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99)
99화
“어? 팀장님!”
퇴근을 위해 걸음을 서두르던 박중원은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슬쩍 걸음을 빨리했다.
그러자, 박중원을 부른 최우진이 뛰어온다.
“아 왜 빨리 가요.”
“네 수다 듣기 싫어서.”
“제가 언제 수다스러웠다고.”
“맨날 그래 임마.”
“그런 자신감 좋다고 할 때는 언제고.”
최우진이 그렇게 말하며 으으 하고 소리를 내더니 기지개를 켰다.
박중원이 힐끗 그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요즘 뭐 하는 건 재미있고?”
“아, 맞아요. 팀장님이랑 같이 일하시던 분이 지금 프로듀서로 서예나 선배님 앨범 담당하잖아요.”
“어, 그거 네가 작곡가라면서.”
“어떻게 아셨어요? 그거 일부러 팀장님한테 말 안 했는데.”
최우진이 눈을 깜빡거리면서 묻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면서 은근히 박중원을 놀라게 할 생각이었는데, 박중원이 이미 알고 있었다니 놀란 것.
“성현이가 이야기 해줬지. 걔는 내가 너 데리고 온 거 알잖아.”
“맞다. 그렇겠구나. 아무튼 성현 형님하고 같이 작업하고 있어요.”
“재미있어? 요즘 지친 기색도 없고. 연습생 때보다 더 즐거운 것 같다?”
“아 완전 미쳐요. 팀장님도 성현이 형이랑 같이 일할 때 그랬을 거 아니에요. 완전 그냥 딱딱 바로 뭔가 일 처리하는 게… 캬. 솔직히 완전 반할 뻔했는데 애써 참았다니까요.”
최우진이 고개를 흔들면서 답한다.
그의 말에 박중원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뭘 그렇게까지. 일 잘하긴 하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어.”
“엥. 완전 장난 아니시던데. 곡 그냥 살짝 다듬으니까 뚝딱 뚝딱이시더라고요.”
“응?”
박중원은 최우진의 말에 고개를 돌려 최우진을 바라보았다.
그의 의아한 기색에 최우진도 눈을 깜빡거리며 박중원을 바라보았다.
조성현이 음악적으로 어느 정도 재능이 있고, 듣는 귀가 굉장히 예민하고 정확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가 명목상 프로듀서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일을 시작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우경수 팀장이 와서 조성현에 대해 물어보길래 음악적으로 나쁘지 않은 아이니까 한번 믿어보라고 조언을 했었는데.
‘근데, 직접 곡을 건드릴 거라는 건 생각도 안 했지.’
애초에 우경수 팀장이 그걸 허락해줄 거라고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아무리 자신이 조성현이 음악적으로 나쁘지 않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애라고 말하긴 했어도 그걸 허락할 리가 없잖는가.
당장 한두 달 전에 매니저 일을 하고 있던 애를 데려다가 프로듀서 일을 시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왜요?”
“아니, 성현이가 곡을 직접 터치해?”
“네. 혹시 수정 어느 정도까지 가능하냐고 메일 왔길래, 감정선만 안 헤치는 선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장하니까… 바로 미팅하자고 해서 미팅하고.”
“그리고?”
“그리고 뭐, 여러 가지 설명 해주고 파일도 만들어서 보여줬는데, 제가 수정 최대한 하는데 그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수정하는 거 보다가 슬쩍 나서서 직접 수정하시더라고요. 한 5분 만지작거리니까 제가 한 것보다 훨씬 더 깔끔하게 나오던데요?”
“곡을 직접 수정을 했더니 네가 한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는 거지?”
“네. 근데 왜 그렇게 심각한 얼굴이에요?”
최우진은 왜 그러냐는 듯, 박중원에게 물었다.
박중원은 심각한 얼굴을 해 보였다.
분명 그는 조성현이 음악적으로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곡을 보는 것도, 듣는 것도, 그리고 가끔 같이 노래방을 가서 들었던 노래 실력도 상당하다는 것을 알고 있긴 했는데….
‘그렇게까지 재능 있는 애였다고?’
박중원은 고개를 살짝 흔들면서 입을 열었다.
“야, 우진아.”
“네?”
“너 작곡 얼마나 배웠지?”
“작곡 요소 다 배우는 데는 한 4개월 걸렸죠. 그 뒤로는 계속 이리저리 시도하면서 혼자서 열심히 끙끙거렸고.”
“그게 지금 2년째지?”
“네. 정확히… 음. 1년 하고 8개월?”
최우진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한다.
박중원은 개인적으로 최우진에게도 음악적으로 상당히 재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런 최우진이 2년 동안 열심히 해서 작곡한 곡을, 조성현이 건드리고 있는데 최우진이 이렇게 호들갑을 떨면서 감탄할 정도로 조성현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그게 말이 되는 건가?’
박중원이 알기로 조성현은 작곡을 배운 적이 없었다.
근데 어떻게 최우진이 감탄할 정도로 능숙하게 곡을 다룰 수 있는 걸까.
“한 번 물어봐야겠네.”
“뭘요?”
“성현이, 작곡 어떻게 배웠는지.”
“엥? 무슨 소리예요. 한 10년은 작업해본 사람 같던데. 팀장님이 몰라요?”
“내가 어떻게 다 알아.”
“팀장님은 모르는 거 없을 줄 알았는데. 제가 열심히 썰 풀어 드릴 테니까, 저 태워다 주시면 안 돼요?”
“응 어림도 없어.”
“에이, 왜 이러실까.”
“성현이한테 물어보면 되는 걸 왜 내가 너 태워다주면서까지 들어야 하는데?”
“팀장님이 저 주워오셨으니까?”
최우진이 슬쩍 웃으며 말한다.
그의 뻔뻔한 말에, 박중원은 피식 웃었다.
“알았다 임마. 가자.”
“아이고 가시죠 박 사장님.”
과장되게 허리 숙이며 말하는 최우진의 모습에 가볍게 웃음을 흘린 박중원은 걸음을 옮겼다.
속으로, 조만간 조성현에게 연락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 * *
화요일.
조성현은 아이가 하원을 한 후, 집에서 함께 놀기로 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영화를 보기로 한 것.
인어공주 영화를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조성현도 출근하지 않는 날이라서 채윤이가 유치원에 있을 때 아이가 이번에 본선 2차에서 선택할 수 있는 곡들을 열심히 공부해서 시간을 만들었다.
“채윤아.”
“네에?”
“영화 다 보고 나서 같이 콩쿨에서 어떤 곡 할지 정할까?”
“응!”
채윤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답한다.
오늘 저녁 메뉴는 직접 만든 햄버거였다.
그냥 모닝 빵에다가 열심히 이것저것을 채워 넣은 것뿐이라서 햄버거라고 하기도 민망하긴 했지만.
‘맛있으면 된 거지.’
조성현은 속으로 생각하며 열심히 햄버거 하나를 들고 먹고 있는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맛있어?”
“…웅!”
입에 있는 햄버거를 꿀꺽 삼키고는, 아이가 답했다.
조성현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햄버거를 먹기 시작했다.
모닝 빵 자체의 크기가 크진 않았기에, 여러 개를 만들었던 게 다행이었다.
조성현이 한입을 베어 물자 순식간에 절반이 되었으니까.
“헤엑?”
채윤이가 조성현이 햄버거를 먹는 것을 보고 이상한 소리를 냈다.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아빠가 막막… 엄청 많이 먹었어!”
채윤이는 신기하다는 듯 소리쳤다.
조성현이 피식 웃으면서 한 손에 들고 있던 나머지 절반도 한입에 집어넣었다.
아이가 우와아 하고 감탄하더니, 자신도 열심히 입을 벌려 햄버거를 집어넣었다.
하지만 아무리 입을 벌려도, 아이에게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채윤이는 한껏 햄버거를 베어 물었지만, 조금 밖에 못 먹었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입가에 묻은 소스를 닦아준 뒤, 영화를 재생시켰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있는 영화, 인어공주는 기본적으로 아주 단순한 플롯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들이 이해하기에 어렵지 않은 이야기.
조성현도 항상 영화를 장면 장면만 우연히 지나가며 본 것들이 거의 전부였기에, 이렇게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건 처음이었다.
영화는 조성현이 어릴 때 나왔었으니, 상당히 오래되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영화의 장점은, 오래됐어도 해도 그리 티가 안 난다는 거다.
정확히는 영화의 수명이 다른 실사 영화보다 길다는 점일까.
최근에 다즐링이 여러모로 실사화를 추진하고 있긴 하지만, 조성현은 다즐링은 여전히 애니메이션 명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인어공주는 짱 예뻐….”
채윤이가 영화를 보다가, 홀린 듯 중얼거렸다.
그렇게 말하는 본인이 훨씬 더 귀엽고 예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걸까.
조성현은 슬쩍 웃음을 지었다.
다즐링의 영화가 항상 그렇듯, 인어공주에도 상당히 많은 OST가 포함되어 있었다.
채윤이는, 거기서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지금까지 알고 있던 인어공주 노래와는 전혀 다른 노래들이 나온 것이다.
당연했다.
아쿠아리움에서 나오는 인어공주 노래와 다즐링의 인어공주 노래는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아이는 금세 새로운 인어공주 노래에 적응했다.
“채윤이는 인어공주 완전 좋아해!”
아이가 헤헤 웃으며 외친다.
어느새 조성현의 무릎 위에 앉아 있던 채윤이가 고개를 바짝 들자 조성현은 아이의 턱을 살짝 눌러 채윤이가 다시 티비 쪽으로 시선을 움직일 수 있게 해주었다.
영화는 금방 끝났다.
채윤이는 영화가 끝나자마자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고개를 까딱까딱 거렸다.
“재미있었어?”
“응!”
아이는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어느 순간 멈칫거렸다.
“근데 인어공주는 왜 왕자님이랑 결혼했어요?”
“음… 둘이 서로 사랑해서?”
채윤이가 어떤 의미로 물어보는지 모르겠어서, 조성현은 가장 원론적인 답을 해줬다.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채윤이는 아빠 사랑하는데?”
“근데 채윤이는 아빠랑 결혼 못 하지?”
“응….”
시무룩한 얼굴로, 아이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조성현은 금방이라도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
아이는 분명 자신이 조성현과 결혼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는데, 왜 그런 것인지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빠는 엄마랑 결혼했잖아.”
“마자.”
“채윤이도 나중에 아빠 같은 사람이 생기면, 결혼하게 되겠지?”
“아빠 같은 사람은 없는데!”
채윤이가 조성현을 바라보면서 말한다.
아이는 세상에 조성현과 같은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빠처럼 채윤이 사랑 해주는 사람이 언젠가 나타나지 않을까?”
“그러면은 채윤이는 아빠처럼 채윤이 사랑해주는 사람이랑 결혼해요?”
“음….”
조성현은 대답을 망설였다.
어떤 대답을 해줘야 할지, 잘 모르겠다.
잠시 고민을 하던 그는 결국 고개를 흔들었다.
“채윤이가 그 사람을 사랑하고, 또 그 사람도 채윤이를 사랑해주면 결혼할 수도 있지. 안 할 수도 있는 거고.”
“우음… 그러면 채윤이는 결혼 안 할래!”
아이가 선언했다.
조성현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왜 결혼 안 할 거야?”
“인어공주는 왕자님하고 결혼하고 아빠랑 못 만나게 됐는걸? 채윤이는 아빠랑 계속 살 거야!”
아이가 조성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채윤이의 말에, 조성현은 결국 참아왔던 웃음을 터트렸다.
딸은, 진리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