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83)
83화
“아니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서예나가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리며 전화를 끊었다.
그녀의 행동에 우경수 팀장은 힐끗 고개를 돌려 서예나를 바라보았다.
이번에 최현준이 나가면서 우경수 팀장은 조금 바빠졌다.
보낼 최현준이 서예나가 스케줄이 있을 때마다 픽업을 하고는 했는데, 이제는 그 역할을 우경수 팀장이 하게 된 것.
그녀는 자신이 팀장까지 되어서 이렇게 해야 하냐고 불평하듯 말했지만, 서예나와 함께 하는 시간을 그리 싫어하진 않았다.
“왜 그래?”
우경수 팀장은 인상을 찡긋거리며 창문으로 고개를 돌리는 서예나를 향해 물었고.
창밖을 바라보려던 서예나는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아니, 그 성현이라는 사람 있잖아.”
“어, 성현씨가 왜? 일하는 거 마음에 안 들어?”
“그건 아닌데… 지금 6시 거의 다 됐다고 퇴근해야 한다고 내가 회사로 가겠다는데 오지 말라고 하잖아.”
“…대단한 사람이긴 해. 딸 돌봐야 한다고 바로 퇴사하기도 하고.”
“나는 퇴사한다는 거 그냥 내 제안 받아들이기 싫어서 하는 거짓말인줄 알았는데, 진짠 거 알고 완전 놀랐었잖아. 뭐 그런 미친놈이 다 있나 싶어서.”
“뭘 또 그렇게까지.”
우경수가 그렇게 말하며 피식 웃었다.
내심 그녀도 공감 되었던 것.
조성현은 정말 열심히 일하던 사람이었다.
박중원이 항상 이야기하던 직원이었으니, 모를 리가 없다.
근데 그런 조성현이 어느 순간부터 변했다면서, 칼퇴근을 하고 심지어는 지각까지 하더니 대뜸 퇴사를 하겠다고 말했다면서.
박중원은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듯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만큼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사람이 조성현이었다.
우경수도 처음에는 조성현이 쇼하는 줄 알았다.
연봉이라도 올리려는 거라고 생각한 거다.
하지만 조성현은 정말 칼같이 퇴사를 하고 그 이후에는 딸과 함께 자주 시간을 보냈다.
볼 때마다 항상 딸과 함께였었으니까.
“능력 있는 사람이 퇴사한다고 하면 설마 진짜 퇴사하겠어 싶긴 하잖아.”
“오, 능력 있다고 인정한 건 좀 의외다?”
“왜 그래. 언니도 능력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면서.”
“조금?”
서예나의 말에 우경수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사실 처음에는 조성현의 능력을 조금 의심하긴 했다.
다른 팀원들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래서 박중원과 함께 식사를 하며 조성현에 대해 물었고, 믿어도 된다는 확답을 받았다.
그 이후로는 신경을 안 쓰려고 노력했는데.
오늘, 출근해서 한 것들을 들어보고는 조성현의 능력에 대한 의심을 거두기로 마음을 먹었다.
조성현은 충분히 잘 해주고 있었다.
일단, 서예나가 하고 싶어 하는 음악은 잘 파악을 했고.
그중 어떤 곡을 골라서 어떤 방향으로 프로듀싱을 하느냐가 문제였다.
아마 이제부터는 조성현이 관여할 것들은 많지 않을 거다.
음악에 있어서는 전문 프로듀서와 엔지니어들이 붙을 테니까.
조성현의 역할은 사실, 그냥 서예나의 이번 앨범 작업을 조금 보조해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걸 단 두 번의 출근으로 거의 다 마무리했다는 게 대단하긴 하지.’
다른 매니저들이었다면 아마, 쓸데없이 시간 낭비를 많이 했을 거다.
하지만 조성현은 군더더기 없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듯 빠르게 움직였고.
서예나와 몇 번 이야기 나눈 후 다시 자신의 일을 해나갔다.
그런 집중력이, 또 버리는 시간 없이 효율적으로 일하는 게 확실히 능력 있어 보이긴 했다.
“일단 그 누구냐. 이름도 기억 안 나네.”
“최현준?”
“어, 그 새끼보다 일 잘 하는 건 확실해. 매니저 쪽으로는 비슷비슷할 수도 있는데, 음악에 대한 이해도는 무조건 이 사람이 더 높아.”
“박 팀장도, 음악 쪽으로 맡기면 일단 망할 일은 없다고 하더라. 어디서 그 믿음이 오는지 몰랐는데, 일하는 거 보니까 대충 감이 와.”
“나 솔직히 말해도 돼?”
“우리 사이에 안 솔직할 건 또 뭐야.”
우경수가 웃으며 얼른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까딱거렸고.
서예나는 창문을 살짝 열어 바람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요즘, 일 하는 게 다시 재미있어 지고 있어.”
“…그건, 잘된 일이네.”
“응. 그래서 더 욕심나더라. 유미라는 애 심정이 이해되기도 하고.”
“유미가 왜?”
“오늘 우연히 만났거든.”
“근데?”
“나한테 막 짜증 내더라? 그냥 별거 아닌 거로.”
“…뭐, 커피 뿌리거나 한 거 아니지?”
“언니는 무슨 내가 짜증 나면 커피부터 뿌리는 사람인 줄 알아?”
“솔직히 최근에 좀 뿌리긴 했잖아.”
“아니, 그때 커피도 안 들고 있었고… 들고 있었어도 그럴 생각 없었어.”
“다행이네 그건.”
서예나의 성격을 알고 있는 우경수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별 일이 있지는 않은 모양이다.
“유미, 걔도 성격 있더라.”
“그래? 유미가 원래 그런 애가 아닐텐데. 엄청 순하다던데.”
“걔가 순하면 나는 뭐, 천사게?”
“…….”
“말이 그렇다는 거지. 뭘 또 그렇게 봐.”
서예나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우경수가 피식 웃었다.
“아무튼 걔 성격 완전 장난 아니야. 평소에는 잠잠한데,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 같은 거 있잖아. 딱 그거라니까.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안 괜찮은 거 딱 하나 건드리면 바로 터지는 애야.”
“근데 너한테 왜 짜증낸 건데?”
“…내가 건드리면 안 되는 그 하나를 건드렸나 보지.”
서예나는 그렇게 말하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 * *
“안녕하세요. 아버님.”
“네, 선생님. 안녕하세요.”
유치원에 가자마자 민은정 선생이 조성현에게 인사를 건넸다.
조성현도 민은정 선생에게 인사를 하고, 채윤이를 찾았다.
채윤이의 옆에는, 영준이와 다른 여자아이 한 명이 있었다.
언젠가 한 번 채윤이와 약간 마찰이 있었던 아이인 것 같은데.
‘이름이… 미현이라고 했었나?’
정확히 기억은 안난다.
분위기가 그리 험악해 보이지는 않았다.
여자아이가 뭐라고 투덜투덜거리는 것 같긴 했지만, 잘 들리지는 않았고.
채윤이는 조잘조잘 떠들다가 조성현을 발견하고는 어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는 곧바로 조성현에게 달려왔다.
“아빠!”
“아이고. 채윤아. 넘어지겠다.”
조성현은 아이를 안아 들며 말했다.
채윤이의 친구, 미현이 다가온다.
조성현은 고개를 들어 미현을 바라보았고.
미현도 찬찬히 뜯어보듯 조성현을 살폈다.
“아저씨.”
“응?”
“아저씨가 채윤이 아빠에요?”
“응, 아저씨가 채윤이 아빤데.”
“아저씨 달리기 잘해요?”
“…달리기? 글쎄. 잘하지는 못하는 것 같은데?”
대뜸 물어오는 미현의 말에, 조성현은 웃으며 답했다.
채윤이가 멈칫거리면서 몸을 꿈틀거리더니 입을 연다.
“아닌데. 아빠는 달리기 잘하는데.”
아이가 그렇게 말했지만, 미현은 흥 하고 콧소리를 냈다.
“…….”
조성현은 아이들 사이에서 뭘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영준이를 바라보았다.
영준이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무슨, 7살 짜리가 저런 얼굴을 하지.
조성현이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할 때.
미현이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아저씨, 그러면 우리 아빠보다 노래도 잘하고 바이올린도 잘해요?”
“음… 그것도 막 잘하진 못할걸? 미현이 아버님이 얼마나 잘하시는지 모르니까… 아저씨는 잘 모르겠다.”
조성현이 웃으며 답했고.
미현이는 잠시 조성현을 바라보다가 몸을 홱 돌렸다.
아이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도저히 모르겠어서, 조성현은 그저 어색하게 웃었다.
채윤이는 미현이와 영준이를 향해 손을 흔들 뿐이었다.
그런 조성현과 채윤이를 보면서, 민은정 선생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아버님.”
“네 선생님.”
“혹시 우리 채윤이 드레스는, 어떻게 됐을까요?”
“아.”
조성현이 작게 소리를 냈다.
드레스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채윤이가 유치원에서 무대를 할 때 드레스를 입으면 예쁠 것 같아서, 또 앞으로 계속 콩쿨을 나가게 되면 드레스를 입는게 좋지 않을까 해서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정작 시간이 잘 안나서 사지를 못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주말에는 꼭 사야겠네.’
아마, 많이 입어봐야 내년까지 입고 채윤이가 커서 더 이상 입지 못하지 않을 것 같긴하지만….
‘그래도 추억이 하나라도 더 있으면 좋으니까.’
아이가 드레스를 입고 연주를 했던 기억이 한 번이라도 남을 수 있다면.
괜찮지 않겠는가.
이번에 서예나의 디지털 싱글 작업을 하면서 받은 돈도 있겠다, 부담은 많지 않았다.
“제가 까먹고 있었네요. 이번주 주말에 채윤이랑 같이 쇼핑해볼게요.”
그렇게 말하는데 채윤이 옆에서 끼어들었다.
“쇼핑?”
“응. 아빠랑 주말에 같이 옷 사러 갈까?”
조성현의 그 말에, 채윤이 활짝 웃었다.
“채윤이는 좋아요!”
아이가 기분 좋은 목소리로 답 했고, 채윤이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예쁜 옷 사자.”
“인어공주 옷?”
“음… 인어공주 옷…은 아니고. 다른 거?”
“다른 거?”
“응. 채윤이가 연주할 때 입을 거.”
“콩구르에서 입을 거.”
연주할 때 입을 거라고 하니, 콩쿨에서 입는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렇게 중얼거렸고, 옆에서 민은정 선생이 바로 반응했다.
“아, 그러고 보니 채윤이 콩쿨에 나간다고 했죠? 어떻게 됐나요?”
“이번에 예선 통과하고 본선 준비 중이에요.”
정확히는, 이제 준비해야 하지만.
“진짜 우리 채윤이 나중에 완전 유명해지는 거 아닌가 몰라요.”
“하하….”
“이번 콩쿨도 우승하겠죠?”
“글쎄요.”
조성현이 웃으며 답했다.
진심으로, 모르겠다.
채윤이가 우승을 할지 안할 지는 정말로 가늠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이의 피아노는 너무 좋지만, 어쨌든 채윤이는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표현력이 정말 좋고, 어떤 연주를 해야 하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건 천재적인 재능이지만….
어찌됐던 연습이 아니면 채울 수 없는 부분들도 상당히 많았다.
기술적인 부분이나, 곡을 반복적으로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것들도 있는 법이니까.
채윤이가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결국 노력을 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들도 있었다.
아이가 콩쿨을 하면서 얼마나 성장 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거다.
입상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
하면 자랑스럽고, 또 뿌듯하겠지만….
조성현에게나 채윤이에게나, 딱히 상이 중요한 건 아니었으니.
‘그래도….’
그는 슬쩍 고개를 돌려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그저 웃으며 조성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승하면, 좋겠네요. 하하.”
자신의 딸이 우승하면, 참 좋을 것 같긴 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