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27)
127화
뻑!
강대호의 주먹이 도플갱어의 머리를 때렸다.
목이 부러진 듯 놈의 머리가 뒤로 홱 꺾였다.
도플갱어는 자신의 뒤통수를 밀어, 목을 바로 고쳤다.
그다지 큰 타격이 없는지, 이내 움직이기 시작한다.
‘역시, 쉽게 잡을 수는 없어.’
방어력이 강한 괴물은 두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피부, 혹은 갑피 자체가 딱딱한 괴물.
개미잡이굴의 개미잡이나, 튜토리얼 타워의 왕비가 그 예시였다.
이런 괴물은 검이나 창보다는 둔기처럼 때려 부수는 무기가 잘 통한다.
두 번째는 맷집 자체가 강한 괴물이다.
재생력이 강하고, 웬만한 공격으로는 죽지 않는 경우다.
산골렘이나, 지금 눈앞에 있는 도플갱어가 그렇다.
이놈들은 타격으로 갑피를 때려 부수기보단, 날붙이를 찔러 넣어 코어를 노려야 한다.
‘강대호와 도플갱어는 상성.’
강대호는 날붙이도 둔기도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굳이 주먹을 무기와 비교하자면, 둔기 쪽에 가깝다.
아무리 생각해도 벤다기보다는 때려 팬다는 느낌이었으니까.
즉, 강대호는 도플갱어에게 유효한 피해를 주기 어려웠다.
“형님, 제가…….”
“너무 세면 말려 주라.”
“네?”
강대호는 도플갱어의 발등을 콱 밟았다.
고통을 느끼지도 않는 건지, 도플갱어는 신경 쓰는 기색도 아니었다.
하지만, 발등을 밟은 건 상대를 당황시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뻐억!
강대호의 주먹이 전광석화처럼 도플갱어의 머리를 때렸다.
안면을 향한 빠르고 곧은 펀치, 잽이다.
그런데 그 위력이 심상치 않았다.
무슨 풍선 터지는 소리가 났으니까.
“대호 형! 타격으로는.”
“알아.”
도플갱어의 몸이 뒤로 젖혀졌다.
그러나 강대호가 발등을 밟고 있는 탓에 넘어지진 않았다.
놈이 반격을 위해 자세를 바로잡기 무섭게, 강대호의 주먹이 작렬했다.
뻐억!
나름대로 순간 강화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오리지널의 위력과는 차이가 극명했다.
도플갱어의 안면이 뭉개졌다가, 다시 돌아온다.
강대호는 숨을 들이쉬고, 다시 주먹을 날렸다.
쾅! 쾅! 쾅!
강대호는 무슨 샌드백을 때리듯 일방적으로 도플갱어를 때렸다.
도플갱어도 당하고만 있던 건 아니다.
길게 늘어진 팔로 바닥에 떨어진 장도리를 주워 휘두른다.
퍽!
측두부를 정확히 때렸다.
강대호의 고개가 옆으로 꺾였다.
이마에서 터진 피가 턱선을 따라 흘러내렸다.
강대호는 꿈쩍 않고 다시 도플갱어를 때렸다.
쾅!
* * *
아무리 맷집이 강한 괴물이라도, 재생력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어느 순간부터 도플갱어는 재생했다가 도로 무너지기를 반복했다.
이대로 가면 코어를 부수지 않고 죽일 판이었기에, 내가 강대호를 말렸다.
강대호는 팔뚝으로 이마에 흐르는 피를 닦았다.
화를 가라앉히려는 듯 입술 사이로 숨을 크게 내쉬었다.
“와.”
나는 감탄했다.
사실 도플갱어는 강한 괴물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진짜 괴물은 기만 같은 전략을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강하니까.
그렇다고, 손쉽게 제압할 수 있는 괴물도 결코 아니었다.
무엇보다 불리한 상성을 이런 식으로 뒤집을 줄은 몰랐다.
‘재생할 틈을 안 주고 몰아붙였다.’
말은 쉬워도,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재생하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타격을 쉬지 않고 줘, 재생을 강요한다.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봉인하며, 재생력이 떨어질 때까지 때려 팬다.
말 그대로 죽기 직전까지만 팬 것이다.
‘이 정도였나.’
권왕이라는 거창한 칭호는 괜히 얻어지는 게 아니다.
전 세계를 뒤져 봐도 주먹으로 저런 파괴력을 내는 사냥꾼은 없을 거다.
강대호는 조금 열기가 가라앉은 듯 도플갱어를 내려다봤다.
“근데 이거, 심문할 수는 있는 거냐?”
“그러게요. 통증도 못 느끼는 것 같던데.”
도플갱어는 우리를 빤히 올려다봤다.
비록 눈은 보이지 않았지만, 어쨌든 안면을 이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재생한 팔 한 짝을 덜덜 떨며 앞으로 올렸다.
저항할 수준은 아니었기에,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콱!
놈은 제 단전에 팔을 찔러 넣었다.
코어가 있는 위치.
정확히 코어를 부순 건지, 서울헌터옥션에서처럼 녹아내렸다.
타르 같은 액체가 발치에 흘러내렸다.
“허, 지금 자살한 거야?”
“……그런 것 같은데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괴물이라니.
듣도 보도 못한 경우였다.
“그보다 형 괜찮아요?”
“왜?”
“피요.”
“아, 이거? 스친 거야.”
보통 머리에 장도리를 맞고도 멀쩡할 수가 있나.
슈트를 머리까지 뒤집어쓴 것도 아니고, 피가 나는 걸 보면 강화한 것도 아닐 텐데.
무슨 사람 맷집이 이런지 모르겠다.
이럴 때 보면 괴물보다 더한 것 같기도 했다.
“그보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저도 정확히는 몰라요.”
나는 이야기를 추려서 설명했다.
당연히 서울헌터옥션 습격 같은 이야기는 적절히 수정했다.
설아 납치 사건과 브로커가 도플갱어로 변했다는 것까지 말했다.
강대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 그러면 아버지가 저 괴물이 됐다는 거야?”
“아니요. 아닙니다.”
아직 연구되지 않은 사실이지만.
기생형 도플갱어는 도플갱어의 아종이다.
도플갱어가 제 몸의 일부를 인간에게 심어서 만드는 괴물.
이 경우는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능도 떨어지고, 사람을 기만하지도 못한다.
대신 괴물로 변한 브로커처럼, 주위의 모든 것을 죽이고자 한다.
하지만 이놈은 사람을 기만할 정도의 지능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아종이 아니라 일반 도플갱어예요. 모습을 베꼈을 뿐일 겁니다.”
“하아. 그렇다는 건, 일단 모른다는 거지.”
“그렇죠. 아마 무사하실 겁니다.”
아무리 도플갱어가 모습을 베낀 상대의 말버릇이나 행동을 학습한다고 해도.
핸드폰과 문자를 사용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말 정도는 따라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놈은 문자메시지까지 보냈으니까.
이 경우, 배후가 있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도플갱어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배후에 서울헌터옥션 습격 사건 때도 도플갱어였으니까.’
만약 강철이 도플갱어와 같은 배후를 두고 있다면, 어느 정도 말이 들어맞는다.
내 신원이 노출되어, 나를 제거하고 파편을 확보하고자 강철이의 모습을 베꼈을 수도 있다.
“대호 형. 강철이 어르신이랑 가장 마지막으로 얘기한 게 언제예요?”
“3일 전에 안부 인사드렸어. 그 이후로는 전화를 안 받으시더라고.”
“그때 어르신이 어디 계셨는지 알아요?”
“일 보러 연맹에 갔다고 하셨어.”
“연맹? 잠깐, 설마, 불카누스요?”
“어. 맞아.”
* * *
불카누스 한국 지부, 최상층 집무실.
백상명은 스크린을 통해 한 영상을 돌려 보고 있었다.
CCTV로 찍은 듯, 화질이 그다지 좋지 못한 영상이었다.
어둠 속을 스쳐 지나가는 인형.
“흠.”
검은 로브 차림의 사람이었다.
서울헌터옥션 습격 당시 확보한 영상이었다.
기이하게도 얼굴이 완전히 가려져, 신원을 특정하는 건 어려웠다.
백상명은 김무명이 습격 사건의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파편을 찾는 건 어려울 것 같네.”
-따로 손을 쓰지 않았던가?
“몇몇 용병에게 일을 맡겼으나, 수확이 없었어.”
-그렇군……. 이쪽은 의식을 시작하겠다.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백상명은 인상을 찡그렸다.
아직 모은 파편이 충분하지 않을 텐데.
“너무 이르지 않나?”
-마녀의 습격 빈도가 너무 잦다. 이대로라면 파편을 모으기는커녕, 잃어버릴 거다.
“하지만, 지금 모은 파편만으로는 선봉장은 불완전하게 부활할 텐데.”
-일이 틀어졌다. 파편이 더 부서지면, 아예 부활할 수 없을 거다.
핸드폰 너머의 목소리는 잠시 주저하다가 말했다.
-한국의 파편까지 모았다면 좋았겠지만 말이다.
“내가 직접 갈 것 그랬나.”
-아니. 플리른을 독점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해 주고 있다.
백상명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원래 계획보다 수년은 이르긴 하지만.
백상명이 왈가왈부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
“선봉장이 넘어올 만한 크기의 균열을 만들 수 있겠나?”
-준비 중이다. 차선책은 그쪽에 마련해 뒀으니, 문제는 없을 거다.
“마녀는?”
-내가 직접 견제할 생각이다. 그것 이외에는 변수가 없다.
백상명은 입술을 달싹였다.
영상의 인물은 검은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었지만.
몸 크기 등을 볼 때, 남자로 추정됐다.
어쩌면, 마녀 이외의 변수가 있을지도 모른다.
-무슨 문제 있나?
“없네.”
옥션의 파편을 회수하지 못한 건 뼈아픈 실수다.
그런데 이 남자를 찾지도, 죽이지도 못하고 있는 건 더 큰 실수였다.
굳이 실수를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영상 속의 남자는, 백상명이 직접 죽이면 됐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백상명은 전화기 너머의 인물에게 고했다.
“이만 끊겠네.”
-의식이 시작되면 연락하겠다.
전화가 끊어지기 무섭게, 문이 열렸다.
백상명의 비서였다.
“저기, 대표님.”
“무슨 일인가?”
“손님이 오셨습니다.”
“손님? 손님 누구?”
백상명은 누군가와 따로 약속을 잡은 기억이 없었다.
비서는 눈을 깜빡이고 대꾸했다.
“강대호라고 하십니다.”
* * *
“백상명. 들어 본 적 있어. 아버지 친구분이신데.”
“아마 이 일과 관련되어 있을 확률이 높아요.”
“무작정 찾아간다고 받아 줄까?”
“안 받아 주겠죠. 그러니까 미끼를 던져야 합니다.”
“미끼?”
“강철이 어르신의 실종과 관련이 있다면, 물 수밖에 없습니다.”
원래 도둑이 제 발 저리는 법이다.
아버지의 마지막 행적을 좇은 끝에 도착한 것이다.
만약 강철이의 실종과 연관이 있다면, 쉽게 내치지 못할 것이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백상명 대표님을 만나고 싶습니다.”
“약속은 잡고 오셨나요?”
“아니요. 강철이 어르신의 행방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왔다고 전해 주십시오.”
미끼는 던졌다.
불카누스 한국 지부 1층에서 잠시 기다렸다.
이야기를 전하겠다던 백상명의 비서가 돌아왔다.
“무기는 모두 반납해 주십시오.”
“어, 저는 무기를 지니고 있지 않으면 불안한데.”
“최근 대표님께서 신변에 위협을 받아, 양해 부탁드립니다.”
백상명은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었다.
신변에 위협을 받았다고는 했지만.
그냥 자신의 정체가 들킬까 걱정하고 있는 걸 수도 있다.
“무기 없으십니까?”
“없습니다.”
나는 모더와 소모품 몇 개를 압수당했다.
하지만 애초에 무기를 소지하지 않고 있던 강대호는 압수당할 게 없었다.
이런 면에서는 참 든든했다.
무기를 빼앗겨도, 원래부터 맨몸으로 싸우는 사람이 옆에 있다.
여차하면 나도 순간 강화를 사용할 수 있긴 하지만.
장시간 전투를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니까.
“들어가시죠.”
우리는 건물 최상층 집무실로 들어섰다.
왜소한 체격의 노인이 우리를 맞이했다.
“어서 들어오게나.”
“안녕하십니까.”
“백상명일세. 앉게.”
우리는 자리에 앉았다.
백상명의 위치와 상당히 간격이 떨어져 있었다.
그 뒤에는 두 남자가 호위하듯이 서 있다.
덩치 큰 보디가드 같은 남자가 하나.
그리고.
‘어?’
하정수 일가를 습격한, 그놈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