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90)
90화
조성현은 채윤이와 함께 장을 보고, 짐을 내려놓은 뒤 곧바로 다시 나왔다.
원래는 집에 들어가기 전에 드레스까지 보고 들어가려 했는데, 짐이 너무 많아 그건 무리였다.
“채윤이는 어떤 드레스가 제일 좋아?”
“우음… 인어공주 드레스?”
“콩쿨에서도 입고, 유치원에서 졸업식 할 때도 입어야 하는데. 인어공주 드레스 입을 거야?”
채윤이가 생각하는 인어공주 드레스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인어공주 컨셉이면 콩쿨이나 졸업식에는 안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성현의 물음에도 불구하고 채윤이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단호한 게, 절대적으로 인어공주 드레스를 입어야 한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조성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안 어울리면 뭐가 어떻겠는가.
그냥,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하면 되는 거지.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이동했다.
채윤이를 데리고 그가 온 곳은, 근처에 있는 유명한 쇼핑몰이었다.
아동복은 물론이고, 정말 다양한 가게가 몰려 있는 쇼핑몰.
혼자 가끔 오기는 했어도, 채윤이와 오는 건 또 처음이었다.
애초에 이곳에 올 일이 별로 없었으니, 그렇기도 하다.
커다란 쇼핑몰 바로 옆에는 워터파크도 있어서, 나중에 여름이 되면 함께 워터파크를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채윤아.”
“으응?”
채윤이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묘하게 답이 느렸다.
아이는 고개를 느릿하게 돌려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나중에 여름 되면 아빠랑 같이 저기도 가볼까?”
조성현은 워터파크를 가리키며 말했고, 채윤이는 우음 하고 소리를 냈다.
“채윤이는 물 무서운데.”
“물 무서워?”
“근데 놀고 싶어!”
물이 무서운 건 무서운 거고, 워터파크에서 놀고 싶은 마음은 또 따로인가보다.
조성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이가 물을 무서워한다면, 조심스럽게 데리고 놀아야 할 것 같았다.
영준이네랑 같이 가서 함께 놀다 보면 물이 조금은 더 친숙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중에 한 번 물어봐야겠네.’
여름까지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물어봐도 괜찮을 것이다.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릴 때였다.
“아빠.”
“응?”
채윤이가 말을 걸었고, 조성현은 아이를 내려다보며 답했다.
“아빠는 뭐가 제일 좋아요?”
뜬금없이 물어보는 채윤이의 질문에, 조성현은 가볍게 웃었다.
뭐 때문에 이런 질문하는지 잘 모르겠다.
“글쎄. 아빠는 채윤이가 제일 좋은 것 같은데?”
그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하지만 채윤이의 얼굴은 조금 심각해졌다.
“왜?”
그렇게 물었지만, 채윤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채윤이 말고. 다른 건?”
조성현은 그 질문에 잠시 고민을 했다.
채윤이를 제외한, 가장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것들은 당연히 여러 가지가 있었다.
음식도 있고, 물건도 있고, 사람도 있고.
그리고 동시에.
그가 좋아해도 되나 싶은 것도 있고.
결국 조성현은, 입을 열었다.
“아빠도 채윤이처럼… 음악이 좋은 것 같아.”
조성현은 어쩔 수 없이 조성현이었다.
그는 음악이 좋았고, 계속해서 음악을 하고 싶었다.
채윤이를 위해서 음악을 외면하고 있었지만, 결국 그는 조금씩 조금씩 다시 음악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당장, 이번에 서예나와 함께 앨범을 작업하는 것도 그렇다.
예상하지 못하게 프로듀서가 되었고.
일종의 책임감으로 프로듀서로서 해야 할 것들을 전부 하기 위해서 자신의 음악적인 능력을 감추지 않고 있었다.
외면하고 있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했다.
조성현은, 음악이 좋다.
채윤이는 조성현의 말에 뭔가 생각을 하는 듯하다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의 마음에 드는 대답은 아니었던 모양.
한숨을 쉬는 채윤이를 보며 피식 웃은 조성현은 아이와 함께 아동용 옷을 파는 가게로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어머, 너무 예쁘다.”
젊은 가게 사장이 그들을 맞았다.
그녀는 조성현과 채윤에게 인사를 하다가 채윤이를 발견하고 감탄했다.
으레 하는 말이긴 하겠지만, 조성현은 저절로 으쓱해지는 것을 느꼈다.
뿌듯하다.
하긴, 우리 채윤이가 조금 많이 예쁘긴 하지.
아빠로서 딸이 예쁘다는 말을 들었는데 기분이 나쁠 리가 없었다.
“아이가 콩쿨을 나가는데, 혹시 드레스 같은 거… 추천 해주실 수 있을까요?”
“어휴, 그럼요. 어떤 쪽으로 찾으세요?”
“인어공주 드레스요!”
채윤이가 끼어들어 답한다.
가게 사장은 멈칫거리더니 힐끗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조성현은 어깨를 으쓱거려 보였다.
가게 사장은 미소를 보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인어공주 드레스라… 몇 개가 있는데. 잠시만요. 공주님.”
사장은 가게 한쪽으로 가더니, 아동용 드레스 몇 벌을 챙겨 왔다.
“요건 일단 은은하게 분홍색 빛이 있는 거. 그리고 이건 살짝 녹색 빛. 이건 순백색….”
드레스를 슬쩍 채윤이의 몸에 가져다 데면서, 아이가 거울을 볼 수 있게 해준 가게 사장은 뭐가 가장 마음에 드냐는 듯,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채윤이는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
고민할 때 나오는 특유의 표정.
“예쁜데….”
“응. 다 예쁘지?”
“근데 인어공주 드레스가 아니야….”
채윤이 눈치를 보면서 말한다.
아이는 정말로 인어공주를 좋아하고 있었다.
조성현이 웃으며 다른 걸 보여달라고 말하려 하는데, 가게 사장이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공주님, 이름이 뭐예요?”
“채윤이요. 조채윤.”
“우리 인어공주님이 왕자님이랑 결혼할 때 어떤 옷 입었어요?”
“에엑…?”
채윤이는 이상한 얼굴을 해 보였다.
인어공주가 왕자랑 결혼을 한다는 것 자체를 상상하지 못했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럴 법도 했다.
채윤이는 인어공주 영화를 본 게 아니라, 아쿠아리움에 가서 공연을 본 후부터 인어공주를 좋아하게 된 거니까.
“인어공주는 왕자랑 결혼해요?”
“응? 공주님은 나중에 왕자님이랑 결혼할 때 이런 드레스를 입는데. 그건 몰랐어요?”
채윤이가 몰랐다는 듯 고개를 도리도리 흔든다.
얼른 더 이야기해달라는 눈빛으로, 가게 사장을 바라보면서.
가게 사장은 살짝 몸을 숙이며 채윤이에게 귓속말을 했다.
“나중에 왕자님하고 결혼하는데, 그때 이런 드레스를 입고 완전 멋지게 결혼식을 해요.”
“노래도요?”
“노래? 그치. 노래도 열심히 하면서 결혼해요.”
가게 사장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한다.
조성현은 뒤에서 가만히 채윤이와 가게 사장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영화의 엔딩이 그렇게 나는 게 맞긴 하다.
아무래도 나중에 아이에게 다로 인어공주 영화를 찾아서 보여줘야 할 것 같았다.
일단 지금은 가게 사장이 들고 있는 드레스들이 인어공주 드레스라는 인식이 박혀서 그런지, 진지한 얼굴로 어떤 드레스가 가장 좋을지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다행이네.’
물고기 색 드레스를 입지 않은 건, 다행이었다.
아무리 채윤이가 만족하면 된다고 해도, 누가 봐도 예쁜 드레스라면 더 좋은 거니까.
채윤이는 드레스 3개를 입어본 후, 마지막에 결국 은은하게 파란빛이 도는 드레스를 선택했다.
원피스 형식의 드레스였기에, 볼륨감도 적고 평소에도 잘 입고 다닐 수 있을 옷이어서 조성현은 만족했다.
다만.
‘더러워지면 빨기는 조금 힘들겠다.’
뭐라도 묻으면 바로 티가 날 옷이었다.
조성현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계산을 했다.
“여기, 영수증입니다. 채윤이가 진짜 예쁘네요.”
“감사합니다.”
“너무 예뻐서 티비에서 본 것 같고 막 그래요. 지난번에 미튜브에서 무슨 영상을 봤는데 거기에 나온… 어?”
가게 사장이 말을 하다가 말고 고개를 돌려 채윤이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채윤이… 미튜브에 나온 적 있죠? 그 왜, 유미 미튜브 채널 첫 번째 게스트로!”
그녀는 빠른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까지 유치원 밖에서 채윤이를 알아본 사람은 없었기에, 조성현은 신기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아, 네. 맞아요.”
“헐. 대박.”
가게 사장이 입을 가리면서 감탄한다.
조성현은 그저 어색하게 웃었다.
“채윤이 알아요?”
채윤이도 자신을 알아본다는 게 신기했던 건지, 가게 사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완전. 나 유미 뮤직 비디오도 보고, 홍대에서 콘서트 하는 영상도 봤는데… 와. 진짜 신기하네요.”
가게 사장은 채윤이의 말에 답을 하다 말고 조성현에게로 고개를 돌려 말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성현은 배우지 못했다.
매니저였을 당시에는 매니저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지만.
아빠로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가게 사장이 드레스가 담긴 종이 쇼핑백에 양말 두 개를 챙겨줬다.
“서비스로 드릴게요.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안 주셔도 되는데.”
“아뇨아뇨. 별거 아닌데요 뭘. 연예인 봐서 신기해서 그래요.”
“감사합니다.”
조성현은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후, 가게를 빠져나왔다.
약간 부담스러워서 조금 서둘러 빠져나왔는데, 채윤이가 호다닥 나왔다.
조성현이 서둘러서 나왔는데 채윤이가 더 빨리 나와서 오히려 그가 채윤의 손에 이끌려 나온 모양새였다.
“아빠.”
“응?”
“채윤이는 연예인이에요?”
“어? 아니야. 그런 건.”
조성현이 고개를 흔들었다.
방금 가게 사장이 채윤이를 가리켜 연예인이라고 해서 그런 거 같았다.
“연예인이 모에요?”
“음… 유미 언니나, 예나 언니 같은 사람들이 연예인이야.”
“인어공주도?”
“인어공주는 좀 다르긴 한데….”
“그치만 인어공주도 노래 잘 부르는걸?”
채윤이가 말한다.
조성현은 그 말을 듣고, 순간 말문이 턱 하고 막히는 것을 느껴야 했다.
연예인이라는 걸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결국 조성현은, 한참 동안 채윤이에게 연예인에 대해 설명을 한 후에야 아이에게 연예인을 정확히 이해시킬 수 있었다.
채윤이에게 연예인이 뭔지, 정확히 설명한 후.
“채윤아.”
“네에?”
“채윤이는 연예인 하고 싶어?”
“…모르겠어요.”
조성현은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아이의 대답은 명확하지 않았다.
“…그렇구나.”
조성현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가볍게 웃었다.
하긴, 자신도 모르겠는데.
채윤이가 명확하게 알기도 힘들 거다.
“히히.”
아이도 조성현을 따라 웃어 주었다.
* * *
그리고 그렇게 수요일이 지나고, 또 목요일이 지나.
금요일이 되었다.
조성현은, ‘푸른 밤’의 작곡가를 만날 수 있었고.
그를 보자마자 조성현은 경악했다.
‘쟤가 왜 여기서 나와?’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