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
악마 한 마리가 아파트 현관 앞에 내려앉았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한 청년이 이어폰을 낀 채 몸을 들썩거리고 있었다.
음악 볼륨이 커서, 뒤에 무언가 다가온 것도 모르고 있었다.
한참 리듬을 타던 청년은 엘리베이터에 비친 형체를 보고 몸을 멈췄다.
사람이 들어왔다고 생각했는지, 멋쩍은 듯 뒤를 돌아봤다.
그르르르…….
청년은 팔로 땅을 짚은 채 선 악마와 마주했다.
청년은 순간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친 순간.
쾅!
악마는 팔을 휘둘러 청년을 옆으로 치웠다.
거대한 팔에 얻어맞은 청년은 소화전에 처박혀 그대로 절명했다.
붉은 피가 바닥을 타고 흘러내려 아파트 현관까지 쭉 이어졌다.
악마는 엘리베이터를 살피다가, 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쿵. 쿵.
악마가 이 아파트에 들어온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아파트 어딘가에서 옅은 마나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악마는 마나의 흔적을 쫓아 계단을 올라갔다.
고등학생 하나가 계단에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다가, 흠칫 놀랐다.
“어?”
고등학생의 반응은 빨랐다.
무의식적으로 몸을 일으키고, 전력을 다해 계단을 올라가려 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악마가 한발 빨랐다.
고등학생에게 달려든 악마가 팔을 뻗었다.
와장창!
계단 중앙부에 있던 창문이 산산이 부서졌다.
고등학생은 깨진 창문 밖으로 밀려 떨어졌다.
“흐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무거운 것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악마는 손에 박힌 유리 조각을 털어 낸 뒤, 다시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이윽고 한 층 앞에서 멈춰서, 가만히 문을 바라봤다.
이재환의 집 앞이었다.
악마는 주먹으로 문을 힘껏 때렸다.
쾅!
* * *
설아를 재운 이재환은 안방에서 한가롭게 책을 읽고 있었다.
귀여운 손녀를 돌보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설아는 아이답지 않게 말도 잘 들었을뿐더러, 얌전하기도 했다.
심지어 귀여운 걸로 따지자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였다.
이서준을 키울 때도 이런 감정은 느껴 보지 못했다.
이래서 할아버지들이 손녀만 보면 사족을 못 쓰는 거구나 싶었다.
‘바깥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 것 같았는데.’
사이렌은 이따금 점검을 목적으로 울리기도 한다.
오늘은 점검한다고 못 들은 것 같긴 했지만.
이재환은 별일 있겠거니 생각했다.
‘요즘 애들 옷은 신기하구먼.’
이재환은 설아가 입고 온 옷을 관찰했다.
잔다고 벗어 놓은 외투는 검은색 로브였다.
계절을 생각하면 잘 맞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저녁에는 쌀쌀하다.
혹시 감기에 걸리진 않을까 챙겨 온 것 같았다.
‘무슨 일인데 일찍 데리러 온다는 건지.’
아까 유은혜가 설아를 데리러 온다고 했다.
손녀와의 아쉬움은 항상 아쉬웠다.
그래도 이서준 내외가 맞벌이기 때문에, 이재환은 설아를 볼 일이 많았다.
그것과 유은혜가 보내 주는 사진을 위로로 삼고 있었다.
실제로 몇 달 사이, 이재환의 집에는 액자가 늘었다.
전부 직접 인화한 설아의 사진이 담겨 있었다.
‘바깥이 소란스러운 것 같기도 한데.’
이재환이 잠시 상념에 빠져 있을 때.
아래쪽에서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와장창!
이재환은 인상을 찡그렸다.
아랫집에서 공사를 한다더니, 유리라도 옮기다 떨어트린 모양이었다.
소음에도 불구하고 설아는 깨지 않았다.
설아는 한 번 잠들면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푹 잤다.
‘잘 자네.’
아이는 자는 모습이 제일 예쁜 법이다.
물론 설아의 경우, 깨어 있을 때도 예쁘긴 했지만.
새근새근 자는 모습도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이재환은 한참 설아를 보다가, 책으로 눈을 돌렸다.
그 순간.
쾅!
큰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 건 아래가 아니라, 옆이었다.
흠칫 놀란 이재환은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 건 소리가 꽤 컸던 탓에, 설아도 부스스 눈을 떴다.
“으응?”
“더 자렴.”
“후아암…….”
설아는 작은 입을 한껏 벌리고 하품했다.
이재환은 설아를 두고 거실로 나갔다.
현관문을 마주한 이재환은 경악했다.
‘이게 뭐야.’
현관문이 크게 우그러져 있었다.
무언가 강한 힘으로 때린 듯한 모양새였다.
문 너머에서는 짐승의 것과 비슷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르륵.
이재환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그제야 들려왔던 사이렌 소리가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본능적으로 큰일이 났다는 걸 깨달은 이재환은 숨소리를 죽였다.
얼른 설아부터 챙겨야 했다.
그런데.
쾅!
다시 한번, 문 너머에 있는 무언가가 문을 때렸다.
이번에도 문이 크게 우그러지며, 경첩이 삐걱거렸다.
이재환은 서둘러 안방으로 향했다.
쾅!
현관 쪽에서 문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설아는 연달아 들려온 큰 소리에 일어나 있었다.
두 눈을 깜빡이며 이재환을 쳐다본다.
“할부지?”
“쉿. 설아야. 이리 오렴.”
이재환은 조용히 하라는 듯 검지를 입술에 대더니, 설아를 품에 안았다.
괴물이 집 안에 들어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이재환은 설아를 안아 든 채 안방과 이어진 베란다 쪽으로 빠져나갔다.
쿵, 쿵.
거실 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이재환은 창틀 아래에 앉아 설아를 끌어안았다.
안심하라는 듯 등을 쓸어내려 주며 동태를 살폈다.
이윽고, 안방 쪽에서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르륵.
이재환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베란다를 통해 거실로 나갔다.
크게 찌그러진 현관문이 널브러져 있었다.
검푸른색의 악마가 안방을 살피고 있는 게 보였다.
이재환은 설아를 안은 채 조심스럽게 현관 쪽으로 갔다.
어떻게든 나가는 게 먼저였다.
그때였다.
크릉.
악마가 고개를 홱 돌려 이재환을 찾아냈다.
아무리 이재환이 조심했다고 해도, 결국은 일반인.
괴물로부터 기척을 완전히 숨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쿠어어어업!
악마가 포효했다.
그 순간 날아온 무언가 악마의 얼굴을 덮쳤다.
설아가 입고 온 검은색 로브였다.
악마는 제 얼굴들 뒤덮은 로브를 떼어 내기 위해 얼굴을 흔들었다.
이재환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현관으로 뛰었다.
“끄윽.”
다리에 힘이 풀릴 것 같았으나, 억지로 몸을 움직였다.
이재환은 신발도 신지 못하고 현관 밖으로 나왔다.
엘리베이터는 너무 높은 층에 있었다.
열려 있던 비상구로 달려가, 문을 닫았다.
쿠어어어!
가까스로 로브를 떼어 낸 악마가 땅을 짚고 이재환의 뒤를 쫓았다.
현관 밖으로 뛰어나와, 미끄러져 옆집 문에 몸을 부딪쳤다.
재빨리 중심을 잡고, 비상구 문을 부쉈다.
쾅!
비상구 문짝이 계단 아래로 떨어졌다.
이재환은 아슬아슬하게 문에 맞는 걸 피할 수 있었다.
악마는 훌쩍 뛰어 단숨에 계단을 내려왔다.
순식간에 이재환을 따라잡은 악마가, 손을 치켜들었다.
내려찍으려는 듯한 모양새.
이재환에게 안겨 있던 설아가 빽 소리치며 손을 뻗었다.
“싫어!”
그와 동시에, 이재환은 느꼈다.
온몸을 타고 흐르는 강렬한 한기.
설아의 외침이 끝남과 무섭게, 작은 손에서 마나가 폭발했다.
콰앙!
이재환은 터져 나온 빛에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마주했다.
‘얼었다……?’
악마는 손을 높이 치켜든 채,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다.
악마를 둘러싼 얼음이 얼마나 두꺼운지, 그대로 박제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이재환은 설아를 안아 든 채 어안이 벙벙한 듯 그것을 바라보았다.
영상 매체를 통해서나 접할 수 있었던 광경.
‘마법?’
* * *
불카누스 한국 지부.
김창환은 고개를 들어 아자누스를 올려다봤다.
건물 지하에서 기어 올라온 아자누스가 천천히 허리를 폈다.
거대한 그림자가 지면을 뒤덮었다.
“아.”
주위에 있던 사냥꾼들은 완전히 압도됐다.
그것은 사냥꾼이 사냥하는 평범한 괴물이 아니었다.
정말 괴물이라 불러야 마땅한, 그런 것이었다.
“흐아아아아악!”
공포에 질린 르바의 길드장이 도망쳤다.
그것을 시발점으로, 사람들이 혼비백산 흩어져 도망치기 시작했다.
김창환도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괜히 주의를 끌었다간 저 거대한 괴물이 움직일 것 같았다.
‘……뭘 찾고 있는 건가?’
아자누스는 무언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렸다.
세 방향을 각각 지그시 살피더니, 이윽고 고개를 내렸다.
아자누스와 눈이 마주친 김창환은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히익.”
그것은 인간이 대적할 수 있는 수준의 무언가가 아니었다.
어떤 때에도 믿음직스러웠던 창이 이쑤시개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사냥꾼의 시대를 연 첫 번째 괴물이자, 괴물들의 선봉장이라 불리는 괴물이 몸을 내렸다.
그것은 마치 사족 보행하는 동물처럼 네 개의 다리로 땅을 짚었다.
앞발, 혹은 팔이라 불러야 할 것을 옆으로 크게 젖힌다.
그리고.
콰가가가가가가강!
마치 벌레를 치우듯, 정면을 쓸어버렸다.
건물들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며, 사람들이 튕겨 나갔다.
김창환은 무력한 죽음 끝에 생각했다.
그것은 괴물이 아닌 재해라고.
* * *
사냥꾼협회는 완전히 발칵 뒤집혔다.
서류가 날아다녔고, 사람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다급한 목소리가 섞여 소음을 만들어 냈다.
“위치는?”
“불카누스로 추정됩니다!”
“거기에 사냥꾼들 배치해 뒀잖아!”
“전원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전멸한 것 같습니다!”
“지원 요청해! 연락이 닿는 길드 전부!”
월드 퀘스트와 아자누스의 출현.
그리고 잇따른 미전조 균열의 발생으로, 사냥꾼협회는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사냥꾼협회장, 김민호는 심각한 얼굴로 자료 영상을 살폈다.
멀리서 누군가 촬영한 듯 저화질로 된 영상이었다.
몸을 일으킨 아자누스는 주변을 정리하듯 팔을 크게 휘둘렀다.
-콰가가가가강!
굉음과 함께, 주변에 있던 건물들이 우르르 내려앉았다.
월드 보스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파괴력이었다.
김민호는 영상을 돌려보며 생각했다.
‘아자누스는 분명 죽었을 텐데.’
아자누스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붕괴를 일으킨 괴물이다.
첫 번째 괴물, 혹은 불청객을 뜻하는 게이트 크래셔라고도 불린다.
이 괴물이 나타났던 10년 전에도, 지금과 같이 미전조 균열이 연달아 발생했었다.
하지만, 붕괴 때와 다른 점이 있었다.
‘미전조 균열에서 나오는 괴물들은 확실히 강해졌다.’
그때는 고블린을 비롯한 작은 괴물들 위주로 튀어나왔었다.
하지만 지금 균열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괴물들은 모두 악마.
심지어 군대처럼 정렬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미전조 균열은 서울 근교에서만 발생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균열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붕괴 때와는 명백히 차이가 있었다.
여러 가지 차이점 중, 가장 큰 차이점은 따로 있었다.
‘크기가 작아.’
아자누스는 명백히 처음 발견됐을 때와 달리 크기가 줄어들어 있었다.
처음 미국에서 나타난 아자누스는 이보다 수배는 더 커다랬다.
그에 따라 영향력이 줄어든 것으로 추측할 수 있었다.
‘한 번 죽었던 영향인가? 아니면 다른 개체?’
붕괴 때와 똑같이 시스템은 이 괴물을 두고 ‘아자누스’라 지칭했다.
이것이 개체명인지 괴물의 이름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크기가 줄어들었다는 건.
‘대처할 여지가 있다.’
붕괴 당시 아자누스를 사냥한 것은 검성과 이름 모를 마법사다.
검성은 당시에 말하길 그 마법사가 거의 모든 사냥을 주도했다고 밝혔으나.
그 마법사의 행방은 묘연했고, 수배해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공은 전부 검성에게 돌아갔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아자누스를 겨우 두 명이 공략했다는 것이다.
‘해볼 만할지도 몰라.’
어쨌든 간에 퀘스트가 부여됐다는 건, 사냥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민호는 서울 전역에 있는 길드 마스터에게 연락을 돌렸다.
성수현을 필두로, 공략에 참여하겠다는 연락이 하나둘 왔다.
“연락 닿는 길드는 군부와 연결해. 일단 주변 장악 및 저지 시도하고, 전력이 모이면 공략대를 편성한다.”
그때였다.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는 영상에 변화가 생겼다.
멈춰 있던 아자누스가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아자누스, 움직이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