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78)
178화
나는 은혜와 함께 가구를 보러 왔다.
이사할 때 새로운 가구를 들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금 원룸에서 쓰고 있는 건 내가 원래 집에서 쓰던 거라, 버릴 때가 됐다.
게다가 대부분 1인용이었기 때문에, 4인용 식탁 등을 새로 갖출 필요가 있었다.
그 외에도 러그나 조명, 선반을 비롯해 살 것들이 많았다.
사실 인터넷으로 사면 그만이었지만, 은혜는 실물을 확인해 보자고 했다.
“실제로 보면 색감이나 질감이 다르단 말이야.”
나는 인테리어에 자신이 없었다.
패션 쪽도 그렇고, 꾸미는 쪽에는 영 센스가 없다.
그래도 사는 집이니만큼 잘 꾸미고 싶은 욕심은 있었다.
흔쾌히 동의하고 백화점으로 갔다.
“차가 없으니 들고 가진 못할 텐데. 배달되겠지?”
“사는 건 인터넷으로 사야지. 그게 더 싸잖아.”
“그럼 보러만 온 거야?”
“응. 온 김에 장도 보고 가자.”
참 꼼꼼하고 알뜰하다 싶었다.
뭘 살 때 보면, 은혜는 성분표나 가격표를 확인한다.
대충 가격만 보고 장바구니에 던져 넣는 나와는 달랐다.
“무슨 이불이 이렇게 비싸.”
“원래 이불이랑 매트리스가 좀 비싸잖아.”
“끙. 그래도 이런 건 좋은 거 써야 하는데.”
은혜는 신중한 표정으로 매트리스를 꾹꾹 눌러 봤다.
묘하게 고양이가 꾹꾹이 하는 것 같기도 했다.
“누워 보셔도 괜찮으세요.”
“아. 정말요?”
진열된 매트리스는 누워 봐도 괜찮은 모양이었다.
은혜는 뭔가 확인하려는 듯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것만으로는 애매한지, 누워 보려다가 멈췄다.
“너도 누워 봐.”
“왜?”
“나 혼자 누우면 부끄럽잖아.”
평일인 만큼 사람도 없었다.
별로 의식할 만한 시선도 없는데.
어려운 부탁도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은혜 옆에 벌러덩 누웠다.
집에서 쓰는 건 비교적 가격이 싼 거였는데.
‘확실히 다르네.’
가격을 보면 뭐 이렇게 비싼가 싶지만.
그래도 비싼 데에는 이유가 있긴 했다.
훈련을 마치고 온 참이라, 조금 피곤했다.
눈을 감으면 이대로 잘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어때?”
“좋아.”
“뭔 감상이 그래. 조금 단단하지 않아?”
“그런가?”
“적당히 단단하면 좋은데. 설아는 푹신푹신한 게 좋다고 그랬거든.”
고개를 돌리니, 옆으로 돌아누운 은혜가 매트리스를 눌러 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
‘이게 더 부끄러운 거 아닌가?’
은혜는 혼자 눕는 게 조금 부끄럽다고 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둘이 눕는 쪽이 더 부끄러운 거 아닐까.
고민하고 있으니, 은혜 너머에서 서 있던 종업원이 보였다.
아주 흐뭇한 얼굴을 한 채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큼.”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은혜는 종업원을 등지고 있는 탓에 표정을 못 본 모양이었다.
나를 따라 일어난 뒤, 다른 침대로 갔다.
“이건 엄청 두껍다.”
“너무 높은 거 아니야?”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설아 다치려나?”
“다칠 것 같진 않긴 한데.”
저번에 설아가 집에서 넘어질 뻔한 적이 있다.
얌전히 옷걸이에 걸려 있던 로브가 빠르게 날아가 잡아 줬다.
주인 자동 보호 기능이라도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사소한 일로 다치진 않겠다 싶었다.
“사용감이 중요하지.”
그래도 조금 높긴 한지, 은혜는 폴짝 뛰어 침대에 걸터앉았다.
몸을 흔들거리며 엉덩이로 침대를 눌러 보더니, 내게 휙휙 손짓한다.
“여기도 누워 봐.”
“아니. 나는 괜찮은데.”
“누워 봐야 알지. 비싼 거 사는 건데.”
그러고 보니 보는 매트리스가 죄다 퀸 사이즈다.
농담으로 한 소리였는데, 진담으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종업원은 웃으며 내 등을 떠밀었다.
“그래요. 남편분도 누워 보세요.”
“네?”
“패밀리 배드는 원래 같이 결정하는 편이 좋으세요. 부부가 바디 취향이 다를 수 있거든요.”
뭔가 전문용어가 나온다.
젊은 남녀가 대낮에 침대를 고르고 있다.
그야 신혼부부처럼 보일 만도 했다.
‘설아도 없는데, 부부 행세를 할 필요가 있나?’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난처했다.
은혜는 일부러 비워 뒀다는 듯 옆자리를 찹찹 쳤다.
“얼른 누워 봐. 여보.”
깜짝 놀랐다.
연애할 때도 저런 호칭으로 불려 본 적은 없는데.
“허.”
은혜의 눈빛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얘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거부할 수가 없다.
* * *
대한민국, 서울 한가운데에는 탑이라고 부를 만한 건물 하나가 우뚝 솟아 있었다.
마탑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이렇게 탑 형식의 건축물을 짓는다는 것이었다.
단체의 명이 메이지 타워(Mage Tower), 즉 마법사들의 탑인 만큼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박수찬은 다른 길드에 들어가는 대신 마탑에 소속됐다.
마법사 대부분은 바로 길드에 들어가는 대신 마탑을 거쳐 간다.
마법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달리 없기 때문이었다.
‘루크 싱클레어라니!’
박수찬은 막 마탑에 들어오자마자 생긴 대형 이벤트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루터 출신인 만큼 사냥꾼들에 대해서는 줄줄이 꿰고 있었다.
그렇기에 루크 싱클레어라는 인물이 가지는 입지도 알았다.
마법의 체계를 정리한, 어찌 보면 역사적인 인물이었다.
검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냥꾼.
‘그런 사람이 지금 이 위에 있다는 거잖아.’
사냥꾼들은 정말 많이 봤지만, 개인 루터인 박수찬이 볼 수 있었던 건 삼류들뿐이었다.
뒤늦게 안 사실이긴 했지만, 다른 유명인을 직접 보긴 했다.
라이선스 시험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 준 이서윤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유성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던 탓에, 뭔가 증거를 남겨 놓지 못했다.
‘수빈이한테 알려 줘야 하는데.’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남동생, 박수빈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박수빈은 늘 늦게까지 일하는 박수찬에게 미안해했다.
형이 이렇게 성공했으니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물론 아직은 마탑의 말단에 불과했지만.
그것만으로도 루터 때보다는 수입이 확실히 나왔다.
고정 수입도 생겼을뿐더러,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다.
‘사인이라도 받을까?’
다른 마법사들은 경외심에 위로 올라갈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마탑의 규율 자체가 상당히 딱딱한 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박수찬이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지금 루크 싱클레어는 마탑의 한국 지부장, 차유현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았다.
박수찬은 문밖에서 기다리다가 사진이라도 찍을 생각으로, 위에 올라가려 했다.
“어서 가보렴.”
“예?”
그때, 누군가 나직이 독려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수찬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분명 목소리는 뒤에서 들려온 것 같았는데.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잘못 들었나?’
박수찬은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곤,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누가 올라올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는지, 제재하는 인원은 없었다.
꼭대기 층에 다다른 박수찬은 마탑주, 차유현이 지나가는 걸 봤다.
아무래도 대화가 끝난 모양이었다.
루크 싱클레어가 떠나기 전에 얼른 가야 할 것 같았다.
“찾았습니다.”
문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어로 읊조리는 걸로 보아 아무래도 루크 싱클레어 본인 같았다.
‘누구랑 얘기하는 거지?’
차유현은 분명 아까 아래로 내려갔다.
달리 올라간 사람은 없을 텐데.
통화라도 하는 걸까.
박수찬은 얌전히 문밖에 서서 루크 싱클레어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대한민국입니다. 아자누스를 사냥한 사냥꾼, 유성과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방음이 잘되진 않는지, 문 너머의 목소리가 전부 들려왔다.
아무래도 유성, 이서윤과 관련된 내용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면 루크 싱클레어는 인터뷰에서 유성에게 관심을 표한 적이 있다.
“예. 알겠습니다.”
통화가 끝난 모양이었다.
박수찬은 그제야 사인받을 종이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핸드폰이라도 찾으려는데, 마탑에는 기밀 사항이 종종 있어 핸드폰을 반입할 수 없다.
허둥지둥 뭔가 적을 것을 찾으려고 로브 주머니를 뒤적이던 와중.
콰아아아아아아앙!
돌연 굉음과 함께, 마탑주의 방이 폭발했다.
* * *
“뭐야. 저거?”
장을 보고 돌아가는 길.
은혜는 커다란 전광판에 시선을 사로잡혔다.
고개를 들자, 뉴스가 나오고 있는 게 보였다.
원래는 균열의 발생을 경고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평소에는 광고나 뉴스 따위가 나오곤 한다.
그런데, 뉴스 내용이 심상치 않았다.
“대마법사 피습?”
“테러라는데?”
대마법사, 루크 싱클레어가 테러에 휘말렸다는 소식이었다.
TV화면은 서울에 있는 마탑이 생중계되고 있었다.
꼭대기 층이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
그 와중에 문을 비롯한 벽 한 부분만 멀쩡했다.
“사망자는 없대. 다행이네.”
“무슨 일이지.”
루크 싱클레어의 방어 마법 덕분이라고 한다.
건물을 반파시킨 것이나 다름없는데, 저걸 막았단다.
역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냥꾼은 다르다고 생각됐다.
그런데 문제는.
‘루크 싱클레어가 한국을 방문했던 적이 있던가?’
없다.
물론 한국에 온 적이 있긴 하지만, 그건 먼 미래의 얘기.
이 시기에 루크 싱클레어는 미국을 주 무대로 활동했다.
애초에 마탑에서 잘 나오지 않을 정도로 폐쇄적인 인물이다.
한국에 온 것만으로도 이상한 일인데, 테러까지 당했다.
“한국에서도 테러가 일어나는구나.”
은혜는 생소하다는 반응이었다.
하이람 일가 피습 사건을 생각하면, 테러가 안 일어나는 건 아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마탑을, 그것도 루크 싱클레어를 저렇게 직접적으로 건드리다니.
간이 참 크다.
게다가.
‘저 정도 규모의 테러는.’
아무리 사망자가 없다지만, 건물 일부가 날아갔다.
역시 세계적인 인물이라 그런지 테러의 규모도 다르다.
‘누구지?’
테러의 주동자로 짐작되는 인물은 없었다.
목적은 당연하게도 루크 싱클레어, 즉 대마법사였다.
하지만 루크 싱클레어는 적이 많은 인물이 아니다.
어느 쪽이냐 하면, 오히려 검성처럼 존경받는 인물이다.
‘마법 반대론자들인가?’
종교인 중에 그런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마법 사용 자체를 법안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하지만 최초로 균열이 발생한 지 10년이나 지난 만큼 많이 사라졌을 것이다.
이후 설아가 최종 보스로서 움직일 때 잠깐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채 며칠 활동을 끝으로 지구상에서 사라졌었다.
“서준아.”
“응?”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전화 왔어.”
“아.”
잠깐 정신이 팔린 탓에, 전화 온 것도 몰랐다.
무음 모드로 해 놨는데, 용케도 주머니 속에서 불 켜진 핸드폰을 봤다.
역시 활을 쓰는 만큼 눈이 좋은 걸까.
전화를 건 사람은 하이람이었다.
“여보세요?”
-야. 너 뭐 했어?
하이람은 대뜸 이렇게 말했다.
최근 이서윤 모습으로 잡지 모델을 한 것 말고는, 딱히 없다.
찌르기(극한)의 숙련도를 올리기 위해 새로 훈련을 시작한 것.
그리고 오늘 은혜와 함께 가구 구경을 한 게 전부였다.
짐작되는 부분이 없어 되물었다.
“하긴 뭘 합니까?”
-뭐 저지른 거 없어?
“없습니다. 뭡니까?”
-근데, 왜 루크 싱클레어가 널 찾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