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85)
85화
채윤이는 결국 그날, 악보를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완벽하게 읽은 것도 아니고, 옆에서 조성현이 붙어서 함께 해준 것이었으니 읽었다고 하기도 민망하지만….
‘어쨌든, 하긴 한 거니까.’
조성현이었다면, 아무리 옆에 자신 같은 사람이 붙어 있었다고 해도 금방 포기를 해버렸을 거다.
하지만 채윤이는 중간에 연필을 가지러 간 것 말고는 거의 움직이지도 않고 악보에만 집중했다.
새로운 곡을 배우는 게 마냥 즐거운 일인 것 마냥, 아이는 마지막으로 곡을 완벽하게 연주를 한 후에 조성현을 끌어안았다.
“다 했다!”
채윤이 그렇게 외치며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자, 조성현은 아이의 어깨를 감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 채윤이, 너무 수고했다.”
“헤헤.”
“요구르트 하나 먹을까?”
그 말에, 채윤이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조성현은 냉장고로 가서 요구르트 두 개를 꺼냈다.
그는 빨대를 꽂아 채윤이에게 요구르트 하나를 내밀었고, 아이는 그것을 받아 요구르트를 쪽쪽 빨아 먹기 시작했다.
“요구르트 마시면서 노래 듣자.”
“채윤이는 좋아.”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아이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조성현은 스피커와 자신의 스마트폰을 연결해, 곡을 재생시켰다.
이제 슬슬 정말로 채윤이가 이번에 콩쿨 본선에서 어떤 곡을 연주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콩쿨 본선 무대까지 이제 열흘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
채윤이에게 열흘이라는 시간은 피아노를 충분히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일 테지만, 다른 아이들은 채윤이보다 훨씬 긴 시간을 연습해왔을 거다.
채윤이가 아무리 서둘러서 연습을 한다고 해도, 부족했다.
아이의 재능이 부족한 연습량을 어느 정도 채워 줄 수는 있겠지만, 그걸로는 역부족이리라.
세상에 피아노에 재능 있는 아이가 채윤이만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이번 본선 1차에서는 주최측에서 정한 4개의 소나티네 중 하나를 골라서 연주하면 된다.
소나티네는 작은 소나타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일반 소나타와 비교했을 때 규모가 작고 연주하기가 쉬운 것이 특징이었다.
피아노 학원에서 초심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줄 때 자주 사용하는 곡들이었기에, 난이도가 높다고 말하긴 힘들었다.
하지만, 제대로 곡의 느낌을 살리기에는 상당히 힘든 곡이 바로 소나티네다.
실력 있는 피아니스트가 친 소나티네와, 초심자가 친 소나티네는 천지차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차이가 있었다.
채윤이가 예선 무대에서 친,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6번도 소나티네였다.
이번 본선 곡 후보들 중에서도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6번이 올라가 있었다.
“채윤아, 이거 먼저 들어볼까?”
“응!”
채윤이는 예선을 준비할 때 들은 걸 기억 하는지, 조성현이 동영상의 썸네일을 보여주자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성현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6번부터 차례로 곡들을 들었다.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6번.
무치오 클레멘티의 소나티네.
프리드리히 쿨라우의 소나티네.
그리고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소나티네.
여러 번 반복해서 곡들을 들은 후에, 조성현은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채윤아, 어떤 곡이 제일 마음에 들어?”
“우음….”
아이는 쉽게 결정하지 못하겠는지, 고민하는 얼굴이 되었다.
“익숙한 걸로 할까?”
아무래도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6번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채윤이에게는 연습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그런 상황에서 이미 준비를 해봤던 곡이 있다는 건 어쩌면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니까.
하지만, 채윤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다른 거.”
모차르트는 물 건너갔다.
아이는 확실하게 자신의 뜻을 표현 했고, 채윤이가 고민하고 있는 곡들은 결국 무치오 클레멘티, 프리드리히 쿨라우, 그리고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소나티네 중 하나다.
“…해볼래.”
채윤이는 피아노로 곡을 한 번씩 연주해볼 생각인 건지, 소파에서 내려가 피아노 앞으로 향했다.
몇 번씩 들어보기는 했지만, 당연히 쉽게 따라 연주할 수는 없을 거다.
대신 느낌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겠지.
조성현은 잠시 소파에 앉아 채윤이가 곡을 연주하는 것을 듣다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아까 채윤이가 연필을 꺼내면서 어지럽혀져 있는 아이의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조성현이 걸음을 옮겨, 채윤이의 가방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아이의 연주를 들으면서, 가방을 정리하던 조성현은 문득 오늘 민은정 선생이 써준 기록지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는 기록지를 꺼냈다.
[오늘 채윤이는 아침부터 밝은 모습이었어요.친구들이랑 같이 수업을 잘하고, 쉬는 시간에는 전처럼 피아노로 가서 피아노 연주만 했습니다.
점심으로 나온 된장국과 함박스테이크도 잘 먹고, 오후에도 여전히 피아노를 쳤어요.
최근에 채윤이가 친구들과 많이 어울리며 예전보다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줄었는데, 오늘은 무슨 일인지 계속 피아노만 치더라고요.]
민은정 선생이 써둔 걸 확인한 조성현은, 볼을 긁적거렸다.
그러니까, 채윤이는 유치원에서도 계속해서 피아노를 치다가 집에 돌아와서도 조성현과 함께 악보를 읽으며 피아노를 치고 있는 거다.
악보를 읽는 중간에 함께 짜장면이랑 탕수육을 먹은 거 말고는 쉰 적도 없었다.
“채윤아, 안 힘들어?”
조성현은 기록지를 가방에 집어넣으며 물었다.
아이에게서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채윤이는 피아노 연주에 집중하고 있었고, 조성현은 아이가 자신의 말을 못 들었다는 걸 깨닫고 조용히 곡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베토벤의 소나티네를 연주하고 있던 채윤이는, 끝나자마자 숨을 후우 하고 내쉬었다.
조성현은 채윤이를 가만히 바라보며 기다렸고.
잠시 가만히 건반을 내려다보던 채윤이는 몸을 돌려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아빠.”
“응, 채윤아.”
“나는 3번!”
“3번이 어떤 건데?”
조성현이 물었다.
아이가 어떤 곡을 할지 결정을 한 것까지는 알겠는데, 무슨 곡으로 결정한 건지 모르겠다.
채윤이는 미간을 찡긋거렸다.
작곡가 이름이 기억이 안 나는 모양.
하긴, 그럴 법도 하다.
당장 조성현도 모차르트와 베토벤 빼고는 가물가물 했으니까.
“채윤아, 모르겠으면 피아노로 알려줘도 괜찮아.”
조성현의 그 말에 채윤이의 얼굴이 밝아진다.
아이는 곧바로 건반에 손을 올려 연주를 시작했다.
딴 따란 따라란.
피아노 연주를 듣고, 조성현은 그제서야 아이가 어떤 곡을 하기로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무치오 클레멘티의 소나티네.
어떻게 보면 가장 쉽다고 느껴질 수 있는 소나티네다.
그렇기에 초심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나티네.
아주 잘 정돈되어 있고, 명쾌한 소나타 형식으로 만들어진 곡이다.
“그럼 앞으로 그 곡으로 열심히 연습해볼까?”
“응. 열심히.”
채윤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답한다.
정말 열심히 해서, 잘 치고 싶다는 욕심이 드러나고 있었다.
역시, 채윤이는 조성현의 딸이었다.
* * *
다음날.
조성현은 출근을 하지 않았다.
수요일에 출근을 해서 우경수 팀장과도 이야기를 나누고, 또 가능하다면 서예나와도 다시 회의를 한 번 할 생각이었다.
‘오늘은… 클레멘티 소나티네를 좀 공부해야지.’
조성현은 집안일을 끝내 놓고, 거실 소파에 털썩 주저앉듯 앉았다.
채윤이의 하원 시간까지 4시간이 조금 넘게 남았다.
그 시간 동안 조성현은 클레멘티의 소나티네를 공부할 생각이었다.
조성현은 클레멘티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다.
그가 클래식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것도 아니고, 피아노를 배운 것도 막 틀에 맞춰서 배운 건 아니니까.
물론, 기본기 같은 것은 열심히 배웠지만 그 이상은 거의 조성현이 독학을 했다.
정말 유명한 클래식 작곡가들은 알고 있지만, 클레멘티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의 소나티네가 어떤 곡인지도.
채윤이가 콩쿨 본선에 클레멘티 소나티네로 참가를 하려면, 채윤이도 채윤이지만, 조성현도 그 곡에 대해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야 했다.
그래야 채윤이가 혹여나 잘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고, 또 잘 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도 확인을 할 수 있으니까.
조성현은 클레멘티 소나티네의 악보를 들고, 안경을 썼다.
평소에는 안경을 안 쓰는데, 공부를 할 때 가끔 쓰고는 했다.
조성현의 눈이 그리 나쁜 편은 아니기에, 도수가 높은 안경은 아니지만 공부를 할 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
악보를 천천히 읽어 나가며, 소나티네에 대해 조금씩 파악을 하던 조성현은 흐음 하고 소리를 냈다.
이해가 어렵진 않았다.
유재균이 조성현에게 초견이 상당히 좋다고 이야기한 적 있을 정도로, 조성현은 일단 악보 보는 것을 어려워하는 편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해하는 것과 그걸 잘할 수 있는 건 또 다른 이야기였다.
자신이 이해한 게 맞는 건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고.
조성현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슬쩍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의 시선 끝이, 피아노에서 멈췄다.
“…….”
약간의 갈등.
그리고, 조성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악보를 들고 일어나, 피아노 앞에 그것을 둔다.
피아노의 전원을 켜고, 건반 위에 손을 올리는데.
우우웅!
조성현의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진동했다.
움찔 몸을 떤 조성현은 고개를 돌려 소파 위에 있는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전화 올 만한 곳이 없는데….”
그는 결국 피아노의 전원을 다시 끈 후, 소파로 다가갔다.
조성현은 발신인을 확인하고는 피식 웃었다.
박중원이다.
“네, 여보세요?”
-어, 성현아. 뭐해.
“그냥 있었죠.”
슬쩍 피아노 쪽을 바라본 조성현이 답했다.
-오늘은 출근 안 하나?
“내일 갈 것 같아요.”
-아 그래?
“네, 무슨 일이에요? 서예나씨가 저 찾기라도 했어요?”
박중원이 갑자기 무슨 일로 전화를 다 했나 싶었다.
서예나가 가수 1팀으로 가서 자신을 찾아보기라도 한 걸까 싶었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뭔가 머뭇거리는 듯한 말투.
조성현은 눈을 깜빡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무슨 일인데요?”
-별건 아닌데, 너 지난번에 유미씨 만났다면서. 서예나씨랑 같이 있는데.
“네. 엘리베이터에서 한 번 봤어요. 그때 서예나씨랑 유미씨랑 살짝….”
그때 그걸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 조성현은 잠시 고민했다.
싸운 것도 아니고, 뭐 그렇다고 대놓고 마찰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니.
“분위기가 그리 좋진 않았어요.”
-응. 현아씨한테 들었는데, 그 뒤로 유미가 좀 이상해.
“이상하다뇨? 여전히 컨디션 안 좋아 보여요?”
-아니 그런건 아니고, 반대야.
박중원이 쓰읍하고 숨을 들이켜더니 말을 이었다.
-의욕적이야. 상당히.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조성현은, 미간을 찡긋거렸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