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88)
88화
조성현은 서예나가 사무실에 있는 것을 보고 조금 놀랐다.
오후에 그녀와 회의를 할 생각이긴 했는데, 이렇게 먼저 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서예나의 스케줄도 상당히 빡셀 텐데.
요즘 보면 스케줄이 없는 것 같아 보인다.
“안녕하세요. 서예나씨.”
“네, 안녕하네요. 얼른 회의 들어가죠.”
서예나는 조금 서두르는 기색이었다.
우경수가 그런 그녀에게 제동을 걸었다.
“커피 한 잔씩 사서 들어가자. 급할 필요 없잖아.”
급할 필요가 없는 일이긴 했다.
조성현은 긍정하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서둘러야 하는 건 맞지만.
회의를 급하게 진행해봐야 그리 도움 되는 건 없었으니까.
우경수의 말에 서예나는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결국 셋은 커피를 한 잔씩 사 들고 회의실로 향했다.
가수 2팀의 다른 팀원들이 조성현을 바라보며 묘한 눈빛을 보낸다.
조성현은 그들을 슬쩍 보다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태연한 그의 모습에 상대도 얼떨떨한 얼굴로 인사를 한다.
회의실에 들어가자마자.
서예나는 탁하고 소리 내어 책상 위에 커피를 올려놓고는 다리를 꼬고 앉았다.
“곡은 다 들어봤는데. 다 나름 나쁘지 않더라고요.”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이 어떤 건지 말씀해주시면….”
“‘푸른 밤’이요.”
망설임 없이, 서예나가 툭 하고 말을 내뱉는다.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후보로 있던 곡 중에서, 조성현이 가장 마음에 들던 곡이기도 했으니까.
미숙하지만, 감정 표현은 확실하게 되어 있는 곡이었다.
조성현은 고개를 돌려 우경수 팀장을 바라보았다.
“팀장님은요?”
“나는 뭐, 방금 서예나씨가 말한 ‘푸른 밤’하고, ‘고향’이 제일 괜찮은 것 같던데.”
우경수 팀장이 말한 ‘고향’이라는 곡은, 기성 작곡가가 쓴 곡이다.
완숙함이 돋보이는 곡.
감정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는지 확실히 잘 알고 곡을 쓴 티가 나서 들으면서 작게 감탄한 적이 있다.
“저도 ‘푸른 밤’이 가장 좋았으니, 거의 뭐, ‘푸른 밤’이 독보적이네요.”
조성현이 말했다.
‘푸른 밤’은 신인 작곡가가 쓴 곡이었고, 단점도 상당히 있었지만… 장점이 너무 확실하게 드러나 있었다.
그렇기에 우경수도, 서예나도 사로잡을 수 있었겠지.
책임자인 우경수 팀장, 아티스트인 서예나, 그리고 명목상이라고는 하지만 프로듀서인 조성현.
그 세명이 모두 ‘푸른 밤’을 선택했다.
곡은 거의 확정이 된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었고.
여기서 이제 중요해지는 건.
그럼 이 곡을 누가 건드릴 거냐…였다.
‘내가 프로듀서라고는 하지만, 정말 명목상 프로듀서니까.’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푸른 밤’을.”
“일단 작곡가랑 컨택 해본다고 했잖아요. 어떻게 이야기됐는데요?”
“후보곡 작곡가들이랑 전부 컨택 해봤고, 다들 뭐, 비슷한 답장이 돌아왔는데. ‘푸른 밤’ 작곡가는 혹시 곡에 수정이 들어가야 한다면 서예나씨를 직접 만나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거야 어렵지 않은 일이니. 그렇게 하면 되는 거고. 다른 건요?”
우경수 팀장이 조성현을 바라보며 묻는다.
조성현이 손에 들린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살짝 시간을 끌었다.
“작곡가들에게 물어본 건 별거 없었어요. 서예나씨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그리고 음악을 만들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뭘 그런 걸 물어보고… 아니, 뭐. 그래서요.”
서예나가 인상을 찡긋거리며 말하다가, 손을 휘휘 흔들었다.
그녀는 일단 말 해보라는 듯,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조성현이 말을 이어나갔다.
“다른 작곡가들은 전부 컨셉의 변화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는데, ‘푸른 밤’의 작곡가는 달랐어요. 그 사람은 이 곡이 서예나씨에게 어울렸으면 하는 생각에서 작곡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흠. 그 작곡가… 마음에 드네.”
서예나의 입가에 슬쩍 미소가 만들어진다.
조성현은 그것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
왜 웃냐는 듯, 서예나가 조성현을 바라보았고.
“곡들이 전체적으로 완벽하게 서예나씨와 맞아 떨어지는 건 아니라서 수정에 대한 것도 물어봤는데, 충분히 수정할 생각이 있고… 후반 편곡도 마음대로 해도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대신, 감정선만 해치지 않는 선에서요.”
“신인 작곡가라고 하지 않았나? 감정선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수정을 허용했다고요?”
우경수 팀장이 의아한 얼굴로 묻는다.
신인 작곡가는 보통 어떻게 해서든 곡을 내려고 하지, 이런저런 제한을 거는 편은 아니었으니까.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곡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히 있는 편인 것 같았는데. 제가 파악하기로 이 곡의 가장 큰 장점은 감정선이기에 완벽하게 동의를 했는데… 팀장님은 아니신가요?”
“아니, 성현씨 말처럼 곡의 가장 큰 장점이 감정선이 맞긴 한데. 그냥 잠깐 놀랐을 뿐이에요. 혹시 이번에도….”
바로 얼마 전에 ‘이빨빠진고양이’가 정체를 숨기고 신인 작곡가로서 서예나의 앨범에 곡을 수록하기 직전까지 갔었기 때문에, 그녀도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인 신인 작곡가와는 약간 다른 행동이 그녀에게 ‘혹시…?’하는 생각을 들게 만든 것.
조성현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번에는 그러 경우는 아닐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곡이 너무 미숙하다.
기성 작곡가였으면 이런 식으로 곡을 쓰진 않았을 거다.
우경수 팀장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고개를 끄덕거리며 넘어갔다.
조성현은, 슬쩍 서예나와 우경수 팀장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그가 우경수 팀장이 이번 회의에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분명히 있었다.
그리고 그걸, 이제 슬슬 드러낼 생각이었다.
곡도 정해졌고, 작곡가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해줬다.
“그럼 이제, ‘푸른 밤’이라는 곡을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가 문제네요.”
“그렇죠.”
우경수의 말에 조성현은 망설임 없이 답했고.
“…성현씨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요. 이 곡.”
우경수가 손가락으로 커피잔을 부드럽게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조성현은 명목상 프로듀서일 뿐이었고.
이 정도까지 했으면 사실, 그의 역할은 끝이다.
물론 곡을 녹음하고, 발매하기 전에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을 전부 그가 어느 정도 관리를 해주어야겠지.
본격적으로 녹음이 들어가면 서예나의 컨디션도 관리해줘야 하고.
하지만, 곡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건 이제 여기서 끝이다.
우경수 팀장이 조성현과 같은 명목상 프로듀서가 아닌, 다른 전문 편곡가와 엔지니어를 붙여서 앨범을 제대로 준비할 거고.
곡을 완벽한 상태로 수정하고 편곡할 거다.
원래대로라면 말이다.
하지만.
서예나도, 또 우경수도 느끼고 있는게 있다.
조성현이 지금까지 해온 일들만 보았을 때, 어쩌면 그가 ‘명목상 프로듀서’로서가 아니라 진짜 프로듀서로서 일을 맡을 만큼 능력이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그들은 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성현도 그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직접적으로 보여준 것들은 많지 않지만, 조성현이 음악을 다루는 태도에 있어서 그들은 은연중에 조성현에게 내뿜어지는 자신감을 느꼈을 거다.
그런 상황들 속에서.
“제가 직접, 컨트롤 해보고 싶습니다.”
조성현은, 폭탄을 던졌다.
이 안에서 결정이 된다면, 밖에서는 뒤집을 수 없는.
그런 폭탄을.
* * *
채윤이가 다니는 유치원.
그곳은 언제나처럼 시끌벅적했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소리 지르고, 민은정 선생이 열심히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본다.
혼돈 그 자체.
그리고 그 혼돈한 가운데, 미현이 있었다.
아이는 팔짱을 끼고,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채윤이를 바라보며 묘한 눈빛을 보냈다.
‘쟤, 요즘 뭔가 이상해.’
분명 뭔가 있다.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 거다.
미현은 생각했다.
지난번에 채윤이의 아빠를 직접 본 적이 있다.
그때 채윤이가 자랑한 것들을 전부 물어봤지만, 아저씨의 대답은 채윤이가 말한 것과는 조금 달랐다.
채윤이는 자신의 아빠가 피아노도, 바이올린도, 요리나 달리기도 잘한다고 했는데 아저씨는 잘 못 한다고 답했으니까.
‘뭐, 우리 아빠보다 좀 더 잘 생기긴 했던데.’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나쁘지 않은 얼굴이었던 것 같긴 하다.
아무튼, 그날부터 채윤이는 조금 달라졌다.
원래 피아노를 많이 치기는 했지만, 그래도 적당히라는 걸 아는 애였는데 요즘은 적당히를 모른다.
피아노를 치다가도 다른 아이들이 피아노를 치고 싶어 하면 바로 비켜주던 아이였는데.
다른 아이들이 직접 피아노를 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채윤이는 아이들이 옆에 슬쩍 다가와 피아노를 구경하며 눈치를 줘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야. 그냥 눈치를 못 챈 걸 수도 있긴 해.’
미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채윤이는 피아노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이 다가가도 모르는 걸 수도 있다.
미현은 그것을 시험하기 위해, 슬쩍 팔짱을 풀고 피아노 쪽으로 다가갔다.
채윤이가 요즘 치고 있는 피아노는 미현도 잘 알고 있는 곡이었다.
피아노 학원에서 자주 듣는 곡.
클레멘티의 소나티네다.
‘나도 저 곡은 칠 수 있는데. 쟤는 왜 저것만 치는 거야.’
하루 종일 같은 곡만 치니까, 자신이 먼저 질릴 지경이었다.
미현은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채윤이를 바라보며, 아이의 바로 옆까지 다가갔다.
자신이 바로 옆에 서 있는데도 불구하고, 채윤은 시선 하나 주지 않았다.
“조채윤.”
“…….”
채윤은 여전히 응답하지 않고, 피아노에만 집중했다.
미현은 쯧 하고 혀를 차며 건반에 손을 뻗었다.
따라… 딴.
채윤이가 치고 있던 연주가, 중간에 끊긴다.
아이는 건반에 여전히 손을 올린 채, 미현을 돌아보았다.
채윤이 미현을 가만히 바라본다.
살짝 찡그려져 있는 미간이, 채윤이의 심기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방해하지마.”
“어머, 얘 봐. 피아노 너만 치니?
“…피아노 치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닌 거 다 알아.”
어떻게 알았지.
미현은 순간 당황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그녀는, 문 너머에 조성현이 서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조채윤, 너희 아빠 왔는데….”
그 말에, 다시 연주를 이어나가던 채윤이의 손이 뚝 하고 멈춘다.
채윤은 곧바로 몸을 돌려 조성현을 확인하고는, 피아노 의자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아빠!”
아이가, 그렇게 외치며 달려간다.
미현은 황당한 표정을 하고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방금 자신을 돌아본 표정과는 전혀 다르게, 아빠에게 달려갈 때는 활짝 웃는 얼굴이었다.
“쟤 봐. 완전 여우라니까.”
아빠는 순한 곰 같은 느낌인데, 채윤이는 아무리 봐도 여우가 분명하다.
미현이 채윤이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