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48)
248화
박수찬은 설아의 불행을 두 개씩이나 일으킨 주범이다.
에르제베트를 납치 감금한 장본인이며, 설아를 월드 보스로 몰아갔다.
정철수, 성수현 이후로 이토록 죽어 마땅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손 속에 자비를 둘 생각은 일절 없었다.
하지만.
‘접근하긴 어렵겠는데.’
박수찬은 저주를 다루고 있었다.
분명 에르제베트의 말에 따르면, 마녀 이외에 저주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니지.’
박수찬은 이미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이 아닌 괴물이라면, 저주를 다루는 부류가 종종 있었다.
박수찬도 아마 그중 하나일 것이다.
‘괴물이 된다고 했으니까.’
박수찬의 말이 진실이라면, 상대의 모습을 괴물로 바꾸는 저주일 확률이 높다.
저주는 닿는 것만으로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섣불리 달려들 수는 없다.
적어도 박수찬이 저렇게 저주를 두르고 있는 와중에는 말이다.
그렇다면.
‘멀리서 죽인다.’
나는 모더를 뒤틀었다.
재블린 모드(Javelin Mode).
창날의 폭이 줄어들고, 창 자루가 길어진다.
공기의 저항을 거의 받지 않고 날아가도록 바뀐 모양새.
창을 거꾸로 잡고, 뒤로 젖힌다.
순간 강화.
어깨에 순간적으로 마나가 집중된다.
호흡을 참고, 스킬을 사용하는 동시에 창을 놓는다.
[찌르기(극한)]손아귀에서 빠져나간 창이 박수찬의 심장을 향해 폭발하듯 쏘아져 나갔다.
과정이 복잡했으나, 일련의 동작은 채 3초도 되지 않은 시간 안에 이루어졌다.
박수찬의 신체 능력으로는 피하기 어려운 속도.
쏘아져 나간 창이 박수찬의 가슴팍 앞에 닿았다.
‘잡았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박수찬은 예상도 못 한 방법으로 대응했다.
막지도 않았고, 피하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맞아 주지도 않았다.
대신 창이 날아온 가슴팍 앞으로 양손을 모으더니, 무언가를 양쪽으로 뜯어냈다.
쩌적!
순간적으로 공기가 갈라지며, 작은 균열이 만들어졌다.
쏘아져 나간 모더는 그대로 균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콰아아아앙!
균열 안쪽에서 무언가 부딪쳤는지, 굉음이 들려왔다.
박수찬은 그대로 균열을 닫았다.
소리가 멎었다.
“저런. 무기를 잃어버리셨군요.”
박수찬은 약 올리듯 말했다.
나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실수다.’
냉정해야 한다고 최대한 머리를 식히긴 했지만.
설아와 관련된 일이면 아무래도 감정이 흐트러지는 모양이다.
총이나 활과 달리, 창을 던지는 건 승부수였다.
빗맞은 순간 무기를 잃어버리는 꼴이기 때문이다.
‘아니, 빗맞았다면 회수라도 할 수 있었지.’
저렇게 균열 너머로 들어가 버린 이상, 되찾는 것도 불가능했다.
박수찬의 은근한 도발에 넘어간 꼴이었다.
‘저주로 주변을 보호한 것도.’
어쩌면 전부 노림수일지도 모른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 상대라는 걸 간과했다.
이쪽은 주 무기를 잃어버렸는데, 상대는 상처 하나 없다.
이건 아무래도 타격이 컸다.
다행인 건.
‘무기는 있어.’
아무래도 모더는 창.
암살에 적합한 무기는 아니다.
어떤 상황이 있을지 모르기에, 가져온 단검.
일단 던전제 소재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충분히 무기로 쓸 수 있긴 할 것이다.
그래도.
‘불리하다.’
단검술을 모르는 건 아니나, 창에 비하면 많이 미숙하다.
더불어 단검을 무기로 쓰는 이상, 근접전이 강요된다.
박수찬이 두르고 있는 저주에 닿을 게 빤했다.
‘후퇴해야 하나?’
수서의 군대가 총공세에 나선 상황.
퇴로를 봉쇄할 광신도는 없었다.
저주를 제 몸 근처에만 두르고 있는 걸로 보아.
‘마녀처럼 저주에 능숙하진 않아.’
설아나 에르제베트가 그러는 것처럼 자유자재로 다루진 못한다.
충분히 도망칠 수 있다.
그러나.
‘이대로 이놈을 풀어 주면, 또 개수작을 부릴 거야.’
박수찬을 놓친 건 두 차례.
그때 박수찬을 잡았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기회가 있을 때 죽여야만 하는 놈이다.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그 단검으로 절 죽이실 생각입니까? 무섭군요.”
“깐족대다가 죽는다?”
“죽여 보시죠.”
도발에 넘어가진 않는다.
하지만, 죽인다는 건 사실이다.
나는 단검을 쥔 채 박수찬에게 돌진했다.
후욱!
박수찬은 발치를 맴돌던 저주를 끌어 올렸다.
잿빛의 저주가 벽을 세우고 나를 막아섰다.
하지만, 박수찬이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저주는 마법처럼 물리적인 힘이 없다.’
공격을 위해 방패를 드는 게 아니라, 무기를 든 것이다.
저주로 공격을 막을 순 없어도, 내게 피해를 줄 수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어차피 저주에 당하지 않고 박수찬을 죽이는 건 불가능.’
창이라는 긴 사거리의 무기를 잃어버린 순간, 나는 근접전을 각오했다.
리스크는 감수한다.
그대로 저주를 뚫고 박수찬에게 달려들었다.
“뭐……!”
박수찬도 이건 예상하지 못했는지, 눈을 부릅떴다.
나는 그대로 손을 뻗어, 박수찬의 얼굴을 붙잡았다.
그대로 밀어 넘어뜨린다.
“커억!”
우선 도망치지 못하게 잡는다.
저주가 몸을 뒤덮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박수찬의 저주는 그 색깔이 옅다.
과연 마녀의 저주와는 다른 건지, 흙먼지 같은 무언가를 뒤집어썼다는 느낌뿐.
다른 느낌은 들지 않았다.
박수찬은 내 손목을 부여잡고 힘겹게 말을 꺼냈다.
“당, 신, 저주에…… 괴물이…….”
“그 전에 너 죽이고, 해주 하면 돼.”
* * *
“엄마! 안 돼요!”
강대호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회피하던 유은혜는 당황했다.
저주를 풀어낼 거라고 생각한 설아에게서 실패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저주의 영향인지, 강대호의 움직임은 비교적 단순해서 어떻게든 피해 내고 있었지만.
신체적 능력이 워낙 어마어마한 수준인지라, 오래 버틸 수는 없었다.
부웅!
분명 주먹을 휘둘렀을 텐데, 무슨 둔기가 날아오는 것 같다.
언제까지고 피하기만 할 수는 없다.
하물며 유은혜의 특기는 이런 근접전이 아니다.
‘여기선.’
어쩔 수 없이, 교대해야 한다.
유은혜와 달리, 또 다른 유은혜는 근접전에 익숙하다.
강대호의 큰 공격이 빗나가고, 생겨난 틈.
유은혜는 눈을 감고 스킬을 사용했다.
[양도]그러나 강대호에게 틈이란 정말 찰나에 불과했다.
피해 낸 것을 확인하고, 귀신같이 유은혜 쪽으로 고개를 돌려 공격을 이어 나간다.
위력도 강한데, 연계까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만약 의식이 멀쩡했다면, 근접전에서 유은혜는 몇 수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엄마?”
유은혜의 품에 안겨 있던 설아는 무언가 달라진 것을 느꼈다.
언젠가 한 번 봤던, 이상한 상태의 유은혜였다.
유은혜는 설아를 조심스레 내려놓고, 강대호의 앞으로 걸어갔다.
훅!
이번에는, 확실히 그 대처가 달라졌다.
피하는 대신.
텁.
받았다.
강대호의 거대한 주먹에 비해, 유은혜의 손은 작았다.
부딪쳤다면 당연히 힘 쪽에서 우위에 있는 강대호가 찍어 눌렀겠지만.
유은혜는 맞선 게 아니라, 주먹을 받은 것이었다.
“후읍!”
맞았다고 생각한 건지, 강대호는 그대로 주먹을 휘둘렀다.
주먹을 받은 유은혜의 팔이 뒤로 쭉 밀려났다.
유은혜는 끝까지 강대호의 주먹을 놓지 않았다.
대신 다른 손을 강대호의 겨드랑이 아래로 넣었다.
그리고, 강대호의 복부를 냅다 올려 찼다.
뻐어어억!
북이 터지는 듯한, 호쾌한 소리.
단단한 복근에 의해 타격은 크지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강대호의 몸이 위로 뜰 정도의 위력이었다.
유은혜는 그대로 겨드랑이 아래로 넣었던 손을 위로 쳐올렸다.
주먹을 잡은 손은 제 몸 쪽으로 끌어당기듯 아래로 내렸다.
부웅!
거구의 몸이 떠올랐다.
설아는 유은혜의 머리 위로 강대호의 몸이 떠오르는 걸 보고 경악했다.
유은혜는 그대로 팔을 크게 휘둘러, 강대호를 반대편 바닥에 내려찍었다.
콰아아아앙!
얼마나 강하게 내려친 건지, 아스팔트 바닥이 움푹 파였다.
강대호의 연격에 바닥이 부서져 불안정한 상태였다고는 하나.
메치기 비슷한 공격의 여파라기에는 너무 강렬했다.
“커헉!”
아무리 강대호라도, 이번 공격은 컸다.
바닥이 등을 때리며, 순간적으로 폐 속의 공기가 전부 밖으로 빠져나갔다.
호흡하지 못하니, 순간적으로 의식도 흐려졌다.
호쾌하게 강대호를 바닥에 메다꽂은 유은혜가 손을 탁탁 털었다.
“후우.”
상대방의 힘을 역이용한, 효율적인 공격이었다.
아마 고희연이나 검성이 있었더라면 극찬을 아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던 건 설아뿐이었다.
설아는 멍하니 유은혜를 올려다보다가, 옷자락을 잡았다.
“엄마?”
또 다른 유은혜는 설아를 내려다봤다.
뭐라 대답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이다가, 이내 다시 다물었다.
그리고 설아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안심시키듯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시종일관 무표정하던 얼굴에는 안타까움이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아. 엄마다!”
유은혜는 이내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이쪽이 익숙한지, 설아는 반가운 기색을 보였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쓰러진 강대호를 보던 유은혜가 주저앉았다.
어떻게든 공격을 피해 내고, 끝내 스킬을 사용해 강대호까지 쓰러트리는 데 성공했지만.
긴장의 끈이 끊어짐과 동시에 힘이 풀려 제대로 설 수가 없었다.
“후우.”
“엄마, 괜찮아요?”
“괜찮아요. 그보다 설아, 대호 아저씨 저주, 못 풀겠어요?”
설아는 조금 기가 죽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에르제베트와 연습할 때는 모든 저주를 해주 할 수 있었는데.
유은혜는 걱정되는 듯 강대호를 바라봤다.
일단 죽진 않은 것 같지만, 걱정이었다.
그때, 머릿속에서 또 다른 유은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아와 함께 해주를 시도하는 걸 권장합니다.
유은혜는 눈을 깜빡였다.
이서준이 이르길, 저주는 일반적인 사냥꾼이 다룰 수 없다고 했다.
유은혜는 해주 같은 걸 해 본 적이 없을뿐더러, 어떻게 하는지도 모른다.
-제가요?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유은혜는 확신에 차 있었다.
당황한 유은혜가 속으로 질문했다.
-어떻게 하는데요?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아무래도 양도의 영향으로 잠깐 의식만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유은혜는 잠깐 망설이다가, 설아에게 다가갔다.
“설아야. 엄마랑 같이해 볼까요?”
“으응? 해주요?”
“응. 엄마한테 하는 법 가르쳐 줄래요?”
설아는 입을 오물거렸다.
에르제베트처럼 이해되기 쉽게 설명하기엔, 설아는 너무 어렸다.
고민하던 설아는 은혜의 손에 자신의 작은 손을 올렸다.
“이케 하면 되는데.”
유은혜에게 걸린 저주는 없지만, 설아는 해주를 시도했다.
마나에 대해 알려 줬을 때처럼 직접 몸으로 겪는 게 빠를 거라 생각한 것이다.
유은혜는 눈을 지그시 감고 설아와 맞닿은 손에 집중했다.
해주는 복잡하게 꼬인 이어폰 선을 푸는 것과 같았다.
‘어려운 거구나.’
설아의 재능이 남다르다는 건 알고 있다.
단순히 마나만 강하고 커다란 게 아니었다.
자신의 힘을 컨트롤하는 능력 또한 가지고 있었다.
유은혜는 설아의 해주를 느끼며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좋아. 해 볼게요. 설아가 도와주세요.”
“응!”
설아는 당차게 기절한 강대호에게 다가갔다.
에르제베트가 일러 주길, 해주는 직접 저주와 맞닿아 있을 때 더 수월해진다.
설아는 찹, 강대호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유은혜를 해코지하려고 했기 때문에, 은근슬쩍 한 대 때린 것이다.
물론 기절한 강대호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없었다.
설령 깨어 있었다고 해도 귀여운 장난 정도로 받을 강도였다.
“푸흐. 혼내 준 거예요?”
“헛. 비밀이에요.”
유은혜는 깜짝 놀란 설아의 표정을 보고 웃음을 흘렸다.
어쩐지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유은혜가 설아의 손 위로 손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