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78)
278화
처음에는 모두 자신과 똑같다고 생각했다.
마나라 불리는, 푸른 알갱이가 떠다니는 것이 보인다.
그 마나를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설아에게는 이 모든 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렇지 않았다.
-아빠. 설아는 느껴져요.
-……뭐가?
-마나요!
설아는 자신이 평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유은혜와 이서준은 그 위험성을 몇 차례나 경고했다.
그 때문에 설아도 마법을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예외가 있다면, 설아와 이서준, 유은혜를 공격하는 ‘나쁜 괴물’.
미래의 설아를 제외하면, 사람에게 직접 공격 마법을 사용한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마저도 생명의 위협을 느꼈으며, 이서준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으로 사용한 것.
설아는 사람에게 마법을 사용하는 걸 극도로 꺼렸다.
-으아아앙!
-설아야!
아주 오래전, 처음 마법이 발현됐을 무렵.
감정에 의해 폭주한 마나가 집을 무너트렸다.
그 당시, 설아를 지키려고 했던 유은혜는 죽을 뻔했다.
그것이 자신의 마법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 설아는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다.
마법을 사람에게 사용하면 죽을 수도 있다고.
자신을 납치했던 납치범, 정철수조차 공격하지 않던 설아다.
힘 조절을 익힌 지금도, 설아는 쉽사리 마법을 사용하지 못했다.
‘약하게는 안 통하는데!’
설아는 되도록 마구엘을 제압하고자 했다.
마구엘이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박수빈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힘 조절한 마법으로는 마구엘을 제압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전력을 사용하자니, 분명 박수빈이 죽거나 다칠 것이다.
“설아야!”
에르제베트는 설아에게 공격 마법을 독촉했다.
에르제베트도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설아의 공격 마법 말고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설아는 손만 뻗은 채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유은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수빈!”
들릴 리 없다.
박수빈의 의식은 이미 마구엘에게 잡아먹힌 상태였다.
그 형태는 유지하고 있지만, 몸의 주도권은 마구엘에게 있다.
몸을 빼앗긴 박수빈은 저 안 깊은 곳에서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하지만, 유은혜의 목소리는 달랐다.
“정신 차려!”
* * *
유은혜는 또 다른 유은혜과 마주했다.
이서준이 훈련에 매진하는 동안, 유은혜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비록 에르제베트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듣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틈틈이 내면에서 또 다른 유은혜와 만나 힘을 쌓았다.
-고유 스킬의 이름은 ‘개입’입니다.
-개입……
유은혜는 또 다른 유은혜에게 자신의 고유 스킬에 대해 들었다.
비록 너무 많은 리스크를 가지고 있기에 사용하는 걸 자제해야 했지만.
그 전에 자신의 힘에 대해서 알아야 했기에, 또 다른 유은혜는 설명하는 걸 택했다.
-당신은 그 스킬을 사용해 상대의 개인 시스템에 개입할 수 있습니다.
-개인 시스템에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스킬의 모든 기능을 사용하는 것 불가능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가능한 거죠?
또 다른 유은혜는 유은혜를 가만히 바라봤다.
감정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눈동자였으나.
유은혜는 언뜻 그 너머에서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었다.
-스스로를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권장하진 않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은요?
-지금은…… 상대의 의지를 바꾸는 정도겠군요.
유은혜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설아에게 위해를 가하려고 했던 광신도들은 유은혜의 말을 따랐다.
명령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홀린 듯이 그렇게 행동했다.
만약 그들 모두 개인 시스템을 가진 사냥꾼이었고, 그 의지를 바꾼 거라면, 말이 됐다.
-물론 이것도 권장하지 않습니다. 대가가 따를 겁니다.
-강한 상대에게 사용하면 수명을 대가로 내줄 수 있다고 했죠?
-그렇습니다. 상대가 강할수록, 그 의지를 바꾸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이 의지를 바꾼다는 건, 이런 식으로도 사용할 수 있겠네요?
-어떤 식으로 말입니까?
* * *
설아를 향해 달려들던 마구엘이 멈춰 서서 머리를 붙잡았다.
자신의 안에 잠들어 있던 박수빈이 정말 깨어났기 때문이다.
구오오오!
박수빈은 마구엘에게서 몸의 주도권을 빼앗을 수 없었다.
마구엘의 힘과 의지, 마나가 박수빈에 비해 훨씬 강했다.
하지만, 박수빈이 깨어난 것만으로도 마구엘은 그것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힘과 의지가 약하더라도 몸은 원래 주인에게 주도권을 주려는 성질이 있다.
한편.
‘수빈이 일어났다!’
설아는 박수빈이 정신을 차렸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렇기에, 더욱 공격은 할 수 없었다.
마구엘은 에르제베트를 공격했고, 집을 무너트렸다.
공격해도 되는 ‘나쁜 괴물’에 해당했지만, 박수빈은 그렇지 않았다.
그렇기에 설아는 골머리를 싸맬 수밖에 없었다.
“끄응!”
가만히 두면, 마구엘은 박수빈의 의지를 다시 잠재울 것이다.
동시에, 유은혜와 에르제베트, 강대호를 공격해 올 게 분명했다.
그렇다고 박수빈은 공격할 수도 없으니 설아는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결국 설아는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설아는!”
마구엘에게 손을 뻗었다.
마법을 사용하면 마구엘을 죽일 수 있지만, 박수빈도 휘말린다.
그렇다면, 마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설아는 이것을 다루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너 싫어!”
저주였다.
검은 연기는 여러 마리의 뱀처럼 길게 늘어져 마구엘에게 쏘아져 나갔다.
저주는 마법처럼 물리적인 힘을 거의 내지 못한다.
게다가 생명체에게만 효과를 발휘한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하나의 몸에 있는 둘 중 한 대상만 노릴 수도 있었다.
원래였다면 박수빈의 정신이 마구엘에게 묻혀 있어 불가능했겠지만.
지금 박수빈은 유은혜의 개입으로 정신을 차린 상태였다.
화아아악!
저주의 시작은 부정적인 감정이다.
분노, 슬픔, 불안, 배신감, 증오, 실망, 공포.
설아에게는 이런 부정적인 감정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설아는 마구엘에게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고 있었다.
가족과 박수빈,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는 상황이 스트레스가 된 것이다.
비록 아직 어설프더라도 설아의 저주는, 세상을 멸망시킬 수도 있는 마녀의 저주였다.
-구오오오오!
저주에 휩싸인 마구엘이 고통에 찬 포효를 내질렀다.
그에 맞춰 떨어지던 천사들도 제 얼굴을 잡아 뜯으며 괴로워했다.
마구엘과 같은 통증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유은혜는 활을 들며 에르제베트 쪽으로 눈을 돌렸다.
“설아가 뭘 한 거예요?”
“박수빈이랑 마구엘을 떨어트려 놓으려는 것 같은데?”
“일단 저것들부터 어떻게 해야지!”
강대호는 화끈거리는 손으로 돌멩이를 주워 들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신도들을 향해 시선을 고정한다.
저 신도들은 비단 이곳뿐만 아니라, 성북 전체로 떨어지고 있었다.
부웅!
돌멩이를 움켜쥐고, 그대로 내던졌다.
탄환처럼 날아간 돌멩이가 신도 하나에게 적중했다.
퍽!
강대호는 원거리 무기를 사용하는 사냥꾼이 아니다.
돌멩이에 불어 넣은 마나를 유지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그 속력이 워낙 빠른 탓에 효과는 있었다.
끼에에엑!
신도가 비틀거리며 엉뚱한 방향으로 추락했다.
유은혜 역시 하늘을 향해 활을 들었다.
개입의 부작용 때문에 인상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박수찬의 정신을 깨운 것만으로도, 찌르는 듯한 두통이 느껴졌다.
하지만, 저 괴물들이 설아를 공격하게 둘 수는 없었다.
팍! 팍!
화살에 맞은 신도들이 떨어졌다.
하지만 유은혜가 잊고 있던 것이 있었다.
급하게 집 밖을 나온 터라, 챙기고 나온 화살이 얼마 없었다는 것.
‘아차.’
화살통에 손을 가져갔지만, 잡히는 건 없었다.
강대호가 다른 신도를 공격하는 사이, 신도 하나가 설아를 노리고 떨어졌다.
유은혜는 떨어진 신도에게서 화살을 뽑으려고 했지만, 너무 늦었다.
그때 총성이 울렸다.
탕!
총알에 머리가 관통당한 신도는 비틀거리며 애먼 곳으로 떨어졌다.
컨디션이 영 안 좋아 보이는 하이람이 총을 내렸다.
“이게 무슨 소란이야?”
“이람 언니! 도와주세요!”
“그러려고 온 거긴 한데.”
하이람이 상황 파악을 위해 눈살을 찌푸린 사이.
에르제베트는 빠른 속도로 설아에게 붙었다.
공격 마법을 사용하라 했지만, 설아가 저주를 사용할 수 있게 된 순간.
새로운 가능성이 생겼다.
에르제베트는 중얼거렸다.
“아빠랑 똑 닮았네.”
하나만 선택하는 대신, 둘 다 구한다.
이서준이 했던 말과 설아의 행동은 정확히 일치했다.
에르제베트는 설아를 뒤에서 감싸 안 듯, 손등에 손을 얹었다.
마법을 당연하게 사용하듯, 설아는 저주도 자연스럽게 사용했다.
하지만 그 원념이 마구엘을 어떻게 하기엔 모자란 상태.
“내가 지금 좀 약하긴 하지만.”
마구엘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만큼은, 상당히 강하다.
여태껏 별것 아닌 것처럼 말했지만, 마구엘은 에르제베트에게 성기사를 보낸 장본인.
십수 년이라는 시간 동안 에르제베트를 추적해 죽이려 한 원수다.
당연히 에르제베트는 마구엘을 증오했다.
“원념 정도는 보태 줄 수 있거든!”
회색에 가까웠던 저주가 순식간에 짙은 검은색으로 바뀌었다.
마구엘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그 끝에.
콰앙!
마구엘과 박수빈은 분리됐다.
그 반동으로 날아가는 박수빈을 본 강대호가 몸을 날렸다.
아슬아슬하게 박수빈을 잡아채고, 그대로 건물 잔해에 처박혔다.
우당탕!
강대호는 박수빈을 확인했다.
박수빈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살아 있었다.
그리고 마구엘은.
구오오오오!
육신을 잃은 채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강대호를 밀어붙이던 육중한 신체는 사라졌다.
원래 가지고 있던 앙상하게 타 버린 시체 같은 몸이 된 마구엘이 땅바닥에 널브러졌다.
그것은 홀로 서 있을 힘조차 없어 보였다.
“……이게 본체예요?”
“그래. 그다지 강한 괴물은 아니라고 했잖아.”
그것은 괴물이라기보다는 타 죽은 사람 같았다.
여러 개 달린 팔로 땅을 기어 다녔기에, 벌레 같기도 했다.
그것은 다리를 질질 끌며 에르제베트와 설아를 향해 기어 왔다.
[마녀……여.]마구엘은 힘겨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눈알 없는 텅 빈 눈구멍이 에르제베트와 설아를 향한다.
[어째서…… 이런 일을…….]에르제베트는 마구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무리 원래 힘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해도.
본체가 드러난 마구엘 정도는 죽일 수 있었다.
굳이 다른 사람의 손을 더럽힐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에르제베트는 마구엘에게 말했다.
[피해자인 척하지 마. 역겨우니까.]마구엘은 진심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는 진심으로 자신이 왜 괴물이 되었는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에르제베트의 마법이 발동하려는 순간, 마구엘은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참회하듯 피눈물까지 흘리면서.
[신이시여.]마구엘은 한때 대주교의 자리에 있던 사제다.
죽기 직전에 신을 찾으며 기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구엘은 구원을 바라고 있지 않았다.
[부디 제게 마녀를 죽일 힘을 주소서.]그리고, 마구엘의 몸에서 섬광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