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17)
217화
강대호는 이따금 성북이나 고려검가를 찾았다.
이유는 찾아낸 생존자를 안전지대까지 인도하기 위함이었다.
많은 안전지대 중에서도 특히 성북과 고려검가를 찾는 이유는 하나.
두 지역에는 자신과 친분이 있는 스펙터의 길드원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안전지대도 제각각이야.’
강대호는 안전지대에 정착하지 않았다.
하이람이나 고희연이 안전지대에 머무르라고 권유했지만.
강대호는 자신이 안전지대에 있어 봐야 큰 도움이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이람이나 이서준처럼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기에 안전지대 구축에 기여할 수도 없었고.
고희연이나 유은혜처럼 사람들에게 안정을 주는 역할에도 자신이 없었다.
콰앙!
그렇기에, 강대호는 안전지대 바깥의 괴물들을 사냥하며 지냈다.
찾는다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을 베이스캠프를 곳곳에 설치해 두고, 그곳에서 잠을 잤다.
식사와 수면을 제외하면, 거의 몸을 쉬지 않고 움직였다.
목표는 각 안전지대의 수색팀이 다다르지 못한 구역에서 생존자를 수색하는 것.
그리고 서울에 있는 괴물의 머릿수를 줄이는 것이었다.
그 덕분에, 강대호는 대한민국의 던전화 이후로 가장 크게 성장했다.
“괜찮아요?”
“혹시.”
이서준이 아는 미래보다 시기적으로 훨씬 이르긴 하지만.
강대호의 소문은 일파만파 퍼졌고, 자연스레 별명이 붙였다.
주먹으로 괴물을 때려잡는 모습은 인상적이었고, 그 별명은 이미 정해졌다.
“권왕?”
“끙. 나는 그거 너무 낯간지럽다고 생각하는데.”
사냥꾼 같긴 했지만, 예티 한 마리에게 잡아먹힐 위기인 것을 구해 줬더니.
아니나 다를까, 강대호를 일컫는 별명을 들먹였다.
강대호는 볼을 긁으며 난처한 듯,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권왕이라고 불리는 건 사실이었지만, 긍정하기엔 너무 부끄러웠다.
사냥꾼은 잠시 강대호의 얼굴을 살피다가, 뒤늦게 감사 인사를 했다.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뭘요. 근데, 어디서 온 거예요?”
“강남, 수서에서 왔습니다.”
“수서? 멀리서도 오셨네.”
강대호는 주먹을 닦으며 인상을 찡그렸다.
수서는 이곳과 다소 거리가 있다.
그쪽에 안전지대가 있다는 것도 처음 들었다.
애초에 수색팀이 올 만한 거리가 아니다.
가장 안정된 성북에서도 이 정도 거리까지 수색팀을 보내진 않는다.
“여기까진 어쩐 일이요? 다른 안전지대를 찾아오신 건가?”
“아닙니다.”
팀을 이루고 있는 것도 아니기에, 수색이 아니라는 건 확실했다.
다른 안전지대에 지원을 요청하거나, 교류를 위해서 온 것이라 생각했는데.
사냥꾼은 이를 부정했다.
“구원을 위해서 왔습니다.”
“구원……?”
“그래요. 이 지옥에 머무르고 있는 사람에게, 수서라는 낙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온 겁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저는 전도사 같은 역할을 하는 겁니다.”
강대호는 사냥꾼의 눈에서 환희를 느꼈다.
방금 죽을 뻔한 건 기억하지 못하는지.
수서라는 지역이 주는 안정감에 취해 있는 모습이었다.
“수서에 안전지대가 있는 줄은 몰랐는데.”
“인생의 절반을 손해 보고 계셨네요. 수서로 오십시오.”
“사람을 수용할 자리가 남는가 봅니다.”
“남는다, 뿐이겠습니까. 넘칩니다.”
“성북처럼 안정화가 된 안전지대라는 겁니까?”
강대호는 기가 차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서울에서 제일이라 할 수 있는 안전지대가 바로 성북이었다.
가장 먼저 안전지대를 구축했음은 물론, 허점에 위치해 괴물의 습격도 적다.
이서준의 진두지휘 아래 빠르게 세를 넓힌 건 물론, 물자까지 확보한 상황.
적어도 서울에는 성북보다 상황이 좋은 안전지대가 없었다.
그러나, 사냥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 곳과는 비교가 안 됩니다. 낙원이라니까요. 낙원. 그곳에는 괴물의 위협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자도 풍부하고, 많은 사람이 이미 사회를 형성하고 있어요. 아마도, 새로운 시작점이 될 겁니다.”
“흐음. 한번 가 봐야 하겠군요.”
“저랑 같이 가시죠. 마침 물자가 떨어져서 돌아갈 참이었는데.”
“그거 좋은 생각이군요.”
강대호는 안전지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성북이나 고려검가처럼 아무런 대가 없이 생존자를 받아들이는 안전지대도 있는 반면.
청와대처럼 아예 생존자 출입을 거부하거나, 대가를 받는 안전지대도 있었다.
만약 사냥꾼의 말이 진실이라면, 수서는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서울 중앙이 아닌 남부에 그렇게 안정된 안전지대는 없었으니까.
“아. 참. 이름을 못 물어봤네. 전 강대호라고 합니다.”
강대호는 손을 내밀었다.
사냥꾼은 그 손을 맞잡으며 사람 좋은 얼굴로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반갑습니다. 박수찬입니다.”
* * *
“대호 형을 찾을 수가 없다고요?”
“정기적으로 들르는 안전지대에 사람을 보내 놨는데, 안 왔다네.”
“뭐, 잘못된 거 아닙니까?”
“글쎄다. 걔가 쉽게 잘못될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하이람은 인상을 찡그리며 내 의견을 부정했다.
아무래도 맞는 말이긴 한 것 같았다.
강대호는 잘못되기엔 너무 강하다.
던전화를 시작으로 점점 명성도 높아지고 있고.
심지어는 회귀 전에 가지고 있던 별명, 권왕이라 부르는 사람도 생겨났다.
“하긴. 웬만해선 괜찮겠죠.”
“아마 멀리까지 나가거나, 새로운 안전지대를 찾았다거나, 그런 거겠지.”
“그러면 어떡하죠. 아예 연락 수단이 없는데.”
“뭘 어떡해. 강행해야지.”
“조건을 만족하진 못했는데요.”
“이미 검성을 포섭했잖아. 시간까지 내준다는데, 무산됐다고 하면 면목이 안 서지.”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말해 놓은 게 있어, 수습하는 식이긴 했지만.
어쨌든 부산으로 가는 건 확정된 모양이었다.
하이람은 미리 세워 둔 계획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헬기로 이동하는 거야. 헬기면 1시간 내외로 갈 수 있으니까.”
“헬기요? 헬기가 어딨습니까?”
“하이테크 본사 건물 꼭대기에.”
헬기는 가장 현실적인 이동 수단이긴 했다.
고속도로는 물론 시내의 도로도 막히고 부서진 현 상황.
자동차를 이용하는 건 불가능하고, 너무 위험하다.
선로가 끊겼기에 당연히 기차도 이용이 어려웠다.
막힐 염려가 없는 공중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게 이상적이긴 하다.
“괴물들은 어떡하고요?”
“하늘에 있는데 지들이 어쩔 거야.”
“아뇨. 하늘을 나는 괴물들도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헬기는 좀처럼 쓰이지 못한다.
이유는 당연하게도, 하늘을 나는 괴물들 때문이었다.
가고일이나 리틀 드레이크 등, 온갖 하늘을 나는 괴물들이 공중을 장악하고 있었다.
공중에서 공격을 받아 추락하기라도 하면 정말 답이 없다.
그렇기에 헬기는 여태껏 좀처럼 사용되지 않았다.
실제로 청와대에서 헬기를 운용하려고 했다가, 습격을 당해 폭발한 전례가 있다.
“그건 내가 알아서 처리해.”
“하이람 씨가요?”
“헬기에서 요격할 거야.”
“……아니, 하이람 씨도 갑니까?”
“나도 스펙터거든?”
“성북은 어떡하고요.”
“일 처리는 몰아서 했어. 아빠…… 회장님도 계시고.”
“으어어어…….”
한 칸 옆에 있는 하정수의 집무실에서 좀비 소리가 들렸다.
진짜 좀비가 나타난 건 아니었고, 하정수가 앓는 소리였다.
아무래도 일 폭탄을 맞은 듯했다.
“추락하면 끝입니다. 저도, 검성 어르신이어도, 어쩔 방법이 없어요.”
“접근하기 전에 다 죽이면 돼. 나 못 믿어?”
하이람의 사격 실력은 익히 알고 있다.
어떤 시점으로 보면, 은혜보다 더 재능을 타고난 게 하이람이다.
훈련에 시간을 쏟기보다 온갖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감각은 그대로.
아니,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이라도 하는 건지, 오히려 점점 늘고 있다.
“안 믿으면 뒤도 안 맡깁니다. 하지만, 변수가 너무 많아요.”
“애초에 변수가 많은 작전이야. 그리고, 나만 갈 것도 아니고.”
“리어는 하이람 씨 말고 없잖아요.”
“나도 갈 거야.”
돌연 끼어든 목소리에, 놀란 나는 뒤를 돌아봤다.
은혜가 그곳에 있었다.
“뭐야. 언제부터 와 있었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안전지대 안쪽이라고 한들.
나는 습관처럼 주변의 기척을 파악하고 다닌다.
‘완벽하게 숨겼다고?’
먼 데다가 단절된 장소에 있는 괴물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설아에게는 미치지 못했지만.
적어도 나를 공격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기척을 확인해 둔다.
그런데, 내 기감에서 완전히 벗어나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이런 근거리에서 말이다.
‘공격했다면.’
은혜가 정말 마음먹고 기습을 하고자 했다면.
아마 나도 기습을 허용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가만히 기척을 숨기고 있는 것과, 거기에 더하여 공격까지 하는 건 별개긴 했지만.
그래도 대단한 수준의 기척 죽이기였음은 틀림없다.
혼자서 훈련하는 시간을 대폭 늘리더니, 확실히 실력이 일취월장한 모습이었다.
“아까부터.”
“늘었네. 근데, 은혜 너도 가면, 설아는 어떡하고?”
“설아도 데려갈 거야.”
“뭐?”
이건 예상도 못 한 소리였다.
은혜가 가는 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설아를 보느라 요즘은 덜하지만, 초창기에는 수색팀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아직도 종종 수색 2팀에서 인원수가 부족할 때 들어가, 에이스 자리를 꿰차기도 한다.
성북이라는 안전지대를 구축할 때 많은 경험을 쌓았고, 그 결과 한층 발전한 모습이었다.
리어가 부족한 상황에 큰 전력이 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설아는 달랐다.
“설아는 안전지대에 남는 게 더 낫지 않겠어? 부산은.”
“알아. 근데, 설아가 없으면 정확히 못 찾아.”
“그게 무슨 소리야?”
“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은혜는 설명을 잘하지 못하겠다는 듯 말을 우물거렸다.
어휘력이 좋은 은혜였기에, 저렇게 설명을 주저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낯을 가리고 있다면 모를까, 나나 하이람이 낯을 가릴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으음. 설명하기 되게 어려운데, 내가 지금 에르제베트 씨랑, 연결된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연결?”
무슨 전자기기도 아니고, 사뭇 이상한 표현이다.
사람이 사람과 연결된다니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법인가?”
“모르겠어. 그런데, 희미하게 기척을 느낄 수 있는 건 맞아.”
“기척을 느낄 수 있다고? 여기서? 부산이라며.”
“응. 방향이 대략 느껴져. 이게 설명하기 되게 어려운데, 저기에 반드시 에르제베트 씨가 있을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에르제베트가 캐시를 통해 연락할 때, 어떤 마법을 은혜에게 걸어 놓은 걸까.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은혜는 합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넓은 부산에서, 에르제베트의 위치를 특정 지을 수 없는 게 조금 막막했는데.
이런 대처를 해 놓았다면 확실히 안심이다.
“그리고 나, 들었어. 설아의 불행에 대해서.”
그리고 은혜는, 폭탄 발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