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49)
249화
박수찬의 코어를 찾아야 했다.
나는 단검을 박수찬의 가슴팍에 찔러 넣었다.
단검이라고 해도 심장에 닿기에는 충분한 길이.
계속 찌르다 보면 언젠가는 코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크어어어어!”
완전히 위를 잡아 무게와 힘으로 누르고 있었다.
하물며 신체를 단련한 나와 달리 박수찬은 마법사.
이렇게 풀 마운트 자세가 되면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그런데.
뻐억!
무언가 옆을 후려쳤다.
강한 충격에 마운트가 풀리며, 나는 측면으로 굴렀다.
박수찬의 한쪽 팔이 비정상적으로 길고 커져 있었다.
명백히 인간의 것은 아니었다.
박수찬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곱게 죽진 않겠다는 건가.’
나는 이미 저주에 닿았다.
역시 설아나 에르제베트의 저주처럼 순식간에 진행되는 종류가 아니었다.
다만 이대로 가면 저주의 영향으로 아마도 괴물이 될 것이다.
벌써부터 그 증세가 어느 정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거, 그거랑 비슷하네.’
왕의 반지를 사용했을 때, 감정을 서서히 잃어버리는 감각.
마음을 먼저 잃어버리고, 외관이 바뀌는 건 그다음인 모양이다.
단순히 모습을 바꾸는 종류의 저주는 아닌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장기전은 위험하다.
버티게 두면 지는 건 나다.
‘속전속결.’
빠르게 처리한다.
나는 자세를 바로잡고, 박수찬에게 달려들었다.
팍!
예상치 못했던 공격에 튕겨 나갔지만, 거리는 아직 가깝다.
내가 저주를 무시한다는 걸 알았는지 박수찬은 저주로 방어하지 않았다.
대신 팔을 크게 휘둘러 견제하는 걸 선택했다.
하지만, 아무리 괴물이라고 한들.
‘근접전에 익숙지 않다.’
이런 식으로 크게 휘두르면 넓은 범위를 견제할 수 있다.
팔 하나가 길어진 상태였기에 좌우로 피하기도 어렵겠지.
하지만, 위와 아래가 상대적으로 취약해진다.
큰 동작은 위력이 강한 대신, 동작을 바꾸는 데 시간이 걸린다.
훅.
나는 자세를 낮췄다.
강대호를 따라 한 것이다.
이따금 대련에서, 강대호는 짐승처럼 몸을 지면에 가깝게 붙이곤 했다.
유난히 점프하는 걸 싫어했는데, 몸을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하면 공격을 피하는 동시에, 추가 공격을 의식하고 거리를 좁힐 수 있다.
부웅!
머리 위로 팔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박수찬의 아래로 파고들었다.
서걱!
발목을 베고 지나간다.
기습에 당한 박수찬은 한쪽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아악!”
고통도 똑바로 느낀다.
치유 속도도 진짜배기 괴물에 비하면 느리다.
그렇다면, 공격해서 대미지를 누적시킬 수 있다는 뜻.
쓰러지며 몸을 앞으로 숙인 탓에 복부를 노릴 순 없다.
나는 그대로 놈의 등에 단검을 찔러 넣으려 했다.
쩌억!
박수찬은 돌연 제 앞에 균열을 열었다.
그리고 대뜸 균열 속으로 몸을 던졌다.
도망.
‘나는 이미 저주에 당했다.’
저주를 몸으로 받음으로써, 나는 전투에서 박수찬을 압도할 수 있었다.
괴물이 돼도 나를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도망을 선택한 것이다.
어차피 싸워 주지 않아도 저주는 내 몸을 좀먹는다.
안전하게 도망가면,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다.
하지만.
“두겠냐?”
나는 박수찬의 머리채를 잡았다.
성북에서 가정집에 침입하려고 했던 광신도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대로 끌어당겼다.
균열에 들어가려던 박수찬은 뒤로 고꾸라졌다.
“어억!”
엉덩방아 찧은 박수찬은 땅을 짚고 뒤로 물러났다.
나는 박수찬에게 다가갔다.
박수찬이 입을 열었다.
“도, 동생이 있어!”
“그래서?”
“내가 죽으면 동생은 어떻게 살아?”
“내 딸을 죽이려고 했던 놈이 할 말인가?”
동정은 가지 않는다.
애초에, 이건 기만이다.
박수찬은 내게 동정을 호소하면서, 눈을 굴리고 있었다.
틈이 생기면 도망치거나 공격할 게 빤한데, 넘어갈 생각은 없었다.
쩌억.
균열이 갈라지는 소리.
나는 냅다 박수찬의 턱을 걷어찼다.
박수찬의 고개가 옆으로 꺾이며, 균열이 도로 닫혔다.
‘이것도 마법이랑 비슷하네.’
마법이나 스킬은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순간 끊어진다.
턱을 가격하면 뇌가 흔들리기 마련이다.
가벼운 뇌진탕이 오기도 하는데, 그 와중에 집중을 유지할 수 있을 리 없다.
이쯤 되자 박수찬도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은 것 같았다.
방금까지만 해도 어떻게든 도망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내, 내가 잘못했어.”
이제는 진짜 공포에 질린 눈이다.
아마 죽음을 직감한 것이리라.
“잘못을 저지르질 말았어야지.”
“사람은 다 잘못은 하잖아!”
폐부를 찌르는 말이었다.
나 역시, 큰 잘못을 저질러 본 적이 있다.
진심으로 후회하고, 되돌아가 모든 걸 바로잡길 바랐다.
하지만.
‘이건 뉘우치는 사람의 얼굴이 아니다.’
살고 싶은 사람의 얼굴.
목숨을 구걸하는 사람의 얼굴이다.
회귀 전, 나는 마탑의 마법사를 몇 명 잡아 죽였다.
그렇기에 이런 부류도 몇 번이고 마주했다.
“신을, 신을 아직 만들지 못했는데.”
박수찬이 중얼거렸다.
아마 이게 그토록 박수찬이 삶을 열망하는 이유일 것이다.
“신 같은 건 없어.”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신이 있다면, 내 딸에게만 이토록 많은 불행을 주는 게 불합리하지 않은가.
나는 단검을 들었다.
‘찾았다.’
목, 가슴 중앙, 발목.
찔러본 곳은 총 세 군데다.
부주의하게 팔을 휘두르는 걸 보면 팔에는 코어가 없다.
그리고 지금, 공포에 질린 박수찬은 손으로 복부를 가렸다.
본능적으로 급소를 보호한 것이다.
아까 몸을 움츠리기도 한 것으로 보아, 아마 코어가 있는 곳은.
“여기구나.”
“커헉!”
나는 정신 못 차리고 있는 박수찬의 복부를 밟아 고정했다.
박수찬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나를 올려다봤다.
조금의 동정도 가지 않았다.
어쩌면 저주의 영향일지도 모른다.
“살려 줘.”
“싫어.”
* * *
수서 주둔지.
에르제베트는 주둔지 내부의 한 천막에서 지냈다.
애초에 에르제베트는 수서에 협조할 생각이 일절 없었다.
어린 설아를 죽이는 데 협력하고 싶진 않았다.
큰 설아 때문에 떠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박수찬이 사람을 괴물로 바꾸는 걸 막고 성북의 피해를 최소화한다.
이게 지금 에르제베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설아를 설득해야 하는데.’
큰 설아는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에르제베트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지만, 이래서야 설득도 힘들다.
전전긍긍하며 큰 설아만 기다리고 있는 와중에, 돌연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삐이이이이익!
기분 나쁠 정도로 높은 소리였다.
그것을 신호로, 바깥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에르제베트는 천막 너머를 확인했다.
사람들은 가면을 뒤집어쓴 채 무장하고 있었다.
마치 정면 돌파라도 감행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박수찬이 무슨 짓을 한 건가?’
수서의 인원들을 이끄는 건 박수찬이다.
아마 박수찬이 어떤 신호를 보낸 것이리라.
에르제베트는 불안함을 감출 수 없었다.
성북에 있을 작은 설아에게 어떤 일이 생기진 않을까 걱정됐다.
‘안 되겠어. 나가 봐야.’
큰 설아는 에르제베트를 원망할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런 잘못을 눈감아 줄 수는 없었다.
원망을 들을 각오를 한 에르제베트는 밖으로 나서려 했다.
그러나 그 전에, 가면을 뒤집어쓴 사람 몇이 천막 안쪽으로 들어왔다.
“뭐야?”
에르제베트는 박수찬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래도 마녀의 스승님이라는 이유로 어느 정도 대우를 받고 있었다.
박수찬과 별개로, 광신도들은 에르제베트를 존경했다.
천막에 일언반구 없이 들어오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이 사람들.’
가면을 뒤집어써서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광신도들도 다 같은 광신도가 아니다.
모두 박수찬에게 선동되어 마녀를 신앙하는 사람들이었지만.
그중에는 마녀, 설아보다 박수찬을 따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 광신도들은 분명 그런 부류다.
‘박수찬이 보냈구나.’
모두 던전화 이전에 이름을 날린 사냥꾼들이었다.
박수찬은 광신도 중에서도 특별히 강한 사람들을 제 편으로 만들었다.
에르제베트는 그들이 할 일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날 죽이려는 건가.’
아마 혼란을 틈타 에르제베트를 제거하려고 하는 것이리라.
박수찬의 목표에 있어 에르제베트의 존재는 큰 방해다.
큰 설아의 눈치가 보여 죽이진 못하고 있었겠지만.
혼란을 틈타 암살을 결행하겠다는 속셈 같았다.
철컥.
마녀 사냥꾼.
그들은 지독하게도 미드하임의 마녀 사냥꾼이 사용하는 가면을 그대로 쓰고 있었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에르제베트는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었다.
습관적으로 손목을 긁던 에르제베트가 눈을 감았다.
‘수는 스무 명. 아무리 그래도.’
스무 명의 마녀 사냥꾼들이 일제히 무기를 뽑아 들었다.
꽤 큰 천막이 꽉 들어찼다.
사람의 수가 있는 만큼 포위망이 형성됐다.
도망칠 수도 없는 상황.
“하아. 아무래도.”
에르제베트는 미드하임이라는 한 세계를 적으로 뒀던 마녀다.
괴물들조차 에르제베트를 사냥하기 위해 군대를 움직였다.
비록 그때와 같은 힘을 내진 못하더라도, 고작 스무 명.
한 시대를 주름잡던 사람들도 아니고, 그저 조금 강한 사냥꾼들이다.
“나를 너무 얕잡아 보는 것 같네.”
* * *
에르제베트는 천막 밖으로 나왔다.
수서의 주둔지에는 사람이 전부 빠져나가고 적막만이 내려앉아 있었다.
천막 안으로 들어온 스무 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성북으로 간 모양이었다.
정리하느라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 쫓아가면 늦지 않을 것이다.
“어?”
그런데, 에르제베트는 의외의 인물을 발견했다.
이서준이 그곳에 있었다.
“어떻게.”
에르제베트는 말을 이어 나가지 못했다.
이서준은 분명 에르제베트에게 구원의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에르제베트는 그 손을 잡는 대신, 큰 설아를 선택했다.
인제 와서 도움을 바라는 게 염치 있는 짓일까.
에르제베트는 갈등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이서준은 아마 회귀 전의 설아가 이 세계에 왔다는 걸 모를 것이다.
이 전쟁을 일으킨 건 결국 설아였다.
이 사실만큼은 이서준에게 알려야 했다.
“이서준. 할 말이 있어.”
에르제베트는 이서준에게 다가갔다.
설아에 대해 말해야 하는데, 선뜻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서준은 자신이 불완전하게나마 비틀어진 미래를 바로잡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상처받은 설아가 남겨져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이서준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짐작도 가지 않았다.
“믿기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주저하던 에르제베트는 이서준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큰 위화감을 느꼈다.
‘이건.’
제대로 쳐다보지 않아 알아채는 게 너무 늦었다.
지금 이서준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에르제베트와를 내려다보는 눈은 충혈된 것처럼 붉었다.
의지로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이건 정신력으로 저항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저주.’
이서준은 괴물화의 저주에 걸린 상태였다.
자신이 미드하임의 모든 사람을 괴물로 만든 것처럼.
이대로 두면 이서준은 괴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완전히 괴물이 되면.
‘해주 할 수 없어.’
괴물화의 저주는 그런 것이다.
진행되는 동안 억제하거나 해주 하는 건 가능하지만.
완전히 괴물이 된 사람을 되돌리는 건 불가능했다.
‘아직 괜찮아.’
큰 설아의 저주였다면, 에르제베트의 힘으로 해주 하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박수찬의 저주는 상대적으로 조잡했다.
완전히 괴물이 되기 전에 어떻게든 해주 하면 된다.
문제는.
카앙!
에르제베트는 순간적으로 방어 마법을 사용해, 공격을 방어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이서준이 자신의 심장을 향해 단검을 찔러 넣은 것이었다.
당황한 에르제베트는 뒤로 주춤 물러났다.
“너, 왜.”
“죽여야…….”
이서준이 걸린 저주는 괴물화 저주 하나가 아니었다.
박수찬은 이서준에게 광폭화 저주를 추가했다.
이서준은 에르제베트를 알아보지 못했다.
지금 이서준은 모든 사람을 자신이 증오하는 상대.
아마 성수현이나 박수찬쯤으로 보일 것이다.
“……큰일 났네.”
에르제베트는 삐질 땀을 흘렸다.
단순히 해주 하는 것도 일인데.
그 전에 이서준을 제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에르제베트밖에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서준은 에르제베트를 똑바로 보고, 다시 한번 단검을 찔러 넣었다.
[찌르기(극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