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4)
24화
[히든 던전 : 개미잡이 굴을 최초로 공략했습니다.] [특수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최초 공략의 보상이 주어집니다.]경련하던 개미잡이가 쓰러졌다.
알림음을 들은 나와 강대호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긴장이 툭 끊어지며 힘이 빠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건 뭐야?”
“보상이에요.”
강대호는 어쩔 줄 모르고 나를 곁눈질했다.
나는 손을 뻗어 그것을 움켜쥐었다.
강대호도 나를 따라 빛을 움켜쥐었다.
[보상 : 밤눈깨비를 획득했습니다.]손바닥에 놓인 건 손톱 정도 크기의 검은색 눈 결정.
꽤 유명한 영약 중 하나인 밤눈깨비였다.
“밤눈깨비?”
“모르세요?”
“모르는데.”
“드실 거죠?”
“당연하지. 누가 그랬는데, 영약은 팔면 무조건 손해라더라.”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맞는 말 했네요. 맞아요.”
사냥꾼이 강해질 수 있는 수단 중 가장 효율이 좋은 게 영약이었다.
당연히 모든 사냥꾼은 영약을 구하거나 사들이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다.
영약은 보통 최초 공략 보상으로 획득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던전의 최초 공략 보상이 영약인 건 아니다.
그렇다 보니 수요는 넘쳐 나는데 공급은 부족한, 품귀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하압.”
강대호는 고민하는 기색도 없이 밤눈깨비를 한입에 털어 넣었다.
나도 마찬가지로 밤눈깨비를 입에 넣었다.
흑사탕 같은 맛이 잠깐 맴돌더니, 곧 녹아서 사라졌다.
입맛을 다신 강대호가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뭐가 달라진 것 같진 않은데?”
“달라졌어요. 확인해 보실래요?”
“확인? 어떻게?”
나는 강대호와 함께 발광 이끼의 빛이 들지 않는 곳으로 갔다.
눈을 깜빡인 강대호가 두리번거렸다.
“뭐야? 분명 어둡긴 어두운데.”
“잘 보이죠?”
“응.”
빛이 들지 않는 어두컴컴한 바위 뒤.
광원이 없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밤눈깨비를 복용한 지금은 달랐다.
“달라진 게 느껴지죠?”
“이야. 이거 몸으로 겪으니 신기하네.”
밤눈깨비는 이름 그대로 밤눈을 밝게 해 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암순응을 돕는다고 보면 편한데, 쉽게 말해 어둠 속에서도 잘 보이게 해 주는 것이다.
광원이 없는 던전이나 어두운 밤에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효과였다.
음지에 숨어 있는 무언가를 찾아낼 때도 도움이 된다.
‘아마 강대호는 이 정도로 잘 보이진 않겠지만.’
내 경우는, 어둠 속의 사물이 확연히 선명하게 보였다.
이건 물론 밤눈깨비의 효과를 본 덕분도 있지만.
붕괴한 백화점에서 획득했던 ‘슬라임 젤리’의 효과가 더 컸다.
‘역시 슬라임 젤리부터 손에 넣은 건 맞는 선택이었어.’
슬라임 젤리는 조금 특별한 영약이었다.
다른 영약처럼 신체 능력을 상승시켜 주는 효과도 가지고 있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내가 다른 무엇보다 슬라임 젤리를 먼저 얻고자 했던 이유는, 바로 영약 흡수율에 있다.
슬라임 젤리는 ‘다른 영약의 흡수율을 높이는 영약’이었다.
‘사람은 영약의 효과를 완전히 끌어낼 수 없다.’
10여 년 후에나 밝혀지는 사실이다.
사람은 영약을 완전히 흡수할 수 없다.
아무리 맞는 방법으로 섭취하더라도 원래 효능의 반 정도밖에 보지 못한다고 한다.
후천적으로 받아들인 마나가 완전히 몸과 융화되어 있지 않아서라던가.
‘하지만, 슬라임 젤리를 먹은 사람은 다르다.’
슬라임 젤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영약이었다.
당시에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됐던 슬라임 젤리의 힘은 대단했다.
당장은 다른 영약에 비해 효과가 미미하지만, 장기적으로 여러 영약을 복용한다고 생각하면 사기적인 성능이었다.
절반에 그쳤던 효과를 온전하게 볼 수 있으니까.
‘희연이가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하더라도, 어쩔 수 없지.’
나와 은혜가 슬라임 젤리를 먹는 건 원래 계획에 있었던 일이다.
얼떨결에 설아까지 그것을 먹게 되면서, 일이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최종 보스였던 설아가 그때보다 더 강해지다니 조금 두렵긴 하지만, 내가 있는 한 그런 미래를 반복하게 두진 않을 것이다.
“근데 말이야. 서준아.”
“네?”
“우리 뭐 잊어버린 거 없냐?”
“잊어버린 거요?”
“그래. 뭔가 아까부터 찜찜해서 말이지.”
“어, 아! 허만수!”
* * *
허만수는 무사했다.
던전 공략에 기여를 하지 않아 보상은 획득하지는 못했지만, 목숨을 건진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사,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뭐야. 왜 이리 순해졌어?”
“……놈이 개미를 빨아먹는 걸 봤습니다. 두 분이 아니었다면, 분명 저도 그렇게 됐을 겁니다.”
허만수는 이번 일로 트라우마를 가지게 된 것 같았다.
몸을 부르르 떨며, 사냥꾼이 되는 건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성격적인 측면에서는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와 강대호는 허만수를 구출해, 개미잡이 굴 밖으로 나왔다.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던전을 빠져나오니, 감독관이 십년감수했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반겼다.
협회 측 사냥꾼이 다수 대기하고 있었고, 의료반까지 온 상태였다.
나와 강대호, 허만수 모두 검진을 받아야 했다.
허만수의 경우 뒤통수에 커다란 혹이 나 있었다.
아마 개미잡이가 허만수를 기절시키며 난 타박상인 것 같았다.
강대호의 경우 귀신개미와 개미잡이에게 입은 찰과상이 있었다.
“이서준 씨는 완전 멀쩡하시네요?”
“그렇습니까?”
“우리 동생이 다 했는데, 당연하지!”
옆에서 강대호가 사족을 넣었다.
나는 그다지 눈에 띄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협회 소속 사냥꾼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일단 경위서는 작성해야 할 겁니다.”
“아. 네.”
“그리고 이 일에 대해서는 함구해 주시길 바랍니다.”
감독관은 그다지 안색은 좋지 못했다.
그야 위에서 얼마나 갈궜을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만약 라이선스 시험에서 사상자가 발생했다면, 정부에서는 그것을 구실로 협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을 것이다.
아직 사냥꾼 관련 법률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협회도 제대로 자리 잡지 않았으니까.
“그 대신, 몇 가지 혜택을 약속드리겠습니다.”
“혜택요?”
“예, 우선권 부여나 수수료 절감 등입니다. 자세한 건 읽어 보시죠.”
비밀 유지를 조건으로 협회에서는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읽어 보니, 상당히 좋은 조건이었다.
무엇보다 정보 관리 등급 상승이 마음에 들었다.
“좋습니다. 사인하죠.”
나는 이것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애초에 이번 사건은 협회 측 과실이 아니었다.
나비효과로 발생한 일이기 때문이다.
협회 측의 잘못이라고 해 봐야 감독관이 따라 들어오지 못했던 것 정도다.
그 덕에 보상을 얻은 데다가, 강대호와 우호적인 관계까지 형성할 수 있었다.
‘거기에 보너스까지 주다니. 완전 개이득이네.’
감독관은 화색이 됐다.
아마 여기에 사인하지 않았다면, 저 감독관은 최소 좌천이었다.
이걸 빌미로 협박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 시점에서 사냥꾼협회를 적대해서 좋을 게 없었다.
무엇보다, 그런 큰일을 벌일 만한 단계는 아니었다.
아직은 말이다.
“그렇다면 나도 사인하겠습니다!”
강대호는 나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다음에 만나면 술 한잔하자면서 번호까지 교환했다.
미래에 권왕이라고 불리는 남자와 친해져서 나쁠 건 없었다.
“아 참. 실전 시험은 어떻게 됐습니까? 다시 봐야 합니까?”
“설마요. 당연히 만점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까?”
“히든 던전을 최초 공략했는데, 당연한 일입니다.”
* * *
그렇게 최종 시험이 끝나고 다음 날, 사냥꾼협회 1층 로비.
나는 은혜와 함께 안내원에게 다가갔다.
물론 각각 우리의 손을 잡은 설아가 중간에 껴 있었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오셨나요?”
“안녕하세요. 라이선스를 발급받으러 왔는데요.”
“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이서준이요.”
“유은혜요.”
“설아예요!”
나와 은혜는 시험에 통과했으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갑자기 설아가 끼어들 줄은 몰랐다.
눈을 동그랗게 뜬 접수원이 설아를 잠깐 바라봤다.
‘이름을 말하니까, 자기도 따라서 말한 건가?’
설아는 왜 시선을 받는 건지도 모르고 해맑게 웃었다.
오히려 잘했냐고 묻는 듯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픽 웃으며 설아의 머리에 손을 얹어 놓았다.
쓰다듬으니, 좋다고 히히 웃는다.
치유된다.
“따님이신가요?”
“네.”
“어쩜 저렇게 귀엽지? 아가야, 사탕 먹을래?”
“조아요!”
설아는 또 한 번 사람을 홀려 조공을 받아 내는 데 성공했다.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이렇게 돌아다니다 보면 뭐가 자꾸 들어온다.
간식 같은 먹을거리가 대부분이었다.
그걸 다 받아먹었으면 분명 소아 비만이 찾아왔을 거다.
“고맙습니다!”
“설아야. 이리 주세요.”
“히이잉.”
그래서 대부분 은혜에게 압수당한다.
물론 나중에 먹게 해 주겠지만, 나중보다 지금이 중요한 다섯 살.
막대 사탕을 두 손에 꼭 쥐고 갈등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결국 설아는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순순히 은혜에게 사탕을 넘겼다.
“후후, 금방 확인해 드릴게요.”
접수원은 그 모습을 구경하다가, 다시 컴퓨터 쪽으로 눈을 돌렸다.
마우스를 딸깍이며 바쁘게 뭔가를 확인하는 것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어디론가 가더니, 작은 봉투 두 개를 들고 왔다.
“여기, 라이선스입니다. 확인해 보세요.”
나는 봉투에서 라이선스를 꺼내서 확인했다.
라이선스에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 사항이 쓰여 있었다.
왼쪽에는 증명사진이 있었는데, 회귀 전에 쓰던 것보다 훨씬 나았다.
‘원래는 거지꼴이었는데.’
사진관에 가기 전에 은혜가 조금 꾸며 준 것만으로, 사진이 확 바뀌었다.
보정까지 조금 더해지니 실물보다 나은 것 같기도 했다.
접수원은 웃으며 우리를 축하해 줬다.
“이제 두 분 다 사냥꾼이시네요. 축하드려요.”
“아. 감사합니다.”
“또 다른 용무 없으신가요?”
“네. 수고하세요.”
“다음에 뵙겠습니다. 이서준 님, 유은혜 님. 그리고 설아 님.”
“응! 안녕히 계세요!”
설아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우리는 협회 건물을 나섰다.
드디어 사냥꾼이 된 것이다.
시험 자체는 순조로웠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걸 생각해야 했다.
은혜는 조금 들뜨는지, 옅은 미소를 띤 채 물었다.
“외식 콜?”
“콜.”
그래도, 벌써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은 좋은 기분을 즐겨도 괜찮을 거다.
그때 뜬금없이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저게 뭐지?’
은혜의 핸드백 안쪽에서, 무언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핸드백 안에 있던 무언가 돌연 허공으로 떠올랐다.
나와 은혜, 설아 모두 당황해서 그것을 바라봤다.
“막대 사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