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25)
225화
마나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큰일 났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우리 팀에는 마나 없이도 교전이 가능한 사람들이 몇 있었다.
애초에 검가(劍家) 출신인 검성과 고희연은 말할 것도 없었고.
뛰어난 무기의 성능을 활용한 하이람 또한 크게 활약했다.
“휴. 어떻게 다 잡긴 잡았네요.”
설아와 오승훈, 백재현은 애초에 전력 외다.
그러나 은혜가 무력해진 것은 큰 손실이었다.
탱커 역할이라도 할 수 있는 고희연과 달리, 은혜의 화살은 아예 듣지를 않았다.
“난 어떡하지? 무기가 아예 안 통하는데.”
“포지션 변경. 바디로 들어와서 백재현 씨랑 설아 보호해 줘.”
“……응. 알았어.”
은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조금 분한 듯, 눈을 잠깐 감았다.
하지만 은혜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전력이 약해진 것은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공략 속행이 가능할까 걱정됐다.
“근데 마나는 왜 안 움직이는 거지?”
“사라진 건 아니잖아.”
“저도 느껴지긴 해요.”
나는 슬쩍 설아를 봤다.
설아는 뭔가 알고 있는 듯 입을 우물거렸다.
하지만 설명은 못 하겠는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사람들은 각각 어떻게든 마나를 사용하려고 이것저것 시험해 보는 듯 했으나, 이윽고 모두 실패한 뒤 상황을 받아들였다.
“서준아. 이제 어떡하지?”
“하이람 씨. 무기 좀 꺼내 보세요. 총기류 위주로.”
“어? 아.”
하이람은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는 듯, 수납해 뒀던 무기를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권총, 기관총, 소총, 저격소총, 산탄총, 심지어는 머스킷이나 개틀링 같은 것도 있었다.
하이람의 스킬을 모르는 검성은 흥미롭다는 듯 그것을 가만히 지켜봤다.
“뭐 얼마나 들어가는 겐가?”
“무기만 두고 보면, 창고 하나 가득 채울 정도로는 들어가요. 아, 근데 너무 큰 건 안 되더라고요. 탑승물도 안 되고요. 탱크 같은 거 넣고 다니고 싶었는데.”
탱크를 휴대할 생각을 하다니.
하이람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일리 있는 발상이었다.
하이람이 수납할 수 있는 건 무기.
만약 탱크도 탑승물이 아닌 무기로 취급된다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었다.
다만 방출을 손에서 하는 만큼, 너무 무겁거나 큰 무기는 안 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은혜는 사격할 줄 아나?”
“어, 한 번도 안 해 봤어요.”
“장난감 총 같은 것도?”
“네.”
무기를 꺼낸 이유는,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서였다.
총기가 뛰어난 무기인 이유 중 하나는, 사용이 비교적 간편하기 때문이다.
조준하고, 방아쇠만 당기면 위력적인 공격을 할 수 있다.
물론 거리나 탄도 따위를 생각하면 숙련되기는 어려운 무기가 맞았으나 어느 정도 사용법을 숙지하기만 한다면, 금방 전력을 상승시킬 수 있었다.
“이서준이 가르쳐 줄 거야.”
“으응? 서준이가 총도 쏴요?”
“총 쏠 줄 모르나? 군대 다녀오지 않았어?”
“육군 병장 만기 전역입니다.”
15년도 더 된 일이지만,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이람 씨가 가르쳐 주는 편이 효율적이지 않겠습니까?”
“난 희연이 가르쳐 주려고.”
“희연이는 어차피 보조로 사용할 텐데. 차라리 좀 미숙하더라도 제가 가르치는 편이…….”
“진짜 꿀밤 마렵게 할래? 밥상을 차려 줘도 마다하네.”
“아?”
공략에 집중하고 있어서 눈치채지 못했다.
설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으휴! 우리 아빠는요, 줘도 못 먹어요!”
“……도대체 저런 말은 어디서 배워 오는 거야?”
* * *
탕!
나는 생각했다.
은혜는 천재라고.
총기와 활은 같은 원거리 무기지만, 그 사용법이 많이 다르다.
물론 거리 감각이나, 리어의 포지션 같은 건 도움이 되겠지만.
활을 잘 쏜다고 총도 잘 쏘냐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이리 잘 쏘지?”
“그러게요.”
은혜는 수준급의 사격 실력을 보여 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감이 안 잡히는 듯, 엉뚱한 곳에 총을 쏘기도 했다.
오발 사고를 걱정할 수준이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은혜는 적응했다.
아니, 숙달됐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높은 적중률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탕! 탕!
총성과 함께, 골렘 하나가 부서졌다.
비록 맞혔던 곳을 또 맞히는 기예를 보여 주는 하이람에게 미치진 못했지만.
적어도 적을 노리는 족족 적중시키는 모습을 보여 줬다.
근거리라고 해도, 아군과 섞여 있는 데다가 움직이는 표적이라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집중력이 상당하구나.”
검성이 짧은 칭찬을 남겼다.
사람 보는 눈이 상당히 까다로운 검성이다.
검성이 상당하다고 말할 정도라면, 정말 대단하다는 거였다.
은혜는 사격을 마친 뒤, 총을 아래로 내렸다.
“어, 이거 장전 어떻게 해요?”
엉뚱한 부분이 조금 어리숙하긴 했지만.
어쨌든 다소 전력이 약해지긴 했으나, 공략은 무리 없이 속행할 수 있었다.
마나가 제한된다는 조건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던전에서는 일관적으로 골렘이 나왔다.
골렘의 가장 큰 약점은 공격 패턴이 단조롭다는 것이었다.
사람들도 골렘의 공격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전투도 점점 할 만해졌다.
‘생각보다 어려운 던전은 아니네?’
마나를 사용할 수 없다는 악조건만 제외한다면, 그다지 어려운 던전이 아니었다.
구조도 복잡하지 않았고, 나오는 괴물은 똑같은 골렘이다.
함정 따위는 없었으며, 공간적으로도 전투하기 수월했다.
‘아니, 내 생각이 이상해진 건가?’
사실,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 던전을 공략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게 가능했다면 사냥꾼이 아니라 군대에서 던전을 공략하겠다고 나섰겠지.
여기에 모여 있는 게 전부 엘리트라서, 쉽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일 뿐일지도 모른다.
“팀장님.”
“응? 아, 나 아니구나.”
팀장님이라 부르는 소리에 하이람이 뒤를 돌아봤다가, 눈을 깜빡였다.
하이람도 하이테크에서 팀장이라고 종종 불리기에 헷갈린 것이다.
백재현이 나를 불러 세웠다.
“앞에, 위험합니다.”
“얼마나?”
“레드입니다.”
“레드?”
단순히 괴물이 있다고 해서 레드는 아닐 것이다.
괴물의 수로 레드가 되려면, 부산 정도는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따금 사냥한 골렘들은 네댓 마리가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그 정도 수로 레드는 턱도 없다.
정말 강한 괴물이 있다면 모를까.
‘보스인가?’
여기서부터는 각별히 주의해야 했다.
골렘이라면 몰라도, 보스 정도의 괴물이라면.
마나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진형을 갖추고, 조금 더 신중하게,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이윽고 우리는 이상한 구역에 도착했다.
“부엌?”
“식자재 창고 같기도 하고요.”
간단한 음식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일종의 부엌이었다.
벽 한쪽에는 냉동된 식자재가 쌓여 있었다.
다소 오래된 듯한 조리 기구와, 멀끔한 식기들도 있었다.
불이 피워져 있었는데, 그 덕분인지 조금 따뜻했다.
고희연은 화색이 됐다.
“배고팠는데. 공략하고 챙겨 가죠!”
“독이 있을지도 모르고, 일단 보류.”
식자재가 왜 여기에 있는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에르제베트는 이 식자재를 통해서 살아남은 것 같긴 했다.
부엌으로 추정되는 공간을 지나가자, 문이 보였다.
문 근처로 다가가려는 순간, 전율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흠.”
“가면 안 돼요.”
고려검가 사람들은 감이 좋은 걸까.
검성은 침음을 흘렸고, 고희연도 나지막이 경고했다.
자세히 보니, 문틈에서 검은 연기 같은 게 스멀스멀 흘러나오고 있었다.
화재로 인한 연기보다는 안개와 더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무언가.
보는 것만으로도 불길하고 꺼림칙하며, 피하고 싶어지는 힘.
“저주?”
저주였다.
닿는 것만으로도 큰일이 날 것 같은, 농도 깊은 저주.
튜토리얼 타워에서 알버트가 지니고 있던 저주처럼 강하진 않았으나.
그것보다 조금 더, 점성이 강한 느낌이었다.
정확한 효과는 알 수 없었다.
하나 확실한 건.
‘에르제베트다.’
이 정도 저주를 사용할 수 있는 건, 마녀 정도다.
즉, 에르제베트가 저 문 너머에 있을 확률이 높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저주로 가득한 문을 어떻게 여냐는 건데.
“다가가면 안 될 것 같군.”
“이걸로 한번 해 볼까요?”
하이람은 손에서 특이한 모양의 무기를 방출했다.
창 정도의 규격을 가지고 있는 기다란 낫이었다.
무슨 사신이나 사용할 것 같았다.
“그런 건 왜 집어넣고 있습니까?”
“웬 중2병 걸린 사냥꾼이 돈 왕창 써서 주문 제작한 건데, 못 받아 가서 남은 재고품.”
“왜 못 받아 갔대요? 비싸 보이는데.”
“죽었어. 낭떠러지에서 떨어졌다네. 오른팔이 잘려서.”
어쨌든 갈고리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낫을 받아 들고, 문고리를 향해 내밀었다.
철컥.
낫의 날과 문고리가 닿는 순간.
염산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저주가 날을 타고 올라왔다.
치이익!
은색의 날이 순식간에 검게 물들었다.
저주는 손잡이를 타고 빠른 속도로 내려왔다.
나는 재빠르게 낫을 떨어트렸다.
툭.
낫은 완전히 새까맣게 변해 버렸다.
무슨 효과인지는 몰라도, 닿으면 위험했을 거다.
문고리에 닿은 걸로 이 정도라니.
이래선 접근할 방법이 없었다.
“어떡하지?”
“부숴 볼까? 수류탄 같은 걸로.”
“안쪽에 에르제베트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위험해요.”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황.
안쪽에 에르제베트가 있나 불러 봐도, 대답은 없었다.
대답한다면 문 쪽에서 떨어지라고 얘기라도 할 텐데.
에르제베트가 죽으면 탈출도 불가능해지는 와중에,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
“아빠. 설아가 열게요.”
그런 와중에, 설아가 나섰다.
괜찮다니, 이건 또 무슨 뜻일까.
은혜가 설아를 뜯어말렸다.
“설아야. 안 돼요. 저긴 위험해요.”
“으응, 아는데, 설아는 괜찮은데.”
“로브도 없잖아.”
로브에는 저주를 방어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로브는 헬기에서 드래곤의 공격을 막을 때 불살라진 상황.
설아는 지금 로브를 입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설아는 할 수 있다는 듯 자신감을 보였다.
“아이 참. 이렇게 하면 되는데. 후우.”
설아는 저주를 향해 후, 입김을 불었다.
뭐 하는 건가 싶었지만, 이상한 일이었다.
문 사이로 새어 나오던 저주가, 바람에 밀리듯 밀려난 것이다.
하이람은 인상을 찡그렸다.
“뭐야. 어떻게 한 거야?”
“후우. 안 되는데.”
고희연이 설아를 따라 입김을 불어 봤지만, 효과는 없었다.
설아는 에헴, 거드름을 피우며 허리에 양손을 올렸다.
“설아는 할 수 있는데!”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진짜 같은데, 아이에게 열라고 하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백재현이 조심스레 의견을 제시했다.
설아에게 위험한 일을 맡기긴 싫었으나.
달리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설아야. 이상하면 바로 도망쳐야 해요.”
“응!”
은혜는 불안해 보였지만, 설아는 자신 있게 앞으로 나섰다.
설아가 문 앞으로 총총 걸어가자, 신기하게도 문을 감싸고 있던 저주가 놀란 듯 물러났다.
“혼나.”
설아는 저주를 타이르듯 볼을 부풀렸다.
그에, 저주는 정말 겁먹은 생물처럼 문틈으로 물러났다.
설아에 대해 잘 모르는 백재현과 검성은 그 광경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봤다.
설아는 문고리를 잡고, 잡아 내렸다.
끼익.
문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