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7)
7화
회사에서 업무를 처리하면서, 조성현은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이미 회사에 마음이 떠난 것도 있고, 어제 있었던 일 때문도 있었다.
장 보러 갔을 때.
‘채윤이는 원래 다 안 친해요!’
그런 말을 했었다.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었고, 아직도 불안했다.
그런 일이 있으면 정말 안 되겠지만, 혹시 채윤이가 유치원에서 왕따라도 당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
다 안 친하다는 말이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조성현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그의 옆에 앉아 있던 동료 직원이 힐끗 그를 바라보았다.
“성현씨, 오늘 왜 그래요. 불안한 얼굴로.”
“아, 아뇨. 별일은 아니고…딸 아이가 걱정돼서요.”
“엥?”
조성현이 그런 말을 하자, 동료 직원은 놀라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 반응에 당황한 것은 조성현이었다.
별말을 하지 않았는데, 왜 저렇게나 놀라는 걸까.
“성현씨, 딸이 있었어요?”
“네? 아, 네.”
“몇 살이에요?”
“7살이요.”
“헐…죄송해요. 제가 몰랐네요.”
“아뇨, 괜찮아요. 제가 말 안 했었던 것 같아요.”
조성현이 고개를 흔들며 답했다.
하지만 그는 쓴웃음을 흘렸다.
바로 옆에서 일하는 동료조차 모를 만큼, 일에만 열중했다는 뜻이 아닌가.
딸에게 그만큼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뜻도 된다.
“그래서, 딸 애가 무슨 일이 있는데요?”
“유치원에서…왕따를 당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서요. 어제 같이 장 보는데 유치원 애들이랑 안 친하다고 하길래.”
“어…요즘 유치원에서도 왕따 같은 게 일어난다고 듣긴 했는데, 괜찮을 거예요. 성현씨 아이면.”
“…그럴까요?”
“에이, 성현씨 잘 생겼잖아요. 딸이면 아빠 닮는다던데. 성현씨 닮았으면 엄청 귀엽겠네. 그런 애가 왕따 당하겠어요?”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듯, 동료 직원은 조성현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는 슬쩍 말을 돌렸다.
“맞다, 성현씨. 혹시 저번에 그… 저희 라온이 있잖아요.”
“네. 라온이가 왜요?”
“정말 괜찮으신지 해서요. 유미씨 케어하면서 라온이도 케어해야 하니까.”
“라온이 워낙 착하다면서요. 전 괜찮아요.”
“고마워요. 정말. 라온이가 유미씨 한번 보고 싶다고 그렇게 노래를 불러서….”
“아이고. 고생하시네요.”
그렇게 대화는 끊겼다.
가만히 있던 조성현은 결국 마우스를 움직여 포털 창에 ‘유치원 왕따’를 검색했다.
[유치원에서도 왕따가 있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뭘까.] [우리 아이가 유치원에서 왕따를 당하는 것 같아요.] [점점 심각한 수준으로 가는 어린이 왕따. 막을 방법은?] [따돌림당하기 쉬운 아이] [‘유치원 가기 싫어!’ 우리 아이, 혹시 왕따일까?] [강에스더도 유치원 때 왕따를 당했다? ‘너무 못생겼다며 따돌림을 당했었다.’ 고백.]조성현은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글들을 보고 눈을 질끈 감았다.
생각보다 유치원 왕따는 흔한 일이었고, 진심으로 채윤이가 왕따를 당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감이 강하게 들었다.
그는 결국, 한참 동안이나 왕따에 대해 검색해보다가 밀린 일을 한 번에 처리해야 했다.
저녁 6시.
조성현은 사무실에 있는 그 어떤 사람보다 먼저 일어나 퇴근 준비를 했다.
“팀장님 저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어, 그래. 들어가라.”
박중원은 손을 흔들며 답했다.
그는 아직 업무가 남았는지,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 * *
조성현은 곧바로 채윤이의 유치원으로 향했다.
그가 오자, 유치원 교사가 먼저 조성현을 발견해서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네, 선생님. 안녕하세요. 채윤이는 잘 있나요?”
조성현은 바로 채윤이부터 찾았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채윤이는 오늘도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다.
조성현은 잠시 아무런 말 없이 피아노 앞에 앉아 가만히 건반을 들여다보고 있는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채윤이가 피아노를 많이 좋아하네요.”
“네, 피아노뿐 아니라 악기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제일 활발하게 움직일 때가 음악 시간이에요.”
“아….”
조성현이 작게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거리는데, 유치원 교사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채윤이에게 인사 한번 하고 저희는 원장실로 가실까요?”
“네, 그러시죠.”
조성현은 바로 답했고, 교사는 미소를 지으며 교실 안쪽으로 들어가 채윤이를 불렀다.
채윤이 피아노 의자에서 바로 내려와 몸을 돌렸다.
조성현을 보는 그녀의 얼굴은 밝았다.
우다다 뛰어오는 채윤이를 보고, 조성현은 입꼬리를 올리며 슬쩍 몸을 숙여 두 팔을 벌렸다.
“아빠!”
“응. 아빠 왔어. 채윤이 잘 있었어?”
“네에!”
채윤이 밝게 답한다.
조성현은, 밝게 답하는 채윤이의 눈이 순간 떨리는 것을 보고, 멈칫거렸다.
무언가 걱정되는 건지, 혹은 불안한지.
채윤이는 웃고 있었지만, 아이의 눈에는 어두운 감정이 스쳐 지나갔었다.
“어….”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가만히 있던 조성현의 뒤.
“채윤아. 선생님하고 아빠는 잠시 원장 선생님 방에 가 있을게요. 채윤이는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유치원 교사의 말에 채윤이는 조성현과 교사를 번갈아 보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네에.”
방금보다 밝지 못한 목소리.
시무룩해하는 것 같은 느낌에, 조성현은 채윤의 머리가 헝클어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금방 올게.”
“헤헤.”
채윤은 금방 기분 좋아진 얼굴로 웃음을 보였다.
그런 채윤을 뒤로하고, 조성현은 교사와 함께 원장실로 향했다.
부모들이 와서 상담하는 일이 잦은지, 편하게 상담할 수 있게 소파가 놓여 있었다.
조성현은 소파에 앉았고, 교사는 자연스럽게 방 한쪽에 있는 작은 냉장고에서 음료를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더 드시고 싶으시면 말씀해주세요.”
“아, 네. 이걸로 충분할 것 같아요.”
조성현이 그렇게 답하며 음료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다른 건 아니고. 채윤이 때문에요.”
“네네.”
“채윤이가 유치원 생활을 잘하고 있는지…혹시 뭐, 따돌림이라던가. 그런 걸 당하는 건 아닌가 싶어서요.”
“어머? 따돌림이요?”
교사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생각지도 못한 단어가 나왔다는 반응.
조성현은 빠르게 그녀를 살폈다.
연예계 쪽에서 일하는 조성현이다.
남들보다 눈치가 있어야 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확실하게 읽을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연예계였기에, 그는 교사의 반응을 살피며 그녀가 진실한 반응을 하고 있는지를 구별했다.
냉정하게 보자면, 정말 채윤이가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이라면 유치원 측에서 그것을 방관하고 있었다는 뜻도 되니까.
하지만 교사는 진심으로 놀란 듯한 느낌이었다.
“채윤이가 따돌림을 당할 리는 없어요. 아버님. 다른 애들이 채윤이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그런가요?”
“혹시 채윤이가 그런 말을 하던가요?”
“아뇨, 그런 건 아닌데. 유치원 애들이랑 친하지 않다고 하긴 하더라고요.”
“아하. 아버님도 아시겠지만, 우리 채윤이가 막 사교성이 좋은 성격은 아니에요. 혼자 있는걸 좋아하더라고요.”
“막 왕따를 당하거나 그런 건 아니라는 거죠?”
“절대 아니죠. 그런 일이 있었으면 저희가 먼저 아버님께 말씀 드렸을 거예요. 애들이 다들 착하고… 아무튼 왕따할 만한 아이들은 없어요. 다만.”
교사가 연기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았기에, 조성현은 조금 안심했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에 나온 ‘다만’이라는 단어에 다시 한번 긴장해야 했다.
“채윤이가 오히려 다른 아이들을 거부한다고 해야 할까요? 일부러 친해지고 싶지 않아 하는 느낌이에요. 요 며칠은 조금 밝아졌는데, 유치원에서 원래 채윤이는 말 한마디 없는 조용한 아이였거든요. 그러니까 아이들도 채윤이에게 말을 거는 것을 조금 조심스러워하기도 하고요.”
교사의 말에 조성현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떴다.
다행히 따돌림을 당하거나 하는 건 아니었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또 아니다.
채윤이가 다른 아이들을 거부하고, 친해지고 싶지 않아 한다는 말에 조성현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친구도 없이, 하루 종일 유치원에서 혼자 있다는 것 아닌가.
“으음….”
작게 침음성을 내니, 교사는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아무래도…채윤이가 그 일이 있고 나서부터 많이 어두워졌어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니 아버님도, 저희도 주의 깊게 살피며 채윤이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채윤이를 도와야 한다.
그 말에 조성현은 크게 동의했다.
자신의 아내가, 그러니까 채윤이의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조성현은 채윤이에게 많은 것을 해주지 못했다.
채윤이가 이렇게 바르게 클 수 있었던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유치원도 거부하고, 애초에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거부하며 살아갔을 수도 있다.
아니면, 조성현이 선택했던 것처럼 무언가 하나에 미치도록 파고들어서 다른 것은 신경 쓰지 않았을 수도 있다.
조성현은 힐끗, 교사의 옷에 달려있는 이름표를 확인한 후 입을 열었다.
[햇님반 민은정.]그녀에게 조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유치원 교사로서 아이를 챙겨주는 게 물론 맞지만, 그걸 일로 생각하느냐 아니냐는 조금 다른 문제니까.
그녀는 진심으로 채윤이를 걱정해주고 있었다.
“민은정 선생님.”
“네, 아버님.”
“앞으로도 채윤이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네. 아버님. 걱정 마세요.”
웃으며 답을 한 민은정 선생은, 아, 하면서 작은 소리를 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무언가를 찾는지 방 한쪽에 있는 책장을 뒤적거리다가 노트 하나를 꺼냈다.
어린이용 일기장.
“이거, 채윤이 일기장이거든요. 원래는 이번에 있을 가을 운동회까지 보관하고 있다가 가장 잘 쓴 일기 하나를 발표한 후에 나눠드리려 했었는데, 채윤이 일기장은 먼저 드릴게요.”
“…….”
“채윤이가… 아버님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 말에 조성현은 미소를 보이며 일기장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러던 그는, 퍼뜩 고개를 들어 민은정 선생을 바라보았다.
“지금 뭐라고…?”
“채윤이가 아버님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는데…”
“아니, 그전에요. 가을 운동회요?”
“네네. 저희 다음 주 토요일에 가을 운동회… 혹시, 채윤이가 가정통신문 전달 안 해주던가요?”
“잠시만요.”
조성현은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왜?”
“엄마, 혹시 채윤이 가을 운동회 관련 가정통신문 온 거 있어요?”
-있는데. 왜? 이번에는 네가 갈 거야?
그걸 듣고, 조성현은 눈을 깜빡거렸다.
고민할 것도 없었다.
이번 생에는, 채윤이를 위해서 살기로 했으니까.
“응. 내가 갈게.”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