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94)
294화
이름 : 카네코 키쿄우
직업 : 무녀
직업 스킬 : 점술(우월)
고유 스킬 : 주술 이해(탁월)
나는 ‘간파’를 사용해 노파의 개인 시스템을 확인했다.
그리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숙련도가 저래?’
개인 시스템이 생기고 이제 막 1년이 지났다.
아직 숙련도 자체가 발현되지 않은 경우도 은근히 있다.
물론 스킬을 자주 사용하면 자연스레 드러나는 게 숙련도다.
더불어 부족이나 보통까지는 빠른 속도로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탁월, 우월이라니.
‘1년 차에 가질 만한 스킬 숙련도가 아닌데.’
일반적으로 우월의 다음, 월등에 다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0년이다.
물론 그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스킬 숙련도만 주구장창 수련하진 않겠지만.
스킬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따로 시간을 내 꾸준히 숙련도를 늘려야 10년인 것이다.
그런데 전 단계라고는 해도, 1년 만에 다다르다니.
‘스킬 이해도가 높거나, 많이 사용했거나.’
아니면, 둘 다다.
왜소한 체구에, 싸움이라고는 도저히 못할 것 같은 노파.
그러나 이 사람은 한 안전지대의 대표 그 이상의 인물이었다.
현시점에서는 적어도, 천궁 스기하라 신야보다 강했다.
“키츠니 키쿄우일세. 이 신사의 무녀이자, 시부야의 대표를 맡고 있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마친 무녀, 키츠네 키쿄우는 에르제베트를 유심히 바라봤다.
“결계는 어찌 통과한 겐가?”
“틈이 있었으니까.”
“괴물들도 통과할 여지가 있는가?”
“주술을 사용하는 괴물은 드물게 있긴 하지. 망자뿐인 여기엔 없겠지만.”
“다행이로고.”
짧은 대화를 나눈 키츠네 키쿄우가 내게 눈을 돌렸다.
분명 처음 봤을 땐 그저 편한 느낌의 노인이었는데.
알고 보니 상당히 대단한 사람이었다.
‘여태 이런 사람을 왜 몰랐지?’
일본에 유명한 사냥꾼은 많다.
아직은 미숙하지만, 훗날 유명해지는 천궁.
츠바메 길드의 칼 든 제비, 류헤이 같은 사람들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나는 키츠네 키쿄우라는 무녀를 회귀 전에 들어 보지 못했다.
“하여, 무슨 일인가?”
나는 대략적인 상황을 축약하여 설명했다.
대한민국에서 온 사냥꾼이라는 것.
그리고, 월드 보스를 사냥하고자 한다는 것까지.
“많은 건 바라지 않습니다. 월드 보스를 사냥할 때까지 시부야를 거점으로 두고 싶습니다. 대가도 지불하겠습니다.”
“그 정도야 어렵지 않은 일이라네.”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만 있던 키츠네 키쿄우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다행히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거점 확보만이 목적은 아니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월드 보스의 위치를 파악하고 사냥할 최소 인원을 지원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없다면, 자원자로 충분합니다.”
“다른 안전지대의 상황은 대략 알고 있다네. 목숨을 걸고 이곳으로 이주한 자들도 많지.”
“그렇다면.”
“하지만 사람을 내줄 수는 없겠구만. 미안하네.”
당연히, 좋은 답변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데오드릭은 죽었다.
하지만 그 너머에 있는 월드 보스가 있는 한, 도쿄도는 안전하지 않다.
다른 목적이 있다고 한들, 시부야의 입장에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
인력도 충분해 보였기에 기꺼이 지원해 줄 알았는데.
하이람이 나섰다.
“이유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자네들이 말하는 월드 보스가, 수확자는 아닐 게야. 그렇지?”
“맞습니다. 수확자, 데오드릭의 사망은 이미 확인했습니다.”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는가?”
하이람은 대답하지 못했다.
여태까지 우리는 월드 보스가 수확자 데오드릭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름이 있는 걸로 보아 고유 개체인 데다가, 그 등장의 여파 또한 대단했으니까.
하지만 진짜 월드 보스는 따로 있었고, 우리는 그 존재를 아직 관측하지 못했다.
“아니요. 모릅니다.”
“그래서 사냥을 하겠다고 하는 게야. 아서게.”
“여기 있는 유성, 이서윤은 일찍이 월드 보스를 사냥한 적 있는 사냥꾼입니다.”
“대한민국에 나타났던 거대한 괴물을 말하는 거로군. 그거와는 그 궤가 다르다네.”
“잠깐……. 무녀님은 월드 보스가 무엇인지 알고 계시는군요?”
무녀는 우리를 말리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월드 보스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네. 작은 재주가 있거든.”
“재주?”
“예언도 할 줄 아는 건가.”
에르제베트가 중얼거렸다.
하이람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 게 가능해?”
“……일부 그런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있어.”
에르제베트는 미드하임에서 예언에 쫓겨 다녔다.
세상을 멸망시킬 마녀.
그렇기에 예언에 대해 부정적일 줄 알았는데.
마지못해 인정하는 모습을 보일 줄은 몰랐다.
키츠네 키쿄우는 홀홀 웃었다.
“예언이라기보다는, 적중률 높은 점괘라고 생각하게나.”
“우와. 신기하다.”
여기서 반응이 나뉘었다.
설아, 고희연, 강대호 등은 흥미가 있는지 눈을 빛냈다.
반면 하이람은 믿지 않는 듯한 눈치였고, 에르제베트는 불편한 기색이었다.
은혜의 경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짐작이 안 갈 만큼 복잡한 표정이었다.
고희연이 번쩍 손을 들고 질문했다.
“그럼 그 점괘로 뭘 보신 건가요?”
“끝없는 허기, 한때 강대했던 힘, 모든 밤보다 짙은 어둠.”
다소 해석하기 어려운 난해한 대답이 돌아왔다.
흘긋 에르제베트를 보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설명해 줬다.
“예언은 모호한 경우가 많아. 적어도 위험하다는 건 알겠네.”
한때 강대했던 힘이라는 점이 걸렸다.
미래의 설아는 시공간을 넘나들면서 힘을 잃었다.
에르제베트와 시선을 교환했다.
“그건 아니야.”
다행히 미래의 설아가 월드 보스는 아닌 모양이었다.
하긴, 미래의 설아는 월드 보스 수준이 아니니까.
키츠네 키쿄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한다면 시부야에 머물러도 좋다네. 하지만, 월드 보스 사냥은 그만두게.”
“잠시만요. 그걸로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키츠네 키쿄우는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그대로 자리를 떠 버렸다.
너무 완강한 태도에 하이람조차도 선뜻 무녀를 잡지 못했다.
미닫이문이 닫히고, 스기하라 신야 일행과 우리만 남았다.
“이제 어떡하죠?”
“어차피 바로 돌아갈 수도 없어.”
한국으로 돌아가려면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애초에, 돌아갈 수도 없었다.
혼란을 막지 못하면 미래의 설아가 힘을 되찾을 테니까.
적어도 다시는, 내 딸이 세상을 멸망시키는 걸 두고 보고만 있기는 싫었다.
* * *
“에르제베트.”
“응?”
“잠깐 얘기 좀 하자.”
“피곤한데.”
“잠깐이면 돼.”
나는 에르제베트와 함께 신사 뒤편으로 갔다.
에르제베트는 들으란 듯이 중얼거렸다.
“난 왜 여자랑만 엮이지?”
“난……! 남자거든.”
다행히 주변엔 사람이 없었다.
에르제베트 딴에는 농담이었던 모양이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다지 유쾌한 농담은 아니었다.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
“뭔데?”
“월드 보스로 짐작 가는 괴물이 있어?”
에르제베트는 괴물에 대해 알고 있었다.
수확자 데오드릭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으니, 짐작 가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없어. 괴물의 수가 한둘도 아니고. 모호한 예언만 듣고 추측하긴 힘들어.”
“그럼, 미래의 설아가 데오드릭의 심장을 가져간 이유는?”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데오드릭은 분명 미래의 설아에게 심장을 바쳤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자 한 것은 아닐 테니,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건 내가 추측하던 대로.
“의식 때문이겠지. 데오드릭이 짧게 말했으니.”
괴물의 말이라 나와 에르제베트 정도만 이해한 것 같았지만.
데오드릭은 분명 마지막에 ‘의식’을 언급했다.
“의식이라는 게 내가 아는 거랑 똑같은 건가?”
“비슷해. 정해진 방식대로 치르는 행사. 주술의 일종이야.”
“그럼 미래의 설아가 주술을 사용하려고 한다는 거야?”
“아마도.”
“설아가 주술도 사용할 수 있구나.”
“내 제자니까. 애초에 주술, 특히 의식 쪽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
에르제베트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마법뿐만 아니라 저주를 비롯해 이것저것 가르친 모양이다.
미래의 설아는 그 힘을 조금 잘못된 데 사용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의식은 뭐였을까?”
“의식은 기본적으로 제물이라는 이름의 대가를 지불하고, 다른 걸 취해 오는 주술이야. 뭘 바랐는지가 문제야.”
“힘을 되찾으려는 거 아닐까?”
“나쁘지 않은 추론이네. 수확자의 심장에는 영혼들이 가득할 테니까. 하지만, 어림도 없어.”
“왜? 망자가 된 수로 치면 족히 수만은 넘을 텐데.”
“고작 수만의 영혼으로 마녀의 힘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입을 다물었다.
미래의 설아는 강하다.
전 세계의 모든 인구를 통틀어도 이길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그 정도의 힘은 수만 명의 영혼으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거였구나.
“일단 그 무녀 할머니랑 얘기 좀 나눠 보는 게 좋을 거야.”
“그래.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았지?”
“무조건. 월드 보스에 대한 정보만 알아내도 좋고, 지원을 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고.”
“알았어. 고마워.”
* * *
유은혜는 잠시 설아를 고희연에게 맡겨 두고, 신사 밖으로 나왔다.
미래의 설아를 봤을 때부터 기분이 이상했다.
이서준과 에르제베트는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있다.
설아는 어린아이다 보니, 무슨 상황인지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은혜로서는 심경이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설아가 그렇게 되다니.’
미래의 설아는 유은혜와 마주치자마자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유은혜는 그 모습이 마치 잘못을 들킨 어린아이처럼 느껴졌다.
복잡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잠깐 신사를 거닐었다.
“어?”
신사 한편에는 거대한 고목이 있었다.
고목은 줄기가 반으로 갈라져 있었는데, 그 사이에 활 한 자루가 끼워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 끼워진 것이 아니라 고목과 하나인 것처럼 이어져 있었다.
“신기한가?”
노파, 키츠네 키쿄우가 다가왔다.
유은혜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신사에서 보관하고 있는 활일세. 보관이 아니라, 자랐다고 해야 하나.”
“네? 자랐다고요?”
“오래전에, 나무 사이에 자연스레 자란 물건일세. 어떻게 해도 꺼낼 수 없었지만 말이야.”
“신기하네요.”
“괴물이 나오는 마당에 신기할 게 뭐 있겠냐마는.”
키츠네 키쿄우와 유은혜는 잠시 활을 바라봤다.
먼저 입을 연 것은 키츠네 키쿄우였다.
“아가씨는 운명을 믿나?”
운명(運命).
인간에게 주어진, 피할 수 없는 결정.
에르제베트가 결국 세상을 멸망시키고, 설아가 마녀가 된 것처럼.
어떻게 해도 피할 수 없는 어떤 결말이었다.
하지만.
“아니요.”
유은혜는 그 운명에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남자를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저는 운명 같은 거, 안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