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80)
80화
정신없이 지나간 토요일을 뒤로하고, 일요일이 되었다.
일요일 아침, 채윤이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다.
어제 저녁, 지쳐서 일찍 잠들었다가 오늘 일찍 일어난 것.
“아빠! 일어날 시간이야!”
채윤이가 조성현의 볼을 쿡쿡 누르며 말했다.
조성현은 으음 하고 소리를 내며 눈꺼풀을 올렸다.
눈을 뜨자마자 그가 본 것은, 해맑게 웃고 있는 채윤이의 얼굴이었다.
아이는 생글생글 웃으며 조성현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는 피식 웃으며 채윤이를 품에 끌어안았다.
채윤이는 조성현의 다리에 앉으며 그의 품에 얌전히 안겼다.
“채윤이, 잘 잤어요?”
“네에!”
조성현의 말에 채윤이 조성현의 가슴팍에 얼굴을 비비며 답한다.
하품을 하며, 조성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제 저녁, 많은 일이 있었다.
피아노를 치려다가 채윤이가 일어나서 아이를 다시 재우고, 조성현은 거실로 나와서 소파에 계속 앉아 피아노를 바라만 보았다.
왜 자신이 피아노를 치려고 했는지 스스로가 이해가 되지 않아서 그는 한참 동안 자신의 행동 원리를 파악하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그리고 그는 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아마, 새벽 1, 2시쯤이었을 거다.
“채윤아, 지금 몇 시야?”
“움… 7시!”
아이의 말에 조성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거리고는 슬쩍 채윤이를 들어 올리며 얼굴을 확인했다.
눈꼽이 끼어 있는 아이의 눈을 보고, 조성현은 빙긋 웃으며 손을 들었다.
조심스럽게, 아이의 눈꼽을 떼준 후.
그는 채윤이를 안아 들며 몸을 일으켰다.
일요일이지만, 할 일이 없지는 않았다.
아니, 원래라면 바빴을 거다.
콩쿨 본선 1차 무대에서 연주할 곡을 결정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조성현은 어젯밤 혼자 소파에 앉아 생각하면서 오늘은 채윤이에게 그 어떤 짐과 고민거리도 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아이가 오늘은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했으면 했으니까.
“오늘은 뭐할까 채윤아?”
“채윤이는 몰라.”
“몰라?”
“응!”
당당하게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아이의 말에 조성현은 웃으면서 화장실로 걸음을 옮겼다.
잠을 깰 겸, 일단 세수부터 할 생각이었다.
“채윤이도 씻을래.”
“그럴래?”
조성현이 세수를 하려고 하는 걸 보고, 채윤이가 말한다.
조금 더 뒹굴거리거나 하다가 씻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씻겠다고 하니 약간은 의외였다.
‘나쁠 건 없으니까.’
오히려 좋은 일이다.
일어나서 바로 씻는 습관을 들이는 거니까.
조성현은 자신이 세수를 하기 전에 먼저 채윤이가 세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세수를 한 아이는 칫솔을 입에 물었고.
조성현은 아이가 양치를 하는 동안 세수를 한 후 양치했다.
“치카치카.”
채윤은 기분이 좋은지, 칫솔을 입에 물고 웃었다.
치카치카라고 입으로 소리 내며 웃는 아이를 보고, 조성현은 손을 뻗어 채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 씻었어!”
“채윤이 이제 깨끗해졌네?”
“맞아!”
아이가 해맑게 답한다.
심지어 아이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몸을 씰룩씰룩 움직였다.
뭐랄까, 춤을 추려고 하는데.
몸이 안 따라주는 느낌이다.
어제 앵무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난 이후로 계속 울거나 시무룩해 있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
다행이었다.
오늘도 시무룩해 있으면 조성현도 힘들 뻔했는데.
아빠로서 아이가 시무룩하고 우울한 모습을 보이면 괴로울 수밖에 없었으니.
빙긋 웃으면서, 조성현은 입을 열었다.
“우리 오늘 아침은 뭐 먹을까?”
“밥…?”
“응. 아침밥.”
“채윤이는 잘 먹을 수 있어.”
고개를 끄덕거리며, 아이가 말한다.
뭘 먹을지 물어봤는데 잘 먹을 수 있다는 엉뚱한 대답을 하는 아이의 모습에, 조성현은 픽 하고 숨을 토해내며 소파에 앉았다.
“채윤이가 아침 잘 먹는 건 아빠도 알지.”
“맞아. 아빠는 다 알아!”
“아빠도 모르는 거 엄청 많은데?”
“모르는 거?”
“응. 아빠는 지금 채윤이가 아침으로 뭘 먹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네?”
채윤이가 조성현이 앉아 있는 소파로 다가와 소파 위로 뛰어올랐다.
폴짝하고 뛰어서 소파 위에 누운 아이는, 그 자세 그대로 조성현의 다리를 베고 누웠다.
기분 좋은 얼굴로, 채윤은 조성현의 다리에 볼을 비볐다.
그러더니 갑자기 다리를 퍼덕퍼덕 거린다.
“푸히히.”
웃음을 흘리며 채윤이는 계속 다리를 퍼덕거리다가 지쳤는지 헤엑헤엑 거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조성현은 채윤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톡톡 두드렸다.
“그래서 채윤이 진짜로 아침 뭐 먹고 싶은데?”
“채윤이는 아빠가 해주는 거!”
“아빠가 해줄게.”
“진짜?”
눈을 깜빡거리며, 채윤이가 되묻는다.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신이 해주는 요리를 먹고 싶다는 채윤이의 말에, 조성현은 최근 아침을 건너뛰거나, 간단하게 빵을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걸 깨달았다.
조성현의 문제라기보다는, 채윤이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힘들어서 아침을 잘 못 먹는다는 게 주된 원인이었지만.
어쨌든 조성현이 해주는 요리를 요 며칠 많이 먹지 못한 건 사실이었다.
“아빠가 해주는 거 뭐 먹고 싶어?”
“밥!”
“빵 말고 밥?”
아이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하긴, 최근에 빵을 너무 많이 먹긴 했다.
조성현은 여전히 무릎에 누워서 다리를 흔들거리는 채윤이를 보며 다시 물었다.
“밥이랑 같이 뭐 먹고 싶은데? 반찬 같은 거.”
“밥!”
“…먹고 싶은 거, 밥 말고 없어?”
“채윤이는 아빠가 해주는 밥 좋아.”
눈을 반짝거리면서 아이가 말한다.
조성현은 풀썩 웃었다.
“그러면 아빠가 채윤이한테 어떤 요리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는 질문을 바꿨다.
그리고 나서야, 제대로 된 답이 튀어나온다.
“우음… 계란.”
“계란 후라이?”
“응!”
“그리고?”
“어… 콩물? 국?”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이가 말한다.
조성현은 아이의 볼을 가볍게 찌르며 입을 열었다.
“콩나물 국?”
“응! 콩나물 국!”
“그래. 그러면 그렇게 해서 밥 먹자.”
그는 그렇게 말을 하며 채윤이를 일으켜주고는, 자신도 몸을 일으켜 부엌으로 향했다.
계란 후라이야 당연히 할 수 있고.
콩나물 국도 그리 어려운 요리가 아니었다.
마침 얼마 전에 사둔 콩나물도 있어서 다행이었다.
원래는 콩나물로 무침을 해먹을 생각이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그대로 둔 것.
이 참에 콩나물 국을 끓이면 될 것 같았다.
조성현이 혼자 먹는 거라면 청양고추를 넣어서 조금 칼칼하게 끓여 먹었을 텐데, 지난번에 떡볶이를 함께 먹으며 채윤이가 얼마나 매운 걸 못 먹는지 알게 된 조성현이다.
당연히 채윤이가 매워 할 수 있는 재료들은 전부 뺄 생각이었다.
아침 준비를 하는데, 40분 정도가 걸렸다.
채윤이는 그동안 조성현의 주위를 맴돌았다.
혹시 방해가 될까 봐 두 걸음 정도 떨어져서 지켜보면서 맴돌던 아이는, 음식이 준비되자마자 식탁으로 달려갔다.
“채윤이가 수저 준비할까?”
“응!”
조성현의 말에 채윤이가 식탁 위에 있는 수저통에서 수저를 꺼내 준비한다.
어린이용 수저 세트, 그리고 일반 수저 세트.
근데, 반대로 준비를 했다.
“오늘은 아빠가 채윤이 껄로 먹는거야?”
“푸히히. 맞아맞아!”
아이가 웃음을 터트렸다.
조성현이 보기에는 별거 아닌데, 채윤이로서는 많이 웃겼던 모양.
아이가 웃으니 보기 좋았다.
그들은 바로 식사를 시작했고.
얼마 먹지 않아, 결국 채윤이와 조성현은 다시 수저를 바꿔서 먹어야 했다.
어린이용으로 나온 수저 세트에 익숙해져 있던 채윤이는, 일반 수저 세트에 쉽게 익숙해지지 못했다.
식사를 끝내고, 조성현은 설거지를 했다.
그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채윤이는 하품을 하며 거실 바닥을 뒹굴거리다가, 피아노 앞에 앉았다.
아이가 항상 피아노를 치는 건 아니었지만, 하루에 두 시간 정도는 꼭 피아노를 치고는 했다.
하루라도 피아노를 치는 걸 거르는 법이 거의 없다.
그래서 조성현이 어제 머리가 복잡했던 것이기도 했다.
하루라도 피아노 치는 걸 거른 적 없는 채윤이가, 어제는 피아노를 치지 못했으니까.
곧 연주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이가 치는 곡은, 조성현도 처음 듣는 피아노였다.
어제 동물원에서 듣고 따라 치는 건가?
아니면 그냥 유치원에서 배운 곡?
조성현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설거지를 끝냈다.
그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소파에 앉아 채윤이가 연주를 하는 걸 들었다.
채윤이의 연주는 우울했다.
아이의 기분이 우울한 건 아니고, 곡 자체가 약간 우울하다.
이런 곡은 정말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완성된 곡이 아닌 것 같은데.’
뭔가, 완성도가 있는 연주가 아니다.
평소에 몇 번 들으면 곧잘 따라 하던 아이라는 걸 아는 조성현으로서는 이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잠시 동안 연주를 하다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손을 멈췄다.
그러다가, 조성현이 뒤에 있는걸 느낀 건지 채윤이는 고개를 뒤로 젖혀 조성현과 눈을 마주친다.
“채윤아. 그러다 넘어져.”
뒤로 넘어질 것 같아서, 조성현은 슬쩍 아이의 등을 밀어주며 채윤이가 똑바로 앉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아빠.”
“응?”
“아빠는 왜 다 잘해요?”
“……?”
조성현은 아이의 물음에 눈을 깜빡거렸다.
왜 다 잘하냐고 묻는 질문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겠어서.
“음… 어떻게 다 잘하냐고?”
“응. 아빠는 다 잘해. 어어, 피아노도, 바이올린이랑 어… 요리랑 노래도 잘해.”
“아빠 잘 못 하는데. 피아노도 채윤이보다 못하고, 바이올린도 잘 하는 거 아니고… 요리도 할머니보다 못하잖아. 노래는 유미 언니나 예나 언니보다 못하고.”
“아닌데. 아빠는 채윤이보다 피아노도 잘하고 바이올린도 잘하고. 유미 언니보다 노래도 잘해.”
그 와중에, 할머니보다 요리를 더 잘한다는 말은 안 한다.
조성현은 피식 웃으며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채윤아.”
“네에?”
“아빠가 채윤이보다 다 잘하는 것 같아?”
“응.”
아이가 그렇게 말을 하며 인어공주 인형을 끌어안는다.
조성현은 볼을 긁적거렸다.
채윤이가 갑자기 왜 이런 말들을 하는 걸까.
조성현은 빠르게 생각했다.
하지만 쉽게 결론 내릴 수 없는 문제였다.
“채윤이도 아빠만큼 다 잘하고 싶은데, 아빠만큼 하는 건 너무 어려워.”
아이가 그렇게 말을 하며, 한 손을 들어 피아노를 따라란 하고 두드렸다.
조성현은 그걸 보고 나서야, 채윤이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아이는, 음악적으로 더 성장하고 싶어 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