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80)
180화
박수찬은 저녁 늦은 시간까지 조사를 받다가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일단은 테러에 휘말린 피해자였으나, 마탑주의 방 근처에 있었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박수찬은 막 라이선스를 취득한 만큼 그런 위력의 공격 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다.
파괴력이 강한 아티팩트를 취급할 처지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동기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범인을 찾는 데에 혈안이 된 탓에, 박수찬은 거짓말 탐지 테스트까지 받아야 했다.
그러나, 역시 테스트에 걸리는 건 없었고, 결국 무혐의로 풀려났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치료를 받은 박수찬은 어디론가 비척비척 걸었다.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집도 폐쇄된 마탑도, 동생이 입원한 병원도 아니었다.
박수찬은 간판이 벗겨지고 유리창에 빨간 엑스가 그려진 폐건물에 도착했다.
난생처음 보는 건물이었으나, 박수찬은 어째선지 건물에 기시감을 느꼈다.
홀린 듯 건물 안에 들어선 박수찬을 누군가 기다리고 있었다.
‘누구야.’
박수찬은 꿈을 꾸는 듯한 몽롱한 의식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몸이 멋대로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쯧. 실패하다니. 기폭만 시키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는데.”
의자에 앉은 남자는 혀를 차며 박수찬을 나무랐다.
박수찬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혼란스러운 머리를 진정시켰다.
기폭이라니, 혹시 루크 싱클레어 테러 사건과 연루된 걸까.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한 박수찬은 도망치고자 했으나, 몸은 옴짝달싹하지 않았다.
‘마법?’
몸의 제어권을 빼앗긴 듯한 기분이었다.
박수찬은 잘못했다는 듯 무릎을 꿇었다.
고개를 푹 숙인 자세로 처분을 기다렸다.
“네가 계획을 망쳤으니, 죽어 마땅하다.”
서늘한 감각이 목에 닿았다.
박수찬은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보지 못했지만, 그것이 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의자에 앉은 남자는 박수찬을 죽이고자 하고 있었다.
망설임도 없이, 남자는 검을 휘둘렀다.
서걱!
그리고 잘려 나간 것은, 남자의 목이었다.
자신이 죽었다는 것도 모르는 듯, 눈을 뜬 남자의 머리가 박수찬의 밑을 굴러갔다.
박수찬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으나, 남자가 죽었음에도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뒤이어, 기척이 느껴졌다.
“한 주먹 힘을 쥐여 주니 자신이 정의인 줄 아는구나.”
방금 사람을 죽인 사람의 목소리라고 하기에는 너무 평탄한 어조였다.
조금은 나른해 보이기까지 하는 차가운 목소리에, 박수찬은 오한을 느꼈다.
덕분에 목숨을 구했지만, 약자의 본능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 앞에 있는 사람은, 아까보다 몇천 몇만 배는 위험하다.
“운 없는 아이야. 악몽을 꾸었다 생각하려무나.”
서늘한 손가락이 박수찬의 볼을 스쳐 지나갔다.
박수찬의 의식은 거기에서 끊겼다.
정전됐던 불이 갑작스레 돌아오듯, 박수찬은 어느 순간 의식을 되찾았다.
집의 침대에 누워 보는 익숙한 천장.
박수찬은 눈을 끔뻑거렸다.
‘무슨 꿈을 꾼 것 같은데.’
분명히 악몽을 꾼 것 같은데.
꿈의 내용은 좀처럼 기억이 나지 않았다.
확실한 건, 지독한 악몽이었다는 것뿐이었다.
* * *
“새집!”
“이리 오세요.”
설아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방 한가운데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유은혜는 그런 설아를 어르며 안아 들었다.
설아는 얌전히 품에 안겨서도 신기한 듯 연신 두리번거렸다.
“자, 자. 비키세요. 지나갑니다.”
“아. 그건 이쪽에 세워 두시면 될 것 같아요.”
“오케이.”
냉장고를 지고 들어온 강대호가 부엌 쪽으로 갔다.
뒤를 따라서 들어온 고희연이 유은혜와 설아를 보고 인사했다.
“언니. 안녕하세요. 설아도 안녕!”
“쩰리 언니! 안녕하세요!”
설아는 유은혜의 품에 안긴 채 습관적으로 배꼽 인사를 하려다가 엎어질 뻔했다.
몇 번 이런 적이 있는 듯, 유은혜는 익숙한 듯 설아를 받쳐 줬다.
“희연아. 언제 왔어?”
“지금이요!”
고희연은 바리바리 싸 들고 온 선물을 내려놓았다.
두루마리 휴지부터 시작해 향초, 합성세제까지 있었다.
부엌 쪽에서 혼자 냉장고를 내리려던 강대호가 난감한 듯 도움을 요청했다.
“희연아. 여기 좀 도와줄래? 막 내리면 부서질 것 같아서.”
“아. 잡아 드릴게요.”
고희연은 종종걸음으로 부엌에 향했다.
유은혜는 감회에 젖은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집이 너무 넓다고 생각했는데, 가구가 들어오고 사람이 찾아오니 금세 복작복작해졌다.
고희연은 냉장고 내리는 걸 도와주다가 질문했다.
“서준 오빠는 어디 가셨어요?”
“이람 언니가 부른다고 갔는데.”
“아. 그건가? 유성?”
“모르겠어.”
“이람 언니는 안 오신대요?”
“일하는 시간이잖아.”
스펙터의 길드원 중 단연 바쁜 것은 하이람이었다.
오롯이 사냥꾼 일만 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겸업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런 날에 다 모였으면 좋았을 텐데, 조금 아쉬웠다.
“그렇구나. 이 정도면 얼추 다 된 것 같은데요?”
“거의 다 끝내 놓고 갔거든.”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서준이 이삿짐을 나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삿짐센터를 쓰려고 했지만, 이사 소식을 들은 강대호가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이서준은 어차피 옮길 짐도 별로 없었기에, 용달차만 불렀다.
대부분 가구는 새로 들인 것이기 때문이었다.
신기하다는 듯 집 구석구석을 구경하던 고희연은 안방의 매트리스를 봤다.
“이건 옮기기 힘들 것 같은데. 어떻게 들이셨어요?”
“아. 이거?”
유은혜는 매트리스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업자를 부르지 않으면 큰 크기의 가구는 옮기기 어려울 것 같았다.
이 부분은 이서준이 해결했는데, 무려 가구를 들고 점프해서 창문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무리 2층이라지만, 정말 기인 열전 같은 느낌이었다.
유은혜는 놀랍고 신기한 나머지 촬영해 놨던 걸 고희연과 강대호에게 보여 줬다.
“와. 저거 훈련되겠다.”
“안정성도 필요하고, 스쿼트 대신하면 좋을 것 같은데?”
“아. 저도 그 생각 했어요. 냉장고 정도면 적당할 것 같기도 하고.”
훈련을 사랑하는 둘은 이상한 방향의 평가를 내놓았다.
이서준이 들어왔던 그 창문 쪽에서 차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용달 트럭이라고 생각했으나, 익숙한 목소리가 뒤따라 들렸다.
“설아야!”
“어? 아빠다!”
이서준을 감지한 설아가 몸을 휘적거렸다.
바람대로 창가에 가 보니, 웬 차 한 대가 서 있었다.
운전석에서 몸을 내민 이서준이 팔을 휘적거렸다.
“어? 웬 차야?”
“하이람 씨가 이사 기념 선물이라고 줬어!”
“뭐?”
“헐.”
차원이 다른 스케일에, 유은혜와 고희연은 할 말을 잃었다.
그 와중에 강대호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나도 이사 가야 하나.”
* * *
이사를 마친 나는 차를 타고 사냥꾼협회를 찾았다.
이유는 둘이었는데, 첫 번째는 사냥꾼협회에서 이서윤을 호출했기 때문이다.
아자누스 사냥 건으로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지만.
‘개수작 부릴 확률이 높다고 했지.’
하이람은 무심하게 차 키를 건네며 그렇게 말했다.
검성에게 그랬던 것처럼, 어떻게든 이서윤 개인을 협회 소속으로 들이려고 할 것이다.
원래는 스펙터를 통째로 흡수하려고 했으나, 이는 하이람이 막았다고 한다.
아마 좋은 조건을 걸겠지만, 가짜 신분의 소속을 옮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차라리 담판을 짓는 편이 좋다고 해서, 일단 오긴 했다.
‘매번 새롭네.’
사냥꾼협회 건물이 멀쩡한 건 상당히 생소했다.
회귀 전, 사냥꾼협회는 완전히 부서져 흔적도 찾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원래는 이런 건물이었지 생각하게 된다.
아무리 현재에 살고 있더라도, 불현듯 이렇게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곤 했다.
‘루크 싱클레어도 이 안에 있을 텐데.’
들은 바에 의하면, 테러에 휘말린 루크 싱클레어도 이곳에 있다고 했다.
내가 이곳에 온 두 번째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루크 싱클레어였다.
협회의 보호 아래에 있으면, 저쪽도 섣불리 나올 수 없을 거란 판단 아래였다.
그 전에 협회장부터 만나 봐야겠지만 말이다.
‘응?’
그때, 나는 묘한 사람 하나를 발견했다.
로브를 뒤집어쓴 걸로 보아 마법사 같았는데.
얼굴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푹 눌러쓴 게 수상했다.
세계 최고의 마법사가 이곳에 있는 만큼, 종종 이곳을 배회하는 마법사는 보였다.
하지만 나는 이상하리만치 그 사람에게 시선이 갔다.
‘주차장에서 뭐 하는 건지.’
마법사는 주차장 한가운데에 서서 협회 건물을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종종 걸어 다니다가 보면 건물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긴 했는데.
이 마법사는 그런 것도 아니었다.
용건이 있다면 들어가면 될 텐데.
그렇다고 주차해 놓은 차를 찾거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지도 않았다.
‘이상한 사람이네.’
굳이 엮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나는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차에서 내렸다.
다행히 협회 쪽에서 정보가 새어 나가진 않은 모양이었다.
이서윤을 취재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기자나 파파라치는 보이지 않았다.
“오승훈 씨.”
“아. 오셨습니까.”
협회 건물 앞에서 대기하던 오승훈과 합류했다.
내가 잘 모르는 법적 문제에 대해서 조언하고 알려 줄 거라고 했다.
이 사람은 본업이 뭔지 모를 정도로 유능하다는 생각이 가끔 들었다.
그러니까 하이람의 최측근이 될 수 있었던 거겠지만 말이다.
“들어가시죠.”
나는 오승훈과 함께 협회 건물에 들어섰다.
로비에는 평소처럼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로비 직원이 보였는데, 나와 은혜의 라이선스를 발급해 줬던 그 직원이었다.
오승훈은 직접 이야기하라는 듯 내게 손짓했다.
“저기요.”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오셨나요?”
“협회장님과 약속이 있는데요.”
“……어머. 이서윤 씨세요?”
나지막이 말하자, 안내원도 나를 따라 목소리를 죽였다.
다행히 오승훈을 제외한 주변 사람들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이자, 상당히 놀란 듯 눈을 깜빡였다.
“잠시만요.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아. 저 팬이에요.”
“감사합니다.”
이서윤에게 팬층이 생겼다는 소식은 들었다.
이 모습으로 팬이 있는 건 어떨까 싶었지만 말이다.
“이서준 씨가 저한테 라이선스 발급 받으셨거든요.”
“아. 정말요?”
모른 척하는 것도 고역이었다.
스킬 덕분에 거짓말이 들킬 염려는 없었지만 말이다.
안내원이 컴퓨터로 뭔가를 확인하는 동안, 나는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주차장에 있던 마법사가 보였다.
‘아직도 저러고 있네.’
마침 협회 주변을 돌던 경비 둘이 마법사에게 다가갔다.
수상하긴 했는지 쫓아내려는 것 같았다.
마법사는 대뜸 양손을 뻗어, 경비 두 명의 머리를 각각 잡았다.
동시에, 경비들은 맥 빠진 인형처럼 풀썩 쓰러졌다.
“어?”
고개를 돌린 마법사와 눈이 마주쳤다.
마법사는 협회 건물을 향해 손을 뻗었다.
순간적으로 손목에 있던 마나 라이트가 찬란한 빛을 발했다.
온몸에 전율이 스쳐 지나갔다.
느낄 수 있었다.
막대한 양의 마나가 돌연 협회 건물을 감쌌다.
쿠구구구구……!
건물이 뒤흔들렸다.
당황한 안내원이 넘어졌다.
오승훈이 이쪽을 보고 소리쳤다.
“이서윤 씨!”
“테러?”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하나.
루크 싱클레어를 향한 테러였다.
뒤이어 시스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던전에 최초로 입장했습니다.] [특수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던전 : 사냥꾼협회를 공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