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38)
138화
월드 퀘스트의 알림음은 전 세계의 사냥꾼에게 전해졌다.
당연히, 필드에 있던 유은혜도 이 알림음을 들었다.
필드의 사냥꾼들이 모두 인상을 찡그렸다.
“방금 알림음 들으셨습니까?”
“저도 들었습니다.”
“어? 나한테만 들린 거 아니야?”
“월드 보스?”
길드 단위로 사냥하던 사냥꾼들이 웅성거렸다.
유은혜도 사냥을 멈추고, 괴물이 없는 쪽으로 이동했다.
뭔가 일이 터진 건 분명했다.
‘설아.’
가장 먼저 걱정됐던 건, 역시 설아였다.
필드 내부에서는 통화가 불가능하기에, 빠르게 필드 바깥으로 이탈했다.
초조한 마음을 안고 전화를 걸었다.
설아는 지금 이서준의 아버지, 이재환이 데리고 있었다.
-여보세요?
“네. 아버님. 전화 괜찮으세요?”
-은혜구나. 무슨 일이냐?
“지금 어디 계세요?”
-어디긴. 집이지. 지금 애 재웠다.
“집에 계세요. 밖에 나가지 마시고요. 금방 갈게요.”
-으응? 알았다.
유은혜는 전화를 끊고, 이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이서준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필드에 간다더니, 필드 내부에 있는 모양이었다.
‘어차피 설아한테 올 거야.’
유은혜는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이재환의 집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금방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위이이이이잉!
돌연 사이렌이 울려 대기 시작했다.
비단 이곳뿐만 아니라, 사방팔방에서 사이렌이 시끄럽게 울려 댄다.
무기를 점검하던 사냥꾼이 인상을 찡그리고 소리를 질렀다.
“뭐야!”
“고장 난 거 아니야? 하나가 아니라 죄다 울리잖아!”
유은혜는 반사적으로 활을 들고, 주위를 살폈다.
사이렌 소리에 묻혔기에 다른 사냥꾼들은 듣지 못했으나.
쩌적.
유은혜는 머리 위에서 불길한 소리를 들었다.
살갗을 찌르는 섬찟한 감각에, 유은혜는 고개를 들었다.
하늘에 생긴 것은, 분명 균열이었다.
‘미전조 균열?’
이서준이 겪었다던, 미전조 균열.
그것이 돌연 유은혜의 머리 위에 출현한 것이었다.
유은혜는 침착하게 화살통에서 화살을 뽑았다.
미전조 균열이 발생했다고는 하나, 이곳은 필드 앞.
대기 중인 사냥꾼만 십수 명이었기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었다.
쿵.
균열이 열리고, 괴물이 내려왔다.
사냥꾼들이 그제야 괴물을 인식하고 뒤로 물러섰다.
검을 든 괴물의 정체는, 다름 아닌.
“악마?”
머리에는 아래로 향하는 뿔이 달려 얼핏 보기에는 산양이나 소 같았다.
눈의 검은자위와 흰자위의 색은 반대였으며, 길고 날카로운 이빨이 바깥으로 드러났다.
육중한 몸은 반인반수와 같았는데, 상반신은 인간이었으며 하반신은 염소의 것이었다.
무언가의 뼈로 만들어진 듯한 거대한 메이스를 들고 있다.
“다들 침착하고, 진형 짜십쇼! 헤드 앞으로 나가고, 리어는 뒤로 빠져서 공격 준비하십쇼!”
길드 마스터로 보이는 사냥꾼 하나가 침착하게 오더를 맡았다.
사냥꾼들은 침착하게 진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유은혜도 다른 리어들과 함께 뒤로 빠져, 활로 악마를 겨눴다.
악마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냥꾼들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악마 모습을 한 괴물은 강하다고 들었는데.”
“아무리 강해도 한 마리! 충분히 사냥할 수 있습니다!”
그는 다른 사냥꾼의 불안 섞인 목소리를 잠재웠다.
뜬금없이 나온 괴물이지만, 숫자 앞에 장사는 없는 법.
사냥꾼들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는지, 각각 무기를 치켜들었다.
그때였다.
쩌적. 쩌적.
얼음 갈라지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몇몇 사냥꾼이 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었다.
“허.”
하늘에는 어느새 십수 개의 균열이 생겨 있었다.
각각 비슷한 형상을 띤 악마들이 지면에 착지했다.
쿵. 쿵.
악마들은 사냥꾼들과 마찬가지로, 정갈하게 서서 진형을 갖췄다.
활이나 쇠뇌 따위를 든 악마는 리어 역할의 사냥꾼처럼 뒤로 빠진다.
마치 군대와 같은 모습에, 사냥꾼들은 섣불리 공격하지도 못하고 대치했다.
한 사냥꾼이 중얼거렸다.
“염병. 죽겠는데?”
* * *
끼이익!
택시가 멈췄다.
나는 있는 현금을 손에 잡히는 대로 택시 기사에게 주고, 택시에서 내렸다.
겨우 서울에 진입하긴 했지만, 도로가 완전히 틀어막혀 있었다.
몇 대의 차가 어지럽게 충돌했고, 아스팔트가 부서져 있다.
차 사이로 뛰어가거나, 반대쪽으로 도망치는 사람도 있었다.
“꺄아아아아악!”
“흐아아!”
아비규환.
아자누스는 등장과 동시에, 주변에 수많은 미전조 균열을 발생시킨다.
선봉장이라 불린 아자누스의 휘하에 있는 악마 군대.
쿠어어어어!
자동차를 찌그러트리고 올라선 악마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따로 다니는 데다가, 몸집도 큰 것 같았다.
하지만, 저런 괴물에 신경을 쓸 시간은 없었다.
‘대중교통은 운행할 리 없고.’
지금부터 아버지 집까지 뛰어가야 했다.
몇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거리.
하지만 도로가 막혀 버린 이상 다른 방법은 없었다.
자동차를 신경질적으로 찌그러트리던 악마가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크르릉.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더운 숨이 새어 나왔다.
악마는 본능적으로 강한 상대와 먼저 싸우고자 한다.
일반인들 사이에서 마나를 지닌 사냥꾼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터.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고, 나만 똑바로 보고 있다.
‘바빠 죽겠는데.’
나는 모더를 돌려 스피어 모드로 바꿨다.
남은 거리를 생각하면 힘도 적당히 사용해야 했다.
만만한 상대는 아니지만, 최대한 절제해서 효율적으로 사냥한다.
숨을 내뱉으며 머리를 차갑게 식혔다.
쿠어어어어!
괴물은 자동차를 짓밟으며 내게 달려들었다.
육중한 무게 탓에 차체가 찌그러진다.
나는 모더의 아래쪽을 조금 더 틀었다.
철컥.
창날이 창대 안쪽으로 쑥 들어가더니, 반으로 갈라져 양쪽에서 튀어나왔다.
창보다는 도끼와 비슷한 모습.
폴액스 모드(Poleaxe Mode).
악마는 생명력이 질긴 괴물 중 하나다.
코어가 부서져도 잠시 숨이 붙어 있을 정도다.
이런 괴물에게는 찌르기보다 베기가 적합하다.
성난 고릴라처럼 달려든 악마가 땅을 차고 뛰어올랐다.
콰아앙!
낙하와 동시에, 들고 있던 몽둥이를 내려찍는다.
아스팔트 바닥이 움푹 파이며, 돌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무식한 위력이긴 하지만.
‘생긴 대로 논다더니.’
그리 민첩한 공격은 아니었다.
나는 측면으로 피해, 모더를 높이 치켜들었다.
악마는 내가 옆으로 피했다는 걸 깨달은 듯, 고개를 돌렸다.
막을 틈은 주지 않는다.
그대로 내리쳤다.
콱!
그대로 목을 칠 셈이었는데.
모더의 날은 악마의 두꺼운 목에 반 정도 박힌 데에서 그쳤다.
무슨 목에도 근육이 있는지 모르겠다.
‘좀 더 힘을 줬어야 했나.’
필드 클리어할 때 뺐던 힘은 택시를 타고 오면서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이번 건 너무 멀리 본 것 같았다.
악마가 팔을 높이 치켜들어, 목에 박힌 모더를 튕겨 냈다.
쿠어어어어엉!
목 뒤쪽이 반쯤 잘렸음에도, 놈은 살아 있었다.
놈은 화가 난 듯, 땅에 박힌 몽둥이를 옆으로 크게 휘둘렀다.
가가가가각!
땅이 갈리며, 측면에서 몽둥이가 쇄도해 온다.
이거 얻어맞으면 기절할 것 같았다.
게다가, 무기를 휘두르는 속도만큼은 꽤 빠르다.
하지만.
부웅!
괴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 공격을 어떻게 할지 빤하다.
나는 땅을 차고 뛰어올라, 몽둥이를 피했다.
몸을 옆으로 살짝 틀고, 원을 그리며 모더를 크게 휘두른다.
이번에 노리는 곳은 목의 앞쪽.
서걱!
나무를 벌목하듯, 앞뒤로 목을 친다.
땅바닥에 악마의 목이 떨어졌다.
퍽.
나는 모더를 돌려 원상태로 바꿨다.
이런 괴물에 일일이 발목 잡힐 수는 없었다.
곧장 앞으로 내달렸다.
* * *
“거기! 사람들부터 대피시키세요!”
고희연은 고려검가의 사람들과 함께 산 아래로 내려와,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
악마들은 평범한 사냥꾼들이 사냥하기에는 벅찰 정도로 강했다.
고려검가의 사냥꾼들도 조를 이뤄서 움직이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미치겠네.’
월드 퀘스트라니.
균열이 나타난 이래로, 한 번도 없던 일이다.
아무래도 모든 사냥꾼에게 공통으로 부여된 퀘스트 같았다.
‘그 정도로 큰일이라는 거잖아.’
사냥꾼들이 대대적으로 나서야 어떻게든 할 수 있을 정도로 큰일이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서울은 미전조 균열에서 나오는 괴물로 인해 혼란으로 들어찬 상태였다.
몇몇 사냥꾼들이 자발적으로 악마를 상대하며, 민간인의 대피를 돕고 있었지만.
악마의 수는 생각보다 많았다.
‘할아버지가 계셨다면.’
검성이 있었다면,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진 않았을 것이다.
고희연은 아랫입술을 물고, 숨을 내쉬었다.
검성의 빈자리는 고려검가에서 어떻게든 메꿔야 했다.
“여기! 도와주십시오!”
“지금 가요!”
고희연은 지원 요청한 고려검가의 사냥꾼에게 합류했다.
미전조 균열을 통해 빠져나온 악마는 괴물 중에서도 꽤 강한 축에 속했다.
난이도 있는 중대형 던전에서 나올 법한 괴물들이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다.
재난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캬아아아악!
고려검가의 사냥꾼들은 이런 대규모 사냥에 익숙했다.
악마는 강했지만, 침착하게 사냥한다면 못 죽일 정도도 아니었다.
민간인들의 대피를 돕느라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으나.
끝끝내 근처에 있는 악마들을 전부 사냥하는 데 성공했다.
“허억. 다 잡았나?”
“확인 사살하고, 남은 악마 없나 수색해!”
“다친 사람 있습니까?”
“협회 쪽에 연락해 보세요. 지원이 필요한 곳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사냥꾼들이 잠시 한숨 돌리며, 몸을 추스르는 사이.
돌연 땅이 뒤흔들렸다.
쿠구구구구…….
월드 퀘스트가 발생할 때와 비슷한 느낌의 지진.
사냥꾼들은 자세를 낮추고 상황을 살폈다.
고희연은 잠깐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흐억.”
일순간이지만, 짙은 마나가 느껴졌다.
다른 사냥꾼들도 마찬가지였는지, 모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고희연은 고개를 돌렸다.
멀리서 무언가 허리를 펴고 일어났다.
“저건.”
모든 사냥꾼이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공포감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는 사냥꾼도 더러 있었다.
“자, 잠깐만. 거짓말이지?”
“……뭐야.”
얼핏 보기에도 웬만한 아파트의 크기를 웃도는 크기.
인간과 흡사했지만, 머리는 소의 머리뼈와 비슷한 형상을 띠고 있었다.
위쪽으로 비스듬히 선 네 개의 뿔 중 둘은 부러진 상태였으며, 눈구멍은 텅 비었다.
목 뒤로는 척추가 그대로 드러났는데, 어느 부분부터 털가죽이 뼈를 감쌌다.
갈비뼈가 바깥쪽에서 몸을 둘러싸고 있었다.
날카로운 손톱을 가진 기다란 팔은 아래를 향해 축 늘어졌다.
고희연은 저 괴물의 이름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아자누스(Azanus).”
최초의 균열에서 기어 나온 괴물이 재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