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71)
171화
이서윤은 눈을 꾹 감고 있었다.
실기 시험에서 그 난리를 쳤을 때, 주목받을 거라고 예상하긴 했다.
애당초 목적이 주목받는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많은 관심이 쏠릴 줄은 몰랐다.
아직 예선전을 치르지 않았음에도,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었다.
하이테크의 경호원들이 없었더라면 제법 아찔했을 것이다.
“CBM에서 나왔습니다. 간단하게 인터뷰 가능하겠습니까? 5분이면 됩니다.”
“죄송합니다.”
이서윤은 하이람이 정해 준 콘셉트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일절 말은 하지 않고, 대기석에 앉아 차분하게 쉬는 모습이었다.
원체 공개된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그것이 오히려 기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현장 접수할 때를 제외하고 일언반구 없던 이서윤의 시선이 경호원에게 향했다.
기자들을 상대하던 경호원은 뙤약볕 아래에 오랜 시간 있던 탓에,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저기.”
“예, 예? 부르셨습니까?”
“물 좀 드세요.”
“아. 감사합니다.”
이서윤은 접수와 함께 받은 제 몫의 얼음물을 경호원에게 건넸다.
경호원은 목이 탔는지 선뜻 물을 받으며 얼굴을 붉혔다.
미인의 호의에 착각하지 않는 남자는 없는 법이다.
멀리 있던 오승훈은 그런 경호원이 안쓰러운 듯 혀를 찼다.
‘속은 남자라는 걸 모르니.’
이서윤의 정체가 이서준이라는 사실은 스펙터의 길드원 정도에게만 알려졌다.
매력적이라고는 하나, 속내가 남자라는 걸 아는 오승훈으로선 경호원이 불쌍할 따름이었다.
이서윤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평소처럼 행동한 거겠지만 말이다.
“이서윤 님. 차례가 됐습니다.”
“아, 네.”
강대호의 경기를 유심히 지켜보던 이서윤은 경호원을 따라 예선전 경기장에 들어섰다.
다른 예선전에 비해 확연히 이목이 몰려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촬영진만 해도 몇 배는 많았고, 일반 관객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다고 기사까지 난 탓일까.
비록 우승 후보로 거론되진 않았더라도 신경은 쓰였는지, 사냥꾼들도 경기를 관람하러 왔다.
‘부담감이 장난 아니겠구만.’
오승훈은 이서윤이 조금 안쓰럽게 느껴졌다.
아무리 뛰어나다고는 하나, 이렇게 주목받는 건 처음일 터.
기대에 부응해야만 하는 만큼,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서윤은 차분하게 나무창을 잡았다.
“대진운 뭐냐.”
“……예선부터 탈락하겠는데.”
“아무리 루키라도 그렇지. 이건 승산이 없지 않나?”
이서윤의 상대가 등장하고,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하필이면 이서윤의 예선전 상대가 우승 후보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소준영.’
길드 달그림자는 한국 랭킹 47위를 지키고 있는 중상위 길드 중 하나다.
특수한 길드의 방침상 길드원 자체가 많진 않다.
길드 마스터, 소준영 개인의 무력 때문에 고평가된 케이스였다.
실제로 소준영이 대련 대회에 참가한다고 했을 때, 우승 후보로 입방아에 오르내린 바 있다.
‘까다로울 텐데.’
소준영은 대련에 있어서 까다로운 타입이다.
스펙터에 소준영과 비슷한 식의 전투를 펼치는 사람이 없어서 더 그랬다.
오승훈은 아마 이서윤이라도 고전을 면치 못하리라 예상했다.
어쩌면 정말 질 수도 있다.
소준영은 무려 7년 차 사냥꾼이었기 때문이다.
* * *
비록 신체 능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나, 아직 나는 이 몸에 익숙지 않다.
팔과 다리의 길이, 몸의 무게를 비롯한 온갖 신체 조건 자체가 달라졌다.
처음에는 걷는 게 이상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지금은 그래도 무리 없이 움직일 수 있으나, 전투에서는 아직 미지수인 부분이 많다.
‘소준영이라.’
상대는 좀 하는 녀석이다.
길드 달그림자의 길드 마스터, 소준영.
과거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사이였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
소준영은 웃는 낯으로 내게 손을 뻗어 악수를 권했다.
“소준영입니다.”
“……이서윤입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소준영을 보고 있으면 털이 복슬복슬한 생물이 생각난다.
실제로 체모가 많다는 게 아니라, 무해한 양이나 알파카 같다는 느낌이다.
체구도 그다지 큰 편이 아닌 데다가, 사람 좋게 웃는 낯이다.
남자치고 작고 예쁜 손은 검을 잡아 본 적 없는 사람의 것 같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해치지 않습니다, 라고 얼굴에 쓰여 있는 느낌이네.’
좋게 말하면 순해 보이고, 나쁘게 말하면 조금 어벙해 보인다.
길거리에서 누가 도를 아시냐고 물어보면 알고 싶다고 대답할 관상.
솔직히 이 시점에서 대부분은 방심하겠지만.
나는 소준영의 진짜 얼굴을 알고 있었다.
“시작하겠습니다.”
서로 일제히 물러서서 정해진 자리에 섰다.
창을 움켜쥐고 소준영을 겨눴음에도, 소준영은 아무것도 꺼내지 않았다.
꼭 무기 없이 나온 사람 같았다.
호루라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순간.
‘온다!’
소준영의 얼굴이 변했다.
생글생글 웃고 있던 눈을 뜨자, 날카로운 눈빛이 드러났다.
어떤 준비 동작도 없이 빠르고 가볍게 팔을 휘두른다.
그리고, 소매에서 튀어나온 무언가 미간을 노리고 쇄도해 왔다.
쉬익!
공기를 베는 소리가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여자라고 봐주거나 하는 거 없이, 시작부터 미간을 노리는 버릇은 여전하다.
시작과 함께 날아든 것은 나무로 만들어진 단검이었다.
목제인 만큼 사냥꾼을 죽이기에는 살상력이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이걸 정통으로 맞았으면 얼굴이 나갔을 것이다.
‘무섭네.’
사람 분위기가 이렇게 한순간에 바뀔 수 있는 걸까.
어쩌면 이중인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준영은 틈을 주진 않았다.
곧장 다음 공격이 이어졌다.
쉬익!
이번에는 심장 쪽을 노린다.
몸을 크게 틀어 가까스로 피한 순간, 단검 하나가 더 날아들었다.
찰나의 순간 후속 공격을 추가한 것이다.
퇴로를 예측하고, 미리 단검을 던져 놓는다.
이건 어지간하면 반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예상했다!’
나는 소준영의 전투 방법을 알고 있다.
사람의 허를 찌르는 일종의 습관.
하지만, 그렇다고 쳐도 너무 깊게 들어왔다.
창으로 쳐 내기에도, 피하기에도 늦은 상황.
쇄골 쪽을 노리고 날아든 단검이 거의 몸에 닿았다.
‘남은 수는!’
창을 놓고, 순간 강화를 사용한다.
날아든 단검이 쇄골을 맞히기 직전, 손을 뻗는다.
이게 될까 싶었지만, 내 몸은 평소보다 빠르고 날렵한 상태.
소준영이 미간 다음에는 목 부근을 노린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 덕분에.
텁!
나는 날아든 단검을 잡아챌 수 있었다.
다음 공격을 준비하던 소준영은 조금 놀란 듯 멈췄다.
이건 내가 생각해도 곡예나 기예에 가까운 일이었다.
사냥꾼이 던진 단검은 평범한 사람이 던진 단검과 그 궤를 달리한다.
하물며 소준영처럼 투척술에 일가견이 있다면 더욱 그랬다.
“뭐지?”
“잡은 거야?”
“내가 잘못 본 건가?”
관객들도 웅성거렸다.
퍼포먼스를 할 생각은 없었는데.
어쨌든 하이람이 눈에 띄라고 했으니까, 상관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소준영이 조금이지만 움찔해 공격을 멈춘 지금이 기회였다.
팍!
땅을 차고 앞으로 달린다.
단검을 여러 개 가져온 소준영과 달리, 내가 가져온 창은 하나.
투창으로 승부를 보는 건 너무 위험했다.
차라리 근접전을 벌일 만큼 접근한 다음, 사거리로 찍어 누르는 편이 낫다.
붙으면 불리하다는 걸 아는지, 소준영은 견제하듯 단검을 날렸다.
‘이걸 어떻게 하더라도.’
나는 소준영을 향해 달려들고 있다.
그 상황에서 단검이 날아든다.
정면 충돌하는 것과 같았기에, 가만히 있을 때보다 단검은 몇 배 더 빨라 보였다.
‘추가 공격이 들어오면 답이 없어!’
피하면 동작이 흐트러져 접근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견제를 받을 거다.
언제까지 운이 따라 주리란 법도 없고, 자칫 잘못하면 끝.
이번에 접근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투척에는 투척이다.
창을 던지면 무기를 잃어버리는 셈.
재빠른 소준영이 피할 가능성이 농후했기에, 다른 것을 던진다.
아까 잡았던 단검을 날렸다.
“쯧.”
비록 찌르기 전문이긴 하지만, 투척 쪽에도 일가견은 있다.
소준영처럼 빠르고 정확하진 않았으나, 단검은 소준영을 향해 똑바로 날아갔다.
소준영은 추가로 던지려던 단검을 휘둘러 날아온 단검을 쳐 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쉬익!
견제로 날아온 단검을, 자세를 한껏 낮춰 피한다.
추가 공격이 없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그대로 사거리까지 접근해, 창을 찔렀다.
부웅!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내 팔의 길이가 생각보다 짧다는 것을.
힘껏 내지른 창은, 소준영에게 닿지 않았다.
대신 가슴팍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뼈아픈 실수였다.
* * *
장내는 침묵에 휩싸였다.
몇 차례의 공방이 오고 갔지만, 실제로는 수 초에 불과한 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빠르기로는 따를 자가 없다는 소준영이 속도에서 밀렸다.
이서윤은 날아온 단검을 잡은 것도 모자라, 완벽하게 소준영을 압도했다.
그것을 가장 잘 증명하는 것은, 가슴팍 앞에서 멈춘 창이었다.
‘끝난 거 아니었나?’
그대로 창을 내질렀으면 끝났을 것이다.
저 속도로 달려오며 내지른 창의 공격력은 상당했을 테니까.
그런데, 이서윤은 소준영의 바로 앞에서 창을 멈췄다.
심사 위원 중 한 사람은 이렇게 생각했다.
‘설마, 일부러?’
대련에 익숙한 고려검가의 사람들은 상대가 다치지 않도록 직전에 공격을 멈춘다.
그러나 이것은 상대와 어느 정도 격차가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전력을 쏟아 내지 않고, 여유가 있어야 중간에 공격을 멈추는 것도 되는 법이다.
애초에, 그 정도로 자신의 힘을 잘 조절하는 사람은 없다.
‘이건.’
완승.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이서윤은 완전히 소준영을 압도한 것도 모자라, 여유까지 있었다.
물론 의도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자리에 있는 모두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어제 막 라이선스를 취득한 사냥꾼이, 7년 차 사냥꾼을 상대로 승리한 것이다.
하물며 상대는 그저 연차만 높은 것이 아니라, 전투 능력까지 보장된 소준영.
그는 패배를 인정하는지 눈을 감고 양손을 들어 보였다.
“종료!”
호루라기 소리가 경기 종료를 알렸다.
뒤이어, 침묵을 깨고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아아!”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미쳤다! 이서윤!”
“이서윤! 이서윤!”
사람들은 열광했다.
일반 관객들도 이번 공방이 얼마나 수준 높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취재진도 방금 담아낸 영상을 재확인하기에 바빴다.
심사 위원들도 몸을 숙이고 이야기를 나눴다.
“활동 이력이 없는 게 확실합니까?”
“어제 라이선스를 취득했습니다. 확실합니다.”
“이런. 고려검가로 영입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요.”
“새로운 우승 후보가 나타났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