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95)
95화
멍청한 생각이었다.
조성현은 자신이 멍청했다는 것을 1초만에 인정했다.
채윤이는 미역국을 누가 끓여주냐고?
‘당연히 내가 끓여줘야지.’
그야 조성현, 자신이 끓여줘야 하는 거 아니겠나.
이수현이 자신에게 지금 해주고 있는 것을, 자신이 채윤이에게 해줄 것이다.
하나도 빠짐없이.
조성현은 그런 다짐을 했다.
그렇게 미역국을 먹고 있는데.
“얘는 왜 국만 먹어. 갈비찜도 있으니까 갈비찜도 먹어.”
“네. 이거 국 맛있네요.”
“그래? 미역국 오랜만에 끓이는 거라 잘 모르겠어서 대충 넣어서 끓였는데, 다행이네.”
“할머니는 요리 잘해!”
이수현의 말에 채윤이가 갈비찜 양념을 입에 묻힌 상태로 말한다.
조성현은 웃으며 휴지를 뽑아 채윤이의 입가를 닦아 주었다.
그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젓가락을 들어 올려, 갈비찜도 하나 집었다.
부드럽게 살이 발라진다.
“갈비찜도 엄청 맛있는데요?”
“어 그건 산 거야.”
“아….”
조성현이 고개를 끄덕이는데, 채윤이가 충격을 받은 얼굴로 갈비찜을 툭 하고 밥그릇에 떨어뜨렸다.
“할머니가 한 게… 아니야?”
“난 그냥 데우기만 했지. 갈비찜은 청종원이 한 거야.”
“청종원이… 누구예요?”
채윤이가 묻는다.
이수현이 피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있어. 걔들 요리 엄청 잘해.”
그녀는 그렇게 말을 하며 자신도 갈비찜을 하나 들고 먹기 시작했다.
조재욱은 묵묵히 식사를 이어나갔다.
그는 식사 자리에서 말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기에, 대부분의 대화는 조성현과 이수현, 그리고 때때로 채윤이가 끼어드는 양상이었다.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조성현이 식탁을 치우고, 설거지를 다 끝내자마자 이수현이 냉장고에서 케이크를 꺼내왔다.
“채윤아~ 케이크 먹자.”
“케이크?”
거실 소파에 조재욱과 함께 나란히 앉아서 티비를 보던 채윤이, 빼꼼 고개를 들어 부엌 쪽을 바라본다.
아이는 이수현이 케이크를 들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벌떡 일어났다.
“채윤이는 케이크 좋아해.”
“무슨 케이크가 제일 좋아요?”
“고구마 케이크!”
“그래서 할머니가 고구마 케이크로 사놨지.”
“채윤이는 할머니 좋아!”
아이가 웃으며 말한다.
밝게 말하는 채윤이의 모습에 조성현은 고무장갑을 벗으며 미소를 지었다.
조재욱이 슬쩍 소파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오면서 불을 껐다.
이수현이 얼른 초에 불을 붙였고.
채윤이는 마냥 신이 나는지 꺄르르 소리를 내며 웃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아들. 생일 축하합니다.”
이수현이 메인으로 부르고, 조재욱이 슬쩍슬쩍 노래를 부른다.
채윤이는 꺄르르 꺄르르 거리면서 촛불만 바라보고 있는 게, 노래가 끝나면 자기가 촛불을 불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채윤이도 할래!”
노래가 끝나자마자 채윤이가 외쳤고, 조성현은 웃으며 채윤이를 품에 안아 들었다.
“하나, 둘, 셋! 후우우.”
조성현과 채윤이 동시에 촛불을 불어 껐다.
아이가 즐거워하니, 그저 즐거웠다.
케이크를 한 조각씩 먹고.
남은 것은 냉장고에 다시 집어넣은 후에야 분위기는 다시 차분해졌다.
채윤이는 거실에서 티비를 보며 인어공주와 뒹굴거리고 있었고.
조성현과 이수현, 조재욱은 식탁에 앉아 차를 한 잔씩 마셨다.
“요즘은 뭐 하고 지내? 퇴사하고 할 것도 없을 텐데. 지난번에 한다던 공부 아직도 하고 있나?”
“공부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하고 있죠. 요즘에는… 전에 다니던 회사에 소속된 아티스트가, 저보고 앨범 하나 맡아달라고 해서 프리랜서 식으로 일하고 있어요.”
“프리랜서 식으로 하고 있다고?”
조재욱이 인상을 찡긋거린다.
그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럴 거면 퇴사는 왜 한 거야? 그냥 안정적으로 회사 다니지.”
“회사 다니면 시간 내기 힘들잖아요. 지금처럼 프리랜서 식으로 하면 일하는 시간을 기본적으로 제가 정할 수 있어서 좋아요.”
“채윤이랑은 잘 놀아주고?”
“네. 어제도 미니쥬라고 동물원 다녀왔어요.”
조성현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했다.
그는 조재욱의 성격을 잘 알았다.
약간 틱틱거리는 것 같고, 불만이 많은 것 같은 느낌이지만 기본적으로 따뜻한 사람이다.
“지금도 예전에 네가 담당하던 유미랑 같이 앨범 작업하는 거야?”
“지금은 서예나 씨랑 하고 있어요.”
“…성공했네?”
유미는 들어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지만, 서예나는 그래도 한 번쯤 이름 정도는 들어 봤을 정도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다.
이수현이 그렇게 반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성공은요. 그냥 하는 거죠.”
사실, 채윤이의 말이 없었더라면 시작하지 않았을 일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채윤이가 서예나를 도와달라고 해서 그런 게 아닌, 자신이 일을 즐기면서 하고 있었다.
나름, 재미있었으니까.
“채윤이는 좀 어때?”
“이번에 콩쿨 예선 통과하고 돌아오는 금요일에 본선 무대 있어요.”
“아니, 그런 걸 말 안 해준 거야?”
이수현이 어이가 없다는 듯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조성현이 볼을 긁적거렸다.
“정신이 없었어요. 죄송해요.”
“아니, 아무리 정신이 없었어도 그렇지….”
어휴 하고 한숨을 내쉬면서, 이수현이 고개를 흔든다.
조성현은 한참 동안 어떤 콩쿨인지에 대해서 설명을 한 후에야 다음 대화 주제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콩쿨이나 뭐 그런 거 말고. 그냥 채윤이 자체는 어떤데?”
조성현은 그 말을 듣고 힐끗 채윤이를 보았다.
아이는 어느새 인어공주 인형을 안고, 소파에 누워서 잠이든 상태였다.
가만히 아이를 보고, 조성현이 입을 열었다.
“요즘, 엄마를 많이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어제 동물원에서는 저한테 엄마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애가 엄마 못 본 지 벌써 몇 년인데. 당연히 보고 싶겠지. 그러게 진작에 좀 신경을 쓰지.”
이 화상아.
이수현이 그렇게 말하며, 조성현을 타박했다.
조성현은 아무런 답도 하지 못했다.
자신의 잘못이 맞았으니까.
처음부터 채윤이를 신경 썼어야 했는데, 한 번 후회로 점철된 삶을 살고 나서야 아이에게 신경을 쓰다니.
“그래도 정신 차려서 다행이다. 너 일에만 집중하고 채윤이 신경 안 쓸 때 나도 앞이 까마득했어. 얼른 정신 차렸으면 좋겠다 싶으면서도, 저 새끼는 내 새끼지만 죽었다가 깨어나도 정신 못 차릴 놈이다 싶기도 했는데… 정신을 차렸네.”
이수현이 풀썩 웃으며 말했다.
조성현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실, 죽었다 깨어나서 정신 차린 건데.
그런 생각은 속으로만 했다.
“좀, 많이 미안해요. 채윤이가 엄마 못 본다는 것도 그렇고… 제가 채윤이 엄마를 대신하지 못한다는 것도 그렇고.”
조성현의 말에 이수현이 쯧 하고 혀를 찼다.
“뭘 대신할 생각을 해. 너는 너고, 애 엄마는 애 엄마인 거지.”
이수현은 그렇게 말하며 채윤이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채윤이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너는 그냥 네 할 일 열심히 하면 되는 거야. 빈자리를 메꾸려고 애쓰거나 할 필요 없이.”
“…….”
“그런 빈자리는 절대 메꿀 수가 없어. 그냥, 채윤이가 거기에 빠지지 못하도록 잡아주고 같이 걸어가 주는 게 최선이야.”
조성현도 느끼고 있었던 부분이었다.
자신은 채윤이 엄마의 빈자리를 메꿀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걸 이수현의 입으로 들으니 느낌이 조금 다르긴 했지만.
“제 할 일 열심히 해야죠.”
아빠로서,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면 된다.
그럼 채윤이의 엄마의 빈자리를 메꿀 수는 없겠지만 아빠로서 더 많은 것들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얼음 같은 외로움 속에서, 더 따뜻하고 포근한.
그런 이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성현은 그런 생각을 했다.
* * *
채윤이는 한 시간이 좀 못 되게 낮잠을 잤다.
일어나서 또 신나게 놀다가, 저녁 전에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피아노!”
조성현은 집에 오자마자 피아노가 있는 쪽으로 달려가려는 채윤이를 슬쩍 안았다.
“채윤아. 집에 오면 뭐부터 해야 해요?”
“…손 씻기?”
“채윤이는 손 잘 씻고 다니는 착한 아이지?”
“맞아!”
아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외투를 벗어 조성현에게 내밀고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받침대를 두고, 그 위로 올라간 채윤이는 열심히 손을 씻었다.
내친김에 세수라도 하려는지 아이는 얼굴에도 물을 묻혔다.
“세수도 하려고?”
“응!”
채윤이의 대답에 조성현은 빠르게 다가가 아이가 씻는 것을 도와주었다.
아이는 세수까지 다 하고, 발도 깨끗이 씻은 후에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채윤이가 잘 준비를 하는 것 같아서, 조성현도 얼른 씻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있는데.
“아빠아아!”
거실에서 채윤이가 그를 불렀다.
아이가 애타게 자신을 찾는 것을 듣고 조성현은 서둘러 팔을 집어넣어 옷을 입고, 거실로 나갔다.
채윤이는 소파와 피아노 사이에 서서 조성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채윤아.”
“아빠 여기 앉아.”
“소파에?”
“응!”
아이는 뭐 때문인지, 신나 보였다.
아침부터 신나 보이긴 했지만, 오늘 하루 중 지금이 가장 신난 얼굴이었다.
뭘 하려고 앉으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조성현은 일단 소파에 앉았다.
채윤이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조성현에게 무언가를 해달라고 말하는 경우는 흔치 않으니까.
조성현이 소파에 앉아, 채윤이는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걸음을 옮겨 피아노 쪽으로 다가갔다.
연주를 하려는 모양.
그냥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었으면 자신이 집안일을 하면서 계속 들었을 텐데.
소리쳐 부른 후 소파에 앉힌 걸 보면, 조성현이 꼭 들었으면 하는 모양이다.
“아빠, 듣고 있어요?”
“응. 아빠 잘 들을게.”
채윤이가 다시 한번 확인했고, 조성현은 곧바로 답했다.
아이는 조성현이 그래도 앉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건반 위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연주를 시작한다.
딴 따라라 따라란.
익숙한 연주였다.
생일 축하 노래.
채윤이, 그걸 피아노로 연주하고 있었다.
조성현은 저도 모르게 허하고 소리를 내고 말았다.
자신의 생일이라고 생일 축하 노래를 연주 해주다니.
아까 본가에서 부른 것을 듣고 따라 치는 게 아니었다.
그때는 정말 일부분만 불렀고, 지금은 전곡을 치고 있었으니까.
채윤이가 따로 준비를 했다는 뜻.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동이었다.
연주가 끝나고.
채윤이 헤헤 웃으며 몸을 돌렸다.
“아빠 선물!”
아이가 외쳤고, 조성현은 그 순간 깨달았다.
그에게는, 채윤이가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
* * *
세상에서 가장 빠른 건 어쩌면, 시간이 아닐까?
조성현은 그런 생각을 했다.
눈 한 번 깜빡했을 뿐인데.
벌써 금요일 아침이었다.
오늘은, 채윤이의 본선 무대가 있는 날이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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