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61)
261화
월드 퀘스트는 전 세계의 사냥꾼에게 부여된다.
아자누스가 등장했을 당시, 모든 사냥꾼은 퀘스트 알림을 받았다.
세계 어디서 월드 보스가 나타나면 좋든 싫든 알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네 말은 월드 보스가 나타나 깽판을 치면, 미래의 설아가 힘을 되찾을 거란 거잖아.”
“네. 맞습니다. 월드 보스의 등장은 아자누스를 제외하면 ‘없었던 일’이니까요.”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월드 보스라는 게 한국에서만 나오는 거야?”
“아닙니다. 원래 아자누스만 해도 중국에서 나왔고, 두 번째로 관측된 월드 보스도…….”
“그러면, 어쨌든 한국 이외의 국가에서 나올 수도 있다는 거네?”
“그렇죠.”
하이람은 팍 인상을 썼다.
“대한민국은 던전화됐잖아.”
“네. 그렇죠?”
“던전화되면서 외국과의 교신도 전부 끊겼어.”
던전은 외부와 철저히 분리된 공간이다.
그렇기에 던전 안쪽에서는 핸드폰 등도 사용할 수 없다.
대한민국 전체가 던전이 된 지금, 외국의 상황을 알 방법은 없다.
“그야 외국도 전부 던전화됐을 테니까요.”
“뭐?”
“아. 말씀 안 드렸습니까?”
“그 중요한 걸 왜 이제 말해……?”
“그야, 알고 있으면 이상하니까요. 회귀했다고 광고할 수는 없잖습니까.”
“쯧.”
하이람은 인상을 찡그렸다.
최근 안전지대 김포공항에서 출국을 시도한 적 있다.
비행기를 수리하거나 멀쩡한 것을 확보해, 내보냈다.
그러나 돌아온 비행기는 없었다.
즉, 밖으로 나갈 수도 없다는 뜻.
“다른 나라로 못 가는데, 그것들을 어떻게 막아?”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왜?”
이서준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우리 쪽에는 공간을 넘나드는 마법사가 있거든요.”
* * *
“안 되는데?”
“엥?”
나는 당황했다.
에르제베트는 공간 이동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일전에도 부산에서 서울까지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다.
더불어 이전에는 노르웨이도 자유롭게 오고 갔으니.
당연히 가능할 줄 알았다.
“왜 안 돼?”
“그야 대한민국이 던전화된 상태니까.”
“‘마녀의 은신처’에서는 밖으로 이동했잖아.”
“거긴 엄밀히 말하면 ‘대한민국’이라는 던전 내부에 있는 히든 던전이거든.”
에르제베트는 간단하게 설명했다.
히든 던전은 던전에 속해 있기에, 같은 공간으로 취급된다.
하지만 대한민국 외부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였다.
“그럼, 던전 내부에서 외부로 공간 이동하는 건 불가능한 거야?”
“불가능하진 않지. 설아의 힘을 빌리면 가능해.”
“그럼 조건이 있지만 어쨌든 되는 거잖아?”
“아니. 아니지. 다른 나라도 전부 던전화된 상태잖아.”
에르제베트는 손을 지휘하듯 빙글 돌려, 허공에 원을 그렸다.
공중에 그림을 그린 것처럼 빛이 남는 게 신기했다.
“던전은 시스템이 임의로 분리해 둔 공간이야. 한 겹을 넘는 것도 솔직히 힘들어.”
“이해했어.”
“근데, 여기서 또 다른 던전으로 넘어가려면, 두 겹의 벽을 넘어야 하는 거잖아. 던전 내부에서 외부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던전 내부에서 전혀 다른 던전의 내부로 이동하는 셈이지.”
“으음. 한 겹씩 넘는 건 안 되려나?”
대한민국에서 다른 국가, 던전으로 바로 이동하는 건 힘들다.
그렇다면, 일단 대한민국 외부로 이동하고, 거기서 다른 국가로 이동한다.
두꺼운 천도 여러 장 겹쳐서 찢는 건 어렵지만, 한 겹씩 찢는 건 수월한 법이다.
에르제베트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지구에 던전 이외의 공간이 있는 것 같아?”
“없어?”
“없어. 바다까지 전부 던전 취급이고, 던전끼리 서로 벽을 맞대고 있거든.”
에르제베트는 두 개의 원을 딱 붙였다.
원을 이루고 있는 선이 맞물리며, 두 겹의 벽이 됐다.
“아. 대기권 밖으로 간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
“……그건 좀 무리네. 다른 방법은?”
“벽을 하나 줄이는 거지.”
에르제베트는 분명 한 겹의 벽은 설아의 도움을 받아 뚫을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벽 하나를 없애 버리면 된다.
“‘대한민국’을 공략하라는 얘기네.”
“맞아. 던전화가 풀리면 외부가 되는 거고, 던전화된 다른 국가로 이동이 가능할 테니까.”
“할 일이 많구만. ……미래의 설아한테 할 말이 많은데.”
“미래의 설아가 그걸 원했다면, 진즉에 모습을 드러냈겠지.”
에르제베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미래의 설아는 나를 전혀 신뢰하지 못한다.
그 증거로 미래의 설아는 나와 대면했을 때, 내게 말조차 걸지 않았다.
애초에 대화할 의지조차 없다는 뜻이다.
“이번에 나왔던 건?”
“글쎄. 나도 이유는 모르겠어. 하지만 힘을 되찾기 전까지는 섣불리 나타나진 않을 거야.”
“지금도 충분히 강하지 않아?”
“강하지. 드래곤도 썰어 버릴 정도니까. 그렇지만, 불안정해.”
“불안정하다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이야?”
“미래의 설아는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힘을 소모하고 있어.”
미래의 설아는 원래 이 세계에 있을 수 없는 존재다.
그렇기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계속해서 소모된다고 한다.
존재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
그렇기에 직접 나서는 대신 여태껏 박수찬을 이용한 것이겠지.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다.
“그럼, 나는 어떻게 회귀한 거야?”
시공간을 이동한 탓에 그렇게 많은 제약을 받는다면.
나는 어떻게 회귀하고, 존재를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인가.
에르제베트는 대답했다.
“……나도 몰라.”
나는 스스로 눈치가 빠른 편이라고 생각한다.
시종일관 설명해 주던 에르제베트는 잠깐 내 시선을 피했다.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눈을 마주치긴 했지만.
나는 그 찰나의 흔들림을 놓치지 않았다.
‘뭔가 알고 있구나.’
하긴, 에르제베트는 내가 회귀한 사실을 알고 도움을 줬다.
내가 어떻게 회귀했는지도 알고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모순이 존재한다.
‘에르제베트는 내가 회귀했을 때, 이미 죽어 있었어.’
에르제베트가 사망한 것은 설아가 열다섯 살일 무렵.
즉, 나를 회귀시킬 수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내가 회귀했다는 사실을 아는 걸까.
아니, 애초에 에르제베트는 어떻게 회귀 전을 기억하는 걸까.
‘여태까지는 에르제베트도 나처럼 회귀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러기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에르제베트가 죽은 시점에서 회귀했다면.
설아가 최종 보스가 됐다는 것이나, 내가 회귀했다는 걸 모를 수밖에 없다.
아니 애초에 에르제베트는 다른 차원, 미드하임 출신이다.
어떻게 지구로 온 것이고, 회귀 전에는 어떻게 설아를 알고 도운 걸까.
‘생각해 보면.’
에르제베트에 대한 건 의문투성이였다.
설아와 똑같은 마녀라는 것과 설아를 진심으로 위한다는 것.
튜토리얼 타워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여겼지만.
알게 모르게 많은 걸 감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캐묻진 말자. 아직은.’
나는 에르제베트를 믿는다.
감추고 있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은 당장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보스는 뭐지? 설마 설아는…….”
“설아는 아니야.”
“어떻게 확신해?”
설아는 이미 최종 보스가 된 전적이 있다.
박수찬이 설아를 대한민국의 보스로 지적했을 때.
나는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고유 퀘스트도 하나 실패했기 때문이다.
“국가 하나의 보스치고 설아는 너무 강하거든.”
“……그런 이유였어?”
“그런 이유가 아니야. 소형 던전에서 약한 보스가 나오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
소형 던전에서는 그다지 강한 괴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게 상식이었기에 언제부턴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거기에 어떤 이유가 있을 줄은 몰랐다.
“어쨌든 대한민국의 보스를 찾는 게 먼저겠네.”
“찾을 필요 없어. 이미 어디 있는지 알거든.”
“……무슨 소리야? 어디 있는데?”
“수서.”
* * *
안전지대 수서.
마녀를, 아니 박수찬을 따르는 광신도들은 대부분 성북으로 진군했다.
그렇기에 현재 수서에는 최소한의 병력과 비전투 인원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박수빈은 파들파들 떨리는 다리로 땅을 딛고, 수서 인근에 도달했다.
“허억, 허억.”
얼어붙은 손발에 감각이 없었다.
흘러나온 눈물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박수빈은 몰래 박수찬을 따라 성북으로 갔다.
결국 들키는 바람에 수서의 주둔지에서 박수찬과 함께 생활했다.
‘형은 나쁜 짓을 했어.’
박수찬은 마녀에게 심취해 있었다.
아니, 마녀의 절대적인 힘에 취해 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렇기에 박수찬은 불완전한 존재인 ‘마녀’를 자신의 신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것 때문에 무고한 사람이 많이 죽었다.
최종적으로 박수찬이라는 사람은 어그러져 있었다.
“우욱.”
헛구역질이 나왔다.
어린아이인 박수빈은 모든 걸 이해하진 못했다.
박수찬이 큰 잘못을 저지르고, 전쟁을 일으켰다는 것.
그 끝에 살해당했다는 것 정도가, 박수빈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전부였다.
-살려 줘.
-싫어.
박수빈은 이서준이 박수찬을 죽일 때,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박수빈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숨을 죽이는 것뿐이었다.
박수빈은 자신의 형이 죽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
“흐윽.”
박수찬은 잘못을 저질렀다.
사람들을 선동해 괴물로 만들었고, 전쟁에 몰아넣었다.
박수빈은 그런 박수찬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도 죽는 걸 바라진 않았다.
-수빈아.
이렇게 되기 전에, 박수찬은 박수빈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았던 형이다.
하나뿐인 혈육의 죽음은 박수빈의 기억에 깊게 새겨져 버렸다.
박수빈은 박수찬이 모르는 사람의 손에 죽을 때 마주쳤던 눈동자를 기억했다.
“우웩.”
어린아이로서는 버티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구역질이 나왔다.
이서준은 박수찬을 깔끔하게 제압했다.
저주에 걸린 상태라서 빠르게 일을 처리하고 해결할 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괴물화 저주 때문에 이성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푹, 푹, 푹.
가까스로 괴물이 되진 않았지만.
저주에 걸린 이서준은 본능에 사로잡혔다.
박수찬이 저지른 일에 대한 원망과 혐오, 복수심.
그렇기에 이성을 잃어버린 이서준은 박수찬을 고통스럽게 죽였다.
박수빈은 그 광경을 모두 봤다.
피와 날붙이 냄새를 맡았으며, 비명과 살 찌르는 소리를 들었다.
“허억, 헉.”
구역질했지만 먹은 게 없는 탓에 나오는 건 없었다.
박수빈은 머리가 핑 도는 걸 느꼈다.
어린아이가 쉴 새 없이 성북부터 수서까지 달려온 것이다.
기력은 이미 다한 뒤였으며, 정신까지 쇠약해진 상태.
박수빈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퍽.
차가운 땅에 쓰러진 박수빈은 절망했다.
구해진 목숨을 헛되게 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뿐인 가족이 죽은 지금.
어린 박수빈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터벅.
모든 걸 포기하고 눈을 감으려는 찰나.
인기척이 다가왔다.
박수빈은 고개를 들어 제 앞에 선 누군가를 바라봤다.
“좋은 눈이구나.”
박수빈은 그것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것은 흥미롭다는 듯 쪼그려 앉은 다음, 제안했다.
“아이야. 내 그릇이 되지 않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