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68)
268화
설아와 에르제베트의 수색이 시작됐다.
우선 수색할 위치를 정하고, 그 중심으로 공간 이동한다.
그리고 설아가 주변의 마나를 확인해, 마구엘을 찾는 것이었다.
마구엘은 보스인 만큼 독특하고 강한 마나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설아의 감지 범위 내에만 있다면 분명 느끼거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만약 찾지 못한다면, 그대로 돌아오면 그만이다.
에르제베트의 공간 이동은 쌍방으로 할 수 있는 일종의 통로 개념이니까.
“다녀왔습니다!”
탐색에는 그다지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설아와 에르제베트는 공간 이동을 하고 채 1분도 안 되는 시간 후에 돌아왔다.
가장 먼저 수색을 개시한 곳은 역시 수서였다.
“어땠어?”
“없었어.”
하지만 역시 수서 근처에는 없었던 모양이다.
실망감도 잠시, 에르제베트는 지도를 확인했다.
서울 내부의 지도였는데, 에르제베트는 수서 인근에 빗금을 쳤다.
이곳에는 없다는 표시 같았는데, 그 범위가 꽤 넓었다.
“이 빗금은 전부 확인했다는 거야?”
“맞아.”
“이렇게 넓은 범위를 그 시간에?”
“내 제자가 좀 대단해서.”
에르제베트는 은근히 설아를 자랑했다.
자랑 안 해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긴 했지만 말이다.
자기 칭찬인 걸 알았는지, 설아는 양손으로 허리를 짚고 가슴을 폈다.
턱을 세우고 있는 걸로 보아 거드름 피우는 건데 왜 귀여워 보이는지 모르겠다.
“에헴.”
“설아. 잘했어.”
“에헤헤.”
머리에 손을 얹어 주자, 알아서 머리를 움직인다.
언제부턴가 쓰다듬기 자동화 시스템이 탑재됐다.
“이렇게 수색하면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일일이 확인하는 것보다는 빠르겠지만…… 내가 문제야.”
“공간 이동을 너무 자주 쓰는 건 무리인가?”
“그렇게 쉬운 마법은 아니거든. 마나 소모도 크고.”
“시간은 얼마 안 걸리니까, 할 수 있는 한 한다고 가정하면?”
“글쎄. 한 달 내로 서울 정도는 전부 수색할 수 있지 않으려나.”
빠르다.
성북을 중심으로 수색팀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다른 안전지대의 협조까지 구한다면, 몇 주 내로 끝난다는 얘기다.
물론 서울에 없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
“그 정도면 문제없겠지?”
“아마도. 월드 보스의 등장 시기가 아무리 빨라졌어도, 한 달 내로는 안 나타날 테니까.”
“다행이네.”
“……잠깐, 설아야. 캐시랑 놀고 있을래?”
에르제베트의 그림자에서 캐시가 얼굴을 내밀었다.
요즘 들어 잘 보이지 않았던 탓에 반가웠는지, 설아가 반색했다.
“응! 설아가 놀아 줄게요!”
캐시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설아를 유도했다.
에르제베트는 설아가 캐시를 따라가는 걸 확인했다.
“왜? 무슨 일 있어?”
“그런 건 아니고. 궁금한 게 있어서.”
“궁금한 거? 뭔데?”
“……조금 무례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
“괜찮아.”
“설아랑 미래의 설아, 그중에 하나만 살릴 수 있다면.”
에르제베트가 고개를 들고 나를 빤히 올려다봤다.
“누구를 살릴 거야?”
물에 빠지면 누구를 먼저 구할 거냐는 식의 질문이다.
나는 고민 없이 곧바로 대답했다.
“둘 다 살릴 거야.”
“……둘 중 하나라니까?”
“둘 다 소중한 내 딸이야. 어느 한쪽도 포기 못 해.”
에르제베트의 눈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안도감 같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혼란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알았어.”
* * *
바빠진 건 설아와 에르제베트뿐만이 아니었다.
나도 할 일이 한둘이 아니었다.
우선, 훈련부터 시작했다.
‘아자누스가 끝이 아니야.’
앞으로 나올 월드 보스, 그리고 미지의 존재인 ‘왕’까지 고려한다면.
언제까지고 지금 상태에서 멈춰 있을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미래의 설아까지 나타난 상황.
지금의 나는 약해도 너무 약했다.
-설아와 미래의 설아, 그중에 하나만 살릴 수 있다면.
에르제베트의 말이 메아리처럼 머릿속에 맴돌았다.
어느 쪽을 살릴 거냐는 질문에, 나는 둘 다 살릴 거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더 강한 힘이 필요했다.
적어도 지금의 상태로는 안 됐다.
그리고 내가 잘하는 것은 하나였다.
[찌르기(극한)]나는 허공에 창을 찔러 넣었다.
마나가 폭발하며, 창이 닿지 않은 범위까지 충격파가 일었다.
콰가가강!
스킬은 숙련도 이외에도 온갖 것들의 영향을 받는다.
마나의 총량과 질, 스킬을 수행할 때의 동작, 힘, 무기의 성능, 스킬 사용자의 육체 능력 등.
그 모든 것을 높이기 위해서는, 훈련밖에 없었다.
대단한 재능도 뭣도 없는 내가 아는 ‘강해지는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직업 스킬 : 찌르기(극한)의 숙련도 제한이 해제되었습니다.]대한민국이 던전화되고, 사냥꾼들에게 개인 시스템이 부여됐다.
그때 나는 이미 개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기에, 특전을 받았다.
찌르기(극한)의 숙련도 제한이 해제된 것이다.
즉, 내 스킬은 아직 성장의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허억.”
스킬의 숙련도를 높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스킬은 기본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그 숙련도가 올라간다.
하지만 숙련도가 높을수록 그 난도는 거의 수직에 가깝게 올라간다.
검성도 겨우 막바지에 스킬, 참(斬)의 숙련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렸을 것이다.
그런데 극한 이상이라니.
‘얼마나 걸릴까?’
나는 검성의 밑으로 들어간 후, 거의 찌르기에 매진한 끝에 숙련도를 극한까지 올렸다.
특히 월등에서 극한까지 올리는 데에는 거의 수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극한에서 그 이상으로 높아지기 위해선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한 걸까.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파각.
창이 부서졌다.
어쩌면 숙련도를 올리는 게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지금 나는 원래 쓰던 무기, 모더 대신 새로운 무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우선 무기부터 어떻게 해야.’
모더가 균열 너머로 사라진 지금.
나는 임시로 던전제 소재로 만든 창을 사용하고 있었다.
성북의 사냥꾼들에게 지급되는 보급품 중에서도 꽤 질이 좋은 물건.
하지만 손에 맞지 않는 느낌 탓에, 전력을 낼 수가 없었다.
애초에 찌르기(극한)이 무기에 무리를 주는 탓에, 몇 번 사용할 수도 없었다.
“아. 또 부서졌네요.”
“그러게.”
몸을 풀겠다고 옆에서 같이 훈련하고 있던 고희연이 다가왔다.
어쨌든 고희연은 훈련을 참 좋아했다.
쉴 때 몇 번 봤는데, 그 동작이 꽤 많이 달라진 것 같았다.
아마 미래를 본 영향인 것 같았다.
“무기는 어떻게 하시게요?”
“글쎄. 하이람 씨한테 여력이 있을 것 같진 않아서.”
하이람은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았다.
솔직히 내가 할 일도 있었는데, 못 믿겠다며 자기가 맡았다.
아마 머리가 복잡한 나를 배려해 준 것일 것이다.
안 그래도 고맙고 미안한데, 무기 제작까지 시킬 수는 없었다.
고희연은 자신의 검을 애지중지 바라보다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탄성을 흘렸다.
“아. 그럼 잠깐 고려검가에 들르실래요?”
“고려검가에?”
“네. 고려검가에 강철이 할아버지가 계시거든요.”
강철이.
내가 아는 세계 최고의 대장장이였다.
내 첫 번째 무기를 만들어 준 장본인이기도 했다.
어떻게든 살아 있을 거라곤 생각했지만.
고려검가에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
“어르신이 왜 거기 계셔?”
“원래는 저희 할아버지랑 얘기하러 오셨는데, 그때 마침 던전화가 발생해서.”
나는 강철이를 고희연에게 소개시켜 준 적 있다.
지금 당장 고희연이 들고 있는 무기는 예전과 달라진 상태였다.
그 느낌이 예사롭지 않아, 단순히 명품이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강철이의 작품인 모양이었다.
“여력이 있으신가?”
“고려검가는 위치만 빼면 다 그럭저럭 괜찮아요.”
“……그랬지. 그런데, 너 여기 있어도 괜찮아?”
“네? 왜요?”
“검성 어르신께서 걱정하실 것 같은데.”
“에이. 제가 어린애도 아니고. 괜찮아요.”
그런가.
내가 본 검성은 고희연을 상당히 아꼈다.
물론 그 교육 방식 등이 조금 거칠긴 했지만 말이다.
“……너, 그냥 나온 거지?”
“네. 그때는 어, 불안감이 막 너무 심해서.”
“아무 말 없이?”
“네.”
나는 끔찍한 상상을 하고 말았다.
검성은 혈안이 되어 고희연을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태 한 번 연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를 공격한다면.
아니, 공격까지는 하지 않겠지만.
“……내일 고려검가 한번 가야겠다.”
* * *
박수빈은 혼자 병실 침대에 앉아 있었다.
같이 병실을 쓰던 조민준은 이미 퇴원한 상태였다.
옆에는 새로운 사람이 하나 들어왔지만, 거의 의식을 잃고 있는 상태였다.
적막에 삼켜질 것 같아 무서워진 박수빈이 알버트 인형을 끌어안았다.
“킁.”
초조한 눈동자가 좌우로 움직였다.
조민준의 말에 의하면 박수빈은 이곳 출신이 아니었다.
안개에 휩싸인 듯 흐린 기억 사이에서, 언뜻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나가 주셔야 합니다.
-제발요! 제가 어떻게든.
-죄송합니다.
박수빈은 오랜 시간을 병원 침대에서 누워 보냈다.
병원에서는 항상 박수빈을 쫓아내려고 했다.
병원비를 내지 못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럴 때마다 누군가 거의 울듯이 빌며 막았다.
누구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문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준비하세요.”
“네.”
박수빈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또 쫓겨나는 걸까.
밖은 추운데.
박수빈을 도와줄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병실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어이. 좀 괜찮아?”
큰 덩치의 남자가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박수빈은 인상을 찡그렸다.
병원에서 눈을 뜨기 전.
꿈결 같은 기억 속에서, 남자를 본 것 같았다.
“……권왕?”
“그건 또 기억하나 보네? 내 이름도 기억하냐?”
“몰라요.”
“강대호. 강대호다. 편하게 대호 형이나 대호 삼촌이라고 불러도 돼.”
강대호는 병실 침대 옆 의자에 풀썩 주저앉았다.
큰 손이 박수빈의 머리를 헝클어 놓았다.
박수빈은 목을 조금 움츠렸다.
하지만, 싫지는 않았다.
“그래서 몸은 좀 어떠냐?”
“……괜찮아요.”
“그래? 그럼 됐네.”
“왜요?”
“내가 네 임시 보호자거든. 나가자.”
“……어디로 가는데요?”
박수빈은 창문 밖을 흘긋 봤다.
낯선 곳이었다.
적어도 박수빈의 기억에 어렴풋이 있는 집 근처는 아니었다.
갈 데가 있긴 한 걸까.
“아직 그건 안 정했는데. 나도 여기 살진 않거든.”
“저도 그렇대요.”
“동료네.”
강대호는 찡긋 윙크하며 주먹을 척 내밀었다.
조금 놀란 박수빈이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강대호는 그대로 주먹을 내밀고만 있었다.
“……뭐예요?”
“엉? 이렇게 주먹을 부딪치는 거야.”
강대호는 박수빈의 작은 손으로 주먹을 쥐도록 하고, 제 주먹에 부딪쳤다.
박수빈은 멀뚱히 강대호와 주먹을 맞부딪쳤다.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뭐 아무튼, 여기에 내 동생이 있으니까, 재워 달라면 될걸!”
“친동생이요?”
“그건 아니긴 한데, 거의 그렇지.”
“……그냥 아는 사람이잖아요. 민폐 아니에요?”
“에이. 민폐라니. 언제든 찾아와도 괜찮다고 했다고.”
박수빈은 황당하다는 듯 강대호를 봤다.
권왕이라는 별명 비슷한 것밖에 기억하지 못하지만.
하여튼 단순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박수빈과는 성격이 많이 다른 부류였다.
“싫으면 여기 있어도 된다고는 하던데.”
박수빈은 고민했다.
강대호에게선 이상한 친숙함이 느껴지긴 했지만, 섣불리 따라가도 되는 걸까.
게다가 생면부지인 사람의 집에 들어가는 건 조금 거부감이 생겼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병원이 싫었다.
강대호는 콧잔등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여긴 약 냄새가 좀 그렇지 않냐?”
박수빈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 시간을 병원에서 지내 온 박수빈은 이 약 냄새를 참 싫어했다.
“저도 그래요.”
“또 통했네?”
강대호는 또 주먹을 내밀었다.
스스럼없는 것 같기도 하고, 조금 어수룩한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다.
박수빈은 결국 강대호와 주먹을 맞부딪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