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99)
199화
탕!
총성과 함께, 괴물의 미간이 꿰뚫렸다.
하이람은 냉랭한 눈으로 다음 목표를 찾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이서준이었다.
‘쟤는 왜 볼 때마다 한참 강해지는 것 같지?’
대련 대회의 영향인지, 꾸준한 훈련 덕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서준은 또 한 발자국 크게 앞으로 나아간 상태였다.
원래부터 스펙터 내에서 가장 큰 전력임은 자명했으나.
지금 와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몇 보는 더 앞서 나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증거로, 네댓 마리의 괴물과 엉켜 교전하면서도 전혀 밀리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빈틈을 노려서 한 마리씩 제거해 나가고 있다.
철컥.
하이람은 지금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사냥꾼이 둘밖에 없는 지금, 역할은 분명하게 나뉜다.
이서준이 버티는 역할인 헤드, 하이람은 화력 담당인 리어다.
이서준은 실제로 층 내에 모든 괴물을 묶어 두고 있었다.
민간인을 노리려고 하면 공격해, 주의를 돌리는 식이다.
‘진짜 미쳤네. 뇌가 세 개씩 돌아가나?’
혼자서 저만한 수의 괴물을 상대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인원수가 부족했기 때문에 진형을 유지하고 있는 게 아니라, 난전을 벌이고 있다.
온갖 방향에서 들어오는 공격을 전부 피하거나 막으며, 어그로까지 관리하는 중인 것이다.
저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일인지는, 사냥꾼이라면 모를 수 없었다.
“쯧.”
하이람은 혀를 차며 총을 들었다.
헤드가 주의를 끄는 동안, 괴물을 제거하는 게 리어의 역할이었다.
서로 뒤엉켜 있는 데다가, 이서준이 워낙 빠르게 움직이고 있긴 하지만.
못 맞힐 것 같진 않았다.
하이람은 신중하게 총구를 겨누고 있다가,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연달아 한 사격에 따라, 괴물 하나가 쓰러졌다.
큰 소리와 유효한 공격에, 괴물 몇 마리의 시선이 하이람에게 돌아갔다.
이서준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한 놈의 목에 창을 꽂아 넣었다.
키에에에엑!
비명과 함께 괴물 한 마리가 쓰러졌다.
다섯 마리가 겨우 붙어서 이서준 하나를 상대하고 있던 상황.
그중 두 마리가 쓰러진 지금, 유지되고 있던 균형은 깨졌다.
이서준과 하이람이 남은 괴물들을 모두 쓰러트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푹!
하이람은 확인 사살하고 있는 이서준에게 다가갔다.
괴물들이 튀어나오는 바람에 일단 전투에 돌입했다지만.
“이게 뭐 어떻게 된 거야?”
“대한민국이 던전화됐다네요.”
“그게 가능해?”
이서준은 인상을 찡그리고,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이람으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건물이나 구역이 아니라, 나라가 던전화했다니.
이런 사례는 단언컨대 한 번도 없었다.
“일단 몸을 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디로? 나라가 전부 던전인데.”
“던전이라고 전부 괴물이 나오는 건 아닙니다. 안전한 구역이 있어요.”
이서준의 말대로였다.
균열이 열리며 괴물이 나타나는 구역은 던전 내부에서도 정해져 있었다.
반대로 말하면, 그 구역 외에는 괴물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전한 구역을 찾아서 확보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건 우리가 할 일이 아니야.”
“그렇죠. 지금은 설아한테 가 보려고요.”
“걔가 위험할 것 같진 않은데.”
하이람은 이설아의 힘을 단편적으로나마 알고 있었다.
사실상, 유성을 만들어 낸 장본인.
잘은 몰라도 그 정도 마법적 능력이라면.
“오히려 괴물이 위험하지 않을까.”
“괴물 말고도 걱정되는 게 있어서 그래요.”
“뭐가?”
“저도 모릅니다. 저번에 한번 애를 노린 습격이 있었어요.”
확인 사살을 마친 이서준은 당연하다는 듯 무기를 확인했다.
모더에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한 뒤, 바로 움직이려는 듯 에스컬레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같이 가자.”
“하이람 씨도 가족한테 가시지요.”
“이미 벙커로 이동 중일 거야.”
“그럼 그쪽으로 가는 게 안전할 겁니다.”
“난 안전한 거 별로 안 좋아해.”
이서준은 하이람을 봤다.
돌려 말하고 있다지만, 도와주겠다는 거다.
바깥 상황을 모르는 지금, 한 명이라도 지원이 있으면 든든하다.
“고맙습니다.”
“고마우면 나도 명품 하나 사 줘.”
“하이람 씨 돈 많잖아요.”
“넌 꼭 한마디가 많아.”
* * *
유은혜는 화살을 시위에 메겼다.
설아가 있는 한, 밖으로 나갈 수는 없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저격이었다.
끼익.
생전 처음 보는 괴물이다.
이서준이라면 무슨 괴물인지 알 수도 있지만.
일단 유은혜가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약점이라고 할 부위가 없다면, 우선 노릴 건 머리.
바람을 읽기 위해 창문을 열고, 살짝 몸을 내밀었다.
팍!
활시위가 손을 떠났다.
마나가 담긴 화살은 빗줄기처럼 괴물의 미간을 향해 떨어졌다.
머리에 바람구멍이 난 괴물은 그대로 쓰러졌다.
유은혜는 바로 다음 화살을 준비했다.
머리를 차갑게 유지한다.
팍! 팍!
연달아 쏜 화살은 괴물에게 적중했다.
마지막 놈은 유리창으로 달려들었지만, 움직이는 표적이라고 못 맞히진 않았다.
유리창 앞에서 죽은 괴물을 본 아이들이 울음을 터트렸다.
선생님으로 보이는 사람이 그것을 진정시키려 무진 애쓰고 있었다.
‘저기는 너무 위험한데.’
유은혜는 유치원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외부에서 어느 정도 드러난 데다가, 동떨어져 있는 만큼 표적이 되기도 쉽다.
가능하면 데려와야 할 것 같았다.
처음에는 모른 척하려 했으나.
‘저 애들도.’
누군가의 아들이고, 딸이다.
설아와 그 모습이 겹쳐 보여, 위험하게 둘 수가 없었다.
인근에 사냥꾼은 보이지도 않았다.
즉, 당장 저들을 구출할 수 있는 건 유은혜밖에 없었다.
유은혜는 갈등 끝에 신발을 신었다.
“설아야. 알버트 소환해 볼래요?”
설아는 유은혜의 말에, 바닥을 톡톡 두드렸다.
마룻바닥을 뚫고 미니 알버트가 기어 올라왔다.
스켈레톤인 점이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일단 이서준도, 에르제베트도 신뢰할 수 있다고 했다.
“알버트랑 집에 잠깐만 있어요. 할 수 있죠?”
“설아, 집 보기 잘해요.”
유은혜는 그 말이 어쩐지 가슴 아팠다.
하지만 밖으로 데리고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설아를 보니 집에 있고 싶은 마음이 역력했지만.
알버트도 있고, 유사시에는 에르제베트가 도와줄 것이라 믿었다.
“금방 갔다 올게요.”
유은혜는 단단히 무장하고, 아파트 계단을 내려갔다.
다행히 위에서 괴물을 정리한 덕에 단지 내는 조용했다.
시끄럽게 울리던 사이렌 소리도 이제 그친 뒤였다.
불안한 정적 속에서, 유은혜는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바스락.
나뭇잎 부서지는 소리가 너무도 크게 들렸다.
유은혜는 보이지 않는 사각을 특히 경계하며, 천천히 유치원으로 접근했다.
유사시를 대비해 활시위에는 이미 화살을 메기고 있었다.
리어인 유은혜가 정면에 나서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었으나.
달리 방법이 없었다.
딸랑.
유은혜는 유치원 내부로 들어갔다.
어째선지 유리창 너머로 보이던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한 기척에, 유은혜는 시선을 돌렸다.
“흐아아아아악!”
한 중년 남자가 대걸레를 들고 달려들었다.
유은혜는 반사적으로 화살 끝을 돌리려다가, 멈췄다.
“잠시만요! 저 사람이에요!”
“어? 어억!”
유치원 선생님인 듯, 동물 자수가 새겨진 옷을 입은 남자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유은혜는 남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 아까 그 화살. 죄송합니다. 괴물인 줄 알고.”
“아니에요. 용기가 대단하시네요. 유은혜라고 해요.”
“김형민입니다.”
김형민은 유은혜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유은혜는 유치원 내부를 둘러봤다.
“아이들은요?”
“안쪽에 있습니다. 혹시 학부모님 되십니까?”
“그건 아니고, 사냥꾼이에요. 여기는 너무 위험해요.”
“동감합니다. 밖에서 사이렌이 울려 대는 통에, 이동할 수가 없었어요.”
“일단 급한 대로 저희 집으로 가요.”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그러려고 온 거예요.”
“잠시만요. 금방 데리고 나오겠습니다.”
김형민은 대걸레를 놓고 유치원 안쪽으로 들어갔다.
유은혜는 불안한 듯 유리창 너머를 확인했다.
그 시선 끝에는, 집이 있었다.
* * *
바깥은 아수라장이었다.
온갖 종류의 괴물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큰 도로에는 추돌 사고가 난 자동차들이 경보기 소리를 내고 있었다.
미처 도망치지 못한 사람들이 차 안이나 건물 내부에 숨어 있는 게 보였다.
하이람은 탄창을 확인하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말세네.”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이건 예견된 일이긴 했다.
아자누스의 등장과 같이, 미래에 벌어져야 했을 일이지만 말이다.
전 세계가 던전화함에 따라, 인류는 괴물들에게 영토 일부를 내줘야만 했다.
인류가 안전 구역을 확보하고, 정상적인 사회를 되찾을 때까지 걸린 시간은 3년.
그때 당시의 무력과 대처 능력으로 3년이었으니, 지금은 더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진짜 일러도 너무 이르다.’
끝내 인류는 던전화한 국가를 탈환하는 데 성공하긴 하지만.
아직은 그런 단계가 아니었다.
오히려, 당장 대처가 문제였다.
탕!
하이람이 쏜 것은 아니었다.
총성에 눈을 돌리니, 괴물들을 향해 사격하고 있는 오승훈이 보였다.
그 외에도 하이테크의 경호원들이 괴물들을 진압하고 있었다.
여유가 났는지, 우리를 발견한 오승훈은 이쪽으로 헐레벌떡 달려왔다.
“팀장님! 이서준 씨!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없어. 이게 무슨 상황이야?”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일단 파악 중입니다만, 아무래도 수신이 어려운 탓에.”
나라가 던전화한 것이다.
인터넷 같은 게 먹통이니, 원활한 정보 교환도 어려울 것이다.
“개발 중인 그거 있잖아. 던전에서도 쓸 수 있는 무전기.”
“아직 시험 중이라 보급이 안 됐습니다. 죄송합니다.”
“너희들도 적당히 하고, 하이테크 쪽으로 이동해.”
“모시겠습니다.”
“난 다녀갈 곳이 있어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너도 오든지. 그거 있지?”
“있긴 합니다만.”
오승훈은 투덜거리면서도 우리를 어디론가 안내했다.
주차장이었는데, 그사이에 괴물이 지나갔는지 완전히 난장판이었다.
하이람에게 선물받았던 차도 망가져 쓸 수 없을 것 같았다.
오승훈은 안쪽에 세워진 밴 쪽으로 갔다.
“이거 타고 갑니까? 멀쩡하긴 하네요.”
“소재가 특수해서 웬만하면 안 부서지거든. 근데, 너무 느려서 못 써먹어.”
“그럼 왜 온 겁니까?”
조수석을 뒤적거리던 오승훈이 하이람에게 헬멧을 건넸다.
하이람은 내게도 헬멧 하나를 던져 줬다.
“써.”
하이람은 익숙한 듯 헬멧을 뒤집어썼다.
오승훈은 밴의 뒷문을 열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끌고 내렸다.
“바이크?”
첫 봐도 비범하게 생긴 모터사이클이었다.
소재 자체가 일반적인 소재가 아니라, 던전제 금속으로 이루어진 것 같았다.
세상에 던전제 금속으로 이루어진 오토바이라니, 그 가격이 상상도 가지 않았다.
“야. 타.”
“어, 운전할 줄 아십니까?”
“취미로.”
하이람은 자연스럽게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오승훈은 하이람을 말릴 수 없다는 걸 아는지,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조심하십시오.”
하이람은 대꾸하지 않았다.
나는 하이람을 빤히 바라봤다.
오승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팀장님께 말씀드린 게 아닙니다. 이서준 씨께 한 겁니다.”
“네? 저는 뭐, 뒤에 얹혀 가는 데 조심할 것까지야.”
“저희 팀장님께서, 운전을 좀 다이내믹하게 하십니다.”
“다이내믹하게요?”
“전용 코스에서 달리시긴 하는데, 예. 약간, 저승이랑 이승 사이를 오가는 걸 즐기십니다.”
오토바이가 위험하다는 건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오버하는 게 아닐까.
그러나, 오승훈의 눈은 한없이 진지했다.
아자누스에게 갈 때 나를 보던 눈과 똑같았다.
“모쪼록 살아남으시길 바랍니다.”
나는 반신반의하며 하이람의 뒤에 탔다.
오토바이는 운전할 줄도 몰랐고, 애초에 하나뿐이라 뒤에 타는 수밖에 없었다.
조금 불안했지만, 하이람은 오승훈을 나무랐다.
“그 정도는 아니거든?”
“아, 아무렴요.”
이윽고 하이람은 오토바이를 출발시켰고.
나는 그 정도라는 걸 경험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