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13)
213화
“에르제베트를 찾았다고?”
설아를 안고 집에 돌아가는 길.
나는 은혜에게서 뜻밖의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다름 아닌 에르제베트를 찾았다는 이야기였다.
“응.”
“어떻게?”
“……캐시를 통해서.”
여태까지 캐시를 통해 연락하지 않아, 연락 불가능한 상태라고 생각했는데.
집에 있던 은혜가 우연히 에르제베트와 이야기를 하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어쨌든 간에, 도저히 진척이 없던 에르제베트 수색에 큰 진전이 생긴 셈이었다.
위치만 파악할 수 있다면, 구출도 가능할 터.
“어디 있대?”
“부산.”
“부산?”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최근 고려검가와 교류에 성공하면서, 국내의 상황을 알 수 있게 됐다.
내 기억과는 양상이 조금 바뀌어 있었지만.
서울에는 수십 개의 안전지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부산은 얘기가 달랐다.
“거기는…….”
“응. 안전지대가 없지.”
부산은 여기와 상황이 사뭇 달랐다.
얼마 전, 정부를 중심으로 구성된 안전지대 청와대에서 각 지역을 확인한 적 있었다.
서울과 경기를 포함한 수도권에는 생존자도 다수 확인됐고, 안전지대도 구축됐다.
그러나 부산의 경우에는, 생존자를 단 한 명도 확인할 수 없었다.
‘이것도 전과는 다르네.’
내 기억에는 부산에도 안전지대가 있었고, 그 출신 사냥꾼이 최후까지 살아남았는데.
지금 부산은 자연재해가 휩쓸고 지나간 듯, 거의 초토화된 상태라고 한다.
물론 다른 지역도 비슷했지만, 상황적으로는 부산이 최악이다.
“서준아. 위치를 알긴 했지만, 너무 서두르면 안 돼.”
“성북은 그래도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어. 부산까지 이동할 루트만 확보하면 돼.”
“주기적으로 클리어도 안 된 게 부산이야. 괴물로 포화 상태일 텐데, 거길 들어가겠다고?”
은혜의 말은 지극히 이성적이었고, 또 옳았다.
나는 머리를 차갑게 식혔다.
“에르제베트는? 무사하대?”
“응. 무사한 것 같아. 근데, 상황이 좋진 않나 봐.”
“겨울이기도 하고, 식량이 부족한 건가?”
“아니. 어디에 갇혀 있는데, 정신적으로 조금 힘든 것 같아.”
은혜는 에르제베트의 상황을 꽤 자세히 알고 있었다.
낙석 사고로 어디 벙커 같은 데 갇히기라도 한 걸까.
하지만, 왜 여태껏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는지가 의문이었다.
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던 에르제베트였는데 말이다.
나는 고유 퀘스트를 확인했다.
이설아의 다섯 가지 불행을 막으십시오. (2/5) -세 번째 불행 : 에르제베트를 구출하십시오.
6개월간, 이 퀘스트창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는 에르제베트가 무사하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구출할 수 있다는 건, 죽거나 치명상을 입은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니까.
문득 에르제베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지금의 내 죽음은 설아에게 은혜의 죽음처럼 크게 와닿지 않을 거란 말이지.
에르제베트는 그것을 알기에 설아와 일부러 거리를 뒀다.
스승이자 멘토의 역할을 하긴 했지만, 딱 그 정도.
회귀 전과 달리 부모의 역할을 대신하진 않았다.
그렇기에, 에르제베트의 죽음은 설아의 불행이 되지 않았다.
‘지금은.’
나는 언젠가 이렇게 생각했다.
그렇다면 왜 에르제베트를 구출하지 못하는 게, 설아에게 있어 불행일까.
물론 에르제베트가 다치거나 죽으면, 설아는 크게 슬퍼할 것이다.
주변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 적이 없기에, 큰 상실감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잔인하지만 에르제베트의 죽음이 은혜의 죽음처럼 큰 의미를 가지진 못하는 건 사실.
지금 설아는 나와 은혜라는 지지대가 있었다.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엄마와 스승이 죽었을 때와는 상황이 달라.’
그럼에도 에르제베트의 위기는 설아의 불행으로 연결됐다.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나는 이런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에르제베트를 구출하지 않는 게, 결과적으로 설아의 불행으로 이어진다.’
설아 개인의 절망, 상실감과 관계없이.
에르제베트라는 존재의 부재는, 설아의 불행으로 이어진다.
생각해 보면 에르제베트는 나와 같이 설아의 막기 위해 노력했다.
에르제베트가 사라진다면, 나 혼자 설아의 불행을 감당할 수 없다는 거 아닐까.
‘시간제한은 없지만.’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다.
비록 은혜는 에르제베트가 무사하다고 했지만.
직접 보지 않은 이상, 에르제베트의 자세한 상황은 알 수 없었다.
‘최대한 빨리, 부산으로 가야 한다.’
* * *
“부산?”
“예.”
“안 돼.”
성북 중앙.
하이람은 서류에서 눈을 떼지도 않고 대답했다.
나와 은혜가 밖에서 안전지대 구축을 위해 힘썼다면.
그 내실을 다진 것은 하이람이었다.
온갖 사안들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결정, 처리하고 있었다.
물론 혼자 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람아. 바쁘냐?”
“저도 할 일 많거든요.”
하이테크 본사에 있다가 합류한 하정수가 성북의 대표 역할을 하고 있었다.
회장님이라 그런지, 성북으로 오자마자 곧바로 체계를 잡는 모습을 보여 줬다.
리더십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서 대표로 온갖 일들을 결정하는 일을 맡겼다.
그러나, 아무래도 작은 도시를 설립하고 관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이람과 오승훈을 비롯한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고 있긴 했지만.
하정수는 업무에 시달려 반쯤 죽어 가고 있었다.
“아. 서준 군도 있었나.”
“안녕하십니까.”
“그래. 오늘 수색은 마쳤나?”
하정수는 내게 안부를 물어 왔다.
워낙 바쁘다 보니 얼굴을 볼 일이 없었는데.
업무량이 상당한지 조금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잡담 나누실 시간 있어요?”
“아하하. 누구 딸인지 아주 앙칼지단 말이지.”
“아빠.”
“이런, 혼나기 전에 실례하겠네.”
하정수와 하이람은 특이하게도 이번 일을 계기로 조금 가까워졌다.
원래부터 막 사이가 나쁘진 않았지만, 이 정도로 스스럼없지도 않았는데.
하정수는 기분이 퍽 좋은지, 껄껄 웃으며 집무실로 돌아갔다.
아마 도움을 요청하려다가 만 모양이었다.
실제로 하이람도 상당히 바쁜 편이었으니까.
“그래서, 부산은 왜?”
“에르제베트가 그곳에 있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그 마법 고양이 본체?”
이름만 들었지, 에르제베트를 실제로 본 적 없는 하이람이다.
캐시를 통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하이람은 실존하는 인물인지도 헷갈리는 듯했다.
“네.”
“확실해?”
“은혜를 통해서 알았으니까요.”
은혜는 신중한 성격이다.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전달했을 리는 없다.
하이람도 그걸 아는지, 서류에서 눈을 떼고 의자에 등을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산 이야기, 못 들었어?”
“생존자와 안전지대가 확인되지 않았고, 괴물로 포화 상태라는 거요?”
“아니. 그거 말고. 이번에 안전지대 청와대에서 한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거든.”
“가능성이요? 뭡니까?”
“보스.”
하이람의 한마디에, 나는 그냥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지금 하이람이 말한 보스는 아마도, 던전, 대한민국의 보스일 테니까.
‘월드 퀘스트.’
던전, 대한민국의 공략은 월드 퀘스트다.
즉 보스는 아자누스, 그 이상의 전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 보스가 있는 부산으로 섣불리 접근하는 건 정신 나간 짓이 맞았다.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 여파가 주변 지역으로 미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이람은 주변에 사람이 없는지 잠깐 확인한 뒤 말을 이었다.
“네가 월드 보스…… 아자누스를 사냥했다는 건 알아.”
“예.”
“하지만 그때랑은 상황이 달라. 아예 어떤 괴물인지도 확인되지 않았으니까.”
하이람의 말은 맞았다.
아자누스 때는, 사실 도박 수가 성공한 것이었다.
급한 대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동원했다.
왕의 반지에 쌓인 영혼에, 설아의 마법까지 빌렸다.
그것도 아자누스가 불완전하게 부활해서 사냥에 성공한 것이었다.
그 대가로 나는 인간성을 완전히 잃어버릴 뻔하기까지 했다.
“청와대 측에서 이미 계획을 세웠어. 각 안전지대가 안정되고, 인원을 편성해 부산을 클리어, 보스를 찾는 것까지.”
“얼마나 걸리는지가 중요한데요.”
“청와대 측에서 예상한 기간은, 짧아도 1년.”
“너무 깁니다.”
나는 즉시 부정했다.
언제 에르제베트가 잘못될지도 모르는 상황.
1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길었다.
6개월간 버티긴 했지만, 언제 퀘스트를 실패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게 최소한으로 잡은 거야. 내 계산 결과랑도 들어맞아.”
“그건 어디까지나 이상론이죠. 부산에 간다고, 보스를 꼭 공략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조용히 에르제베트만 구해 오고, 보스도 확인하면 일석이조 아닙니까?”
“지극히 현실적인 이상론이었지. 네가 말하는 게 이상론이고. 한 명 구하자고 일을 다 그르치는 것보단, 천천히 차분하게 가는 게 맞아.”
“그 한 명이 저한테는 다른 누구보다 중요합니다.”
하이람은 내 말을 일축하려다가 멈췄다.
그리고 가만히 내 눈을 들여다봤다.
조금 날카로운 눈이었다.
“좋아. 간다고 치자. 그럼 어떻게 부산까지 이동할지는 생각해 놨어? 부산에 도착하고 나서는? 물자는 어떻게 보급할 거야? 거기서 괴물이라도 잡아먹을 셈인가? 휴식이랑 정비는 어디서 하는데?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곳에서 안전지대라도 세우게? 그러려면 혼자서는 어림도 없을 텐데, 누구랑 가려고? 지옥에 같이 가 준다는 사람이 있어?”
무슨 총을 연사하는 느낌으로, 조목조목 질문을 밀어붙인다.
어느 정도 구상해 놓은 건 있었지만, 완벽히 대답할 수는 없었다.
하이람의 말마따나, 오히려 내 의견이 이상론에 가까운 건 명백한 사실이었으니까.
나를 꿀 먹은 벙어리로 만들고 나서야, 하이람은 말을 멈췄다.
“이 주변을 수색하는 거랑은 달라. 괴물 굴로 들어가는 거라고.”
“……원래 사냥꾼이 하는 일이 그겁니다.”
“넌 어떻게 한마디를…… 에휴.”
모르는 사람이 이런 의견을 내놓았다면, 하이람은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았을 거다.
그냥 가서 죽으라고 일축했겠지.
하이람 나름대로 나를 걱정해 주는 것이겠지.
그래도, 이 의견을 굽힐 수는 없는 게 애석할 따름이었다.
에르제베트 구출을 1년 뒤에나 할 수는 없었다.
“네가 없으면 수색팀은 어쩌게?”
“백재현 씨가 맡으면 됩니다. 오랫동안 수색팀에 있었고, 오더 경험도 있으니까요.”
“은혜랑 설아는?”
“안전지대 안에 있으면 큰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상식적으로 은혜가 널 혼자 보내겠냐고. 걔도 거기로 끌고 들어갈 셈이야?”
나는 입을 다물었다.
내가 가는 건 괜찮았지만.
은혜까지 끌어들이고 싶진 않았다.
그만큼 위험한 곳임은 확실했으니까.
하이람은 습관적으로 탄피를 굴렸다.
“됐어. 내가 뭐라고 말하든, 넌 갈 것 같고.”
“죄송합니다.”
“……길드 마스터면 마스터답게 굴어. 미안할 건 아니니까, 찌질하게 사과하지 말고.”
“하나도 안 미안하다. 누구도 나를 막을 수 없으셈.”
“그건 좀 열 받는데.”
픽 웃은 하이람은 펜을 잡고, 어쩔 수 없이 져 준다는 듯 말했다.
“지원할 방법을 생각해 볼게.”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그 전에 일단 할 일 두 가지. 이 조건을 못 맞추면, 지원도 없어.”
“뭡니까?”
“하나는, 스펙터 재소집. 한번 합을 맞춰 본 소수 정예가 편할 거야.”
하이람과 은혜는 이곳에 있다.
이서윤은 나니까, 남은 건 고희연과 강대호다.
“그 둘이 가려고 할까 모르겠는데요.”
“가려고 할걸. 뭐, 안 가려고 하면 설득하는 건 네가 할 일이지.”
“네. 알겠습니다. 또 하나는 뭡니까?”
“어차피 희연이 만날 거면 고려검가 갈 거잖아?”
“그렇죠?”
“그때, 검성도 포섭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