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00)
100화
귀를 찌르는 소음과 함께, 빛이 눈을 가렸다.
괴한들은 모두 눈을 질끈 감고 귀를 틀어막았다.
동시에, 이서준과 하이람이 2층으로 난입했다.
하이람은 플래시 라이트로 2층을 비춰 보더니, 근처에 있던 놈에게 테이저건을 쐈다.
테이저건을 맞은 괴한은 몸을 떨더니 뒤로 고꾸라졌다.
“뒤로!”
이서준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눈동자가 좌우로 움직이며, 괴한의 인원을 파악한다.
‘다섯. 하이람이 제압한 놈을 제외하면 넷.’
아래에 있던 놈들까지 합치면 열 명이 넘는 수다.
유사시에 사냥꾼인 하이람을 제압하려면 이 정도 수가 필요하다.
이서준이 가장 먼저 제압한 것은, 백미경의 턱에 총을 들이밀고 있는 놈이었다.
퍽!
삼단봉으로 괴한의 머리를 내리쳤다.
다른 놈들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순식간에 목표를 바꾼다.
다음은 하정수를 잡아 누르고 있는 놈이다.
퍽! 퍽! 퍽!
빠른 속도로 삼단봉을 내리친다.
마나는 담겨 있지 않았지만, 사람 하나 기절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시야에 청력까지 일시적으로 잃어버린 괴한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서준은 모든 괴한의 뚝배기를 평등하게 깨 놓았다.
하이람이 백미경과 하정수를 챙겼다.
“괜찮으세요?”
“그래. 이람이 너는?”
“멀쩡해요. 엄마는? 어디 다친 데 없어?”
“나도 괜찮아.”
백미경과 하정수는 크게 다친 곳이 없었다.
이서준은 사주경계를 하다가, 계단 아래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하정수를 부축해 일으켜 세우고, 하이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래에 더 있습니다.”
“다 잡고 온 거 아니었어? 일어난 건가?”
“못 일어나게 힘 조절했어요. 밖에 있던 놈들이 추가로 들어온 것 같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경우가 다 있나.”
하이람은 무심코 욕설을 내뱉으려다가, 부모님이 옆에 있다는 걸 깨닫고 말을 순화했다.
십수 명이 넘는 사람들이 정전과 동시에 들이닥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계획적인 범죄다.
“보안 팀을 불러야 해.”
“제가 이미 호출했어요. 몇 분 내로 올 거예요.”
“저놈들도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알 거야. 빠르게 치고 나가려고 할 거다.”
하정수 회장의 말대로, 아래쪽이 대놓고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2층으로 몰려올 게 자명한 상황.
이서준은 차분하게 지시를 내렸다.
“하이람 씨는 여기서 두 분을 보호하세요.”
“너는 어떡하게?”
“아래로 가서 싹 잡아들여야죠.”
“나랑 같이 가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회장님이랑 사모님 챙겨 드려야죠. 두 분은 어떡하라고 저랑 같이 갑니까?”
“혼자는 너무 위험하지 않겠어?”
“괜찮을 겁니다.”
이서준은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암순응을 마친 눈에는 어둠 속이 선명하게 보였다.
“아직 불이 안 켜졌거든요.”
* * *
자택 1층.
꿇어앉은 남자는 조용히 장갑을 낀 손으로 카펫을 쓸었다.
손목의 마나 라이트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남자는 조용히 주변을 살폈다.
“끄으…… 머리야.”
“이봐. 괜찮아?”
복면을 쓴 사람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경호원은 분명히 제대로 제압했을 텐데.
아무래도 사냥꾼 일을 하고 있다는 하이람에게 제압당한 것 같았다.
이제 막 라이선스를 취득한 초보자라 쉽게 무력화시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재간이 있는 모양이었다.
‘뭐, 내 알 바는 아니지.’
어차피 저들은 하정수 일가를 제압해 인질극을 벌이는 게 목적인 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집을 습격한 진짜 목표는 따로 있었다.
남자는 다른 괴한들의 눈치를 살피며 카펫을 걷었다.
‘빙고.’
숨겨진 금고가 나타났다.
특수한 소재로 만들었는지, 마나 감지가 어려웠지만.
안에 들어 있는 것의 마나가 상당한지, 희미하게나마 관측되고 있었다.
남자의 임무는 괴한들에게 섞여 이 물건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게 뭐길래.’
남자는 금고를 들려고 했다.
하지만 금고는 바닥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시간이 있다면 충분히 열 수 있었겠지만.
머지않아 보안 팀이 들이닥칠 거다.
‘돈도 많은 인간이 왜 저런 머저리들을 고용해서는.’
저들이 총기를 가지고도 쉽게 당한 이유가 있긴 했다.
전문 용병이 아닌, 길거리에 나앉아 돈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
솔직히 아마추어라고 부르기도 뭐한, 그런 인력들이다.
쓸 만한 몇몇이 있어서 경호 팀을 제압할 수 있었지만.
사실상 남자 혼자서 경호 팀을 무력화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어차피 자를 꼬리들이라 이건가.’
단순한 눈속임용.
죄를 뒤집어씌울 사람들이다.
개중에 몇몇은 값비싸 보이는 걸 멋대로 챙기고 있었다.
차라리 저런 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걸 어떡할까.’
금고를 통째로 가져가긴 어려워 보였다.
그렇다고 쉽게 열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남은 방법은 하나.
금고의 주인, 하정수 회장에게 직접 비밀번호를 묻는 것뿐이었다.
남자는 하정수 회장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2층 계단으로 고개를 돌렸다.
“응?”
손전등을 비춰 보니, 누군가 내려와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복면을 쓰지 않은 걸로 볼 때 이쪽 편은 아닌 것 같았다.
경찰이나 사용하는 삼단봉을 든 청년, 이서준이 손전등의 불빛 바깥으로 사라졌다.
남자는 재빨리 소리쳤다.
“저기! 누가 있다!”
“뭐?”
“어디!”
복면인들이 손전등을 움직였다.
어둠이 들어찬 집에 빛줄기가 난잡하게 흔들렸다.
남자는 재빨리 눈을 굴렸다.
‘어디냐.’
사라진 속도로 봐서는, 일반인이 아니다.
어쩌면 하정수 회장이 따로 고용한 경호원일 수도 있다.
바깥 경호도 생각보다 인력이 많아 제압하는 데 애를 먹었는데.
또 하나의 카드를 준비해 뒀단 말인가.
“억!”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손전등 하나가 요란스럽게 떨어졌다.
남자는 재빠르게 시선을 돌렸지만, 이서준은 보이지 않았다.
상대는 어둠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빠악!
남자는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역시 이서준의 모습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사람이 워낙 많은 터라, 분간이 안 갔다.
설상가상으로 복면인들은 혼란에 빠진 상태였다.
“뭐야! 어디야!”
“거기 누구야!”
“나야! 으악!”
어둠 속에서 한 명씩 당하고 있다.
어둠을 틈타 잠입하려고 한 건데, 이미 물거품.
어둠은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왔다.
“끄악!”
또 한 놈이 당했다.
손전등이 바닥을 구르며, 순간 이서준의 모습을 비췄다.
남자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소매에서 단검을 꺼냈다.
웅.
단검의 날이 옅은 푸른색으로 빛났다.
남자는 이서준의 목을 노리고 단검을 날렸다.
채 인식할 시간도 주지 않고 순식간에 날아든 단검.
저 단검에 목숨을 잃은 사람은 수도 없이 많았다.
남자는 뛰어난 암살자기도 했다.
그러나.
텅!
이서준은 삼단봉을 휘둘러 단검을 쳐 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남자는 눈을 부릅떴다.
마나를 담은 무기를 어떻게 저리 쉽게 쳐 낸단 말인가.
이 많은 사람 사이에 숨어서 불시에 한 기습.
이걸 막아 냈다는 건.
‘사냥꾼. 사람과 싸우는 데 익숙한 놈이다.’
언뜻 봤을 때 젊은 축에 속하는 것 같았다.
얼굴을 모르는 걸 보면 유명한 사람은 아니다.
음지 쪽 사냥꾼일 수도 있을 거라고 남자는 추측했다.
“어?”
순식간이었다.
이서준은 복면인들을 지나치듯 돌파해 남자에게 다다랐다.
자세는 낮았고, 팔은 이미 삼단봉을 휘두르고 있었다.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뭔 속도가!’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다.
이서준이 봉을 휘두름과 동시에, 남자는 새로운 단검을 뽑아 들었다.
단검과 삼단봉이 부딪쳤다.
쩌엉!
남자는 손바닥을 타고 어깨까지 전해지는 저릿한 감각을 느꼈다.
가벼운 봉이 아니라, 무슨 둔기에 부딪힌 것 같은 충격이었다.
자칫하면 단검을 손에서 놓칠 뻔했다.
‘힘까지 세다!’
저 삼단봉은 하이테크에서 판매하는 보급형 무기다.
던전제 소재로 이루어져 있으니 마나가 담기긴 하겠지만, 보급품.
그런데 저 정도 위력을 낸다는 건.
‘위험한데.’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하다.
한 합을 겨뤄 봤지만, 바로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제압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가 굴러갔다.
‘보안 팀이 오기까지 몇 분 안 걸릴 거다. 그 안에 이놈을 제압할 수 있을까?’
제압하는 데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하정수 회장을 찾아내, 비밀번호를 알아내고, 금고에서 물건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건 무리였다.
애초에 이놈을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무기는 부실했지만, 기초가 탄탄한 놈이다.
‘쯧. 좋은 기회였는데.’
판단은 빨랐다.
좀 깨지더라도 다음을 기약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어차피 하이람 피습과 복면인들 때문에, 목표는 잘못 전달될 거다.
시간이 주어진다면 기회는 다시 찾아오리라.
남자는 옆에 있던 복면인의 뒷덜미를 잡고 끌어당겼다.
뻐억!
삼단봉의 방패막이로 사용했다.
졸지에 이서준에게 제대로 얻어맞은 복면인은 눈을 까뒤집고 기절했다.
그사이, 남자는 복면인을 그대로 이서준에게 밀었다.
우당탕!
이서준도 이건 예상하지 못한 모양인지, 당황한 기색이었다.
전투가 조금 길어지자, 집 안에 있는 복면인들의 시선이 한데 모였다.
이서준의 적은 하나가 아니었다.
“저기 있다!”
“잡아!”
혼란을 틈타, 남자는 다급히 몸을 뺐다.
이서준은 남자를 추격하려고 했지만.
다른 복면인들이 이서준을 제압하려고 시도하는 바람에, 그러지 못했다.
그들은 실력 차이도 인지하지 못한 채, 쪽수만 믿고 덤벼들었다.
결과는 뻔했다.
퍽! 퍽! 퍽!
이서준은 일방적으로 복면인들을 두들겨 패고 있었다.
이서준이 발목을 잡힌 틈을 타, 남자는 그대로 모습을 감췄다.
* * *
보안 팀과 함께 경찰이 출동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제압해 뒀던 사람들은 전부 이송됐고, 곧바로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냥꾼으로 추정되는, 마나를 쓰는 놈 하나를 놓친 것이었다.
스킬을 활용했거나, 창을 들고 있었다면 잡을 수 있었을 텐데.
저번과 달리 이번에는 간단한 조사에 응해야 했다.
“사냥꾼이 하나 섞여 있었습니다.”
“얼굴은 확인하셨습니까?”
“아니요. 다른 사람처럼 얼굴을 복면으로 가리고 있어서요.”
“달리 특징으로 잡을 만한 게 있으면 좋을 텐데요.”
“키는 170센티미터 전후. 단검을 투척했습니다.”
단검은 좀처럼 사냥꾼이 사용하지 않는 무기다.
이걸 단서 삼아 추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보안 팀 조사관은 이것저것 물어봤다.
“어떤 경위로 이곳에 오신 겁니까?”
“하이람 씨께 빌렸던 차를 돌려드리러 왔습니다.”
“차는 언제 빌리신 겁니까?”
“어, 오늘 아침에 빌렸습니다.”
“하이람 씨와 원래부터 친분이 있었습니까?”
그런데, 어째 질문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웬만하면 성실하게 응답하려고 했는데.
나를 용의 선상에 올려 둔 듯한 느낌이다.
‘하긴 뭐. 가능성은 열어 두고 수사해야 하는 건가?’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필요한 일이다.
하긴 뜬금없이 이곳에 찾아오긴 했다.
추정상 하이람이 아니라 하정수 회장이 부른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이보게.”
“아, 헉. 회장님.”
“자네 지금 뭐 하는 건가.”
“예, 조사 중이었습니다.”
하정수 회장은 나와 조사관을 번갈아 봤다.
조사관 어깨에 턱 손을 올렸다.
그것만으로 조사관의 몸에 기합이 들어갔다.
“나는 지금 이 친구가 없었다면 죽었을지도 모른다네.”
“그, 그렇군요.”
“그렇게 무례한 질문을 하는 게 상도에 맞다고 생각하나?”
“……실례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정수 회장은 낮은 목소리로 뇌까렸다.
명백히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잘하라는 듯 어깨를 툭툭 치더니, 내게 시선을 돌렸다.
전과 달리 눈에는 확실한 호의가 묻어나 있었다.
“미안하네. 이해해 주게.”
“아니요. 필요한 일인데요.”
“자네는 마음도 넓구먼. 역시 내 사윗감으로 딱인데 말이야.”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어째 말에 뼈가 있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