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9)
19화
“시험의 목표는 간단합니다.”
감독관은 유리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가리켰다.
응시생들이 좌우로 고개를 움직이며 그것을 살폈다.
30센티미터 정도의 하얀 구체가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괴물을 따라 하는 인공 괴물, 더미(Dummy)를 사냥하면 됩니다.”
감독관은 설명을 이어 나갔다.
지금 입고 있는 복장에는 특수한 센서가 장치되어 있다.
중상에 해당하는 일격을 당하면, 자동으로 탈락이다.
요컨대 중상을 당하지 않고 더미를 사냥하기만 하면 된다.
“질문 있습니까?”
응시생들은 침묵했다.
대부분 이 정도는 예습으로 알고 있었을 것이다.
“D조 1번 응시생. 앞으로 나오십시오.”
왼쪽 앞에 있던 응시생이 앞으로 나섰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는데, 몸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저 정도로 긴장하는 걸 보면, 처음인 것 같았다.
“무기는 자유롭게 선택해 주십시오.”
옆에 있던 벽이 뒤집히더니, 수많은 무기가 나타났다.
모두 날이 없는 대신 센서가 장착되어 있었다.
1번 응시생은 조금 머뭇거리다가, 검을 잡았다.
가장 통상적이고, 많이 쓰이는 무기였다.
“입장하겠습니다.”
유리로 이루어진 방의 문이 열렸다.
응시생은 머뭇거리며 방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발 모양으로 표시된 자리에 섰다.
넓은 방 한가운데, 더미와 응시생 둘만이 남았다.
“시험 시작하겠습니다.”
하얀 구체, 더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타이니 골렘(Tiny Golem)으로 모습이 바뀐다.
‘간단한 녀석이네. 응시생 기준으로는 조금 어렵나?’
타이니 골렘은 힘도 강하고, 석재로 구성된 몸은 단단한 괴물이다.
그러나 관절부가 취약해, 대처법만 안다면 간단하게 공략할 수 있었다.
삐이이익!
신호와 함께, 타이니 골렘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름 그대로 크기는 약 2미터 정도.
골렘치고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응시생은 조금 압도된 듯이 뒷걸음질을 쳤다.
“으, 흐아아아악!”
그래도 사냥꾼 응시생이라고, 계속 물러서지는 않았다.
기합인지 비명인지 모를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돌진한다.
기세는 좋았지만, 딱 그게 전부였다.
퍽!
타이니 골렘은 거리를 좁힌 응시생을 내리쳤다.
응시생은 검으로 공격을 막으려 했지만.
저 육중한 공격을 막기에는 자세가 너무 불안정했다.
슈트에 빨간 불이 들어오며, 실패를 통지하는 신호가 들려왔다.
삐이이익.
더미는 다시 하얀 구체로 돌아갔다.
응시생은 탈락했다는 걸 알고 충격에 빠진 듯 가만히 있었다.
감독관은 불합격을 알리고, 응시생을 끌어냈다.
“다음. D조 2번 응시생. 앞으로 나오십시오.”
* * *
응시생들이 대기하고 있는 곳 반대편에는 참관실이 있었다.
참관실 내부에 있던 기사단의 에이전트, 허만덕은 조심스레 숨을 내쉬었다.
에이전트는 유망주를 찾아 계약하기 위해 이렇게 시험에 참관하곤 한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공기가 달랐다.
‘저 양반은 도대체 왜 온 거야?’
하얀 도복을 입은 노인이 뒷짐을 진 채 시험장을 보고 있었다.
신선처럼 긴 수염을 휘날리는 노인의 정체는 고려검가의 검성(劍星).
대한민국 사냥꾼 중 정점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사냥꾼이었다.
그 명색에 걸맞게, 근처에만 있어도 기가 눌려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았다.
다른 길드의 에이전트도 좀처럼 참관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저 왔어요.”
25번 응시생이 허무하게 탈락했을 때, 누군가 참관실로 들어섰다.
에이전트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허만덕도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검성의 손녀?’
검성의 손녀, 고희연이었다.
처음 보는 어린애와 손을 잡고 있었다.
허만덕이 잠깐 생각을 멈출 정도로 귀엽게 생긴 아이였다.
검성은 여자아이, 설아를 바라봤다.
“그 아이는 누구더냐?”
“아는 응시생 딸이에요. 설아야. 언니 할아버지야.”
설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고희연과 손을 놓고, 검성의 주위를 강아지처럼 한 바퀴 돌았다.
마지막으로 희고 긴 수염을 살피더니,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입을 벌렸다.
“산타 할아부지?”
“큭.”
그 순진한 모습에, 진지하기만 하던 검성이 웃음을 터트렸다.
다른 에이전트는 물론이고, 허만덕의 입가에도 은은한 미소가 번졌다.
설아는 배꼽 위에 양손을 올리고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설아예요.”
“반갑구나. 나는 검성이란다.”
“산타 할아부지 아니에요?”
“안타깝지만, 아니란다.”
“그렇구나…….”
설아는 눈에 띄게 실망했다.
고희연은 쿡쿡 웃으며 설아와 함께 검성의 옆에 섰다.
팽팽하게 긴장됐던 분위기가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어때요?”
“형편없구나.”
검성은 유리창 쪽으로 눈을 돌렸다.
한 응시생이 겨우 타이니 골렘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자칫하면 탈락했을 정도로 슈트가 붉어져 있었다.
“공략법도 알려진 괴물에게 어찌 저리 고전하는지 모르겠다.”
“타이니 골렘 정도면, 응시생들한테는 꽤 어려운 게 맞아요.”
에이전트들은 고희연의 말에 공감했다.
더미는 시험마다 다른 괴물의 모습으로 바뀐다.
이번 시험에서 더미로 채택된 타이니 골렘은 평소 실기 시험보다 까다로운 괴물이었다.
“안 보여요.”
설아는 검성의 앞에서 깡충깡충 뛰었다.
설아의 키로는 유리 너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성이 설아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안아 들었다.
“자. 이제 보이느냐?”
“응! 고맙습니다. 할아부지.”
“허허, 그래.”
검성은 온화하게 웃었다.
고집 있고 완강하다는 인상이 강한 검성이다.
처음 보는 표정에, 에이전트들은 신기하다는 듯한 얼굴이 됐다.
검성은 인상을 찌푸리고 에이전트들을 살폈다.
에이전트들은 곧장 시선을 피했다.
“설아야. 저기 봐.”
고희연이 시험장 안쪽을 가리켰다.
누군가와 시선이 마주친 설아는 해맑게 웃었다.
주변이 조금 환해지는 듯한 미소였다.
“아빠다!”
* * *
“D조 29번 응시생, 앞으로 나오십시오.”
“잘 봐.”
은혜의 짤막한 응원을 뒤로하고, 무기를 잡았다.
골라잡은 무기는 당연하게도 창.
자루 끝자락에는 하이테크(Hi-tech)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난센스가 다분히 느껴지는 이 이름은 무기 제조 회사의 이름이었다.
“입장하겠습니다.”
자동문이 열렸고, 나는 방 안으로 발을 들였다.
안쪽으로 들어서자 유리 바깥쪽은 보이지 않았다.
사냥감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시설이었다.
방 안에는 나와 더미만 있었다.
“시험 시작하겠습니다.”
시작을 알리는 신호음과 함께, 더미가 움직였다.
기계화된 듯한 타이니 골렘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인공 괴물이라지만, 습성이나 움직임은 완전히 일치했다.
그래서, 더 공략하기 쉬웠다.
‘빨리 끝내자.’
시간 끌 것 없다.
타이니 골렘은 내게 천천히 접근했다.
굳이 거리를 좁힐 것 없이, 차분하게 기다렸다.
느릿하게 내게 다가온 놈이 둔기 같은 팔을 높이 쳐들었다.
콰앙!
팔이 바닥을 찍는다.
나는 가볍게 뒤로 물러나 공격을 피했다.
순간적인 속도는 빠르지만, 동작이 커서 충분히 보고 피할 수 있는 공격.
창을 넓게 잡고, 내려친 팔의 바깥쪽 아래로 파고들었다.
‘골렘도 슬라임이나 다름없다.’
무생물에 가까운 골렘이 자아를 가지고 움직일 수 있는 건, 동력원 덕분.
슬라임의 핵과 같은 역할을 하는 동력원은 가슴팍에 박혀 있다.
물론 급소인 만큼 보호 수단이 갖춰져 있다.
타이니 골렘의 가슴팍은 갑옷처럼 단단한 판으로 둘러싸여 있다.
푹!
그 판 아래쪽에는 아주 미세한 틈이 있다.
마치 바닥의 타일을 들어내듯, 창을 지렛대처럼 사용해 판을 뜯어냈다.
우둑!
판이 위로 들리며, 동력원이 얼핏 드러났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창을 비틀어 동력원을 향해 겨눴다.
그대로 찌른다.
퍽!
그것으로 끝.
타이니 골렘은 동작을 멈췄다.
공략이 끝났다는 듯, 방에 초록빛 불이 들어왔다.
조금 놀란 듯한 감독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D조 29번 응시생, 합격입니다.”
* * *
“네가 말했던 응시생이 저 청년인가 보구나.”
“심상치 않죠?”
“난놈이로고.”
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칫 단조롭게 느껴질 수도 있는 전투.
하지만, 그만큼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공략이었다.
마치 수도 없이 싸워 본 경험이라도 있는 것 같았다.
‘시작했을 때부터 거리를 좁혔다면.’
최단 시간 안에 실기 시험을 끝낸 기록을 세웠을지도 모른다.
교전에 들어가고 난 뒤, 이서준이 타이니 골렘을 무력화시키는 데는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눈이 좋은 고희연이 ‘재밌는 사람’이라고 표현할 만도 했다.
“할아부지. 우리 아빠 멋있죠?”
그때 품에 안겨 있는 설아가 말을 걸어왔다.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이서준의 전투를 보던 설아는 아주 자랑스러워 보였다.
“그래. 네 아빠라고?”
“네! 설아 아빠예요!”
“흥미롭더구나.”
이서준을 눈여겨보던 에이전트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짧은 전투밖에 보여 주지 않았고, 최종 시험도 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 보여 준 기량으로만 볼 때 이서준은 단연 영입 1순위의 루키였다.
하지만 고려검가와 관련된 인물이라면 영입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허만덕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돈깨나 될 것 같은데.’
얼굴도 잘생긴 편이라, 허만덕이 찾던 인재였지만.
기사단은 아직 검성이 직접 와서 눈여겨본 사냥꾼을 채 갈 정도로 세가 크진 않았다.
허만덕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 응시생을 살폈다.
30번 응시생은 여자였다.
“어?”
그런데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누군가 했더니, 한번 계약을 거절한 사냥꾼 지망생.
유은혜였다.
다른 에이전트도 관심을 보였다.
“활이라…….”
“흐음.”
꾸미지도 않았는데도 시선을 사로잡는 미모.
평범한 응시생들과 달리 활이라는 특수한 무기를 선택했다.
실력만 있다면 확실히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지망생이었다.
삐이이익!
신호음이 울리고, 타이니 골렘이 움직였다.
유은혜는 화살통에서 곧장 화살을 뽑아, 시위를 메겼다.
허만덕은 눈을 빛냈다.
‘폼을 보니 학원에 다녔군. 거지인 줄 알았더니.’
아무래도 다른 에이전트가 채 간 것이 분명했다.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깔끔한 자세였다.
유은혜는 시위를 쭉 당기자마자 놓았다.
팍!
빠르게 쏘아진 화살은 정확히 타이니 골렘의 팔 관절 사이를 파고들었다.
무력화시키지는 못했지만, 확실한 유효타.
타이니 골렘은 고통을 호소하듯 울부짖으며, 은혜에게 달려들었다.
쿠어어어어!
은혜는 당황하지 않고 뒤로 빠르게 물러났다.
연달아 화살이 날아간다.
팍! 팍! 팍!
빗나가는 것 없이, 전부 관절에 적중한다.
관절에 피해를 누적시켜 움직일 수 없도록 만든다.
이서준이 심장을 찔렀다면, 유은혜는 팔다리의 힘줄을 끊어 놓은 셈이었다.
결국 타이니 골렘은 앞으로 고꾸라졌다.
쿵!
무력화됨과 동시에, 초록 불이 들어왔다.
인상적인 솜씨로 통과한 것이다.
은혜는 응시생들이 있는 쪽을 보며 브이를 날렸다.
누군가 아는 사람이라도 있는 것 같았다.
해맑은 웃음은 엔터테인먼트 쪽 에이전트들의 시선마저 사로잡았다.
‘이건 계약해야 해!’
에이전트들이 달려 나가 계약서를 들이밀기 위해 엉덩이를 들썩이고 있을 무렵.
설아가 은혜와 꼭 닮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검성을 올려다봤다.
“할아부지. 엄마도 멋있죠?”
그 한마디로, 에이전트들은 다시 한번 계약을 포기해야 했다.
또 고려검가와 관련된 사람이라고 오해한 것이다.
허만덕은 생각했다.
‘아! 망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