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40)
240화
“수서는 지금 두 가지 문제를 안고 있어.”
“문제요?”
“그래.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전쟁은 성립하지 않아. 아니면, 우리가 유리해질 거야.”
“뭡니까?”
“첫 번째. 필드.”
필드는 안전지대 바깥을 이르는 말이다.
본래 지속형 균열 일대를 아우르는 단어였으나, 지금은 그 의미가 바뀌었다.
국가가 던전화한 지금, 필드라는 개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성북이 허점이라지만, 필드에는 괴물이 존재해.”
“겨울이라 활동이 적긴 하지만요.”
“블런트 베어나 예티처럼 겨울에 활동하는 괴물도 있어. 그런데, 수서가 공격을 온다?”
성북은 설아를 지키는 입장.
즉, 먼저 수서를 치진 않을 것이다.
필연적으로 수서가 성북을 공격할 수밖에 없는 상황.
“저쪽은 적을 둘 두는 꼴이야.”
괴물과 인간.
두 적을 상대로 전쟁을 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괜히 수색팀이 소수 정예로 이루어져 있는 게 아니다.
다수의 사람이 이동하면 괴물의 주의를 끌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텐데.’
나는 박수찬과 괴물이 손을 잡았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부산에서 드래곤이 에르제베트를 지키고 있던 걸로 볼 때 동맹은 아직 유효할 것이다.
‘아니지. 괴물들이라고, 전부 한패일까?’
사람은 같은 종족이지만 제각각 다른 목적을 가지고 모여 있다.
당장 성북과 수서만 봐도 분열하고 있는 와중에, 괴물도 그러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
아니, 오히려 폭력성과 부족한 지능을 생각하면 괴물 쪽이 그럴 가능성이 높다.
‘지능이 높은 괴물들이 있다.’
도플갱어들을 조종하던 팬텀이나, 에르제베트의 기억에서 본 설리번이 그 예시다.
아마 그런 괴물들끼리는 이해관계가 일치할지도 모르겠지만.
통제가 되지 않은 괴물도 있을 것이다.
‘하이람 씨 말대로, 괴물과 충돌할 수도 있겠네.’
만약 그렇다면, 당연한 얘기지만, 호재다.
하이람은 이어서 두 번째 문제를 말했다.
“두 번째로, 시기.”
“시기요?”
“지금은 겨울이야. 이런 판국에 제대로 된 전쟁이 가능할 것 같아?”
당연히, 불가능하다.
역사를 봐도 겨울에 진군했다가 전멸한 군대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는 현대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무리 수서가 풍족한 물자를 가지고 있다곤 하나.
“버티면 우리가 이겨.”
“존버는 승리한다. 이거군요.”
“그래. 팔지 않으면 손해가 아니지. 아니, 이게 아닌데.”
하이람은 나를 째려봤다.
왜 나를 째려보는지 모르겠다.
“아재 개그가 옮았잖아.”
“누구한테서요?”
“누구긴 누구야. 너한테서지.”
“제가 언제 아재 개그를 했습니까?”
“뭐?”
“전 그런 적 없습니다.”
하이람은 몹시 황당하다는 듯 나를 봤다.
“너 설마, 진짜 재밌다고 생각하고 하는 거였어?”
“제가 좀 유머러스한 편이긴 합니다만.”
“하아. 안에 아저씨가 들었나.”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회귀 전에도 젊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요즘 세대 애들은 이런 걸 싫어하는 걸까.
나는 조금 의기소침해져 중얼거렸다.
“……재밌기만 한데.”
“은혜가 웃어 준다고 너무 기고만장한 거 아니야?”
“왜요. 은혜는 재밌댔어요.”
“걔는 진짜 보살이다. 모시고 살아라.”
“취향이 맞는 거라고 해 주실래요……?”
하이람은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아무리 우리가 유리한 상황처럼 보인다고 해도.”
불안한 듯, 하이람은 두 개의 탄피를 손에 쥐고 굴렸다.
탄피 부딪치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저쪽은 아마 던전화가 시작된 시점부터 이 전쟁을 준비한 것 같아.”
“그런 것 같습니다. 설아의 영상을 찍은 걸 보면요.”
“우리가 모르는 뭔가 있을 거야. 마음 놓으면 안 돼.”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이람 씨.”
“왜?”
“한 가지 제안하고 싶습니다.”
“존나 개불길한데.”
하이람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직 본론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왜요?”
“네가 여태 한 행동들을 생각해 봐. 안전지대 구축에, 부산행에, 하나같이 위험하거나 큰 것들이었거든.”
“이번에는 그리 큰 게 아닙니다.”
“정말? 뭔데?”
“조유현 씨의 말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인정하기 싫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조유현의 말도 어느 정도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다.
상대는 괴물이 아니라 인간이었고, 부딪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인명 피해가 생길 것이다.
“조유현 씨가 말했던 것처럼, 한 명으로 끝낼 수 있습니다.”
“네 성격에 설아를 넘기려고 하진 않을 테고.”
“네? 당연히 아니죠.”
“그럼?”
“선동의 주범, 박수찬을 죽이면 됩니다.”
* * *
성북은 정말 전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벽을 보강했고, 자원을 비축했다.
‘수성전.’
굳이 비유하자면, 이번 전쟁은 수성전이다.
수서의 침투를 막고, 설아를 지킨다.
겨울이라는 이점을 이용해서 수서가 지칠 때쯤.
역습을 통해 우두머리인 박수찬을 죽인다.
이게 이번 전투의 기본 골자였다.
‘그런데, 그쪽에서 정직하게 나올까?’
괴물을 통한 급습, 하이테크에서의 함정과 선동을 통한 전쟁 선포까지.
박수찬은 그다지 정직한 인물이 아니었다.
이번 전쟁 선포는 다른 안전지대가 간섭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겠지만.
정직하게 전쟁을 선포한 만큼, 정직하게 쳐들어오진 않을 것이다.
어제만 해도 일반인을 내세워 길을 막고, 은혜와 설아를 급습하지 않았는가.
‘마음 같아선 수서로 쳐들어가고 싶은데.’
강대호는 수서의 위치와, 그곳을 드나들 수 있는 비밀 통로까지 안다고 했다.
도움을 받는다면 수서로 몰래 잠입, 박수찬 암살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설아를 두고 갈 수가 없어.’
박수찬은 성북에 사람을 심어 놓았다.
그 사람들을 통해, 설아와 은혜의 안위를 위협했다.
지킬 게 많은 사람은 그만큼 제한이 많아지는 법이다.
나는 설아를 보호하기 위해서, 함부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노린 건가?’
머리가 좋은 놈이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품에 안겨 있던 설아가 고개를 뒤로 젖혀 나를 올려다봤다.
“아빠.”
“응. 왜?”
“사람들은요. 왜 설아 미워해요?”
“어?”
나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설아가 이런 질문을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마냥 천진난만하기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일을 여러 번 겪었으니.’
윌리엄 테일러, 정철수, 박수찬까지.
설아는 비단 괴물들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많은 위협을 받았다.
심지어 이번에는 목에 칼이 들어오지 않았는가.
“엄마도 다친 것도, 설아 때문이에요?”
“아니야.”
설아는 똑똑하다.
제 나이에 맞지 않은 언동을 보이기도 하고, 가끔 깜짝 놀랄 정도의 이해 능력을 보인다.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거나, 주변 상황을 파악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게 하고 싶진 않았다.
나는 설아의 몸을 돌려 나와 마주 보게 했다.
설아는 조금 울적한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떡하지?’
나는 회귀했지만, 여전히 아빠로선 미숙했다.
회귀 전에는 설아를 돌볼 시간 자체가 아예 없었다.
지금은, 도우려고 하지만 은혜가 도맡고 있는 게 사실이었다.
하물며 설아의 고민도 보통 어린아이의 고민이라고 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한참 고민하던 나는, 이렇게 말했다.
“설아야. 아빠가 비밀 하나 알려 줄게.”
“비밀이요?”
“응. 엄마도 모르는 비밀이야.”
설아는 조금 흥미가 생겼는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아빠는 사실, 미래에서 왔어.”
“헉. 그럼, 엄마는 외계인이고, 아빠는 미래……인……?”
“엄마는 외계인이 아니지만.”
설아는 내 눈을 빤히 바라봤다.
아이의 눈은 반짝거린다는데.
왜 그런 말이 나온 건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알아요. 사람들은 설아 안 미워해.”
나는 설아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마구 헝클어 놓으며,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고유 스킬 기만자 때문에 아마 설아는 내 거짓말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너무 양심에 찔려서 어쩔 수 없었다.
“그럼요. 아빠랑 엄마랑 설아는, 나중에 어떻게 돼요?”
궁금해?”
“네!”
“이거 가르쳐 주면 안 되는데.”
“아빠는 심술쟁이.”
설아는 짐짓 화났다는 듯 삐죽 입술을 내밀었다.
이런 걸로 화나거나 삐질 애가 아니다.
그냥 삐진 척 시위하는 거다.
‘우리 애는 왜 이리 귀엽지.’
설아는 귀엽다.
그렇지만 가끔 보면 새삼스럽게 더 귀엽다.
세상에 이런 애가 어떻게 내 딸일까 싶었다.
은혜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왜, 우리 애한테만 그러는 거야.
그런데 왜 하필 우리 애가,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걸까.
원망스러웠다.
“……설아는 엄마 아빠랑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요.”
“동화책 같다! 정말요?”
“응. 정말이지.”
나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진실은 설아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참혹했으니까.
지금 내가 설아한테 한 말은 모두 거짓말이지만.
‘모두 진실로 만들면 된다.’
* * *
늦은 밤.
백재현은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수서의 전쟁 선포로, 현재 성북은 상당히 분위기가 고조되어 있었다.
상대는 괴물이 아니라 사람.
어쩌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람 대표님이 괜찮을 거라곤 했지만.’
아무래도 불안했다.
만약 수서가 요구한 것이 이설아라면.
어떻게 생각해 봐도 정상적인 요구는 아니었다.
그런 집단에서 전쟁을 선포했으니,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바깥공기라도 쐴까.’
백재현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겨울이라 바깥은 추웠지만, 백재현은 굳이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대한민국의 던전화 이후에 생긴 버릇으로, 백재현은 이따금 자신의 스킬을 쓰면서 다닌다.
사람들은 지나친 염려라고 하기도 하지만, 모두 안전한 것을 보면 편안해진다.
[세이프 체크]백재현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떴다.
이윽고 초록색으로 이루어진 성북을 볼 수 있었다.
그린은 안전하다는 뜻이었기에, 백재현은 조금 안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응? 저게 뭐지?’ 외벽 부근의 색깔이 희미하게 다른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백재현은 외벽으로 다가갔다.
백재현은 마침 외벽과 가까운 수색팀 숙소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금방 외벽에 다다른 백재현은 색이 다른 외벽을 매만졌다.
‘색이 변하고 있는 건가?’
초록색에서, 서서히 노란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옐로는 경고의 의미.
즉, 완전히 안전하진 않다는 뜻이다.
이게 뜻하는 것은 간단했다.
‘뭔가 일이 생겼다.’
백재현은 서둘러 외벽을 따라 이동해, 관문으로 향했다.
경비를 서던 사냥꾼들이 백재현을 보고 경례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잠시 확인할 게 있어서요. 올라가겠습니다.”
“넵. 동행하겠습니다.”
백재현은 수색 1팀에 소속된 사냥꾼.
성북의 사람이라면, 그중에서도 사냥꾼이라면 수색팀의 인원 정도는 알고 있다.
그리고 모두 수색팀에게만큼은 예우를 갖춘다.
경비들은 백재현의 신분을 확인한 뒤, 외벽 위로 가는 계단을 열어 줬다.
경비 중 하나는 백재현의 옆에 붙었다.
‘아니. 너무 이른데. 그리고 이 밤중에?’
백재현은 외벽 위로 올라갔다.
어둠이 일대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불 꺼진 도시.
외벽 근처에는 그래도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불이 들어와 있었다.
눈에 보이는 건 없었다.
하지만.
[세이프 체크]스킬에는, 무언가 보였다.
백재현이 확인한 색깔은.
‘레드.’ 빨간색.
무언가 성북을 향해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