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05)
105화
한 번 막아 보니 알 수 있었다.
왜 눈앞의 남자가 권왕(拳王)이라고 불렸는지.
마나를 담지 않았음에도, 강대호의 힘은 인간을 아득히 초월한 수준이었다.
힘만 두고 보면 이미 상위권 사냥꾼과 엇비슷할 것이다.
어깨와 팔이 저릿했고, 나무창이 반쯤 부러졌다.
‘미쳤네. 진짜.’
튜토리얼 타워 시나리오 퀘스트에서 마주쳤던 성기사단장.
놈과 부딪쳤을 때와 엇비슷한 수준의 충격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강대호는 마나를 쓰지 않고 있다는 것.
게다가 글러브 덕에 충격도 어느 정도 완화된 상태였다.
‘힘만 좋은 게 아니잖아. 뭐 이렇게 빨라?’
몸을 낮춘 강대호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빈틈을 찾아 견제해야 했지만, 너무 부지불식간에 들어온 기습.
속도도 상당해서, 속절없이 접근을 허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내 유일한 이점이 거리라는 걸 생각하면, 큰 실수다.
‘호랑이냐!’
이름대로 호랑이 한 마리를 앞에 둔 듯한 느낌이었다.
주먹의 여파로 뒤로 밀려나기 무섭게, 또다시 달라붙는다.
여기서 한 번 더 막는 건 위험하다.
창이 부러지거나, 내 뼈가 부러지거나.
둘 중 하나다.
타개책은 하나.
‘내가 더 빠르게 가는 수밖에!’
내 복부 쪽으로 파고든 강대호는 오른쪽 주먹을 살짝 뒤로 뺀 상태였다.
오른쪽 스트레이트, 시선을 보면 아마 노리는 건 턱이다.
길게 생각할 틈도 없이, 강대호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부웅!
분명 허공에 주먹을 휘두른 건데, 무슨 둔기를 휘두르는 소리가 난다.
나는 넘어질 걸 각오하고, 상체를 뒤로 젖혀 주먹을 피했다.
동시에 창을 휘둘러, 강대호의 옆구리를 때렸다.
뻐억!
거의 감각적으로 휘두른 덕분일까, 아니면 예상하지 못한 걸까.
강대호의 팔꿈치 아래를 스쳐 지나간 창대는 옆구리를 정통으로 때렸다.
비록 불안정한 자세에서 때린 거지만, 확실히 대미지가 들어갔을 터.
“후우!”
그러나 강대호는 옆으로 밀려날 기색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저돌적으로 앞으로 달려든다.
이 정도 역공은 예상했고,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사람이 뭐 이리 터프해?’
아무리 그래도 나는 사냥꾼이다.
마나를 쓰지 않더라도 일반인보다 월등히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타격이 상당해야 정상인데, 제대로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끄떡없다.
이건 좀 너무하지 않은가.
‘다른 수를……!’
순간적으로 머리가 돌아갔다.
강대호는 아직 복싱하던 때의 버릇이 남아 있다.
그런 강대호가 전혀 예상하지 못할 법안 기습은 하나.
벨트 라인 아래를 노린다.
퍽!
미끄러지듯 뒤로 넘어진 걸 역이용한다.
다리를 휘둘러, 강대호의 발목을 걸었다.
아니, 걷어찼다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내게 그대로 주먹을 날리려던 강대호가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금세 발로 땅을 다시 디뎌 균형을 되찾았지만.
‘기회!’
나는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물러서서 자세를 재정비하고 거리를 벌릴 수도 있고.
여기서 승부수를 띄우는 방법도 있었다.
강대호의 신체 능력을 생각하면, 이런 기회는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콱!
나무창을 짧게 잡고, 거의 꽂아 넣듯이 강대호의 복부를 찔렀다.
하지만 강대호는 이번에도 끄떡없었다.
‘이게 뭐야. 제대로 찔렀는데.’
복근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무슨 철판을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시 말해, 이번 공격도 강대호에게 유효타를 넣지는 못한 것이다.
강대호는 그대로 마운트 자세를 잡으려는 듯했으나.
“그만!”
고희연이 난입했다.
나와 강대호 사이에 검집을 끼운 검 한 자루가 대뜸 튀어나왔다.
놀란 강대호는 뒤로 물러섰다.
고희연은 검을 거두고 말했다.
“서준 오빠가 이겼어요.”
“응? 왜?”
“그야 모의 전투니까요. 아까 그게 진짜 창이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슈트를 입었어도 못 막았어요.”
확실히, 내가 지금 사용하는 무기는 끝이 뭉툭한 나무창.
사실 창보다는 봉에 가까운 물건이다.
이게 실제 창이었다면, 강대호의 복부로 막아 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강대호는 그제야 깨달은 듯, 탄식을 흘렸다.
“아. 그러네.”
“와. 식겁했네. 좀 살살 해요. 누구 하나 죽일 것도 아니면서.”
“이왕 할 거 전력으로 해야지!”
강대호는 시원하게 웃었다.
그리고 넘어져 있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내가 말했지. 동생이 나보다 세다고.”
“요행이었습니다.”
“무슨. 실력이지. 마나까지 썼으면 내가 쪽도 못 썼을걸.”
나는 강대호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어떻게 판정승을 따내긴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역시 말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지만.’
상대는 강대호.
장차 최상위권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는 사냥꾼이다.
아직 완전히 개화하진 않았어도, 이 정도 공방을 주고받았다.
회귀 전 볼품없는 나를 생각하면 믿을 수 없는 발전이었다.
“그리고 이거 생각보다 재밌네. 한 번 더 할래?”
“발목이랑 옆구리는 괜찮으십니까?”
“당연히 이 정도로는 끄떡없지.”
“무슨 몸이 돌로 돼 있는 것도 아니고.”
“돌? 에이. 내가 그래도 그것보단 단단하지.”
진담 같아서 좀 무서웠다.
가만히 생각하던 고희연이 나를 붙잡았다.
“서준 오빠.”
“응?”
“저도 한 수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지금? 숨 고를 틈 좀 주면 안 될까?”
“나는 팔팔해.”
강대호가 글러브를 확인하며 넌지시 말했다.
고희연은 강대호 쪽으로 눈을 돌렸다.
“좋아요. 그럼 대호 오빠, 한 수 부탁드려요.”
“근데, 어떻게 하게? 검집 끼우고?”
“그러면 다쳐요. 목검 가지고 올게요.”
“목검이 있어?”
“차에 항상 싣고 다니거든요. 여기서 좀만 기다리세요.”
* * *
고희연이 목검을 가지고 돌아왔다.
내가 잠깐 쉬는 동안, 고희연은 강대호와 모의 전투를 벌였다.
결과는 역시 내 예상대로였다.
“항복. 내가 졌다.”
고희연의 검 끝이 강대호의 턱 아래에서 멈췄다.
강대호는 졌다는 듯 글러브의 손바닥 쪽을 보였다.
고희연은 흐트러진 호흡을 정리하듯 숨을 크게 내쉬었다.
검을 물리더니, 꾸벅 구십 도로 인사한다.
“수고하셨습니다.”
“어. 응. 그래.”
“우와. 무섭네요. 대호 오빠. 무슨 호랑이랑 싸우는 것 같았어요.”
“나는 니가 더 무섭다. 뭐 그리 세냐?”
“헤헤. 저도 좀 하죠?”
“그 정도가 아니던데?”
미래의 권왕, 강대호는 고희연에게 패배했다.
일방적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는 싸움이었다.
고희연은 노련하게 거리를 유지하며 목검으로 계속 견제를 넣었다.
한 방을 노리는 게 아니라, 차근차근 대미지를 누적시키는 것 같았다.
한두 번이었으면 모를까, 일방적으로 공격당하자 강대호도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부터 고희연은 공세로 돌아섰고, 순식간에 강대호를 몰아붙여 버렸다.
“내 생각보다 희연이가 세구나.”
“에헴. 그래도 저는 2년 차라구요. 후배님들.”
“스펙터에서 내가 제일 약한 거 아닐까……?”
강대호는 터무니없는 소리를 진지하게 중얼거렸다.
고희연은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실, 서준 오빠랑 대호 오빠 싸우는 걸 유심히 봤거든요.”
“아아. 그거? 그럼 그사이에 전력 분석을 했다고?”
“어렴풋이요. 반대로 대호 오빠는 제가 어떻게 싸우는지 잘 모르시잖아요. 그 차이죠.”
“그런가?”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비단 그게 승패를 가른 원인은 아니었다.
체급을 비롯한 모든 신체 능력에서 고희연은 완벽한 열세였다.
하지만 고희연은 경험과 기술로 그것을 완벽히 커버했다.
‘헤드 쪽에서 대호 형 한 방 한 방이 워낙 임팩트 있어서 그렇지.’
여태껏 눈에 띄지 않긴 했지만.
고희연도 꿇리지 않는 괴물이었다.
회귀 전에도 상당히 유명했으니까 말이다.
그때는 무슨 일을 겪었는지 지금과 성격이 달랐지만.
새삼 스펙터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조합으로 구성됐는지 체감됐다.
“좋은 승부였다.”
“이제 서준 오빠만 꺾으면 제가 여기서 최강자인가요?”
“너도 은근히 승부욕 세구나.”
“제일 센 게 멋지잖아요.”
“그건 맞지.”
고희연은 기세등등하게 내 쪽으로 왔다.
당장이라도 한판 붙자는 느낌이다.
이걸 보면 얘도 정상은 아니다.
천재치고 정상적인 사람은 흔치 않지만 말이다.
“바로 하자고?”
“네! 탄력받은 김에 이어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끙. 질 것 같은데.”
어쨌든 간에 직업의 성장에는 꽤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창을 고쳐 잡고 시험 삼아 한 바퀴 돌렸다.
강대호의 일격을 받아 냈지만, 손목은 멀쩡했다.
고희연이 휙 휘파람을 불었다.
“저번 달에 창 처음 잡은 사람 맞아요?”
“남자는 빗자루든 우산이든 이렇게 한 번쯤 돌려 봤을 거야.”
“네? 그걸 왜 돌려요?”
“그런 게 있어.”
강대호는 뭔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선선히 끄덕였다.
* * *
유은혜는 설아와 손을 마주 잡고 집 밖으로 나왔다.
로브 건 때문에 조금 어색해질 뻔했지만.
다행히 이서준의 중재로 금방 풀었다.
‘애가 쉬지를 않으니.’
그런 이서준은 고희연과 강대호를 데리고 뒷산 공터에 있었다.
뭐 하러 갔냐고 물어봤더니 또 훈련이라고 한다.
유은혜는 이서준이 훈련에 저렇게 노력하는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다.
이서준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설아를 지키려면 힘이 필요해.
마탑, 윌리엄 테일러가 설아를 노렸던 사건 이후.
이서준은 경각심을 느꼈는지 훈련량을 늘렸다.
몸을 혹사하는 것 같아서 걱정되는 한편, 고맙기도 했다.
유은혜는 아침에 훈련을 마쳤지만, 강대호와 고희연의 얼굴도 볼 겸 공터로 가기로 했다.
‘배고프겠지?’
훈련은 상당히 진 빠지는 일이다.
간식거리를 들고 가면 좋아할 것 같았다.
본의 아니게 내조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건 그거대로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엄마.”
“응. 왜요?”
“아빠가 예쁘다 해 줄까요?”
유은혜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설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설아와 유은혜는 함께 간단한 샌드위치를 만들어 가져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칭찬받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럼. 아빠가 설아 예쁘다 해 줄 거야.”
“아니요! 우응. 아빠가 엄마 예쁘다 해 줘야 해요.”
“엄마? 아빠가 엄마한테 예쁘다 해 줘야 한다고?”
“네!”
“어어, 왜요?”
설아는 제법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TV에서 그랬어요. 아빠는 엄마한테 예쁘다, 사랑한다, 해 줘야 한대요.”
“그거 무슨 프로그램이었는지 기억해요?”
“대낮의 부부 클리닉! 왜 이 부부는 틀어졌는가!”
“아이고야.”
유은혜는 이마를 짚었다.
TV에서 이상한 걸 본 모양이었다.
물론 부부라면 애정 표현이 많은 게 좋긴 하겠지만.
이서준은 유은혜와 부부라고 하기에는 조금 모호한 관계 아닌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난감할 따름이었다.
이윽고, 둘은 뒷산 공터에 도착했다.
텅!
그런데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서준과 고희연이 연습용 무기를 부딪치고 있었다.
훈련하는데 왜 사람을 부르나 했더니, 대련이 목적이었던 모양이다.
유은혜는 그러려니 했지만, 문제는 설아였다.
“어어!”
눈을 동그랗게 뜬 설아는 놀란 듯 보였다.
안절부절못하던 설아가 유은혜의 손을 잡아당겼다.
“엄마. 엄마. 아빠랑 쩰리 언니 싸워요?”
“어?”
“싸우다가 아야 하면 어떡해요?”
“아야 할 수도 있긴 한데, 이건……”
유은혜가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말을 고르고 있던 순간.
거리를 벌리고 있던 고희연이 순식간에 이서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서준도 받아칠 요량인 듯, 창을 잡은 채 무릎을 구부렸다.
설아가 빽 소리쳤다.
“싸움, 멈춰!”
이서준과 고희연이 격돌하려는 순간.
둘 사이로 드높은 얼음벽이 솟아올랐다.
쩌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