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42)
142화
“에르제베트? 너야?”
“큼. 맞아.”
“왜 고양이 소리를 내?”
“시끄러워. 마나가 부족해서 그래.”
고양이 모습을 한 에르제베트는 계단을 따라 내려왔다.
얼어붙은 악마를 보고 멈추더니,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설아 작품이야?”
“그런 것 같아.”
“누군지 모르겠지만 잘 가르쳤네.”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가르쳤다.
스승님.
무언가 들어맞았다.
“너, 혹시 설아한테 마법 가르쳐 줬어?”
“응. 걔가 왜 나한테 스승님이라고 하겠어?”
“왜 마음대로 그런 짓을…….”
“마법 쓸 때마다 마나가 줄줄 새는데, 그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
사실이었다.
설아는 마법을 사용할 때마다 마나를 과할 정도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아이스크림 곰 아빠나, 비를 멈췄을 때가 그 대표적인 예시였다.
마나가 넘쳐 나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설아는 자신의 마나를 알맞은 양만 사용했다.
스스로 조절했다고 생각했는데.
‘하긴, 아무리 천재라도 숫자를 모르면 셈을 못하지.’
누군가 가르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경황이 없어 묻지 못했고, 아버지도 모른다고 하셨지만.
설마 고양이가 그랬을 줄 몰랐다.
“가르칠 사람도 따로 없잖아.”
“언제 가르친 거야?”
“처음 만난 후로 틈날 때마다.”
“그, 학부모랑 상담 없이 이래도 돼?”
“어차피 가르쳐야 했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에르제베트가 아니었다면, 마법을 사용할 때마다 균열관리본부에서 눈치챘을 테니까.
어쩌면 정철수에게 납치당했을 때도, 방어 마법만 사용할 게 아니라.
‘실수로 죽여 버렸을 수도.’
실제로 당시에 설아는 불안한 나머지 방어 마법을 유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불안감이 강한 상태에서 감정에 휩쓸려 마법을 사용했다면.
정말 정철수를 죽였을 수도 있다.
아이에겐 깊은 트라우마로 남았을 일이다.
이럴 때도 이렇게 악마를 제압하는 대신, 건물을 통째로 무너트렸을지도 모른다.
“맞는 말이야. 고마워.”
“됐어. 감사받으려고 한 게 아니니까.”
“근데, 어쩐 일이야?”
“아자누스. 그놈. 여기 있지?”
“넌 사냥꾼이 아니니까 알림음을 못 들었겠구나. 서울에 있다던데.”
에르제베트는 내 어깨로 폴짝 뛰어 올라왔다.
제 자리라는 것처럼 몸을 움직여 자리를 잡는다.
“뭐야?”
“움직여. 일단 설아 찾는 게 먼저니까.”
“설아? 어디 있는지 알아?”
“몰라. 마나가 있으면 찾을 수 있는데, 그럴 여력 없으니까.”
나는 일단 에르제베트를 어깨에 두고 계단을 내려왔다.
악마는 한 마리뿐이었는지, 더 보이진 않았다.
“지금 이거, 네가 말했던 폭풍이야? 나비효과?”
“크게 보면 그렇지.”
“그래도 몇 년 정도는 유예기간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랬다면 좋았겠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야. 어떻게든 해야지.”
“잠깐만. 내가?”
“그럼 누가 해?”
꼬리가 불만스럽다는 듯 등을 찰싹 때렸다.
채찍질 당하는 기분이었다.
“나는 설아랑 은혜 데리고 몸을 피할 생각이었는데.”
“안 될 거야. 아마 아자누스는 너희를 쫓아올 거거든.”
“……무슨 소리야?”
“악마는 마나가 강한 사람을 찾아 공격한다는 거, 알고 있지?”
“응.”
“지금 그놈은 악마가 그러는 것처럼 마나가 강한 사람을 찾고 있을 거야.”
“왜?”
에르제베트는 잠깐 입을 우물거리며 말을 골랐다.
고양이 모습이라 좀 귀여웠다.
“아자누스는 불완전하게 부활했어.”
“저번에 파편을 부순 탓인가?”
“그렇지. 내가 몇 개 더 찾아 부쉈거든. 완전히 되살아나기엔 부족했을 거야.”
“그래서, 그게 무슨 상관인데?”
“괴물이 마나를 가장 빠르게 회복하는 방법은, 마나가 강한 사람을 먹는 거거든.”
마나가 강한 사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역시 설아였다.
지구를 멸망시킨 마법사의 마나가 강하지 않다면, 누가 강하단 말인가.
“그럼, 그놈이 설아한테 가고 있는 건가?”
“둘 중 하나겠지. 설아, 아니면 유은혜.”
“은혜? 은혜는 왜?”
“유은혜의 마나는 상당히 순도가 높거든.”
마나가 강하다고 생각된 적은 가끔 있었다.
하지만, 설아와 비견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에르제베트는 안다는 듯이 부연 설명을 붙였다.
“전부 끌어내지 못해서 그래. 본인도 모를 만큼 깊은 곳에 숨어 있으니까.”
“마나가? 그런 경우가 있나?”
“있어. 괜히 설아 엄마겠어?”
“그렇게 말하니 반박할 수가 없네. 논리적인데?”
결론은, 아자누스가 설아 아니면 은혜에게 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는 건 반대로 말하면.
‘아자누스가 가는 방향 끝에 설아 아니면 은혜가 있다.’
일단 그곳부터 가서,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게 먼저였다.
아자누스의 위치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여기서 서쪽. 이쪽으로 곧장 오고 있네.”
“아자누스가?”
“응.”
“어떻게 알아?”
“그놈 몸에 내 저주가 남아 있거든.”
일단은 이 근처에 있을 확률이 높았다.
은혜라면 바로 설아한테 갔을 거고.
도로가 막힌 상황에서 아버지가 설아를 데리고 멀리 가진 못했을 테니까.
일단 가까운 대피소부터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았다.
“참. 하나 알아 둘 게 있어.”
“뭔데?”
에르제베트는 담담하게 선고했다.
“유은혜는 아자누스에게 죽을 거야.”
* * *
아자누스 인근에는 수많은 사냥꾼과 군인들이 모여 있었다.
길드 단위로 움직이는 이들, 심지어는 헬기와 탱크까지 보였다.
그러나, 그들은 아자누스에게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뚫어!”
“으아악!”
아자누스의 근처를 지키고 있던 악마 무리 때문이었다.
악마들은 사냥꾼들을 발견하자마자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쪽수로는 사람들이 살짝 우세하긴 했으나.
문제는 따로 있었다.
“끝이 없습니다!”
“죽여도 죽여도 나오잖아!”
아자누스의 근처에서 지속적으로 미전조 균열이 열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겨우 악마의 수를 줄여 놓으면, 새로운 악마 군대들이 덮쳐 왔다.
아자누스는 이렇다 할 공격도 하지 않고 유유히 이동하고 있는 상황.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르는 시간이 허망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우리 쪽만 피해가 생기고 있습니다! 좀 더 사람을 모으고 다시 오는 게……!”
“그사이에 악마들이 쌓이면 감당 못해! 밀어붙여!”
미사일을 비롯한 공습까지 준비되어 있었지만.
아자누스를 선제공격하는 건 좋지 못한 판단이라고 판단, 대기 중이었다.
일단 주변에 있는 악마들을 처치하는 것이 먼저였다.
하지만 전력을 턱없이 모자란 상황.
“기사단, 지원 왔습니다!”
꽤 큰 규모의 길드 하나가 전선에 도착했다.
성수현을 필두로 한 기사단.
하지만 인원수가 많지는 않았다.
월드 퀘스트가 시작되자마자 하우스 인근에 있던 사냥꾼들만 소집한 탓이었다.
“여기 도와줘!”
“헤드 둘! 급해!”
기사단은 일사불란하게 흩어졌다.
악마들에게 밀릴 판국이었기에, 일단 빈자리를 메꾸는 것이 먼저였다.
하지만 길드 하나가 추가됐다고 해서, 크게 전황이 바뀌진 않았다.
군인들도 그렇게 생각했으나.
퍽!
돌연 공중에 있던 악마 하나가 떨어졌다.
던전제 소재로 만들어진 총알로 탄막을 펼쳐도 죽지 않던 괴물이다.
그래도 꾸준한 공격이 통했는지, 사망한 것 같았다.
군인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사기를 끌어 올렸다.
그리고.
퍽!
악마 한 마리가 더 떨어졌다.
눈이 좋은 군인 몇몇은 분명 날아가는 화살을 봤다.
뒤쪽에서 누군가 쏜 화살이 악마의 미간을 관통한 것이었다.
빠른 속도로 날고 있는 악마의 미간을 쏘는 건, 총으로도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위력도 떨어지지 않아, 한 방에 악마가 한 마리씩 쓰러지고 있다.
‘누구…….’
그곳에는 유은혜가 있었다.
기사단에서 지원받은 화살을 활시위에 메기고, 쭉 당긴다.
고성과 혼란이 뒤얽힌 전장 속에서, 유은혜의 주변에만 정적이 들어찼다.
고요의 끝에서, 유은혜가 활시위를 놓았다.
팍!
어김없이 악마 한 마리가 떨어졌다.
가장 처치하기 까다로웠던, 공중의 악마들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신경 써야 할 것이 줄어드니, 헤드도 한결 편하게 지상의 악마들을 상대했다.
전황이 뒤바뀌었다.
“밀어붙여!”
“된다!”
“으랏차아아!”
악마들의 수가 착실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열린 미전조 균열에서 악마들이 합류했지만.
전과 달리 수가 조금씩 주는 게 여실히 보였다.
유은혜는 화살통에 손을 넣었다가, 화살을 전부 소모했다는 걸 깨달았다.
“아.”
화살을 담을 수 있는 대로 담았다고 하지만.
장기전에서 꾸준히 화살을 쏘다 보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급한 대로 박혀 있는 화살이라도 회수하려고 주변을 두리번거린 찰나.
유은혜의 옆으로 한 사냥꾼이 다가왔다.
“이거 받으세요.”
“어? 가, 감사합니다.”
활을 쓰는 여자 사냥꾼 하나가 화살통을 통째로 넘긴 것이었다.
유은혜는 당황했다.
이렇게 화살을 다 주면, 자신은 어떻게 싸우려고 저러는 걸까.
“제가 애먼 데 쏘는 것보다, 써 주시는 쪽이 좋을 것 같아서요.”
“그래도 최소한 몇 개는.”
“괜찮아요. 저는 주워서 쓰면 돼요.”
여자 사냥꾼은 꾸벅 인사하고 이동했다.
은혜는 조금 어리둥절했지만, 길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면 그걸로 좋았다.
화살통을 둘러메고, 화살을 뽑아 들었다.
“거기 사냥꾼님!”
“네?”
“화살 걱정하지 말고 쏘십쇼! 제가 주워 오든 얻어 오든 하겠습니다!”
한 군인도 은혜를 돕고 나섰다.
지금 이 전선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하고 있는 게 누군지 깨달은 것이었다.
필드 앞에서 난전이 벌어졌던 것과 달리, 군인들과 사냥꾼이 전열을 유지하고 있었다.
헤드가 버텨 주는 상황에서, 강한 리어는 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유은혜는 자신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아자누스가 이상합니다!”
“어어, 저거 왜 저래?”
한 방향으로 걸어가던 아자누스가, 돌연 고개를 돌렸다.
거대한 몸체가 돌아가니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아자누스가 쳐다본 것은, 분명 관심도 없던 사냥꾼들 무리였다.
“저거 지금, 여기 보고 있는 거냐?”
“정신 차려! 앞에 악마!”
“으악! 깜짝이야!”
하지만 걸렸다고 해서 도망칠 수도 없는 상황.
현재 상황을 진두지휘하고 있던 군인 중 하나가 고개를 들었다.
아자누스는 고개를 쭉 내밀고, 분명 이곳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뭐지?”
달라진 점이라면 악마를 조금 몰아붙이기 시작했다는 것 정도.
하지만 아자누스가 그것을 의식하고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악마 수십 수백 마리를 죽여도 반응이 없던 놈이다.
‘……저거 지금.’
유은혜는 공중에 있는 악마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아자누스의 몸체를 봐야 했다.
그것이 고개를 내려, 그들을 내려다보는 것까지 보였다.
기이하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