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42)
242화
곽두팔은 뜨거운 무언가 얼굴을 적시는 걸 느꼈다.
그것이 사람의 피라는 걸 깨달은 건, 조금 후였다.
광신도의 복부를 관통하고 튀어나온 건 창 한 자루.
광신도가 그대로 쓰러졌다.
그 뒤로, 이서준이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허어, 허억.”
“크게, 천천히 호흡하세요.”
“후우. 하아.”
곽두팔을 놀란 탓에 제대로 호흡하지 못했다.
던전화된 이후로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은 숱하게 접했다.
사람이 죽는 걸 눈앞에서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서준은 그런 곽두팔을 안정시킨 뒤, 눈을 돌렸다.
“저것들이.”
광신도들은 무리 지어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서준을 보자마자, 도망치듯 흩어지기 시작했다.
닫혀 있는 주택으로 침입을 시도하는 광신도도 있었다.
“후우. 난 괜찮으니, 가 보게나.”
“네. 몸조심하세요.”
이서준은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총알처럼 튕겨 나갔다.
과감하게도 한 광신도가 앞에 있던 집으로 침입을 시도하고 있었다.
쨍그랑!
무기로 창문을 내리쳐 깨 버린다.
안쪽에 있던 사람들이 기겁했다.
“꺄아아악!”
“엄마!”
아이와 아이의 엄마가 있는 집안이었다.
이서준에게 있어서는, 설아와 은혜가 겹쳐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을 노린 광신도는 이서준에게 바로 표적이 됐다.
광신도가 깨진 창문 너머로 들어가려는 순간.
콱!
이서준이 뒤에서 광신도의 머리채를 잡고, 끌어당겼다.
창문을 넘어가려던 광신도는 강한 힘에 잡혀 뒤로 넘어졌다.
“어억!”
이서준은 넘어진 광신도의 머리를 발로 걷어찼다.
강한 충격에, 광신도는 그대로 기절했다.
이서준은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는 겁먹은 듯 엄마 뒤로 숨었다.
이서준은 아이에게 손 인사를 했다.
숨어 있던 아이도 이서준의 호의적인 모습에, 마주 인사했다.
“후우.”
이서준은 고개를 돌렸다.
아직 광신도는 많았다.
* * *
“사상자가 몇이나 나온 줄 아십니까?”
하이람은 지끈거리는 두통에 시달려야 했다.
의료팀장 조현수가 온종일 따라다니며 하이람을 괴롭혔기 때문이다.
결국 사상자가 나왔고, 그 사상자를 감당하는 건 병원이다.
가뜩이나 의료 물자가 부족한 상황에 계속 이러면 감당이 안 될 거다.
전쟁에 찬동한 주축이 하이람이니, 책임을 져라.
‘씨발. 미친놈인가.’
하이람은 공과 사를 철저하게 구분하는 사람이다.
공적인 일인 만큼 화를 내지 않고 좋게 넘어가려고 했다.
실제로 사상자가 생김에 따라 조현수가 부담을 떠안게 된 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이건 너무 도가 지나쳤다.
악의적인 괴롭힘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
결국 걸음을 멈추고, 조현수와 마주했다.
“의료팀장님.”
“어, 예.”
“시간 많으세요?”
“예?”
“사상자가 많으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도우세요.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고.”
“그게 지금 할 소립니까?”
“제가 가서 치료할 수는 없잖아요.”
“저는 지금, 이 일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질 건지 묻고 있는 겁니다.”
“그럼 뭐 석고대죄라도 할까요?”
조현수는 당황했다.
하이람이 이렇게 당당하게 나올 줄 몰랐기 때문이다.
빠른 진압 덕분에 기습에도 불구하고 사상자가 그리 많진 않았다.
그렇다고, 죽거나 다친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알고 계신 겁니까? 하이람 씨 때문에 사람이 죽었습니다.”
“내 신경 긁는 게 목적이에요?”
“책임을 지시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어떻게요?”
“지금이라도 수서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혹시 수서 편이세요?”
하이람의 당돌한 질문에, 조현수는 황당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조현수는 수서의 제안을 받아들이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긴 하지만.
성북에 몸을 담고 있고, 의료팀장이라는 자리를 맡은 사람이다.
수서 편은 아니었다.
“이미 다수결로 결정된 사항입니다. 더 뭐라고 하지 마세요.”
“의견은 조금씩 바뀔 겁니다.”
“그게 놈들 의도예요.”
“네?”
“설아가 목적이라면, 설아를 찾았겠죠. 왜 적진 한복판에서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깽판을 부렸겠어요?”
분란 조장.
지금 조현수의 반응이야말로, 박수찬이 원하던 바였다.
하이람은 한숨을 내쉬었다.
조현수의 말도 어느 정도 맞았기 때문이다.
‘불안감이 퍼지는 건 한순간.’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순간, 일이 틀어졌다.
조현수처럼 자신의 안위를 우선시하는 인간들이 속속 생길 거다.
그렇지 않더라도, 불안감 때문에 의견을 바꾸는 사람들이 나타날 거다.
철저하게 박수찬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사람 잘 흔드네.’
박수찬은 열 받는 방식으로 사람을 긁는 데 재주 있는 것 같았다.
하이람이 진심으로 화난 것처럼 보이자, 조현수는 일단 물러났다.
아무리 공사를 구분하는 하이람이라지만.
그녀가 진짜 화났을 때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는, 성북의 사람이라면 안다.
하이람은 조현수를 두고 벙커로 향했다.
“이서준.”
“이람 언니다!”
이서준은 하이람의 자택 벙커에 있었다.
이곳에 설아와 은혜가 있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이서준도 거처를 옮긴 것이었다.
하이람은 자신에게 와락 안기는 설아를 보고 당황했다.
거리감이 조금씩 줄어들긴 했지만, 얘는 경계심이 너무 없다.
“언니. 언니.”
“응. 왜?”
설아는 하이람의 다리를 안은 채, 하이람을 올려다봤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이 그렇게 부담스러울 수 없었다.
“멋있다.”
“응?”
“멋있다!”
아무래도 설아는 하이람을 동경하는 것 같았다.
유은혜가 난처한 듯 웃으며 설아를 떼어 놓았다.
“설아, 이리 오세요.”
“멋있다는 건 무슨 소리야?”
“아. 스펙터 사람들 얘기를 했거든요.”
“설아랑?”
“네. 대호 오빠는 크댔고, 희연이는 귀엽댔고, 이람 언니는 멋지댔어요.”
“그으래?”
보는 눈이 있는 애다.
하이람은 흡족한 기분에 설아를 쓰다듬었다.
설아는 배시시 웃으며 손길을 즐기듯 눈을 감았다.
이서준이 나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
하이람은 꽤 심각한 얘기를 하러 온 것이었다.
어째 설아를 보면 기분이 풀리는 것 같았다.
요물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아이였다.
하이람은 헛기침을 하며 평정을 되찾았다.
“큼. 잠깐 자리 좀 비켜 줄래?”
* * *
은혜는 설아를 데리고 다른 방으로 이동했다.
벙커라지만 일반 가정집과 비슷한 구조였기에, 굳이 나갈 필요는 없었다.
하이람은 내게 상황을 전달했다.
그리고, 이곳에 온 본론을 꺼냈다.
“이 공간 이동.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저도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마른하늘의 광신도.
말 그대로 광신도들은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실제로 광신도가 나타나는 걸 목격한 사람에게 들은 말이었다.
은혜를 습격했을 때처럼 미리 습격한 게 아니라, 공간을 이동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게 가능한 사람은.
“에르제베트. 그 사람 아니야?”
“맞을 것 같습니다.”
내가 아는 한, 에르제베트 정도밖에 없었다.
하이람도 역시 나와 같은 의심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여자, 박수찬한테 붙은 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설아를 위해 목숨을 버렸던 에르제베트다.
그런데 그런 에르제베트가 설아를 죽이려 드는 박수찬의 편을 든다.
뭔가 말의 앞뒤가 맞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위험해. 알고 있지?”
“압니다만, 방법이.”
“그거, 시도해 보자.”
하이람은 설아가 들어간 방을 슬쩍 보더니, 빙 돌려 말했다.
그거라면, 아마도 박수찬 암살 작전일 것이다.
“가능하겠습니까?”
“일단 거기에 박수찬이 있는지가 관건이지만.”
“사로잡은 사람들은요?”
“입을 안 열어. 이 정도로 지독한 건 처음이야.”
“지독하다.”
하긴, 적진 한복판으로 들어온 것이다.
아무리 사냥꾼들이었다지만, 죽으라는 소리다.
그럼에도 이런 일을 감행했다는 건, 죽을 각오가 된 사람들이라는 뜻.
‘신앙.’
만약 지금 하고 있는 짓을 성전이라 믿고 있다면.
광신도에게 신을 배신하라는 꼴이다.
당연히 쉽게 입을 열진 않을 것이다.
“작전은 그렇다 치고, 피해를 막는 게 급선무 같습니다.”
“그렇지. 이번에야 네가 근처에 있어서 피해가 없었다지만.”
언제, 어디서 습격이 발생할지 모른다.
이는 분명 커다란 불안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어떻게 막아야 할까요?”
“굳이 장거리에서 병력을 보내진 않을 거야.”
“에르제베트가 맞다면, 아마도 성북 앞 주둔지에 있겠죠.”
“그래. 그 사람. 설득을 하든 어떻게 하든 막아야 해.”
“그 전에는요?”
“병력을 분산시켜서 배치하긴 했는데, 이걸로 완전히 막긴 어려울 거야.”
상대도 사냥꾼이다.
저번 습격에서 열 명이 왔으니.
퍼져 있던 사냥꾼들이 빠르게 모여도 피해를 완전히 막진 못할 거다.
“에르제베트를 못 찾으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다른 방법 없을까요?”
“있는데!”
나는 깜짝 놀랐다.
심지어 하이람도 알아채지 못한 것 같았다.
어느새 다가온 설아가 멀뚱멀뚱 서서 나와 하이람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어우. 간 떨어질 뻔했네.”
“설아야. 어떻게 왔어?”
설아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살금살금?”
“엄마는?”
“화장실 갔어요!”
설아가 굳이 거짓말을 했을 리는 없다.
공간 이동은 아닌 것이, 문이 살짝 열려 있는 게 보였다.
정말 살금살금 왔단 말인가.
‘뭐지? 이것도 유전인가?’
기척을 숨기는 건 은혜의 특기다.
설아는 따로 기척을 숨기는 법도 배운 적 없을 텐데.
완벽히 자신을 감춰 버렸다.
그러고 보면 회귀 전에도 그토록 오래 숨어 지냈으니.
어쩌면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재능 같은 걸지도 모른다.
“있다는 건 무슨 소리야?”
“어제. 스승님이 마법 썼잖아요.”
“그렇지. 응?”
하이람은 황당하다는 눈치로 질문했다.
“에르제베트라는 건 어떻게 알아?”
“반짝반짝 보고 알았어요!”
“반짝반짝?”
“마나입니다.”
내가 부연 설명했다.
설아 언어로 반짝반짝은 마나다.
하이람은 그래도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마나를 보고 사람을 알 수 있어?”
“네!”
설아는 당차게 대답했다.
마나를 보고 사람을 분간한다니.
회귀 전에도 들어 본 적 없는 소리다.
“반짝반짝은 다 달라요. 설아 반짝반짝은 앗 차가.”
하이람은 내 쪽을 바라봤다.
나도 처음 듣는 얘기였지만, 설아가 한 말이니 확실할 거다.
다른 것도 아니고 마나에 대해서는, 설아를 따라올 사람이 없었다.
“어제, 스승님이 마법 쓰기 전에, 이케 했는데.”
설아는 대뜸 제 옆으로 손을 뻗었다.
무언가를 하는 것 같았는데, 느껴지진 않았다.
“뭐가 느껴져?”
“아니요. 아무것도요.”
“설아야. 뭘 한 거야?”
“으음. 말?”
설아는 영문 모를 소리를 했다.
나나 하이람이 느끼지 못한 걸로 보아 마녀 정도는 돼야 느낄 수 있는 일종의 신호 같았다.
하지만, 아직 확실한 건 없었다.
아니.
‘만약 에르제베트가 설아를 통해 경고하고자 했다면?’
설아만 알 수 있도록 마나를 교묘하게 틀어, 박수찬의 감시를 피한다.
그러면서 공간 이동 전에 미리 위치를 알려 주고 있는 거라면.
성북 내부로 공간 이동하는 위치를 사전에 파악하고, 병력을 배치.
기습을 원천 봉쇄할 수 있었다.
“설아야. 어제는 그거, 어디서 왔어요?”
“이쪽!”
설아는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하이람의 눈이 커졌다.
저 방향은.
“습격이 있었던 위치가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