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69)
69화
서예나는 효과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자신의 의견을 드러낼 줄 안다.
적어도 우경수가 생각하기에는 그랬다.
서예나가 어릴 적부터 그녀를 담당해온 우경수이기 때문에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다른 이들에게 화를 내기는 해도 우경수를 막 대하지는 않는 게 서예나다.
우경수에게 화를 낼 수 없기에, 서예나는 보통 밑에 있는 다른 매니저들에게 화를 내고는 했다.
커피를 집어 던진다거나 하는 식으로.
‘그런 예나가, 그냥 자리를 나가버렸다는 건.’
확실히 뭔가 있다는 거다.
한계가 왔을 수도 있다.
원래의 서예나라면, 차라리 최현준에게 뭐라도 던지거나, 언성을 높였으면 높였지 그냥 나가버리는 성격은 아니었으니까.
어쩌면 채윤이라는 아이가 있어서 험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우경수는 단순히 그런 이유에서는 아닐 거라고 추측했다.
서예나는 건물 옥상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녀가 어디를 가는지 알고 있는 우경수는 서두르지 않았다.
조용히 서예나의 뒤를 따라 옥상으로 올라오고 나서야 그녀는 입을 열었다.
“예나야.”
우경수가, 서예나를 불렀다.
그녀는 평소처럼 예나씨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렇게 부름으로서, 비즈니스는 일시정지다.
“…언니. 나 진짜, 좀 그래.”
서예나는 차분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그녀가 평소에 보이던 신경질적인 모습이나, 어딜 가서든 당당한 모습은 없었다.
그저 차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뭐가 좀 그랬어?”
“곡이 별로라는 건 아니야. 솔직히 나도 알지. 내가 음악을 몇 년 했는데 모를까. 저 곡, 잘 될 거야. 차트 상위권 알박할 거고… 아 역시 서예나다. 그런 말들 듣겠지.”
“응. 그럴 거야.”
“근데, 나는 그게 왜 싫지?”
서예나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장이랑 맞는다는 건 알고 있다.
근데,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았다.
“언니.”
“…응.”
“채윤이가 나 안아줬을 때. 나 진짜로, 꼴사납게 울뻔했어. 말이 돼? 나 서예나야. 거기서 울뻔했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
“7살짜리 꼬마가 뭘 안다고 나한테 그렇게 달려와서 날 안아주는데.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너무 고맙더라. 나 진짜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거든.”
서예나의 말에 우경수는 그녀를 설득하는 것을 포기했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이거 분명 성공할 거야, 이대로 진행 하자 하면서 서예나를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우경수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무너져 있는 상태였다.
여기서 더 밀어붙이면 안 된다.
이미 망가지기 일보 직전인데, 더 밀어붙이면 확실하게 망가진다.
우경수는 그럴 수 없었다.
서예나가 망가지는 걸, 볼 수 없다.
“알았어. 그럼. 하지 말자.”
우경수가 말했다.
서예나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진짜?”
“네가 안 하겠다며. 그럼 안 하는 거지.”
“내가 안 하겠다고 해서 언제 진짜로 안 했던 적 있나. 맨날 언니가 어떻게든 나 설득해서 하게 했잖아.”
“이번에는 아닌가 보지.”
우경수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 서예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서예나는 그 손을 힐끗 봤다가 툭 쳤다.
“왜 이래. 오그라들게.”
그녀의 그 반응에 우경수가 웃었다.
서예나도 함께 웃고는, 입을 열었다.
“언니.”
“응?”
“근데 그 채윤이라는 애, 진짜 뭐야?”
“뭐가?”
“그냥 노래만 듣고 뭘 어떻게 안 건지 나한테 달려와서 나 안아주고 그러는걸까.”
“…나도 전에 박 팀장한테 한 번 물어봤었거든. ‘이빨빠진고양이’ 사건때.”
“응.”
“그때 박 팀장이 뭐라고 답했는지 알아?”
“뭐라고 했는데?”
“성현이 딸.”
우경수가, 툭 하고 말을 내뱉었다.
서예나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 * *
“우리 아빠 괴롭히면 멍청이야!”
채윤이가 외친다.
조성현은, 자신의 앞에서 그의 다리를 힘껏 끌어안고 있는 채윤이를 보면서 눈을 깜빡거렸다.
박중원에게 부탁한 채윤이가 왜 여기에 있는 걸까.
시선을 움직이니, 뒤쪽에서 박중원이 황당한 얼굴로 그와 최현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채윤이가 조성현을 찾은 건지 뭔지, 어쨌든 혼자 나온 건 아니라서 다행이다.
“하… 시발.”
최현준이 다시 한번 욕설을 내뱉었다.
이미 그는 상황이 끝났다는 것을 파악했다.
여기서 그가 조성현의 스마트폰을 뺏어서 녹음 파일을 삭제해 봐야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걸, 그는 깨달았다.
흥분해서 주변을 잘 살피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더 조심했다면, 조성현이 확실하게 증거를 잡았을 일도 없었고.
박중원이 오는 걸 몰랐을 리도 없으니까.
“아, 개 같네 진짜.”
조성현은 최현준의 입에서 계속해서 비속어들이 흘러나오자, 인상을 찡그렸다.
채윤이 앞에서 비속어를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아이는 여전히 조성현의 다리를 끌어안고 있었다.
훌쩍 거리는 게, 울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조성현이 괴롭힘당한다는 생각에 슬펐던 모양.
아이가 울고 있는데 가만히 둘 수는 없어서, 조성현은 최현준을 경계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무릎 꿇어앉았다.
채윤이 조성현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흐이잉….”
펑펑 우는 건 아니지만, 채윤이의 눈에서는 분명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아이는 조성현의 가슴팍에 얼굴을 비비며 눈물을 닦았다.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긴장이 탁 풀리는 느낌이랄까.
최현준을 상대할 때, 생각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모양이다.
조성현이 조심스럽게 아이를 안았다.
채윤이를 토닥여주며, 조성현은 아이를 최대한 달래기 위해 노력했다.
“아빠 괜찮아. 봐봐.”
조성현이 아이의 볼을 쓰다듬어주면서 말했고, 채윤이 코를 훌쩍이며 고개를 들어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아이는 조성현이 멀쩡하다는 것을 확인하더니, 다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쟤가 그랬어!”
너무 억울하다는 듯, 채윤이 손가락으로 최현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뭐가 그리 억울한지는 모르겠지만,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그녀의 말에 긍정해주었다.
“응. 쟤가 그랬지?”
“멍청이야!”
“맞아. 멍청이야.”
조성현과 채윤의 대화에 최현준은 하…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짜증도 나고, 허탈하기도 할 거다.
이미 팀장직이 물러난 걸 알고 있을 거고, 징계도 피할 수 없다는 걸 알겠지.
그냥 다른 작곡가였으면 전혀 상관없었겠지만.
‘이빨빠진고양이’다.
바로 얼마 전, 서예나와 앨범을 진행하다 엎었고.
우경수에게도 단단히 주의를 받은 상황.
근데 거기서 또 ‘이빨빠진고양이’를 끌어들였으니, 우경수 팀장이 확실하게 징계를 먹일 거다.
안 그래도 짜증나는데, 조성현과 채윤은 거기에 기름을 끼얹고 있었다.
‘이렇게 된 거 그냥 확 한 대 때려?’
별로 다를 건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데.
“야.”
박중원이 최현준을 불렀다.
최현준이 고개를 돌려 박중원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빨빠진고양이’의 곡을 받은 거냐?”
박중원의 그 질문에, 최현준은 답하지 않았다.
쯧 하고 혀를 찬 박중원은 이내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어, 나야. 좀 와봐야 할 것 같은데.”
최현준은 상대가 누군지 금방 알 수 있었다.
* * *
우경수 팀장과 서예나가 함께 돌아왔다.
카페라도 들렸는지, 커피 한 바구니를 손에 들고 있었다.
채윤이 몫으로 보이는 오렌지 주스도 있었고.
다행히 서예나의 얼굴은 밝았다.
어떻게 해결되었는지는 몰라도, 일단 당장 화가 난 건 아닌 것 같으니 다행이었다.
화가 난 상태로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박중원은 조성현 대신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했고, 조성현은 조용히 녹음한 것을 들려주었다.
“아. 화나네.”
우경수 팀장이 굳은 얼굴로 최현준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최현준은 고개를 숙이고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계속 강하게 밀고 있었던 이유가 ‘이빨빠진고양이’ 곡이라서 그랬다는 거잖아.”
우경수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고.
서예나는 가만히 최현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성현은, 서예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무표정한 얼굴.
뭔가, 터지기 일보 직전의 단계 같다.
“‘이빨빠진고양이’의 곡이라서가 아니라, 정말로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응. 그래서 신인 작곡가라고 속이고 곡 들고 왔어? 성공할 것 같아서?”
“…….”
“진짜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거냐? 아니 내가 이해가 안 돼서 그래. 내가 너한테 못 해준 게 뭔데 이러는 거야?”
“…….”
최현준은 다시 입을 다물었고.
우경수 팀장은 짜증스러운 얼굴로 그를 보며 말을 이었다.
“야, 입이 있으면 말을 해봐. 왜 말이 없어.”
조성현은 우경수 팀장이 진심으로 짜증을 내는 걸 이번에 처음 봤다.
지난 생에서도 우경수 팀장은 진심으로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지 않았었다.
적어도 조성현이 알기로는 말이다.
근데 지금은, 아무리 그런 우경수 팀장이라고 해도 참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퇴근해.”
“예?”
“가라고. 꼴 보기 싫으니까.”
우경수 팀장이 그렇게 말을 했고, 최현준도 거기까지는 예상 못 했는지 조금 당황한 기색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조성현은 서예나의 미간이 움찔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 터지겠구나.
그는 슬쩍 손을 뻗어 채윤이를 자신의 뒤쪽으로 이동시켰다.
촤악!
채윤이를 슬쩍 뒤로 움직이자마자, 서예나가 최현준이 있는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에는 커피가 들려 있었고… 커피가 보여준 결과는 뻔했다.
서예나의 손을 떠나, 최현준의 얼굴에 커피가 쏟아진다.
“윽….”
그 와중에 얼음 하나가 정확히 최현준의 왼쪽 눈을 때렸는지, 그는 약한 비명을 지르며 손을 들어 왼쪽 눈을 가렸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우경수가 고개를 돌려 서예나를 바라보았고.
박중원과 조성현도 마찬가지였다.
“히엑….”
채윤이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조성현의 다리를 꽉 끌어안는다.
조성현은 아이의 머리에 손을 올리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서예나는, 조용히 타오르는 불같았다.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다시 커피를 들고, 손을 움직였다.
또 한 번.
촤악!
움찔하면서 뒤로 물러나려던 최현준은 제대로 피하지도 못하고 다시 커피를 맞아야 했다.
“뭐 이런 미친….”
최현준이 욕설을 중얼거리며 서예나를 노려보았지만, 여전히 서예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또 한잔의 커피를 들었다.
조성현은, 그걸 보면서 음 하고 소리를 흘렸다.
‘저건 좀 위험한데.’
차가운 커피를 뿌리는 거 하고, 뜨거운 커피를 뿌리는 거는 좀 다르니까.
다행히, 우경수 팀장이 나섰다.
“예나야. 거기까지.”
“…응.”
우경수 팀장이 말리자, 서예나는 다시 커피잔을 든 손에 힘을 풀었다.
서예나는 후우 하고 숨을 한 번 토해내더니, 입을 열었다.
“팀장님.”
“…네, 예나씨.”
분위기도, 호칭도 바뀌어 있었다.
“우리 회사에 법무팀 있죠?”
“있죠.”
“쟤 업무방해죄랑, 그 뭐냐… 암튼 고의적으로 나 엿먹이려고 한 거 좀 법적으로 무조건 처벌 해줘요. 저거 제대로 처벌 안 되면 나 재계약 안 해.”
서예나의 말에, 우경수 팀장은 별다른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Pan 엔터테인먼트는 힘 있는 회사다.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든 엮어서 법적으로 처벌받게 하는 것은, 그들에게 힘든 일이 아니었다.
조성현도 법적으로 그리 잘 아는 편은 아니었으니, 어떤 식으로 그가 처벌받게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끝났네.’
최현준은 끝났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