늘 무슨 일… 아, 그거 때문이구나. 유미씨 미튜브.”
“네, 맞아요. 유미씨가 미튜브 채널 만든다고 해서. 채윤이가 게스트로 나왔거든요.”
우경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녀는 슬쩍 주변을 둘러보면서 입을 열었다.
“둘은 구면이죠?”
“네. 지난번에 본 적 있습니다.”
“그건 봤다고 하기보단 깠다고 하는 거지.”
서예나가 약간 날 선 목소리로 말했다.
조성현은 어색하게 웃었다.
깠다는 말에, 부정할 수가 없었으니까.
정말 큰 기회가 굴러들어왔는데 조성현이 그것을 망설임 없이 까버렸다.
그리고 다른 걸 해달라고 하면서 유미의 신곡을 홍보해달라고 했고.
서예나로서는 어쩌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다행히, 그녀는 조성현에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무튼 반가워요.”
그녀는 은근히 조성현에게 흥미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묘하다.
회사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서예나를 만날 기회는 많지 않았는데.
퇴사를 하려 하니까 서예나가 자신의 매니저를 하라고 하고, 퇴사를 하고서도 여전히 관심을 가진다니.
물론, 자신의 능력이 탐나는 거겠지만.
“이쪽도 구면일 것 같긴 한데. 최현준 대리. 지금은 서예나씨 담당 매니저 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조성현씨.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최현준이 서예나를 담당하고 있나보다.
하긴, 3팀의 팀장 후보로 오르기까지 할 정도로 능력은 인정 받고 있는 최현준이다.
가수 2팀에서 가장 몸값 높은 아티스트 중 한 명인 서예나를 그가 담당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네, 최현준 대리님. 저도 많이 들었습니다.”
듣기만 했을까.
직접 수많은 것들을 경험해봤다.
어쩌면 이 회사의 그 누구보다 최현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조성현이 아닐까.
“전에는 죄송했습니다. 제가 경솔했습니다.”
최현준은 우경수를 힐끗 바라보았다가 사과를 건넸다.
조성현에게 미안하다기보다는, 우경수가 있어서 사과를 한다는 느낌이다.
그게 너무 잘 느껴져서 조성현은 순간 짜증이 났지만, 그것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채윤이도 다 있는 자리였고, 굳이 여기서 문제를 일으킬 생각은 없었다.
“괜찮습니다.”
그는 간단히 넘겼다.
최현준이 무어라 더 말을 하려 했지만 그사이에 서예나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다시 복직은 안 할 것 같고. 애기 연예계 데뷔라도 시키려는 거예요?”
그녀가 묻는다.
조성현은 곧바로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근데 유미랑 같이 미튜브 출연을 시키는 건 뭐지?”
“시킨 게 아니고, 채윤이가 원해서 하기로 한 거였습니다.”
“채윤이는 유미 언니 좋아.”
조성현의 말에 곧바로 채윤이 반응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유미를 언급했다.
아이는 진심으로 유미를 좋아했다.
만날 때부터 채윤이가 좋아하는 젤리를 줘서 그런 건가.
채윤이는 조성현을 제외하고는 유미를 가장 많이 따르는 느낌이었다.
민은정 교사에게 의지하거나 하는 모습은 거의 없는데, 유미에게는 가끔 의지하려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으니까.
어쩌면 유미가 음악적으로 통하는 것일 수도 있다.
“흠.”
가만히 조성현과 채윤이를 번갈아 보던 서예나는 작게 소리를 냈다가 고개를 돌려 우경수를 바라보았다.
“팀장님.”
“응?”
“어떻게 생각해요? 원해서 하기로 했다는 거. 나는 원해서 한 적이 많지가 않은 것 같아.”
우경수 팀장을 바라보며 말하는 서예나의 목소리는, 조금 진지했다.
조성현은 애써 무시했다.
그는 아이를 보다가, 채윤이가 서예나를 힐끗거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뭐 때문에 관심이 가는 걸까.
“갑자기?”
“그냥. 그렇다고. 이번 앨범도… 아, 그쪽.”
서예나가 말을 하다말고 손가락을 튕기더니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네, 예나씨.”
“제가 이번에 싱글 작업 중인데. 한 번 들어볼래요?”
그녀가 제안했다.
조성현은 눈을 깜빡거렸다.
갑자기 그렇게 말하면, 당황스러운게 당연했다.
그는 일단 Pan 엔터테인먼트의 직원도 아니었고, 직원이었다고 해도 가수 1팀의 팀원이었다.
서예나랑은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
그런 자신에게 곡을 한 번 들어보겠냐고 물어보는 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그것도, 당연히 들을 거라는 걸 가정하고 물어볼 줄이야.
“죄송합니다. 저녁을 먹어야 해서.”
조성현은 간단히 거절했다.
그가 서예나의 곡을 들을 의무는 전혀 없었으니까.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채윤이와의 저녁이지, 서예나의 새로운 싱글 앨범이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제안이었고, 조성현으로서는 거절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서예나도 조금 당황했고.
우경수도 응? 하는 얼굴로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최현준은… 묘하게 비웃는듯한 얼굴이었고.
‘항상 마음에 든 적은 없는데….’
지금 유독 더 마음에 안 든다.
띵.
엘리베이터가 멈춘다.
2층이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기다리던 사람은, 우경수와 서예나를 보고 멈칫거리더니 어색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 다음 거 타겠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꾸벅 고개를 숙였지만, 그에게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조성현은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마자 내릴 준비를 했다.
아마 그는 뒤돌아보지 않고 그냥 갔을 거다.
서예나가, 입을 열지만 않았어도 말이다.
“최 매니저가 강하게 추천하는 곡이 나는 좀 별로라서, 그쪽 의견도 한 번 들어보고 싶었는데. 그렇게 싫나? 이 정도면 그냥 내가 싫은 것 같은데.”
최현준이 추진하는 곡.
근데, 서예나가 느끼기에는 별로다.
성과를 내야 하는 최현준과, 싱글을 내는 서예나.
그리고 자기 부하 직원이 팀장이 되기 직전의 상태에 있는 우경수 팀장.
전체적인 그림이 머릿속으로 그려진다.
흥미가, 생겼다.
결국 그는 채윤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채윤아.”
“네에?”
“잠깐만 들어보고 갈까?”
“채윤이는 좋아요.”
아이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저녁을 잠깐만 미루자.
조성현이 결정했다.
지난 생에서부터 이어진 악연을, 여기서 끊기로.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