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01)
201화
설아는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마법의 여파로 집이 죄다 얼어붙은 상태였다.
천장에서는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쩌적.
불안한 느낌에 설아는 약간 긴장했다.
그러나, 얼음이 천장을 단단히 지지한 덕에 무너지진 않았다.
“휴.”
설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미 집은 괴조에 의해 반파된 상태였다.
마법으로 집을 무너트린 전적이 있어, 내심 걱정하고 있었다.
출력을 최소한으로 한 효과가 확실히 있는 모양이었다.
“영차.”
설아는 조심조심 무너진 베란다 쪽으로 다가갔다.
바닥이 얼어붙어 있었기 때문에 자칫하면 넘어질 수도 있었다.
날아간 하피를 살피기 위해, 빼꼼 바깥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콰앙!
알버트가 괴조를 찍어 누르고 있는 게 보였다.
괴조는 날개를 퍼드덕거리며 발버둥 쳤으나, 알버트의 상대가 되진 못했다.
설아는 괴조의 날갯짓이 일으킨 바람에 날아갈 뻔했다.
다행히 로브가 뒤를 받쳐 준 덕분에, 엉덩방아를 찧는 꼴은 면할 수 있었다.
“엄마!”
설아는 그 너머로 보이는 유은혜를 보고 화색이 됐다.
아파트 앞에서 격전을 펼치고 있는 두 괴물 때문에 집으로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신 사납게 날아다니는 까마귀도 한몫하는 것 같았다.
설아는 손을 붕붕 흔들어 자신이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리려고 했다.
그 순간, 아래에서 빠른 속도로 올라온 무언가가 설아의 시야에서 유은혜를 가렸다.
“애새끼 주제에!”
하피였다.
설아의 마법에 날아가기는 했으나.
출력을 최소한 줄인 만큼, 죽지는 않은 것이다.
하피는 제자리에서 크게 날갯짓하며, 하체를 앞으로 쭉 뻗었다.
맹금류 특유의 날카로운 발톱이 설아를 향해 날아들었다.
팍!
그때, 아래에서 날아온 무언가가 하피의 날개를 관통했다.
기습에 균형을 잃은 하피는 비틀거렸다.
날카로운 발톱이 설아의 머리카락을 스쳐 지나갔다.
“꺄아아아악!”
하피는 몸을 뒤틀며 고통스러워했다.
아래를 보니, 활을 겨누고 있는 유은혜가 보였다.
까마귀들이 어지럽게 날아다니며 시야를 방해하고 있었지만.
틈이 생기는 찰나의 순간, 그 사이로 화살을 쏘아 하피를 맞힌 것이었다.
“이봐! 뭐라도 좀 해 봐!”
하피는 위쪽을 향해 바득바득 소리를 질렀다.
박수찬은 설아를 죽일 것을 사주한 뒤, 한발 물러나 상황을 주시하고만 있었다.
처음에는 도움받을 생각 같은 건 추호도 없었다.
어린아이 하나만 죽이면 되는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어린아이가 보통이 아니었다.
“직접 손을 대는 건 안 되지만.”
박수찬은 내키지 않는 기색으로 알버트에게 손을 뻗었다.
완전히 괴조를 제압한 알버트가 마무리 일격을 가하려던 찰나.
박수찬의 손에서 대량의 마나가 폭발했다.
콰아아앙!
예기치 못한 일격에 정통으로 맞은 알버트가 옆으로 기울었다.
거구의 몸은 천천히 쓰러져 주차장을 완전히 박살 냈다.
쿠우웅!
박수찬에 의해 알버트가 쓰러진 탓에, 괴조가 자유를 되찾았다.
괴조는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날아올랐다.
알버트에게 얻어맞은 탓에 비행이 조금 불안정하긴 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저거 죽여!”
하피의 목소리에, 괴조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화살을 쏜 유은혜가 있는 방향이었다.
괴조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하피를 방해하고, 직접적으로 상처를 입힌 인물.
설아는 하피가 마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괴조의 목표는 유은혜가 됐다.
까악!
하피는 곁눈질로 설아의 동태를 살폈다.
또 한 번 이상한 마법을 당하면, 자칫 치명타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설아의 신경은 유은혜에게 쏠린 상태였다.
‘지금이다!’
이 틈을 노려 죽일 심산으로 달려들려던 순간.
주변을 날아다니던 까마귀들을 쫓아낸 인형들이 하피를 뒤덮었다.
“이것들이!”
순식간에 솜뭉치로 뒤덮인 하피는 발버둥을 치며 인형을 찢어 댔다.
그 와중에, 하늘을 뒤덮은 괴조가 유은혜를 노리고 낙하하기 시작했다.
설아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유은혜는 저것을 막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은 막을 수 있다.
‘세게 하면 안 되는데!’
에르제베트는 설아에게 마법을 가르치며 누누이 강조했다.
설아의 힘은 지나칠 정도로 강했다.
이를 조절하지 못하면 주변 사람이 다칠 수 있다.
설아는 지금은 그 주변 사람이 유은혜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유은혜를 지키기 위해서, 유은혜를 다치게 하는 것은 본말전도.
‘약하게? 그래도, 너무 약하게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설아가 자신 있는 건, 마법의 최소 출력이다.
즉, 극한까지 자신의 힘을 줄이는 것이었다.
이는 너무 강한 힘을 제어하기 위해 에르제베트가 가장 먼저 가르친 것이었다.
그러나, 설아는 아직 거기까지밖에 배우지 못했다.
어느 정도 강도로 힘을 조절해야 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설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띠링.
그때, 낯선 종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려왔다.
이어서 들리는 것은, 이따금 들려오는 무미건조한 여성의 목소리.
[일괄 업데이트가 완료됐습니다.] [개인 시스템이 업데이트됐습니다.]* * *
끼이이익!
하이람은 오토바이를 꺾어 급정거했다.
나는 하이람을 꽉 잡고 있던 덕분에, 가까스로 고꾸라지는 꼴은 면할 수 있었다.
한 치의 사심도 없이, 오로지 생존을 위해서 잡아야만 했다.
장담하는데, 안 잡았으면 죽었을 거다.
“후우, 저 토할 것 같습니다.”
“싸울 때는 잘만 날아다니면서.”
“그건 제 의지로 움직이는 거고요.”
하이람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운전 솜씨를 선보였다.
차는 물론 온갖 괴물을 피해 내며 끝내 집 근처에 다다랐다.
가장 무서운 점은, 하이람이 단 한 번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심호흡하며 오토바이에서 내렸다.
장난이 아니라 진짜 어지러웠다.
“이건 뭐야?”
하이람은 벗은 헬멧을 오토바이에 걸었다.
머리카락을 대충 쓸어 넘기며 주변을 둘러보더니, 인상을 찡그렸다.
가로등, 나무, 건물, 심지어는 도로 위까지.
웬 까마귀 떼가 점거하고 있었다.
하이람도 이것 때문에 질주를 멈춘 모양이었다.
하긴, 까마귀들을 밟고 운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거, 괴물인가?”
“평범한 까마귀 같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걸어야죠.”
집 앞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파트 단지 내부로는 들어왔다.
경비실이 박살 나 있는 게 얼핏 보였다.
안에 피가 튀어 있는 게 보였지만,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일단 이 까마귀 떼가 앉아 있는 것부터 불안했다.
다행히 발 디딜 만한 구석은 있어, 까마귀들을 피해 단지 안쪽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 생기긴 한 건지, 쩌렁쩌렁한 울음소리가 귀를 때렸다.
쿠웅!
집 앞이 보이는 곳까지 오니, 기이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주차장에 쓰러져 있던 거대화한 알버트가 몸을 일으키려고 하고 있다.
공중에는 거대한 괴조 한 마리가 날고 있는 게 보였다.
심지어, 아파트가 반쯤 무너진 상태였다.
“이게 뭔. 괴수 대전도 아니고.”
“집이.”
“저기 저거, 꼬맹이 아니야?”
하이람의 말에 따라, 집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무너진 집 속에서도 설아는 멀쩡했다.
위험하게 부서진 베란다 끝까지 나와 있긴 했지만 말이다.
옆에는 인형들이 스스로 움직이며 무언가를 제압하고 있었다.
뭔가 일이 벌어진 건 분명했다.
까악!
높은 울음소리와 함께, 괴조가 돌연 날아올랐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괴조의 시선을 따라 목표를 확인했다.
아래쪽에서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까마귀들이 보였다.
그 사이로 얼핏 보이는 건, 은혜.
‘왜 안 보이나 했더니!’
나는 곧바로 모더를 재블린 모드로 바꿨다.
창을 거꾸로 잡고 던지기 위해 준비했다.
찌르기(극한)에 왕의 반지까지 사용한다면 충분히 닿기야 하겠지만.
문제는, 괴조의 강하 속도가 내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
지금 던져도, 저것을 막기엔 늦었다.
그때였다.
“약하게!”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아였다.
분명 ‘약하게’라고 말한 것 같은데.
말과 달리, 주변의 마나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던전화할 때처럼, 피부를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대량의 마나가 움직일 때 느껴지는 감각.
설아는 은혜를 향해 강하하는 괴조를 향해 작은 팔을 쭉 뻗고, 소리쳤다.
“쾅!”
마나가 얼어붙으며, 냉기가 한순간 설아의 앞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폭발했다.
쾅!
시린 바람이 옷과 피부 사이로 파고들어 왔다.
순간적으로 계절이 한겨울로 바뀐 듯한 착각을 느꼈다.
뺨을 저미는 듯한 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강풍에 잠깐 감았던 눈을 떴을 때.
쩌억.
괴조는, 완전히 멈춰 있었다.
아니, 얼어붙은 것이었다.
무려 소형 상가 크기의 괴물을 통째로 얼려 버린 것이다.
마법은 괴조를 얼리고도 성에 안 찼는지, 그 너머의 공기까지 얼려 버렸다.
마치 설아로부터 냉기가 폭발한 듯한 모양새였다.
“허.”
헛숨을 흘린 하이람의 입술 사이로 하얀 입김이 새어 나왔다.
공기가 얼어붙으며 생긴 투명한 눈꽃이 태양 빛을 반사해 반짝거리며 떨어져 내렸다.
1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저 크기의 괴물을 완전히 얼리는 게 가능할까.
15년 후의 루크 싱클레어가 와도 어림없는 일이었다.
나도 어이가 없을 지경인데, 하이람은 오죽할까.
“내가 지금 뭘 본 거야?”
허탈한 듯한 중얼거림에,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공감하는 감정을 느꼈다.
너무도 강대한 힘을 마주한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그런 감정이었다.
자연재해를 눈앞에서 목도한 듯한 느낌이었다.
“저거, 네 딸이 한 거지?”
“맞는 것 같습니다.”
“미치겠네. 아까 그 알림음이랑 관련 있는 건가?”
“알림음이요?”
“못 들었어? 아까 개인 시스템 업데이트 어쩌구, 들렸는데.”
나는 눈을 깜빡였다.
그런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업데이트 때, 다른 사냥꾼들은 개인 시스템을 획득한다.
반면 알파 테스터는 잠겨 있던 고유 스킬만 열리는 걸로 알고 있다.
‘아니, 나는 아자누스 사냥의 특전으로 일찍 고유 시스템을 열었다.’
그래서 시스템 알림음이 들리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이람의 개인 시스템이 업데이트됐다는 건.
‘시스템 업데이트가 됐다고? 이 시점에서?’
모든 사냥꾼에게 개인 시스템이 생겼다는 얘기였다.
원래는 지금보다 5년이나 지난 후, 아자누스 등장과 함께 벌어질 일이었지만.
모든 일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업데이트도 빠르게 된 모양이었다.
“자, 잠시만요!”
“야! 저 해골은 어쩌고!”
“쟨 괜찮습니다! 설아 친구거든요!”
“뭐?”
나는 다급하게 집으로 달려갔다.
창이 닿기에는 멀었지만, 달려가니 몇 분이 걸리지 않았다.
“서준아!”
은혜가 나를 발견했다.
마법을 정면으로 사용한 덕분에, 아래에 있던 은혜는 전혀 다치지 않았다.
나는 은혜에게 달려가서 상황을 물었다.
“지금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몰라. 갑자기 괴물들이 들이닥쳤는데.”
은혜는 활과 화살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나를 봤다.
뒤늦게 따라온 하이람이 인상을 썼다.
“애는 괜찮은 거야?”
“이람 언니? 아, 설아!”
“내가 확인해 볼게. 여기 있어.”
나는 무너진 잔해를 타고 무너진 집의 베란다로 뛰어올랐다.
그곳에는, 웬 인형 뭉텅이가 있었다.
얼핏 보이는 사람의 얼굴과 새의 날개로 봤을 때.
하피가 붙잡혀 있는 것 같았다.
“으으읍! 읍!”
하피는 뭐라 말하며 발버둥 쳤다.
그러나 인형들에게 파묻힌 탓에 뭐라 하는지 들리진 않았다.
인기척을 느낀 설아가 내 쪽을 돌아봤다.
“아빠!”
세상에서 제일 강하고, 또 귀여운 내 딸이 그곳에 있었다.
하지만 나는 설아를 안아 주는 것보다, 먼저 해야만 할 것이 있었다.
[간파]설아의 개인 시스템.
그 직업에 적힌 것을 확인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