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47)
147화
고희연은 아자누스가 지나간 길 뒤에 서 있었다.
재해가 휩쓸고 지나간 흔적은 참상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아자누스의 마나는 미전조 균열을 발생시켰다.
인근에서 대거 악마가 발생하는 바람에, 사냥꾼들은 발을 묶이고 말았다.
키에에에엑!
작은 악마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고희연은 악마를 베어 가며 앞으로 나아갔다.
악마는 한 마리 한 마리가 꽤 강한 편이었다.
하지만 사냥꾼들이 원체 많아 사냥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서걱!
고희연의 검이 악마를 베어 냈다.
고려검가의 사범 중 하나가 상황을 확인했다.
“공략대는?”
“랭커들을 소집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소리는 아까도 들은 것 같은데!”
“아무래도 검성께서 입국할 때까지 시간을 끌 생각인 것 같습니다!”
“미친 협회 놈들!”
협회 쪽은 아자누스를 사냥할 공략대를 구성하고 있었다.
고희연은 고려검가의 사냥꾼들과 함께 선발대를 자처했다.
본격적인 공략전에 주변에 있는 악마들을 사냥할 필요가 있었다.
“길 뚫어 주면! 뭐 하냐고!”
“우리끼리 공략을 시도해 볼까요?”
고려검가의 사냥꾼들은 상당히 강한 축에 속했다.
그렇기에 종횡무진 돌아다니며 악마를 사냥하고, 시민들을 구출했다.
거기에 더해 이제는 아자누스에게 접근하기 위한 길까지 구축하고 있었다.
하지만.
“되겠냐!”
아자누스 공략은 아예 다른 얘기였다.
검성에게 전해 들은 것에 비해 그 크기가 훨씬 작다고 해도.
위압감까지 없는 건 아니었다.
고려검가의 사냥꾼들은 본능적으로 저 괴물이 얼마나 강한지 알아차렸다.
사냥을 시도했다가는, 괜한 피해만 입을 것이 빤했다.
“저기, 사람 있습니다!”
“뭐야? 대피 안 했어?”
“사냥꾼 같습니다!”
“지원해!”
길을 뚫던 고려검가의 사냥꾼들은 한 무리의 사냥꾼들과 만났다.
그들 역시 아자누스의 뒤에서 나타난 악마를 사냥하고 있었다.
아니, 거의 버티고 있는 수준이었다.
고려검가의 사냥꾼들이 난입하며, 상황은 순식간에 종료됐다.
고희연은 그 사이에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성수현 씨?”
“……검성의 손녀.”
“여기서 뭘 하고 계신 거죠?”
“선발대로 왔다가, 아자누스에게 쫓겼다.”
성수현은 옷에 묻은 피를 툭툭 털어 냈다.
고희연은 인상을 찡그렸다.
아자누스에게 접근을 시도했던 선발대는 거의 전멸했다고 전해 들은 것 같은데.
어떻게 살아 있는지 의문이었다.
“유은혜가 아자누스와 교전 중이다.”
“……네? 은혜 언니가요?”
“그래. 같은 길드였지?”
고희연은 혼란에 빠졌다.
유은혜는 확실히 강한 사냥꾼이다.
이서준이 너무 말도 안 되는 일을 연달아 보여 줘서 그렇지.
경력을 생각하면, 유은혜 역시 굉장한 수준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결단코 아자누스와 맞붙을 정도는 아니었다.
“지원은요?”
“없다. 혼자 싸우고 있어.”
“그게…… 말이 되는 소리예요?”
“사실상 시간을 끄는 느낌이 강하더군.”
고희연은 인상을 찡그렸다.
건물을 부수면서 돌격을 감행하는 괴물이다.
그 괴물을 상대로 어떻게 버티고 있는 건지도 의문이었지만.
“당신들은 근데 왜 여기 있어요?”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후퇴했다.”
“……하.”
고희연은 욕지거리를 가까스로 참았다.
유은혜가 시간을 끌고 있다고 해도, 후속 부대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하다못해 후퇴할 수 있도록 시선이라도 분산시켜 줘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인데.
성수현은 너무도 당당하게 도망쳤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다. 그걸 사냥하는 건 무리야.”
“진짜. 당신 최악이네요. 은혜 언니를 미끼로 쓰고 도망친 거잖아요.”
“한 명의 희생으로 이만큼이나 살았다. 대를 위한 소의 희생. 내 판단이 틀렸나?”
“미친 새끼.”
기어코 고희연은 욕설을 내뱉었다.
상대하고 있는 시간도 아까웠다.
“아자누스 앞으로 가겠습니다.”
“네? 아가씨? 설마 공략을 시도하려는 건.”
“아니에요. 구출해야 할 인원이 파악됐어요.”
“너무 위험합니다!”
고려검가의 사냥꾼들은 고희연을 만류했다.
고희연도 무리한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해 볼 수 있는데 안 하고 포기하는 수는 없었다.
그때였다.
“어?”
돌연 모든 사냥꾼들이 고개를 돌렸다.
갑작스레 나타난 강한 마나를 느낀 것이다.
어두운 하늘 아래, 아자누스의 머리 위로 무언가 떨어지고 있었다.
“저게 뭐야?”
“유성?”
고희연은 하늘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무언가를 목격했다.
그것은 유성처럼 푸른색 궤적을 남기며 빠른 속도로 아자누스를 향해 떨어졌다.
‘예쁘다.’
급박한 상황임에도, 고희연은 무심코 그렇게 생각했다.
아자누스와 푸른 유성이 맞닿은 순간.
푸른 섬광이 터져 나왔다.
쿠구구구구구……!
폭탄이 터졌을 때와 비슷했다.
마나가 공기를 밀어내며 느릿하게 터지더니, 돌연 속도를 더했다.
풍압이 온몸을 휩쓸고 지나갔다.
아자누스 주변에 있던 모든 사냥꾼은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지독한 한기가 살갗을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이 마나는…….’
그 자리에 있던 사냥꾼 중, 고희연만이 유일하게 마나의 주인을 알아차렸다.
산골렘과 마주했을 때, 설아가 사용한 마법에서 비슷한 감각을 느낀 바 있다.
이번 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그 힘이 강했다.
쩌억.
고여 있던 물이 얼어붙었다.
차창 유리에는 눈 결정 모양의 성에가 꼈다.
“……방금, 뭐야?”
“마법?”
얼마나 온도가 떨어진 건지, 입김이 새어 나올 지경이었다.
사냥꾼들을 견제하듯 근처를 날아다니던 악마들이 비통하게 울었다.
키이이익!
눈발과 함께 흩날렸던 하얀 폭풍이 점점 가라앉았다.
이윽고, 그들은 볼 수 있었다.
아자누스의 심장을 관통한 거대한 푸른색 창을.
[월드 퀘스트가 완료됐습니다.]* * *
이서준은 떨어졌다.
몸에 있는 힘을 전부 다 끌어다 쓴 탓에, 어떤 움직임도 취할 수 없었다.
그저 간신히 의식만 붙잡은 채,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는 바닥을 보고 있었다.
그때 헬기 안쪽에서 검은 물체가 빠른 속도로 튀어나왔다.
수직 강하한 로브가 이서준을 낚아챘다.
이서준을 태운 로브는 얼어붙은 건물의 잔해 위로 천천히 내려앉았다.
[이설아의 두 번째 불행을 막았습니다.] [고유 퀘스트가 갱신됩니다.]이서준은 시스템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마음을 놓았다.
멀리서 유은혜가 다가오는 게 보였지만, 정신을 오래 붙잡고 있진 못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절뚝거리던 유은혜는 기어코 얼어붙은 잔해를 밟고 미끄러졌다.
“아윽.”
어린아이처럼 바닥에 엎어진 유은혜는 잔해를 짚고 일어섰다.
숨을 헐떡이면서 다가온 유은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이서준을 살피는 것이었다.
무릎을 꿇고 앉아, 의식이 있는지 먼저 확인한다.
“서준아. 서준아. 내 말 들려?”
이서준은 가까스로 호흡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숨은 너무 옅었다.
유은혜는 이서준의 몸에 손을 올리곤 깜짝 놀랐다.
‘차가워.’
이서준의 몸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폭발의 여파에서 가장 가까웠기에, 몸이 얼어붙은 것이었다.
유은혜는 이서준의 손을 잡았다.
살아 있는 사람의 손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차가웠다.
‘위험해. 이대로라면.’
한기를 머금은 마나가 이서준의 몸을 얼리고 있었다.
이서준은 정신을 잃어버렸기에, 컨트롤 시도조차 불가능한 상황.
유은혜는 눈을 꾹 감았다.
어떻게든 조치를 해야 했다.
‘가라앉아.’
다른 사람의 마나를 컨트롤한다.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유은혜는 그런 걸 생각하지 않았다.
이서준이 가르쳐 준 그대로 눈을 꾹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유은혜는 그 어느 때보다 간절했다.
‘제발!’
그리고, 유은혜는 자신의 손이 차가워진 것을 느꼈다.
차가운 마나가 손을 타고 스며들어 왔다.
목구멍에서 차가운 숨이 새어 나왔다.
누군가 머릿속을 얼음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이윽고, 이서준의 안에 있던 마나가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됐다.’
이서준의 입에서 정상적으로 입김이 새어 나왔다.
체온도 많이 안정된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유은혜는 흐릿한 시야 속에서 어지럼증을 느꼈다.
유은혜 역시 양도 때문에 마나를 거의 다 소진한 상태.
이서준이 무사하다는 걸 확인하자, 안도하곤 정신을 잃어버렸다.
유은혜는 풀썩 이서준의 위로 쓰러졌다.
* * *
투두두두두!
위에서 헬기가 내려왔다.
뛰쳐나가려는 설아를 하이람이 제지했다.
“엄마! 아빠!”
설아는 울상이었다.
하이람은 오승훈 쪽을 봤다가, 설아를 자리에 앉혔다.
“여기 가만히 있어. 언니가 엄마 아빠 데려올게.”
“엄마 아빠 괜찮아요?”
“……괜찮을 거야.”
하이람도 말하면서 확신하지 못했다.
이서준이 보여 준 일격은, 한계를 아득히 초월한 수준이었으니까.
아마도 몸에 말도 안 되는 부담이 갔을 확률이 높았다.
착륙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헬기는 공중에서 체류했다.
하이람은 훌쩍 헬기에서 뛰어내렸다.
“……스승님.”
설아는 울먹울먹하는 눈을 에르제베트에게 돌렸다.
에르제베트는 헬기 바깥의 이서준과 유은혜를 봤다.
“괜찮아.”
에르제베트는 생각했다.
정말 아슬아슬했다고.
만약 스킬의 숙련도가 한 단계만 낮았더라면.
미리 플리른으로 창을 만들어 두지 않았더라면.
왕의 반지에 있는 영혼을 전부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설아가 창에 마나를 이만큼이나 부여하지 못했더라면.
수많은 가정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한 가지만 삐끗했어도, 아자누스는 죽지 않았을 거야.’
절명한 후, 코어를 조각냈음에도 끝내 부활한 괴물이다.
그만큼 아자누스는 생존 능력이 강한 괴물이었다.
검성이 저 괴물을 죽일 때, 백 번이 넘도록 검을 휘둘렀을 정도니까.
이번 일격으로 아자누스를 처치하지 못했다면,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을 것이다.
‘최악은 면했다.’
유은혜가 사망하는 건 물론, 이서준마저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여기서 유은혜가 사망한다면 아자누스는 제힘을 되찾았을 것이다.
대대적인 개인 시스템 업데이트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냥꾼의 상향 평준화도 이루어지지 않은 현 상황에서, 아자누스를 사냥하는 건 불가능.
‘서울은 고사하고, 대한민국이 쑥대밭이 됐을 수도.’
당연하게도 설아의 두 번째 불행마저 막지 못했을 것이다.
많게는 수십만 명에 달하는 사람이 죽었을 수도 있었다.
이서준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수많은 이들을 구한 것이다.
‘위험한 도박이나 다름없었어. 성공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겠지만.’
최악을 피해 차악을 선택했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에르제베트는 연민 섞인 눈으로 이서준과 유은혜를 봤다.
이제, 나비효과는 개인이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을 완전히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