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83)
183화
루크 싱클레어는 차분하게 던전 공략을 시작했다.
시작은 그가 있는 5층의 정리부터였다.
마탑주의 인도를 위해 방에 들어온 괴물 이외에도, 던전화로 발생한 괴물들이 퍼져 있었다.
루크 싱클레어는 복도를 뚜벅뚜벅 걸으며 손을 휘둘렀다.
화악!
불길이 솟아오르며, 괴물들이 타죽었다.
비명이 귀를 찔렀고, 살이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그 와중에도 루크 싱클레어의 머릿속에는 지금 두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방금 얻은 마법을 사용하고 싶다는 욕구와, 앞으로 얻을 새로운 지식에 대한 기대감.
이 두 가지를 위해서는 빠르게 던전을 공략하고 유성과 만날 필요가 있었다.
‘보스는 어디에 있지?’
던전 공략의 조건은 간단하다.
던전 내부에 있는 균열 닫거나, 보스를 죽이거나.
혹은 던전 내부에 있는 모든 괴물을 사냥하면 된다.
그중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역시 보스를 죽이는 것.
루크 싱클레어는 지금 이 던전의 보스를 찾고 있었다.
‘최상층, 혹은 지하. 양자택일인가.’
이런 건물이 침식되어 던전화됐을 때, 대체로 보스는 끝자락에서 나온다.
지하 혹은 최상층으로 생각됐는데, 루크 싱클레어가 발걸음을 옮긴 곳은 위쪽이었다.
5층이니만큼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가자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대체로 보스는.
‘이런 곳에 있지.’
루크 싱클레어는 최상층 협회장의 방에 도착했다.
최상층 끝자락, 유독 큰 문에, 경호원 몇 명이 널브러져 죽어 있었다.
핏자국이 이어져 있는 게 아무래도 심상치 않았다.
루크 싱클레어는 손가락을 가볍게 저었다.
거대한 문이 저절로 열렸다.
“흠.”
루크 싱클레어는 침음을 흘렸다.
협회장실에는 누군가가 책상에 엎어져 죽어 있었다.
그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마탑 테러 당시, 이미 한번 조우해 본 적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사냥꾼협회장, 김민호였다.
“누구지?”
그러나 루크 싱클레어는 그보다 그 앞에 있는 남자에게 눈이 갔다.
로브를 깊게 눌러쓴 정체불명의 인물이었다.
그는 협회장의 방 응접용 소파에 태연하게 앉아 있었다.
바로 옆에서 죽은 협회장은 신경도 안 쓰인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니, 이자가 죽인 건가.’
괴물이 난입한 흔적은 없다.
최상층에서는 이상하리만치 괴물이 없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있긴 했으나, 전부 죽어 있었다.
그러나 상처로 볼 때, 협회장의 경호원들이 사냥한 것은 아니었다.
경호원들 또한 괴물에게 죽은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즉, 괴물과 경호원 둘 다 죽인 제3자가 존재한다는 뜻.
아무리 봐도 눈앞의 인물은 그 제3자로 보였다.
훅.
로브를 뒤집어쓴 인물이 손을 뻗었다.
그와 동시에 강렬한 머리카락을 스쳐 지나갔다.
루크 싱클레어는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방어 마법을 사용했다.
콰아아앙!
강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루크 싱클레어는 막아 냈지만, 협회장의 방은 완전히 초토화됐다.
그가 열고 들어온 문은 물론이고, 벽까지 무너졌다.
다행히 천장은 던전의 외벽을 이루고 있는지 무너지지 않았다.
먼지바람이 가라앉았다.
루크 싱클레어는 방어 마법을 거두고 눈앞의 마법사를 노려봤다.
‘이건, 그때와 같은.’
마탑에서 본 것과 같은 폭발 마법.
즉, 마탑 테러 사건의 주동자였다.
루크 싱클레어는 긴장한 듯 자세를 살짝 낮췄다.
‘아티팩트가 아니었다.’
아티팩트가 아닌, 술자 본인이 사용한 마법.
문제는 그 마법의 형태였다.
루크 싱클레어는 마탑이라는 단체를 통해 마법을 배포했다.
현재 배포된 마법은 대부분 기본적인 술식이었다.
마법을 제 방식대로 변형해 봤자, 결국 그 골격이 되는 원형은 같기 마련.
하지만 눈앞의 마법사가 사용한 마법은, 루크 싱클레어가 배포한 마법과 달랐다.
즉, 마탑을 통해 마법을 배운 인물이 아니었다.
‘어떻게.’
현재 마법사는 모두 그 뿌리를 마탑에 두고 있다.
그렇지 않은 마법을 사용하는 예시는 괴물뿐이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인물은 분명한 사람이었다.
팬텀이나 도플갱어처럼 겉모습을 속인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마나에 민감한 루크 싱클레어였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스스로 마법을 만들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하나.
스스로 마법이라는 영역을 개척했다는 가설이 세워진다.
하지만 이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마나라는 미지의 힘을 사용한 학문을 스스로 개척하는 건 불가능했다.
불가능했기에, 루크 싱클레어조차 괴물에게 마법을 배운 것이었다.
‘아니. 그럴 리 없다.’
루크 싱클레어는 이를 부정했다.
이를 인정하는 순간, 마탑주에게 머리 숙인 루크 싱클레어를 모두 부정하는 셈이 된다.
루크 싱클레어는 스스로 희생하여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하고 있다고 자기 합리화하고 있었다.
애초에 마법이 직접 연구하고 발전할 수 있는 학문이었다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 테니까.
“너는 누구냐.”
루크 싱클레어는 불안한 심정으로 물었다.
마법사는 그의 속내를 알고 있기라도 한 듯 대답하지 않았다.
불안해진 루크 싱클레어가 소리쳤다.
“누구냔 말이다!”
격정에 휩싸인 루크 싱클레어는 마법을 사용했다.
방금 마탑주에게 받은 지식을 근간으로 하는 마법.
사용해 본 적은 없으나, 그 머릿속에는 모든 지식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벽 속에서 뭉그러지던 마나가 검의 형태를 띤 채 마법사를 향해 겨눠졌다.
수백 자루에 달하는 마나의 검이 마법사에게 쏘아져 나갔다.
파바바바박!
* * *
이서윤은 조금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보좌하듯 뒤따라오는 오승훈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제가 여기서 갑자기 빠지면 이상하겠죠?”
“이서윤 씨만 보고 뭉친 것이니, 아무래도 그렇겠죠.”
“끙.”
이서윤은 1층에 생긴 미로를 빠른 속도로 주파했다.
그 과정에서 일반인과 사냥꾼 여럿을 구하게 됐다.
그리고 그들은 당연하다는 듯 이서윤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이쪽으로 가면 막다른 길일 거예요. 비상구는 저쪽일 거고요.”
“벽 너머에서 기척이 느껴지는데, 제가 한번 가 보겠습니다.”
그저 졸졸 뒤만 따라다니는 것은 아니었다.
직원들은 기억하고 있는 지형지물을 떠올려 구조물의 위치를 가늠했다.
사냥꾼은 적극적으로 전투에 협력했고, 포지션까지 갖춘 상태였다.
일반인들의 경우 사냥꾼이 만전의 상태로 싸울 수 있도록 무기를 들어 주기도 했다.
그렇게 이서윤을 주축으로 공략대 하나가 편성됐다.
정작 이서윤은 어떤 지시도 내린 적이 없었다.
‘오승훈만 구하고 루크 싱클레어를 찾으러 가려고 했는데.’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래서야 빠져나가긴 힘들 것 같았다.
사실 다소 즉흥적이고 위험한 도박이기도 했으니까.
체념하고 던전을 공략하기로 했다.
던전의 난도가 상당히 높아, 가만히 두면 피해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다.
“최상층으로 가는 게 맞을까 모르겠네요.”
“보스는 대체로 끝자락에 있으니까요.”
지하나 최상층.
둘 중 하나라면, 최상층부터 가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현재 사냥꾼 중에서는 제대로 된 무기를 갖추지 못한 사람도 더러 있었다.
직원의 말에 의하면 최상층 아래층에 무기를 보관하고 있는 창고가 있다고 한다.
그곳에서 무기를 보충한 뒤, 최상층을 확보.
일반인들을 안전한 장소에 두고 차근차근 공략하는 편이 맞다고 생각한 것이다.
‘24시간 농성하는 것도 방법이긴 하지만.’
지금 시대 기준으로, 상당히 어려운 던전인 것은 맞았다.
그렇다고 공략은 못 할 수준이 아니다.
스펙터라면 공략을 시도해 봄직했다.
인원이 갖춰져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혼자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 면에서 강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대련 대회를 거치면서, 싸우는 게 좀 더 편해졌다.
꾸준히 운동하다 보니 횟수가 늘어나고, 몸이 가벼워지는 듯한 감각.
아마 이 던전도 혼자서 공략해 볼 만 할 것 같았다.
보스의 난이도는 아직 미지수였지만 말이다.
“이쪽입니다.”
처음 목표했던 대로, 무기 창고를 향해 움직였다.
협회 내부를 꿰고 있는 직원이 있어서 움직임이 한결 수월했다.
오승훈을 비롯한 사냥꾼들은 사주경계를 착실히 했다.
일반인이 뒤따라오고 있는 만큼 주의를 기울였지만.
끼긱!
기습을 전부 차단하진 못했다.
측면에서 벽에 의태하고 있던 괴물 하나가 튀어나왔다.
‘폐허붙이’라는 이름의 괴물로, 카멜레온처럼 가죽의 색깔을 바꾸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먹잇감이 지나가기 전까지는 죽은 듯이 호흡을 멈춰, 감지하는 것 자체가 까다로운 괴물.
공략대가 어느 정도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중앙에 있는 일반 직원들을 노렸다.
아가리를 쩍 벌리고 노리는 건, 안내원이었다.
그러나.
빠악!
번개같이 움직인 이서윤이 이를 저지했다.
순식간에 창을 휘둘러, 폐허붙이의 턱을 올려 쳤다.
상당한 위력에 강제로 아가리를 다문 폐허붙이가 뒤로 급하게 물러났다.
놀란 안내원이 뒤로 넘어졌고, 오승훈은 안내원을 뒤로 물렸다.
“뭐야!”
“물러나십시오!”
“헤드, 이쪽으로!”
뒤늦게 그 존재를 알아차린 사냥꾼들이 움직였다.
그러나 그들이 할 일은 없었다.
이서윤은 다음 기회를 노리려는 듯, 도망치는 폐허붙이를 맹렬하게 추격했다.
불이 켜지자 도망치는 바퀴벌레를 연상케 되는, 빠른 속도.
그러나 그것보다 이서윤이 한발 빨랐다.
벽에 달라붙은 놈의 머리에 창을 찔러 박는다.
콱!
순식간에 괴물 하나가 절명했다.
유연한 대처, 깔끔한 처리.
완벽히 괴물의 힘을 상회하고, 던전 공략 자체를 많이 해 본 솜씨였다.
그것을 본 사냥꾼들의 감상은 이랬다.
‘곁에 있으면 죽을 일은 없겠구나.’
천군만마라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하는 말일 것이다.
유성, 이서윤은 다른 사냥꾼보다 늦게 이름을 알렸다.
아자누스 사냥이라는 엄청난 업적을 이뤄 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강함에 대해서는 미지수.
심지어 고려검가의 대련 대회에서 승리를 거뒀음에도, 실전 활동 자체가 너무 드물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서윤이 얼마나 강한지를 확인했고, 그녀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
“가시죠.”
별일 없다는 듯 확인 사살을 마친 이서윤이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 모습이 카리스마 있다고 생각한 몇 명은 그 순간 이서윤의 팬이 됐다.
정작 이서윤은 은혜와 설아가 걱정할까 봐 빨리 공략해 버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 * *
루크 싱클레어는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눈꺼풀에 맺힌 핏방울 때문에 시야는 흐릿했다.
온몸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확실한 건.
‘패배했다.’
루크 싱클레어는, 그 마법사에게 참패했다는 사실이었다.
마법으로 이루어진 공방이 오가는, 마법사 간의 전투.
마법에 한해서는 넘어설 자가 없다고 생각됐던 루크 싱클레어였으나.
그는 상대에게 유효한 공격 한 번을 못 넣고 대패했다.
‘어디 간 거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잠깐 기절해 있었던 것 같은데.
문득 루크 싱클레어는 뭔가를 깨달았다.
‘없다.’
여차하면 사용하려고 했던, 마탑주를 부를 수 있다는 코어.
분명히 손에 잘 쥐고 있었는데, 온데간데없었다.
바닥에 떨어진 게 아닐까 싶었지만, 찾아봐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놈이 가져간 것 같았다.
‘왜 마무리를 안 한 거지?’
어쩌면 그 코어가 목표였을 수도 있다.
루크 싱클레어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협회장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아. 사냥꾼들인가.’
사냥꾼들이 그곳에 있었다.
필두에 선 창을 든 사냥꾼은, 분명 그가 찾아 헤매던 사냥꾼.
이서윤이었다.
던전화에 휘말린 사냥꾼들이 그 뒤에 서 있었다.
‘보고만 있지 말고, 도와주란 말이다. 멍청한 것들.’
루크 싱클레어는 그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들은 손 대신 무기를 루크 싱클레어에게 뻗었다.
‘어?’
루크 싱클레어는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 이것들이 왜 사람한테 무기를 겨눈단 말인가.
설마 괴물에게 마법을 배웠다는 사실이 폭로되기라도 한 걸까.
루크 싱클레어는 고개를 돌렸다가, 한 사냥꾼이 든 방패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봤다.
그곳에는, 루크 싱클레어 대신 흉측하게 생긴 괴물 한 마리가 손을 뻗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