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93)
93화
따라란. 따란.
조성현의 집에서, 경쾌한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채윤이가 치는 피아노 소리는 항상 듣기 좋았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하지만 조성현은, 지금 채윤이가 피아노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불안불안한 얼굴로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최근 피아노만 신경을 쓰고, 정말 열심히 연습하던 채윤이었는데.
손은 움직이고 있지만, 그 연주에 감정이 담겨 있지는 않다는 것을 조성현은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는 결국 채윤이가 연주를 멈추자, 아이에게 다가갔다.
“채윤아, 간식이라도 먹을까?”
“간식?”
“쿠키랑, 우유 어때?”
“그래!”
마침 수요일에 장을 볼 때 간식거리도 사놨기 때문에, 쿠키는 충분했다.
채윤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답한다.
아이의 얼굴이 일순 밝아졌지만, 그건 금방 다시 사라졌다.
초코칩이 박혀 있는 쿠키를 먹으면서, 채윤이는 그릇을 내려다보았다.
“우유도 먹어야지?”
“응.”
조성현의 말에, 채윤이는 쿠키를 접시에 내려놓고 우유를 한 모금 마셨다.
입에 하얗게 우유가 묻어서, 조성현은 가볍게 웃으며 손을 뻗어 아이의 입가에 있는 우유를 닦아 주었다.
채윤이는 조성현이 우유를 닦아주는 동안 멀뚱멀뚱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는 결국, 조성현이 손을 떼고 나서 입을 열어 그를 불렀다.
“아빠.”
“응, 채윤아.”
“엄마 앵무새가 안 괜찮으면… 어떻게 해요?”
아이가 묻는다.
조성현은 볼을 긁적거렸다.
방금, 유치원에서 정미원이 미니쥬의 사장이 꼭 다시 한번 찾아달라고 말했다는 걸 전해 들었다.
채윤이가 다시 가고 싶어 하는 눈치라서, 결국 조성현은 내일 아이와 같이 다시 미니쥬에 가기로 한 상황.
미니쥬에 가기로 했는데 왜 그렇게 고민이 있는 얼굴인가 싶었더니, 엄마 앵무새가 괜찮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고민이었던 모양이다.
“괜찮을 거야. 지난번에 언니가 금방 괜찮아질 거라고 했었잖아.”
“근데… 안 괜찮으면?”
채윤이가 쿠키를 작게 자르면서 물었다.
엄마 앵무새가 안 괜찮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조성현도 모르겠다.
그는 결국 채윤이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아빠도 모르겠네.”
“엄마 앵무새가 안 괜찮으면 아빠 앵무새랑 아기 앵무새들은 계속 슬퍼할 거야.”
채윤이가 시무룩한 얼굴로 이야기했다.
울먹거리거나 하지는 않지만, 우울한 느낌인 건 확실했다.
조성현은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면, 그는 항상 어려웠다.
엄마라는 존재는 아이들에게 정말 소중한 존재고,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그리고 채윤이에게는 그런 엄마가 없다.
앵무새에게 그렇게까지 신경을 쓰고 의미부여를 할 필요가 있냐고 말할 사람도 있을 거다.
하지만, 그렇게 되는 게 당연한 상황 아닌가.
조성현은 그저, 자리에서 일어나 채윤이를 꼬옥 끌어안아 주었다.
아이는, 울지 않았다.
그저 조성현의 가슴에 볼을 비비며 그를 끌어안는 게 전부였다.
그리고, 토요일이 되었다.
* * *
일요일은 본가에 가기로 했기에 미니쥬에 갈 수 있는 날은 토요일밖에 없었다.
채윤이는 그날도 아침부터 열심히 피아노 연습을 했다.
조성현은 아이가 피아노를 치는 동안 간단히 도시락을 쌌다.
아이가 좋아하는 김밥도 싸고, 다른 간식거리들도 챙겼다.
“채윤아, 이제 갈까?”
짐을 전부 챙기고 나서 묻자, 채윤이가 기다렸다는 듯 얼른 피아노에서 내려온다.
아이는 조성현이 내미는 외투를 입고,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조성현이 웃으며 채윤이의 손을 잡았다.
채윤이 얼른 가자는 듯 그의 손을 잡아끌었고, 조성현은 걸음을 서둘러 밖으로 향했다.
오늘도 택시를 타고 미니쥬에 도착했다.
“다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사에게 인사를 하고 내리니, 익숙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미니쥬라고 쓰여져 있는 간판을 보며, 조성현은 약간의 불안함을 느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 엄마 앵무새가 안 괜찮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채윤이는 많이 슬퍼할 거고, 그럼 조성현도 힘들게 분명했다.
아이가 힘들어하면, 자신도 힘드니까.
‘일단… 가봐야지.’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하며 채윤이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채윤이도 조금 긴장을 한 것인지, 조성현의 손을 잡는 힘이 아까보다 세졌다.
“어? 안녕하세요.”
미니쥬 안으로 들어가자, 조성현과 채윤이를 보며 누군가 인사했다.
지난번에도 본 적 있는, 사장이었다.
“안녕하세요.”
“지난번에 그분, 맞죠?”
“네. 맞아요.”
사장이 한쪽 눈을 찡긋거리면서 슬쩍 티켓 두 개를 내밀었다.
“지난번에 그냥 가셔서 제가 다 안타깝더라고요. 오늘은 꼭 다 둘러보고 가세요. 하하.”
정말로 사장은 오늘은 계산을 안 하겠다는 듯, 얼른 들어가라며 손짓했다.
“감사합니다. 오늘은 다 둘러보고 갈게요.”
조성현은 감사 인사를 하고는 입구에 설치되어있는 세면대에서 손을 씻었다.
채윤이는 안에 들어와 동물들을 보자, 조금 기분이 나아졌는지 손을 씻으면서도 두리번거리며 동물들을 구경했다.
“토끼다!”
아이는 지난번에 왔을 때보다 훨씬 빠르게 적응했다.
채윤이는 토끼를 안아서 쓰다듬다가, 돼지와도 인사를 하고.
드디어 앵무새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앵무새 우리로 가자, 직원이 그들을 알아보고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지난번에는 정말 죄송했어요.”
“아닙니다. 죄송할 게 없는데요.”
직원의 말에 조성현은 고개를 흔들며 답했다.
채윤이가 물어보고 싶은 게 많은 얼굴로 직원을 바라보고 있었고, 직원도 그것을 깨닫고 채윤이에게 허리를 숙였다.
“안녕?”
“안녕하세요….”
“저기, 엄마 앵무새가 금방 괜찮아져서 돌아왔어. 수요일인가? 그때쯤 돌아와서 지금 가족들이랑 잘 지내.”
직원이 손가락으로 커다란 나무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조성현은 내심 안심하며 작게 숨을 토해내었다.
채윤이에게는 티를 내지 않으며 괜찮을 거라고 계속 이야기를 했지만, 그 또한 속으로 불안해했던 것.
앵무새들이 정말로 괜찮은 것을 보니, 안심되어 보였다.
채윤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엄마 앵무새는 이제 안 아파요?”
“응. 안 아파. 아빠 앵무새랑도 잘 놀고 있잖아.”
직원이 저기 보라는 듯, 슬쩍 몸을 돌려 앵무새들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녀의 말에 채윤이 새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직원의 말대로, 아빠 앵무새와 엄마 앵무새가 꼭 붙어 있다.
그들의 옆에 비교적 작은 몸짓의 앵무새들이 있었고.
“다행이다….”
채윤이가 헤헤 웃으며 중얼거렸다.
조성현도 웃으며, 아이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아이는 한참 동안 앵무새 가족을 바라보았다.
아무런 말 없이, 그저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다가 어느 순간 조성현의 다리를 꼭 끌어안고 머리를 묻는다.
“아빠아….”
“응?”
“채윤이도 엄마 보고 싶어….”
아이는 지난번처럼 소리 내어 울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조성현의 품에 얼굴을 묻고 그렇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하지만 왜일까.
아이가 엉엉 소리 내어 우는 것보다.
울지 않으며 엄마를 보고 싶다고 중얼 거리는 게 훨씬 더 가슴 아픈 것은.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일까.
조성현은 아무런 답도 하지 못하고, 아이를 품에 안았다.
그게, 그가 해줄 수 있는 전부였다.
* * *
미니쥬에서 보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가서 열심히 앵무새들이 멀쩡한 것을 확인하고, 조금 더 놀다가 김밥을 먹은 후에 돌아온 게 전부.
조성현은 예민하게 채윤이를 살폈다.
아이는 직접적으로 엄마가 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고.
눈물을 보이거나, 우는 소리를 내지는 않았지만… 분명 엄마를 그리워하며 슬퍼했다.
지금은 또 괜찮아 보였지만.
조성현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날 저녁은 아주 조용히 지나갔다.
채윤이는 말수가 평소보다 적었고, 대신 피아노를 연주했다.
아이는 피아노 앞에 앉아서 클레멘티의 소나티네를 열심히 연주 중이었다.
아이가 무언가에 그렇게 열중하고, 열심히 한다는 것 자체가 감사했다.
진짜 자신을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동시에, 조용히 연주에만 집중하는 게 안쓰럽기도 하다.
“채윤아. 이제 잘까?”
오늘은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까 해서, 조성현이 그렇게 물어보니 채윤이는 별말 없이 욕실로 몸을 움직였다.
함께 씻은 후 잠옷으로 갈아입으니 채윤이는 하품을 한 번 했다.
“졸려?”
그렇게 물었지만, 아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막 졸리거나 하진 않은 모양.
아니면, 안 졸린 척하는 것일 수도 있고.
조성현과 채윤이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침대에 누웠다.
보통 10시가 넘어서 자는데, 오늘은 아직 9시 30분 정도밖에 안 됐는데도 자려고 누운 것.
조성현도 생각이 많았고, 채윤이도 별로 자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하지 않고 얌전히 침대에 누웠다.
아이를 품에 안고, 조성현은 조심스럽게 채윤이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채윤이의 숨소리는 금방 안정되었다.
힐끗, 자는지 안 자는지 확인을 하는데 채윤이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는 그냥 편안하게 조성현의 품에 안겨 있을 뿐 자고 있는 건 아니었다.
“아빠.”
“응?”
“채윤이는 피아노 치고 싶어요.”
“지금?”
“응.”
“아침부터 많이 쳤는데, 더 연습할 거야?”
“연습은 안 해.”
“그러면?”
“그냥, 피아노.”
아이의 말에, 조성현은 눈을 깜빡거렸다.
피아노를 치고 싶다길래 연습을 더 하고 싶다는 뜻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다.
그냥 피아노를 치고 싶다는 채윤이의 말에 조성현은 몸을 일으켰다.
“그럼 조금만 더 치고 잘까?”
끄덕끄덕.
조성현의 말에 채윤이 고개를 강하게 끄덕거리면서 치고 싶다는 의지를 표현한다.
결국 조성현은 거실 소파로 향했고, 채윤이는 거실로 나오자마자 피아노 앞에 앉았다.
아이는 피아노 앞에 앉아 자리를 잡고 곧바로 연주를 시작했다.
따란. 따라란.
조성현은 익숙한 연주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난 주말, 함께 미니쥬에 다녀오고 나서 채윤이가 피아노를 쳤었다.
그때 조성현이 처음 듣는 연주네? 하며 넘긴 연주가.
다시 한번 채윤이의 손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때와 조금 차이가 있다면, 훨씬 더 정리된 연주랄까.
군더더기가 사라지고, 표현해야 할 것만 표현하면서 치고 나간다.
굳이 따지자면, 뼈대만 있었다.
완벽하지는 않은 곡.
하지만 조성현의 표정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채윤이가 지금 치는 곡이, 어떤 곡인지 정확히 이해한 탓이었다.
‘곡을… 만들고 있네.’
채윤이는, 지금껏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곡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