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5)
25화
“어, 어?”
막대 사탕이 하늘을 나는 건 결코 정상적인 일이 아니다.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건물 근처인 만큼 보는 눈도 많았다.
나는 일단 하늘을 나는 사탕을 잡기 위해서 손을 뻗었다.
그러나 막대 사탕은 재빠르게 내 손을 피해 갔다.
‘빠르다!’
헛손질도 잠시, 나는 이를 악물고 막대 사탕을 낚아채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
그러나 막대 사탕은 자아라도 가진 듯 막대기를 이리저리 흔들며 내 손을 피해 갔다.
그 모습이 묘하게 얄미워서 멈출 수도 없었다.
막대 사탕은 설아 쪽으로 머리를 돌리더니, 휙 쏘아졌다.
“설아야!”
위험으로 간주했는지, 은혜가 초인적인 속도로 설아를 감싸 안았다.
그러나 막대 사탕은 얌전히 설아의 작은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움직이지 않았다.
“은혜야. 괜찮은 것 같은데?”
“사탕은?”
“여기 있어요.”
설아는 막대 사탕을 꼭 움켜쥐고 있었다.
막대 사탕의 포장지가 스르륵 벗겨졌다.
마치 먹으라는 것처럼.
설아가 눈을 반짝였다.
“아빠. 먹어도 돼요?”
은혜야 안 된다고 할 게 뻔하니, 내게 묻는 것 같았다.
나는 신중하게 막대 사탕을 살폈다.
아티팩트 같은 건 아니었다.
은혜와 눈빛을 교환했다.
은혜는 조금 불안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양치질 잘할 거지?”
“네!”
“좋아. 먹어도 돼.”
“아빠 최고!”
설아는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사탕을 입에 쏙 넣었다.
반대로 은혜의 표정은 썩 좋지 못했다.
‘역시. 마나 폭주인가?’
집을 무너트렸을 때나, 크리튼 불의 다리를 꺾었을 때처럼.
설아의 마법으로 인해 막대 사탕이 날아다닌 것 같았다.
“이런 일, 있었어?”
“아니. 그때 이후로 처음이야.”
나는 손목의 마나 라이트를 확인했다.
단순히 설아의 근처에 있을 뿐인데, 강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제야 확신할 수 있었다.
설아의 마나가 점점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 * *
우리는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갔다.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한 뒤, 나와 은혜는 식탁을 사이에 두고 모였다.
어떻게 보면 귀여운 사건이었지만,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이대로라면 분명 누가 다칠 거야. 설아도 위험할 거고.”
은혜는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물체가 부유하는 정도에서 그쳤다지만.
집을 무너트릴 정도라면 진짜배기 마법사와 같은 마법을 쓸 수도 있다는 거니까.
아니, 그냥 평범한 마법사보다 월등히 강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것을 의도하고 사용하는 게 아니라, 감정에 따라 저절로 발동된다는 것이다.
“집을 무너트렸을 때는, 왜 그랬던 거야?”
“애가 아빠는 어디 있냐고 물어보더라고.”
“그래서?”
“만날 수 없다고 하니까, 울음이 터졌어. 그리고 집이 무너졌지.”
그래서 나를 만나러 왔던 거구나.
나는 그제야 납득할 수 있었다.
설아의 마나가 폭주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역시 전부 감정이 격화될 때 마나가 제멋대로 움직이는 모양인데.”
“이번에는 너랑 설아가 괴물과 마주쳤을 때처럼 급박한 상황도 아니었잖아.”
“내 생각인데, 점점 작은 감정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아.”
“그게 무슨 소리야?”
“설아의 마나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강해지고 있다는 거지.”
아이는 성장하며 힘이 강해진다.
이는 설아의 마나에도 적용되는 말이었다.
은혜도 이를 알고 있는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럼 우리 설아, 앞으로 어떻게 해?”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훗날 최종 보스가 되는 만큼, 말도 안 되는 재능을 지닌 설아니까.
“다른 것보다 불안정한 마나를 안정시키는 게 우선이야.”
“불안정한 마나를 안정시킨다니. 어떻게?”
“마나가 많은 공간에 데려가면 돼.”
“마나가 많은 공간? 설마……?”
“그래. 던전, 아니면 필드.”
은혜는 경악했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너 미쳤어? 너무 위험해!”
“괴물과 싸우게 하자는 소리가 아니야. 그 공간에 있는 걸로 족해.”
“그 공간에 괴물이 있잖아! 애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나라고 위험한 곳에 애를 데리고 가고 싶겠어?”
나는 시름이 담긴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최대한 미래를 바꿔보겠지만.
결국 그 미래에 직면하는 것은 내가 아닌 설아다.
언젠가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긴 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아직은 너무 일렀다.
“나도 미치겠다. 진짜.”
속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설아는 세상을 멸망시킬 수준의 마법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맞서기 위해서는 스스로 지키기 위해 힘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마법을 배우고, 괴물과 싸우는 법을 가르쳐야 했다.
하지만 아직 다섯 살의 어린아이가 아닌가.
“미안해. 너도 나름대로 알아봤으니까 말해 주는 걸 텐데.”
“괜찮아.”
“다른 방법은 없어?”
“지금으로서는 이게 최선이야.”
“가면, 마나가 안정되는 건 확실해?”
“응. 이 주변에는 마나가 없으니까, 체내의 마나가 불안정해진 걸 거야.”
“한 번만 가면 되는 거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은혜의 어깨에 근심이 내려앉았다.
“어디까지나 응급조치야. 일상으로 돌아오면, 다시 공간이 바뀌는 거니까.”
“주기적으로 던전이나 필드에 가야 한다는 건데…….”
은혜는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엄지로 미간을 꾹꾹 눌렀다.
머리 아픈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협회나 길드에서 애를 들여보내 주겠어?”
“미친 게 아니고서야 허가가 안 떨어지겠지.”
“그럼 어떡해?”
“새로운 던전이나 필드를 찾는 수밖에.”
“그게 쉬운 게 아니잖아.”
맞는 말이다.
던전을 발견하는 건 아주 드문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앞으로 등장할 던전을 몇 개 알고 있다.
굉장히 중요한 사건만 기억하는 만큼, 굵직한 던전이 대부분인 게 문제였다.
“아니면, 도움을 청해 보자.”
* * *
다음 날, 오후.
나와 은혜, 설아는 밖으로 나왔다.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고려검산의 입구였다.
조금 기다리니, 색다른 복장의 고희연이 멀리서 뛰어왔다.
“설아야!”
“쩰리 언니!”
고희연은 설아를 보자마자 화색이 됐다.
설아가 두 팔을 벌리고 쫄래쫄래 다가가자, 얼른 들어 올리고 품에 안았다.
저번 실기 시험 이후로 부쩍 친해진 모습이었다.
실제로 고희연은 설아의 사진을 내놓으라고 자주 독촉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장난이겠지만, 은근히 숨길 수 없는 애정이 드러났다.
‘애가 보면 볼수록 괜찮단 말이지.’
내가 알던 고희연은 15년 후의 고희연이다.
아무래도 지금의 모습과 여러모로 차이가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쪽이 훨씬 보기 좋았다.
고희연은 설아의 볼에 뽀뽀를 하고 나서야 우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서준 오빠, 은혜 언니. 여긴 어쩐 일이세요?”
“안녕, 희연아. 용건이 있어서 들렀는데.”
“용건요? 참. 내 정신 좀 봐. 저희 집 가서 얘기해요!”
“아니, 그럴 것까지는 없는데.”
“여기까지 왔는데 제가 대접해 드려야죠. 얼른요.”
고희연은 상당히 기쁜지 싱글벙글한 얼굴로 우리를 재촉했다.
나와 은혜는 마지못해 고희연의 집으로 가게 됐다.
“희연아, 그런데 너희 집이 어디 있어?”
“네? 여기 올라가면 있어요.”
“여, 여기?”
은혜는 아연실색했다.
그도 그럴 것이, 눈앞에는 계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계단도 아니고 산길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계단이었다.
“헛둘, 헛둘, 헛둘.”
고희연과 똑같은 도복 차림의 남자들이 계단을 빠른 걸음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모두 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었는데, 도복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고희연은 그들을 보고 손을 휘휘 흔들었다.
“아저씨들, 안녕하세요!”
“앗, 희연 아가씨 아니십니까?”
“이 시간에 어쩐 일로 여기……?”
남자들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진한 땀 냄새로 보아, 수련생들이었다.
고려검가의 수련생은 이 산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지금은 점심을 먹고 난 직후라 비교적 멀쩡한 모습이었지만.
아마 저녁 전쯤에 저들은 반쯤 시체가 되어 있을 것이다.
“헉. 웬 애가 여깄습니까?”
“귀엽습니다. 아역 배우 그런 거 아닙니까?”
“안녕하세요! 저는 설아예요.”
설아는 냉큼 배꼽 인사를 했다.
수련생들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걸렸다.
애가 귀여운데 인사성까지 밝다.
간접적인 설아 테라피의 효과는 확실했다.
“아이고. 반갑다.”
“그래그래. 인사성도 밝구나.”
수련생들은 쉽사리 설아에게 다가가질 못했다.
도복은 땀에 푹 젖어 있었고, 꼴도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설아는 그런 수련생들을 걱정스레 올려다봤다.
“아저씨들, 힘들어요?”
“하하. 착하구나. 하지만 괜찮단다.”
“엄마, 엄마.”
설아는 은혜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양손을 모아 그릇처럼 만들어 내밀었다.
“설아 사탕 주세요.”
“사탕? 으음. 그래요.”
은혜는 행여나 저번 같은 일이 벌어질까, 순순히 사탕 하나를 내놓았다.
손에 올려진 초코맛 막대 사탕을 보더니, 설아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세 개 더 주세요!”
“세 개나?”
“네!”
은혜는 뭔가 눈치챈 건지, 가방에서 사탕들을 꺼냈다.
정확히 세 개를 더 꺼내 설아의 손에 올려 둔다.
설아는 그것들을 가지고 수련생들에게 다가갔다.
“아저씨, 손!”
“손?”
수련생이 손을 내밀자, 설아는 은혜가 그랬던 것처럼 그 손에 사탕 하나를 올렸다.
그렇게 설아는 네 명의 수련생들에게 모두 사탕을 분배했다.
그리고 뿌듯한 얼굴로 방긋 웃었다.
“자. 먹고 힘내요!”
“커헉.”
갑작스러운 심장 공격에, 수련생들이 헛기침했다.
옆에서 보기만 해도 기특해 죽겠는데, 받는 쪽은 오죽할까.
수련생들은 감동한 얼굴로 물었다.
“이거 진짜 아저씨들이 먹어도 돼?”
“네. 설아가 아끼는 건데, 특별히 주는 거예요.”
수련생들은 감동한 얼굴로 사탕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진짜 힘이 난다는 듯, 자세를 잡고 근육을 과시해 보였다.
“힘이…… 난다!”
“그아아아앗!”
“희연 아가씨! 저희는 먼저 가 보겠습니다! 힘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얘야! 다음에 보자!”
그리고 무슨 도핑이라도 한 것처럼, 계단을 타고 전속력으로 올라가 버렸다.
진짜 무슨 영약이라도 먹은 것처럼 힘차게 올라간다.
고희연은 그 모습을 큭큭 웃으면서 봤다.
“여기가 좀 삭막하거든요. 힐링에 목말라 있는데, 설아가 갑자기 나타나니.”
“사막에 오아시스가 나타난 격이네.”
“하여튼, 저희도 따라 올라가죠.”
“여, 여기를?”
은혜는 예상했지만 조금 두려운 모양이었다.
움직이기 편한 옷차림이긴 했지만.
아침에 훈련까지 하고 왔으니, 조금 꺼려지는 것도 이해가 됐다.
솔직히 나도 여기를 오르라고 하니, 조금 질렸다.
검성은 케이블카를 놓을 생각이 아예 없는 걸까.
고희연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네. 집 앞 계단인걸요. 3킬로미터밖에 안 해요!”
“집 앞 계단이 3킬로미터인 사람이 어딨어!”
“여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