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91)
91화
목요일은 쉬면서 채윤이가 준비하는 클레멘티의 소나티네를 공부했다.
그리고 금요일이 되고, 조성현은 어김없이 회사에 출근했다.
그날 오전은 정말 별일이 없었다.
항상 하던 대로, 서예나가 지금까지 발매한 곡들을 듣고.
오후에 있을 ‘푸른 밤’의 작곡가와의 미팅을 간단히 준비하는 게 전부였다.
오전 동안 그에게 말을 거는 사람도 없었고, 우경수 팀장도 담당 아티스트의 스케줄 때문에 오전에는 출근하지도 않았다.
덕분에 다른 팀원들과 어색하게 함께했지만, 조성현은 상관없었다.
팀원들은 우경수 팀장이 없어서 조성현을 더 의식하고는 했지만.
오늘은 박중원도, 장현아도 다 일이 있어서 점심도 조성현 혼자 먹었다.
작곡가가 미팅이 4시에나 된다고 해서, 점심 식사 전에 미팅 준비를 전부 끝내둔 조성현은 클레멘티의 소나티네를 조금 더 공부했다.
때때로 유미의 미튜브 영상을 보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우경수 팀장이 출근했다.
“안녕.”
그녀는 아침부터 스케줄을 뛰느라 지쳤는지, 가볍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더니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우경수 팀장은 조성현에게 슬쩍 눈짓으로 인사했고, 조성현도 그녀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보였다.
“성현씨.”
“예, 팀장님.”
“작곡가랑 미팅하는 건, 준비 끝냈어요?”
“전부 준비해놨습니다.”
곡의 방향성, 어떻게 수정했으면 좋겠는지.
이번 앨범 컨셉이 정확히 어떤 건지.
제대로 정리하고, 조성현이 언제든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 때문에 중간에 서예나와 통화를 했지만, 어쨌든 조성현은 완벽하게 준비를 끝냈다.
“잘했어요. 이따가 작곡가한테 연락 오면 바로 말해줘요.”
“알겠습니다.”
조성현이 바로 답했다.
이제 3시 30분 정도였으니, 30분만 기다리면 작곡가가 도착할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4시 10분 전.
똑똑.
조심스럽게,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다들 무슨 일인가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보았고.
문이 열리며 젊은 얼굴의 남자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저… 여기가 가수 2팀 사무실 맞나요?”
“네, 맞는데. 무슨 일이세요?”
“안녕하세요. 연습생, 최우진이라고 합니다!”
남자가 황급히 들어와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다.
가수 2팀이 다들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우경수 팀장이 슬쩍 자리에서 일어났고.
조성현만 홀로 황당한 얼굴로 최우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가 왜 여기서 나와….’
어이가 없다.
‘푸른 밤’을 작곡한 사람이, 최우진이라고?
이거, 일이 점점 재미있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연습생이 여기는 무슨 일이에요?”
우경수 팀장이 물었고.
최우진이 무어라 답하기 전에, 조성현이 나섰다.
“안녕하세요. ‘배드보이즈’ 작곡가님. 조성현입니다.”
그가 그렇게 말하며 최우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우경수 팀장의 얼굴도 경악으로 물들었다.
* * *
“우와… 여기가 회의실이군요.”
최우진이 가수 2팀의 회의실 안에서 두리번거리며 말한다.
조성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죠? 저기 설치된 모니터로 아티스트들 모니터링도 하고, 그럽니다.”
“신기해요.”
최우진은, 어렸다.
그는 Pan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연습생이었는데, 조성현이 알기로 박중원이 길거리 캐스팅으로 데리고 온 케이스였다.
아이돌 하면 완벽하겠다 해서 데리고 왔는데, 3년 동안 연습생 생활만 하고 있었다.
최우진은 앞으로 4년 동안 빛을 보지 못한다.
정확히는, 아티스트로서 빛을 보지는 못한다.
남자 아이돌 그룹이 편성되는 것 자체가 3년 후였고, 그들이 데뷔하는 게 그로부터 1년 후였으니까.
그때는 조금 늦은 나이로 데뷔를 했다고 말이 많았는데, 그걸 성적으로 증명하면서 완벽하게 자신이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그런 최우진은, 데뷔를 하기 전부터 작곡가로서 먼저 활동을 시작하는데.
데뷔 전부터 저작권료로 수천만 원의 연봉을 챙기며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문제는….
‘2년 후에야 작곡가 생활 시작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왜 벌써 곡이 있느냐 이거지.’
최우진은 지금, 18살이다.
그리고 조성현이 알기로, 그가 작곡가로서 활동하기 시작하는 건 성인이 된 이후였다.
데뷔는 계속 밀리고, 성인이 됐는데 이뤄둔 것도 없어서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작곡이라고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건, 어떻게 된 일일까.
조성현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겨우 정리하고, 눈앞에 있는 최우진에게 집중했다.
“조금 놀랍네요. ‘푸른 밤’의 작곡가가 저희 회사 연습생이라니.”
“아… 조금 그렇긴 하죠? 사실 이거 제가 회사한테 말 안 하고 혼자 열심히 작곡 배우고, 이것저것 만들어보다가… 서예나 선배님 생각하면서 만든 곡이어서 지난번에 앨범 준비하신다고 할 때 얼른 투고 해봤어요.”
최우진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그는 그저 이 상황이 신기한 듯 보였다.
우경수 팀장은, 최우진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푸른 밤’의 작곡가, ‘배드보이즈’가 최우진씨라는거죠?”
“아, 네. 제가 ‘배드보이즈’입니다.”
“그리고 최우진씨는 우리 회사 연습생이고?”
“넵. 이제 3년차입니다.”
최우진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긍정한다.
우경수는 허 하고 소리를 냈다.
오랫동안 이 업계에서 일을 하며, 많은 경우들을 보아왔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었다.
연습생이 작곡을 하고, 편곡가로서 활동을 하는 케이스는 가끔 보기 했지만, 자신의 담당 아티스트의 앨범 준비를 하는데 그 곡의 작곡가가 연습생인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심지어 우리 회사 연습생이야.’
이거 이래도 되는 건가?
우경수 팀장은 조성현과 최우진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곡의 작곡가는 18살의 3년차 아이돌 연습생이고.
이번 앨범의 메인 프로듀서는 지금까지 매니저 일만 하다가 이번에 처음 프로듀서로서 일하게 된 사람이다.
이 조합. 괜찮은 게 맞는 걸까.
우경수는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뭘 되돌릴 수도 없는 법.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일단… 알았어요. 곡에 대해서는 이쪽. 조성현 프로듀서랑 이야기 나누고. 나는 잠깐 통화 좀 하고 올게요.”
아무래도 서예나랑 통화를 한 번 해봐야 할 것 같아서, 우경수는 그렇게 말을 했고.
조성현은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최우진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알겠다는 표시를 보였고.
우경수 팀장이 자리를 뜬 후, 조성현은 앨범에 대해서 정리를 해둔 파일을 슬쩍 최우진에게 내밀었다.
“한 번 읽어보시고, 궁금하신 거 있으시면 물어봐 주세요.”
앨범에 대한 건 전부 정리해놨고, 곡의 방향성이 어땠으며 좋겠는지, 느낌은 어땠으면 좋겠는지… 전부 다 써서 정리해놨다.
조성현이 설명을 하는 것보다 읽는 게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었다.
최우진은 조성현이 내민 파일을 받아들고 열심히 그것을 살폈다.
곡에 대해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던 그였으니, 어느 정도 수정을 해야 하는지 파악을 하는 게 최우선이었을 것이다.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정리를 해뒀기 때문에, 최우진이 파악하는 것이 그리 어렵진 않았다.
“음….”
그는 한참 동안 파일을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올려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저, 이거. 직접 정리하신 건가요?”
“네. 제가 한 거예요.”
“이거를 저한테 주시는 거는… ‘푸른 밤’이 이번에 서예나씨 앨범에 수록되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그럴 겁니다.”
최우진의 표정이 오묘하게 변했다.
기쁘기도 하고, 울고 싶기도 한 얼굴이다.
“너무 감사합니다.”
“제가 뭘… 서예나씨랑 우경수 팀장님이 곡 좋다고 해서 픽 된 거예요.”
조성현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최우진은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인사를 한 후.
“저, 그러면 제가 따로 수정 작업해서 다시 보내드리면 될까요?”
“아 그거는 오늘 저랑 같이 작업하시면 될 것 같아요. 시간만 되시면요.”
“저는 시간 됩니다!”
“그럼 바로 작업 시작해도 좋고요.”
조성현이 웃으며 답했다.
무려, 최우진이다.
이후에 자신이 작곡한 곡을 자기 그룹의 수록곡, 또 타이틀곡으로 내세워서 줄줄이 성공시킬 아티스트.
아직 많이 미숙하지만, 최우진의 재능은 이미 드러나고 있었다.
그걸 조금만 다듬으면 된다.
그렇게, 작업은 시작되었다.
* * *
최우진.
18세.
Pan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
그는 정보가 빨랐다.
연습생으로서 정보가 빠르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걸 최우진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단순히 연습생으로 남아 있다면 결코 데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았고.
그렇기 때문에 작곡을 시작했다.
음악이 원래부터 좋았기에, 열심히 하다 보니 그리 어렵지 않게 작곡을 배울 수 있었고… 지금까지 그는 계속해서 새로운 곡을 쓰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서예나가 새로운 앨범을 준비한다는 소식에 물어물어 자신의 곡을 찔러 넣어보기도 하고 하는 식으로.
‘곡 거의 다 내정됐다길래 실패한 줄 알았는데….’
그때 나타난 게 조성현이다.
정의의 철퇴를 들고 나타난 그는, 자신의 곡을 형편없이 취급한 악당을 물리쳤다.
그 악당이 앨범 작업을 진행했으면 서예나는 이번에도 같은 컨셉의 노래를 불렀을 것이다.
그렇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생기고, 최우진의 곡이 뽑혔다.
이미 가수 2팀의 입에서 조성현 때문에 컨셉이 정반대가 됐다는 둥, 불만의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도 최우진은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성현에게 상당히 호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가 완전히 조성현을 신뢰하고 있다는 건 아니었다.
최우진은, 조성현이 원래 매니저였다는 것도 전부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솔직히 나쁘지 않은 정리고, 방향성도 괜찮게 잡았지만 자신이 음악적으로 도움을 받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이거 이런 식으로 해버리면 열심히 잡아둔 감정선이 제대로 부각 되지 않으니까 문제가 되는 거예요.”
조성현이 무어라 설명을 한 후, 마우스를 조금 움직이고.
키보드를 몇 번 두드리니, 곡의 느낌이 바뀌었다.
“이렇게 살짝만 바꿔도 효과적으로 감정을 폭발시킬 수 있는 거죠.”
“아니 이게 무슨….”
최우진은, 이런 경험이 처음이었다.
자신의 곡이 완벽하지 않은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감정선만큼은 완벽하게 잘 살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자신이 열심히 뛰어가는 사람이었다면, 조성현은 치타다.
순식간에 치고 나갈 줄 아는 맹수.
어떤 식으로 음을 배치해야, 어떻게 선율을 만들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10년 동안 이 일만 한 것처럼 능숙했고, 그의 손짓 몇 번에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다.
진짜 베테랑을 보는 것 같다.
최우진은, 조성현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이제 막 뭔가를 알 것 같아서 최우진은 또 한 번 감탄했다.
‘이분은 정말, 귀인이시다. 절대 놓치면 안 되는 분이야.’
최우진이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요. 저는 이제 가볼게요.”
“형님! 저 버리고 가시면 안 됩니다!”
간다는 말에, 최우진은 깜짝 놀라서 조성현의 팔을 잡았다.
조성현이 황당한 얼굴을 해 보였다.
최우진은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 단단한 눈빛으로 조성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 조성현의 퇴근은 5분 늦어졌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