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36)
136화
아침 댓바람부터 유은혜는 곤욕을 치러야 했다.
이서준으로서는 오해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악몽 탓에 바싹 붙은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유은혜 자신이었기에, 변명의 여지도 없었다.
설마 했던 위기 상황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음냐.”
사건의 주동자인 설아는 침대 한구석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러나 유은혜는 설마 설아가 마법으로 둘을 껴안도록 만들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잠결에 이서준이 돌아누웠고, 옆에 붙어 있던 유은혜를 끌어안았을 거라고 추측할 뿐이었다.
유은혜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이서준은 난처하다는 듯 설아를 살폈다.
“옆에 애도 있는데…….”
“아니거든. 오해거든.”
유은혜는 다급히 변명했다.
횡설수설했지만 주된 내용은 이거였다.
잠결에 뒤척거리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다.
차분히 유은혜의 변명을 듣던 이서준은 막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논리적이었다.
“내 잠버릇이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닐 텐데.”
실제로 이서준은 아주 얌전하게 자는 편이었다.
대체로 정자세로 자며, 한 번 잠들면 코도 골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는다.
이따금 죽은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곤히 자는 게 이서준이다.
그렇기에 설아도 곧잘 이서준의 배에 올라가서 자는 것이었다.
“너도 그렇고.”
물론 이는 유은혜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이서준에 비하면 조금 뒤척이는 편이긴 했지만, 잠버릇이 나쁘진 않다.
설아와 함께 자다 보니 자연스레 움직임이 줄어든 것도 있었다.
그렇기에 근 몇 달 동안 이런 일은 없었다.
“이상한데?”
“자, 자세를 봐. 어딜 봐도 네가 돌아누운 거잖아.”
“……그건 그러네?”
맹점은 이서준의 자세였다.
애초에 평소처럼 정자세로 잤다면, 이럴 일이 없었을 텐데.
돌아누운 건 어딜 봐도 이서준 쪽이었다.
유은혜는 일단 그렇게 주장했다.
옆에서 사람 기척이 느껴져, 설아인 줄 알고 끌어안은 것 같다고.
이서준도 수긍했다.
“아. 그렇게 된 거구나.”
“그래. 그렇게 된 거야.”
“그래서 은혜 너는 왜 거기 있어?”
“……탈출하다가 실패했어.”
“다른 목적은?”
“없거든!”
“진짜?”
결국 은근슬쩍 까불거리던 이서준이 한 대 맞았다.
* * *
캉!
창대와 검날이 부딪쳤다.
이서준의 모더는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실상 둔기처럼 휘두를 때도 많았기에, 상당히 까다롭기도 했다.
창은 찌르기에 특화된 무기였지만, 이서준의 동작은 상당히 변칙적이었다.
때리기나 베기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이점을 살리기 위해 거리를 유지한다.
‘진짜 세네!’
고희연은 고려검가에서 많은 사냥꾼과 대련을 거쳤다.
그렇기에 객관적으로 이서준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잘 쳐주면 고려검가의 사범과 비견될 수준.
“아! 항복!”
잠깐 집중이 흐트러졌을 뿐인데, 순식간에 틈을 파고들었다.
창대가 고희연의 관자놀이 옆에서 멈췄다.
애초에 이렇게 진짜 무기를 사용해 대련하는 것도, 실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힘 조절에 조금만 미숙해도 다치기 마련인데, 이서준은 그런 수준을 넘어선 상태.
그렇기에 고희연도 신뢰하고 진짜 무기로 대련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목검과 진검은 대련할 때 극명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수고했어.”
“수고하셨습니다.”
“솔직히 처음 공격에서 식겁했다.”
“그때 잡을 생각이었는데 실패했어요.”
“다음에는 거리를 좁힐 때…….”
대련 이후에는 평소처럼 간단한 피드백이 이어졌다.
이서준은 가끔 놀랄 정도로 정교한 피드백을 해 주곤 한다.
덕분에 고희연의 실력도 일취월장하긴 했으나, 이서준에게 비할 바는 아니었다.
최근에는 승률이 50% 밑으로 내려가서, 훈련 시간을 늘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아. 맞아. 오빠. 이거 봤어요?”
“뭔데?”
“헌터클립이라고 알아요?”
헌터클립은 인터넷에 있는 사이트였다.
사냥꾼의 짧은 활동 영상을 올릴 수 있는 동영상 플랫폼.
정보에 민감한 이서준도 익히 알고 있었다.
“응. 그게 왜?”
“거기에 오빠 영상 올라와 있던데.”
“뭐?”
이서준은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헌터클립에 올라오는 동영상은 둘로 나뉜다.
하나는 다른 사냥꾼이나 루터, 일반인이 사냥꾼을 촬영해서 올린 영상.
이런 경우는 대부분 인지도가 높은 사냥꾼이 주를 이룬다.
다른 하나는 사냥꾼이 아예 직접 개설한 채널에 올리는, 화려한 연출이 들어간 영상.
개인 방송과 비슷한 개념인데, 이서준과는 연이 없었다.
“이거 보세요.”
고희연은 제 핸드폰으로 헌터클립을 들어갔다.
인기 동영상 Top 10에, 익숙한 뒷모습이 있었다.
모더를 든 채 예티와 마주하고 있는 이서준이었다.
‘목동 종합 운동장?’
날짜도 그렇고, 바로 어제 찍힌 것 같았다.
영상의 내용은 예티를 사냥하는 것으로 끝이었다.
특별할 건 없어 보이는 영상.
하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고희연은 댓글을 보여 줬다.
-??????
-와. 감탄밖에 안 나온다. 내가 뭘 본 거지?
-한 50번 돌려본 것 같네. 저거 누구냐?
-연출이네요. 주작 영상 그만 올리세요.
-카메라 보면 아닌 듯. 연출이어도 저 실력이면 인정이지.
-이서준이네. 검성이 라이선스 시험 직관했다는 걔 아님?
-맞는 듯. 요즘 하루에 필드 하나씩 클리어하고 다닌다는데.
-그게 말이 되냐?
-본인입니다. 질문받습니다.
-사칭 자제 좀.
연출이라고 주장하는 댓글부터, 사냥꾼 정보를 찾는 댓글, 심지어 사칭까지.
가지각색의 댓글이 달려 있었지만, 놀랍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렇게 달린 댓글이 2천 개에 달했다.
이서준은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뭐야, 이거?”
“누가 몰래 찍어 올렸나 봐요.”
“반응은 왜 이래?”
“여기는 짧은 동영상밖에 안 올라가거든요. 근데 사냥 전체 과정이 담겼으니까요.”
짧은 동영상만 올라가는 헌터클립의 특성상, 사냥 전체를 보여 주긴 힘들다.
일반적으로 괴물을 사냥하는 데에는 꽤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헌터클립에는 주로 사냥꾼의 일상 영상이 올라온다.
전투라고 해도, 공방 몇 번 주고받는 영상이 대부분.
그런데 이서준은 동영상이 시작함과 동시에 사냥을 시작하고, 끝남과 함께 사냥을 마쳤다.
초보 사냥꾼이 예티급의 괴물을 불과 30초 안에 사냥한 것이다.
당연히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이제 슬슬 알아보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에이. 이런 거 하나 올라왔다고 그러진 않지.”
“조회 수가 100만을 넘겼는데요?”
“……뭐?”
* * *
나는 필드에 다니기 조금 불편해졌다.
원래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다.
고작 하나의 영상이었지만, 그 영상 하나의 여파는 생각보다 컸다.
알아보는 사람도 적지 않았을뿐더러, 말을 거는 사람까지 생겼다.
조용하게 사냥에 집중하고 싶었던 나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었다.
“일단 영상은 내리게 조치했어. 초상권 침해 문제로 걸고넘어지면 되니까.”
“감사합니다.”
“너는 유명세에 그다지 욕심이 없나 보다?”
“유명해져서 뭐 해요. 전 조용히 사는 게 좋습니다.”
“사람들은 다 유명해지고 싶어 하잖아. 아닌가?”
“전 가족들이랑 단란하게 사는 게 꿈입니다.”
인지도 있는 사냥꾼.
솔직히 싫은 건 아니었다.
조금 내성적인 사람이라도 한 번 정도는 유명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래도, 나는 입장상 유명세는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유명해지면, 설아한테까지 영향이 갈 수 있으니까.’
지금 설아는 여러모로 눈에 띄면 안 됐다.
어린 나이에 비해 너무 강대한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직 나는 마탑이나 사냥꾼협회 같은 대규모 단체로부터 설아를 지킬 힘이 없다.
문제는 설아가 어떤 면에서도 눈에 띄는 아이라는 것이었다.
우리 애 예쁘다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역력했다.
그렇지만 꾹 참고 SNS 같은 것도 안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래도 한동안은 복작복작하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너 요즘 혼자 막 뭐 하고 다니더라?”
“강해지고 싶으면 실전 위주로 해 보라고 해서요.”
“누가?”
“소피아 님이요.”
하이람은 조금 놀란 듯 보였다.
“소피아 님이랑 개인적으로 연락도 해?”
“네. 저번에 한 번 했어요.”
“……하긴. 넌 까불거리긴 해도 나이 있으신 분들한테는 까불 타입이 아니긴 하지.”
“제가 언제 까불었다고 그러세요.”
“발뺌하는 것도 열 받네.”
“그래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좀 쉬거나, 귀찮더라도 서울 바깥쪽으로 가는 건 어때?”
“서울 바깥이요?”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인구 밀집 지역인 서울과 달리, 서울 바깥의 필드나 던전에는 사냥꾼이 다소 적은 편이다.
포화상태인 필드도 많을 테니 필드를 돌아다닐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사람 시선을 신경 쓸 것 없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
‘마침 시험해 보고 싶은 게 있긴 했는데.’
공간이 안 돼서 못 하고 있었다.
시험해 볼 겸 가는 건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했다.
“적당한 필드로 하나 알아봐 줘?”
“너무 멀지 않은 곳으로 부탁드립니다.”
“그래.”
“하이람 씨는 요즘 바쁩니까?”
“바빠. 일도 있고, 백상명 건 때문에.”
“아. 그게 왜요? 범인 나왔으니 된 거 아닙니까?”
“범인은 잡혔지. 근데 괴물한테 빙의된 상태였고. 또 그 괴물을 공표하는 건 사냥꾼협회에서 틀어막고 있으니.”
“도플갱어요? 저한테도 함구령이 떨어졌습니다.”
“덮기에만 급급한 것 같아. 사냥꾼협회가 이렇게까지 일을 못하진 않는데. 뭐 큰일이라도 났나?”
나는 곰곰이 기억을 되짚었다.
이 시기에 특별히 무슨 일이 발생하진 않았다.
“워싱턴 D.C. 참사 말고는 뭐 없지 않습니까?”
“그건 미국인데, 왜 우리 쪽이 바빠져?”
“그것도 그러네요.”
“아무튼, 여기 어때?”
하이람은 노트북을 통해 내게 지도를 보여 줬다.
지도에는 필드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어딘데요?”
“경기도. 막 가깝지는 않은데, 차 타면 금방이야.”
“오. 좋네요.”
“근데 너는 왜 자꾸 놀러 오냐?”
“솔직히 심심하잖아요.”
“아니거든. 이런 건 우리 쪽 법무 팀한테 얘기해. 나한테 하지 말고.”
“아니, 솔직히 좀 그래요. 하이테크 법무 팀한테 이런 얘기 하는 게.”
“왜?”
“스펙터를 지원하는 건 하이테크가 아니라 하이람 씨 개인이잖아요.”
스펙터의 법무 관련 문제는 하이테크 법무 팀에서 맡아서 처리하고 있었다.
하이람이 하청을 맡긴 것 같은데, 일에 따른 보너스는 지급하고 있다지만.
내가 연락하기는 조금 불편한 감이 있었다.
“그거? 바뀌었어. 이제 하이테크에서 대대적으로 지원할 거야.”
“네? 왜요?”
“회장님 명령. 이제 하이테크가 스펙터 공식 스폰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