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94)
94화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을 우리는, 창작이라고 한다.
음악적으로는.
작곡이라고 하고.
채윤이는 지금, 작곡을 하고 있었다.
조성현은 놀란 숨을 속으로 삼켰다.
자신의 아이가 즉석에서 곡을 만들고 있었다.
즉흥 연주를 하는 피아니스트들은 상당히 많다.
그래서 생에 작곡한 곡이 수십 수백 곡이나 되는 피아니스트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채윤이는 그런 부류의 아티스트가 아니었다.
아니, 일단 적어도 조성현은 지금까지 채윤이가 그런 부류의 피아니스트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걸 보니.
‘맙소사.’
자신의 딸은 그런 부류의 피아니스트가 아닌 게 아니었다.
그저, 지금까지 안 하고 있었을 뿐이다.
조성현은 너무 놀라서, 소파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그대로 굳어서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냥 이 곡을 어떻게 해서든 머릿속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전부.
채윤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곡을 만드는 순간인 것이다.
이 순간을 놓칠 수는 없었다.
어떤 것이 채윤이에게 영감을 주었는지는, 명확했다.
엄마.
조성현에게는, 사별한 아내가 되겠지.
그녀는 분명 조성현이 정말 많은 음악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었다.
조성현 또한 사별한 자신의 아내에 대한 곡을 많이 썼으니까.
그리고 지금은, 채윤이가 그렇게 하고 있었다.
피아노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초반은 분명 우울함의 극치였다.
너무나도 쓸쓸하고, 듣기만 해도 손과 발끝이 차가워지는 느낌이다.
채윤이가 느끼는 엄마의 빈자리가 어떠한지 아주 잘 알 수 있는 연주.
홀로 남겨진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 얼마나 외로운 것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채윤이기에 쓸 수 있는 곡이었다.
똑같은 상황이 닥치더라도 어른이 느끼는 것과 아이가 느끼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채윤이는 지금, 조성현이 느끼지 못하고, 또 조성현이 감히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며 곡을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조성현도 지난 생, 자신의 아내에 대한 곡을 많이 만들었지만 결코 이런 곡은 없었다.
채윤이가 느끼는 감정을 조성현은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이었고.
채윤이의 입장에 조성현이 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런 곡을 만들 수 없다.
오직, 채윤이만 만들 수 있는 곡.
하지만, 수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도 있는 곡.
채윤이가 연주하는 곡은 그런 곡이었다.
따라단.
곡의 분위기가 은근슬쩍 바뀐다.
우울하고 외롭고 차가운 분위기의 곡이, 조금 바뀌어서 약간의 따뜻함이 얹어진다.
마치, 얼음장 같던 몸에 외투 하나를 걸친 것처럼.
아주 조금씩 얼음이 녹기 시작하고.
차가웠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따뜻해진다.
따란. 따다단.
아주 잠깐 따듯해졌던 마음은 얼음이 다 녹기 전에 다시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덮어져 있던 외투가 사라진 것 마냥, 다시 찬 바람이 몰아치고 손과 발끝이 시려온다.
조성현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피며 채윤이의 연주를 들었다.
그렇게 또 연주를 하던 채윤이의 곡은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외투가 덮어지는 것처럼, 따뜻한 기운이 훅 감싸는 것으로 끝이 났다.
조성현은, 아이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냥, 알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채윤이의 아빠였으니까.
그는 울컥하고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겨우 삼켰다.
아이의 속에서는 조성현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감정들과 생각들이 담겨 있었다.
지금까지 아이가 표현한 것들 보다 수십, 수백배는 많은 아픔이 담겨 있었고.
또 동시에.
이 현실에 대한 기쁨이 담겨 있었다.
커다란 아픔을 조금이나마 잊게 해주는 많은 것들에 대한 감사가 담겨 있었다.
조성현은 결국 손을 들어 얼굴을 쓸었다.
거대한 죄책감이 그를 덮쳤다.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있던 아이를, 조성현은 지난 생에 그냥 방치를 해뒀던 거다.
아빠로서의 자격이 없다.
자기가 힘들다고, 아이를 홀로 내버려 두었다는 게 말이 되나.
스스로에게 욕설이라도 내뱉고 싶은 심정이었다.
치밀어 오르는 울음과 욕설들을 삼키며, 조성현은 숨을 내쉬었다.
“후….”
뜨거운 한숨이 토해진다.
그는 고개를 들어, 멍하니 건반에 시선을 두고 있는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그저 건반에 시선을 두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울고 있을까.
웃고 있을까.
알 수 없었다.
조성현은 눈을 꾸욱 감았다가 뜬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지금은 움직여야 할 타이밍이었다.
“채윤아.”
“네에?”
아이가, 고개를 돌렸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얼굴을 보고 놀랐다.
아이는 웃고 있지도, 울고 있지도 않았다.
‘아니, 둘 다 하고 있다고 해야 하나.’
분명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는데, 아이는 웃고 있었다.
조성현은 채윤이에게 다가가 아이를 껴안았다.
“채윤아.”
“응.”
“아빠가 채윤이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채윤이도 아빠 사랑해.”
“아빠가 미안해. 진짜 진짜 미안해… 아빠가… 채윤이 두고 가서.,.”
“채윤이 두고 어디 가요? 그러면 안 되는데? 채윤이는 아빠 없으면 슬픈데. 어어, 채윤이가 잘못했어?”
아이를 끌어안고, 조성현이 말했다.
채윤은 조성현의 말에 당황해서 화들짝 놀라며 빠르게 말했다.
정돈되지 않은 말이지만, 알아듣기에 무리는 없었다.
“아니야, 아빠가 잘 못 했어. 채윤이는 아무런 잘못 없어. 그냥, 아빠가 미안해 채윤아.”
조성현이 일그러지는 얼굴을 애써 피며, 힘겹게 웃었다.
아이 앞에서 울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운다면, 채윤이도 울 것이 분명하기에.
그는 웃었다.
그저 웃었다.
* * *
새근새근.
채윤이의 평온한 숨소리가 조성현의 귓가에 조용히 울렸다.
아이는 다행히, 피아노를 친 후 잠들었다.
외적으로 감정의 드러나지는 않았다.
음악으로 자신의 모든 감정을 표현하고, 겉으로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게 조성현으로서는 안타까웠지만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일이었다.
조성현도 그랬으니까.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일에만 집중하고는 했으니까.
자신의 품에 안겨 자고 있는 채윤이를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조성현은 슬쩍 손을 뻗어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한 시다.
침대에 누워서 홀로 깨어 있는 게 벌써 몇 시간째.
조성현은 결국 조심스럽게 채윤이의 머리가 얹어져 있던 팔을 빼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는 안방 문을 살짝만 열어두고, 거실로 나왔다.
조성현은 항상 그랬던 것처럼 소파에 앉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자연스럽게 소파를 지나쳐 피아노 앞에 앉았다.
피아노 한쪽에 구석에 있는 구멍에 이어폰 잭을 낀 조성현은, 이어폰을 착용하고 피아노 전원을 켰다.
작은 전자음과 함께 피아노가 켜진다.
조성현은 후우 하고 숨을 내쉬며 건반 위에 손을 올렸다.
그는 잠시 피아노를 내려다보다가, 손을 움직여 버튼 몇 개를 눌렀다.
그리고 정확히 3초 뒤.
조성현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손이 건반 위에서 춤추기 시작했다.
조성현의 연주는, 방금 채윤이 했던 연주와 거의 일치했다.
한 번 들은 곡을 그대로 따라치는 것은 채윤이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물론 어렵지만, 몇 시간 동안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채윤이의 곡을 재생시키고 기억해내고 있었다.
머릿속에 있는 것을 그대로 옮기기만 하면 되는 상황.
조성현의 손은 막힘 없이 움직였다.
야심한 밤, 홀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조성현의 앞.
전자 피아노의 녹음 기능이 켜져 있다는 것을 알리는 작은 불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 * *
“흐아암.”
조성현은 하품을 하며 정신을 차렸다.
그는 피곤한 눈으로,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배에 묵직한 느낌이 드는 게, 채윤이가 올라가 있는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가 조성현의 배에 엎어져 있었다.
“채윤아. 거기서 뭐 해?”
“아빠아!”
어부부 어부부 하며 이상한 소리를 내던 채윤이, 조성현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번쩍 들어 올린다.
아이는 큰일이 난 것처럼 빠르게 몸을 일으키더니 얼른 일어나라는 듯 조성현의 팔을 잡아끌었다.
“피아노가 아파!”
“응…? 피아노가 왜 아파?”
“모르겠어요. 피아노가 소리를 못 내고 있어….”
채윤이가 얼른 일로 와보라는 듯 조성현의 팔을 다시 한번 이끌었다.
조성현은 일어나지 않는 몸에 힘을 줘서 애써 일어났다.
지난밤, 야밤에 홀로 일어나 연주를 하고 소파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너무 배가 고파서 초코파이 하나를 먹고 잠들었다.
그때가 3시 즈음이었다.
지금은 8시가 조금 넘은 상황.
얼마 자지 못해서 너무 피곤했다.
“아.”
조성현은 피아노를 보고, 작게 소리를 냈다.
피아노 한쪽 구석에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피식 웃음을 흘린 조성현은, 이어폰을 뽑았다.
“채윤아, 건반 눌러봐.”
따란.
“어? 소리 난다!”
“이제 피아노 아야 안 하지?”
“헤에에.”
채윤이가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이는 피아노를 칠 때 다른 것들은 건드리지 않고 전원 버튼만 눌러서 껐다가 켜는 정도만 하니까.
전자 피아노에 상당히 많은 기능이 담겨져 있다는 것을, 아이는 전혀 모를 거다.
“채윤이 연습하려고?”
“응!”
고개를 끄덕거리는 채윤.
조성현은 아이를 데리고 세수를 시킨 후에 채윤이가 피아노를 칠 수 있게 해주었다.
채윤이가 피아노를 치는 동안, 조성현은 소파에 앉아 잠시 졸다가 시간을 확인하고는 기지개를 켰다.
슬슬 9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채윤아, 이제 할머니 집으로 갈까?”
“할머니 집?”
“응. 오늘 할머니 집 가기로 한 거 기억하지?”
“맞아!”
까먹지 않았다는 듯, 아이가 피아노 연주를 멈추고 일어난다.
조성현은 채윤이를 데리고 본가로 향했다.
초인종을 누른지 얼마 되지 않았다.
달칵.
작은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어서 와라.”
조재욱이 문을 잡아주며 인사했고.
“잘 지내셨어요?”
“나야 뭐. 똑같지.”
간단히 인사를 나누는데, 주방에서 이수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얼른 손 씻고 와서 밥부터 먹어~”
그녀의 말에 조성현은 웃으며 채윤이와 함께 화장실로 가서 손을 씻었다.
상은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다.
가운데 갈비찜이 있고, 미역국이 4개가 놓여있다.
누가 봐도 채윤이 것인 작은 국그릇을 보고 조성현은 가볍게 웃으며 아이가 자리에 앉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얼른 먹어. 식는다.”
“잘 먹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조성현은 수저를 들어 올렸다.
뭐부터 먹어야 할까.
잠시 고민하던 조성현은, 미역국으로 수저를 뻗었다.
들깨가 들어간 미역국을 한 숟갈 입에 집어넣자, 소리가 저절로 흘러나온다.
“아.”
조성현은 깨달았다.
자신이 돌아와서 단 한 번도 미역국을 먹어본 적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돌아오고 나서 처음으로 먹는 미역국은 참 맛있었다.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채윤이가 크면, 미역국은 누가 끓여주나.’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