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92)
192화
사냥꾼협회의 던전화.
협회장의 죽음과 루크 싱클레어의 실종.
월드 퀘스트에 이어서 발생한 대형 사건에, 언론은 난리가 났다.
그 중심에 있던 이서윤도 그 여파를 피해 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하이테크 법무팀 김정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하이람은 이를 하이테크의 법무팀을 붙임으로써 깔끔하게 종결시켰다.
내가 할 일이라고는 그저 봤던 대로 증언 및 진술을 하는 것뿐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최상층의 괴물이 루크 싱클레어일지도 모른다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설명하기도 어려운 일일뿐더러, 내게 불리한 이야기를 굳이 꺼낼 필요는 없었다.
법무팀은 내게 전해 들은 이야기를 정리한 뒤, 문제 될 부분이 없도록 깔끔하게 고쳤다.
“워낙 대처가 깔끔하셔서,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증언도 모두 이서윤 님 편이고요.”
“감사해요.”
나는 꾸벅 인사했다.
김정현은 웃으며 마주 고개를 숙였다.
하이람이 선택한 사람인 만큼, 굉장히 유능한 인물일 것이다.
“개인적인 문제가 생기셨을 때도, 언제든지 연락해 주세요.”
“그래도 괜찮을까요?”
“물론 괜찮고말고요. 업무 외 시간이어도 상관없습니다.”
나는 이정현에게 명함을 받았다.
그에 반해 내게는 달리 명함이 없었다.
하이람이 쓸데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만들어 둔 명함이 있긴 하지만.
그건 스펙터의 길드장, 이서준의 이름으로 된 명함이었다.
“저는 드릴 명함이 없네요.”
“괜찮습니다. 연락처는 알고 있으니까요. 그보다.”
나는 조금 긴장했다.
‘그보다’라니, 혹시 뭔가 이상한 행동거지를 한 걸까.
어쩌면 진술에 있어서 뭔가 문제 될 것이 있었을 수도 있다.
법무팀인 만큼 내가 알지 못하는 법적 문제도 잡아낼 테니까.
긴장하고 있는데, 이정현은 뜬금없이 종이와 펜을 내게 건넸다.
뭐 계약서라도 쓰는 건가.
“사인 좀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사인이요?”
“예. 제가 개인적으로 이서윤 님 팬이라.”
조금 당황스러웠다.
잘나가는 사냥꾼 중에는 팬층을 보유한 이들이 더러 있었다.
성수현처럼 연예계에 진출에 팬을 구성한 사람도 있었고.
검성처럼 업적과 인지도를 통해 자연스레 팬이 생기기도 한다.
‘내 팬이라니.’
사냥꾼은 어떤 맥락으로 볼 때, 영화 속 영웅과 다름없다.
초인적인 능력을 기반으로 괴물과 싸우고, 사람을 지킨다.
물론 대부분 사냥꾼들은 돈을 목적으로 업계에 뛰어들긴 하지만.
검성처럼 대의를 위해 움직이는 사냥꾼도 없는 건 아니었다.
동경할 만한 대상임은 틀림없다.
“감사합니다.”
그래도, 나는 내 팬 같은 건 가져 본 적이 없었다.
가짜 신분이라고는 하나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니.
조금 기분이 좋기도 했고, 하여튼 조금 미묘했다.
그래도 누군가의 호의가 싫지는 않았다.
‘사인은 어떻게 하지?’
원래의 사인이랑은 조금 다르게 해야 한다.
조금 고민하다가, 그냥 이름을 적어서 줬다.
“이게 사인이에요?”
“제가 사인이 없어서요.”
“미친, 귀엽다.”
“네?”
“네? 아무것도 아니에요.”
뭔가 마음속의 소리가 새어 나온 것 같은데.
일단 모른 척하기로 했다.
“혹시, 사진도 괜찮을까요?”
“네. 찍으세요.”
“꺄악.”
법무팀이라길래 딱딱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하긴, 좋아하는 것 앞에서 체면을 챙기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다.
내가 설아한테 주접을 많이 떨어 봐서 안다.
* * *
미드하임, 르만 왕국 왕성.
원탁에는 기이한 형태의 괴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얼음 깨지는 소리가 침묵을 부수며, 균열이 열렸다.
끼익.
그곳에서 무언가 소리 없이 기어 나왔다.
로브 자락이 질질 바닥에 끌리지 않았다면, 무엇인지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생물이라기에는 너무도 기이한 형상을 하고 있었다.
바닥에서 조금 몸을 일으킨 듯한 그림자.
악몽이라 불리는 괴물, 나이트메어였다.
“마탑주.”
한 괴물이 입을 열었다.
그것은 거대한 몸을 움츠리고 있는 거인이었다.
천장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몸을 움츠리고 있어야 할 정도의 크기.
외눈박이 거인, 흔히 사이클롭스라 불리는 괴물이었다.
“축소는 불편하다. 이렇게까지 모아야 했나?”
그마저도 그 크기를 마법으로 축소한 것이었다.
마탑주라 불린 나이트메어는 자리로 기어가 앉았다.
그러곤 사이클롭스의 독촉에 따라, 곧바로 본론을 말했다.
“루크 싱클레어의 사망이 확인됐다.”
“뭐?”
“일이 틀어진 건가?”
“팬텀도 없어진 지금, 유일한 연결점이었을 텐데.”
“관리를 어떻게 한 거야?”
한마디가 불러온 파급력은 컸다.
반은 아름다운 사람이며, 다른 반은 새의 것을 한 괴물.
사이렌이 인상을 찡그리며 마탑주를 질타했다.
마탑주는 불쾌한 기색이었으나, 항변하지 않았다.
“원인은 불명이다.”
“분명 마녀를 쫓게 했다고 했지.”
“마녀의 짓이겠군. 역시 너무 위험한 일이었다.”
“루크 싱클레어는 조금 더 신중하게 사용했어야…….”
“그만.”
마탑주의 목소리에, 다른 괴물들은 입을 닫았다.
왕이 부재하고 있는 지금.
그 재림에 앞장서고 있는 마탑주는 가장 발언권이 강한 괴물이었다.
비록 실수했다고는 하나, 그 무력 역시 상당했다.
애초에 루크 싱클레어를 끌어들인 것도 모두 마탑주 아래에 이루어진 일.
“이미 지나간 일이다. 우리는 다른 방법을 모색해 봐야 한다.”
“선봉장도 이미 대패했다. 저쪽의 전력이 생각보다 강해.”
“아자누스는 불완전한 상태였어. 이쪽의 군세를 보낼 수만 있다면, 우리 쪽이 우세하다.”
“그게 안 되는 게 문제지. 그 균열을 열겠다고 아자누스를 부활시킨 거잖아.”
사이렌은 한숨을 내쉬었다.
조목조목 맞는 말이었다.
“그 과정에서 팬텀, 설리번, 심지어 노친네, 예언자까지 죽었어.”
“마녀의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정보는 사실이 아닌 건가?”
“아니. 그건 틀리지 않았을 거야. 애초에 그것이 완전했다면, 우리를 가만두지 않았겠지.”
“그런데 왜 아자누스고 루크 싱클레어가 전부 다 죽어 나간 거지?”
“조력자가 있는 것 같다.”
“조력자? 그래 봤자 그쪽 세계의 인간 아닌가?”
“글쎄. 설리번은 짐작 가는 구석이 있는 것 같았지만, 이제 물어볼 수도 없군.”
시끄럽게 의견이 오가던 홀에 잠깐 침묵이 내려앉았다.
루크 싱클레어는 괴물들의 계획에 있어서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던 인물이었다.
당연히 허무하게 암살당할 실력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마탑주는 마법에 관한 지식을 전달한 것이다.
그 세계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마법 능력을 지녔을 터.
“저쪽에서 눈치챈 건가?”
“던전에서만 만났고, 뒤처리도 깔끔하게 했다. 그럴 리는 없어.”
“그럼 역시 마녀라는 얘긴데. 그 조력자라는 걸 찾아봐야겠군.”
“이미 도플갱어들을 풀어 조사를 진행 중이다.”
“도플갱어라. 그 도플갱어에게 루크 싱클레어 연기를 시키면 되는 것 아닌가?”
“금방 걸릴 거야. 도플갱어는 그 정도 마법을 쓰지도 못하고.”
중구난방인 회의를 정리한 것은 마탑주였다.
마나가 한번 홀을 휩쓸고 지나가자, 괴물들은 입을 다물었다.
힘에 있어서는 마탑주에게 뒤지지 않고, 알력다툼도 할 수 있었으나.
계획 전체가 어그러질 수도 있는 비상사태인 만큼, 나서서 적의를 표하는 괴물은 없었다.
“마녀를 죽일 필요가 있다.”
“그게 됐다면, 진즉 죽였겠지. 우리는 그곳으로 넘어가지도 못하는 판국인데.”
“아자누스가 조금이라도 더 혼란을 만들었다면 모르겠지만.”
“아니. 가능성이 생겼다. 제안이 들어왔거든.”
“제안? 어느 누가 제안을 한단 말인가.”
마탑주는 슥 손을 들어 올렸다.
기다란 손톱으로 공중에 세로선을 그었다.
그 선을 따라 균열이 열리며, 무언가 걸어 나왔다.
가만히 그것을 지켜보던 괴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꼬마?”
“다른 세계의 인간이잖아.”
“복장 한번 독특해라.”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군.”
그곳에서 걸어 나온 것은 사람.
앳된 얼굴과 작은 키로 보건대, 그리 나이가 많아 보이지도 않았다.
마법사처럼 로브를 둘러쓰고 있던 청년이 고개를 들었다.
“딸꾹.”
이서윤과 함께 라이선스 실기 시험을 봤던 청년.
자기도 모르게 마탑주 테러에 일조하기도 한 인물, 박수찬이었다.
박수찬은 지레 겁을 먹었다.
눈에는 명확한 공포가 물들어 있었다.
얼마나 무서웠는지, 다리가 파들파들 떨릴 지경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괴물들은 마탑주에게 시선을 돌렸다.
“장난하자는 건가?”
“그 제안자가 이거야?”
박수찬은 대화를 나누는 괴물들을 혼란스럽다는 듯 바라봤다.
그런데, 돌연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사이클롭스가 돌발 행동을 했다.
“인간은 아직 우리 존재를 알아선 안 된다.”
“루크 싱클레어의 경우도 있을 텐데.”
“나는 애초에 그 계획에 반대였다.”
사이클롭스는 손을 뻗었다.
박수찬을 뭉개 죽이려는 듯한 모양새.
괴물들은 크게 말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박수찬을 이곳에 끌고 온 마탑주 또한 그랬다.
“어, 어. 안 돼요!”
기겁한 박수찬이 소리쳤지만, 사이클롭스는 이를 듣지 않았다.
거대한 손바닥이 박수찬을 짓누르려는 순간.
퍽!
돌연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사이클롭스의 머리가 폭발했다.
피와 살점이 후두둑 떨어지며, 깨끗한 왕홀을 더럽혔다.
바로 아래에서 피를 뒤집어쓴 박수찬은 양손으로 머리를 보호하고 고개를 움츠리고 있었다.
“그, 그러니까, 안 된다고 했는데.”
“방금, 그건 뭐야.”
“아니. 저건 어떻게 우리 말을 할 수 있는 거지?”
“죽인 거야? 저게?”
그 어떤 힘은 느껴지지 않는 박수찬이었지만.
분명 그에게 적대한 사이클롭스는 머리가 터져 죽었다.
회의에 참석한 만큼, 사이클롭스도 약한 괴물은 아니었다.
큰 덩치에 비해 전투력은 떨어졌다고 하나, 이런 인간에게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제 의지가 아니라.”
“괜찮다. 놈이 자초한 일이니.”
마탑주는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대꾸했다.
충격적인 광경과 마주한 괴물들은 침묵했다.
마탑주는 말하라는 듯 박수찬에게 턱짓했다.
“저, 저는 대리인인데요. 후우, 하아, 제안할 게 있어서 이렇게 오게 됐습니다.”
“대리인? 누구의?”
“죄송합니다. 저도 몰라요.”
황당할 따름이었다.
대리인을 자처하는 자가, 누구를 대신하는지도 모른다니.
마탑주의 경고가 담긴 눈에, 일단 들어 보기로 했다.
긴장한 듯 심호흡하던 박수찬은,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들을 전부 저 밖으로 내보내 드릴 수 있다고 해요.”
“저놈은 거짓을 말하고 있다. 그 정도 균열을 찢을 수 있는 건 폐하뿐이시다.”
“아니. 이자의 말은 진실이다. 나도 균열을 통해 나갔다 왔으니.”
“우리도 나갈 수는 있어. 던전에 예속되는 게 문제지.”
“아니. 던전이 아니라, 밖으로 나갔다.”
마탑주의 말에, 괴물들의 눈이 달라졌다.
박수찬은 그들이 의견을 다 나누기도 전에 끼어들었다.
“조건이 있는데, 그, 이것도 들어 보셔야 할 것 같아요.”
“쯧. 그래. 제안이라 했지. 조건이 무엇이냐?”
“첫 번째는 마녀, 에르제베트를 산 채로 확보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