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97)
297화
회귀 전, 스기하라 신야는 천궁(天弓)이라고 불렸다.
그 이유는 둘이다.
첫 번째로는 활 솜씨가 하늘에 닿을 정도로 대단했기에.
두 번째는 그가 사용하는 무기가 천궁이라는 이름의 아티팩트였기 때문이다.
스기하라 신야는 잡은 활을 고목에서 뽑아냈다.
“흡!”
아니, 뽑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천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나무에 박혀 있는 활이었음에도 그랬다.
몰래 마나로 신체를 강화해 가면서까지 뽑아 보려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흐읍! 끄으으……!”
스기하라 신야를 관심 있게 지켜보던 사냥꾼들은 다시 훈련하기 시작했다.
결국 활을 뽑는 걸 포기한 스기하라 신야가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돌아왔다.
대장 사냥꾼은 스기하라 신야의 어깨를 툭툭 쳐 주며 격려했다.
“활시위가 끊어졌다는 건 좋은 징조다. 그만큼 활을 많이 쏘았다는 것이니.”
“맞아요. 더 훈련하면, 분명 뽑을 수 있을 거예요. 낙담하지 마세요.”
“고맙습니다…….”
스기하라 신야는 조금 풀이 죽었다.
유은혜는 대장 사냥꾼에게 질문했다.
“그보다 혹시 시위를 교환할 만한 곳이 있나요?”
“이곳에는 활을 사용하는 사냥꾼이 많다. 있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어이.”
대장 사냥꾼은 처음 활시위가 끊어졌던, 예의 사냥꾼을 불렀다.
사냥꾼도 스기하라 신야와 마찬가지로 조금 기가 죽은 상태였다.
“활시위 교체하러 갈 거지?”
“그래야겠죠. 휴…….”
“가는 김에 공방에 안내 좀 해 줘.”
“아. 무녀님께서 말씀하신 손님들이군요.”
“그래. 보증하셨으니, 의심할 필요 없다.”
“알겠습니다.”
사냥꾼은 유은혜와 스기하라 신야를 보고 꾸벅 인사했다.
간단하게 인사를 주고받은 뒤, 그들은 신사 아래로 내려갔다.
고희연은 조금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은혜 언니도 해 보지.”
“안 할걸.”
“왜요?”
“내가 저번에 활 하나 새로 해 준다고 했는데, 사양하더라고.”
“헉. 저는요?”
“너는 고급품 쓰잖아.”
“에헤헤.”
고희연이 가지고 있는 검은 강철이의 작품.
명작이라고 불릴 만큼 빼어난 물건이었다.
고희연도 검을 상당히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다.
이가 나가거나 부러지지 않는 이상, 바꾸진 않을 것 같았다.
“근데 쟤 거는…… 질이 안 좋은 물건은 아닌데, 그렇다고 고급품도 아니라.”
“장비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당연하지. 활만 좋은 거 써도 몇 배는 더 강해질걸.”
“……생각해 보면 서준 오빠가 너무 이상해서 그렇지, 은혜 언니도 정상은 아니네요.”
하이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심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뭐, 우리는 우리 일 하자.”
“맞다. 아저씨! 그래서 왜 말 안 해 주는 거예요?”
“돈이 부족한 거라니까.”
대장 사냥꾼은 ‘내가 공방으로 안내하러 갈걸.’ 하고 조금 후회했다.
* * *
유은혜와 스기하라 신야는 사냥꾼의 안내를 받아 신사 아래 공방으로 갔다.
검을 비롯한 근접 무기가 많이 전시되어 있는 다른 공방과는 확연히 달랐다.
온갖 종류의 활이 늘어져 있었고, 관련된 부품도 따로 판매하는 것 같았다.
“후우. 하아.”
공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사냥꾼은 공방 안에 있던 문 앞에 서서 잠깐 심호흡했다.
그리고 유은혜와 스기하라 신야에게 말했다.
“제가 알아서 잘 처리하겠습니다.”
“네?”
“그냥 아무 말 안 하고 계시면 됩니다.”
사냥꾼이 문을 똑똑 두드렸다.
문이 벌컥 열렸다.
“작업 중에 뭐야?”
“시, 실례합니다.”
그리고, 야쿠자가 나왔다.
정확히는 야쿠자처럼 생긴 남자였다.
큰 키에, 온몸에 문신이 가득했다.
입가에 상처가 있는 데다가, 선글라스까지 쓰고 있다.
스기하라 신야가 무심코 긴장할 정도로 험악한 인상이었다.
“너 인마. 또 시위 관리 안 했지?”
“그, 그럴 리가요.”
“한 달에 한 번 시위가 끊어지는 게 말이 되냐? 죽을래?”
야쿠자는 사냥꾼을 쥐어박으려다가, 유은혜와 스기하라 신야를 보고 멈췄다.
사냥꾼을 한 번 노려보고, 주먹을 내렸다.
“손님 데려와서 산 줄 알아라. 못 보던 얼굴들인데.”
“외부에서 오신 분들입니다. 두 분 다 시위가 끊어졌다고 해서.”
“아앙? 그게 말이 되냐?”
야쿠자는 유은혜와 스기하라 신야를 번갈아 봤다.
그리고 혀를 찼다.
“쯧. 무기를 뽑아 보고 싶으면 그냥 가면 될 것이지. 굳이 시위를 끊는단 말이야.”
“그런 거 아닙니다. 저절로 끊어졌습니다.”
발끈한 스기하라 신야가 대답했다.
유은혜도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일부러 끊기에는, 천궁이 시위를 끊는다는 이야기를 듣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야쿠자는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은 채 허리를 숙였다.
험상궂은 얼굴이 코앞에 다가오자, 유은혜는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야쿠자가 보고 있는 건 유은혜의 활이었다.
“시위 교체는 어려운 게 아니니까. 줘 봐.”
유은혜는 조금 불안한 마음을 감추고, 야쿠자에게 활을 건넸다.
활을 받아 든 야쿠자는 익숙한 듯 시위를 풀었다.
“활은 참 잘 만들었는데. 재료가 부실하구만. 언제 산 거야?”
“어, 사냥꾼 됐을 때 산 거예요. 1년 반 전쯤에.”
“초보 때 산 물건치고는 좋긴 하네. 그래도, 활을 바꾸는 걸 추천하는데.”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사냥꾼은 일반인보다 힘이 세잖아. 활 장력도 강하면 좋거든. 근데, 재료가 영 부실해서, 장력을 강하게 하면 활이 못 버틸 거야.”
“그, 그래도 일단 그걸로 고쳐 주세요.”
야쿠자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선반에서 줄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익숙한 듯 활에 걸더니, 강하게 당겨 반대쪽에도 걸었다.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었다.
몇 분의 시간이 걸렸다.
팅.
활시위를 한 번 튕겨 본 야쿠자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얼핏 보기에도 조금 헐거워졌던 전보다 훨씬 팽팽해 보였다.
“됐어. 한번 당겨 봐.”
“아. 네.”
유은혜는 야쿠자가 건넨 활을 받아 들었다.
그 순간.
팅!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시위가 튕겨 나갔다.
활에 연결되어 있던 한 부분이 풀린 것이었다.
당황한 유은혜가 활을 놓쳤다.
“어, 어? 죄송해요.”
“아앙? 뭐가 죄송해? 시위는 건드리지도 않았으면서.”
“제가 뭔가 잘못한 건가 싶어서.”
“내가 뭘 잘못한 것 같은데.”
야쿠자는 활을 다시 주워 들었다.
활시위를 묶는 것에는 일가견이 있었는데.
자신의 활이 아니다 보니, 잘못 묶었겠거니 생각했다.
야쿠자는 다시 활시위를 걸었다.
이번엔 욕심내지 않고, 적당한 수준으로 팽팽하게 했다.
“됐다. 자.”
“감사합니다.”
유은혜가 활을 받아 든 그 순간.
팅!
이번에는 활시위가 끊어졌다.
공방을 안내했던 사냥꾼과 야쿠자의 표정이 동시에 굳어졌다.
스기하라 신야는 믿음직스럽지 않다는 듯 중얼거렸다.
“불량품 아닌가요?”
“불량품은 취급 안 해! 내 손목을 걸지!”
야쿠자는 전시되어 있던 활 한 자루를 가져왔다.
직접 힘을 줘서 시위를 당겨 보기까지 했다.
끼기긱.
활시위는 잘 늘어났다.
야쿠자는 활을 유은혜에게 건넸다.
“잡아 봐.”
“네?”
“얼른!”
유은혜는 활을 잡았다.
그리고 또다시.
팅!
활시위가 끊어졌다.
두 번은 우연일 수 있었지만.
세 번이나 되면, 우연이 아니었다.
활을 잡는 족족 시위가 끊어지는 기이한 현상.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알아차린 사람들은, 유은혜를 바라봤다.
* * *
유은혜는 키츠네 신사로 돌아갔다.
안내를 맡았던 사냥꾼은 물론 공방에 있던 야쿠자까지 동행했다.
진귀한 구경거리를 놓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뭐 숨기고 있는지 말해. 뒤가 구리구나? 안 그래도 말 안 해 줄 이유가 없잖아?”
“맞네. 맞네. 숨기고 있네.”
“에휴. 그래. 금괴로 딜 하자.”
“금괴면 이득이다. 이 정도면 말해야지. 맞지.”
하이람과 고희연은 아직도 대장 사냥꾼을 다그치고 있었다.
대장 사냥꾼은 꽤 괴로워 보였지만, 아직도 입을 열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이람의 말대로 뭔가 이유가 있는 것 같긴 했다.
인기척을 느낀 고희연이 뒤를 돌아봤다.
“어? 왜 다시 올라오셨어요?”
“뭐야? 벌써 다 갈았어?”
하이람은 유은혜의 활을 봤다.
하지만 시위는 끊어진 그대로였다.
어리둥절한 둘을 두고, 야쿠자가 툭 유은혜의 등을 밀었다.
“가 봐.”
“그렇지만.”
“아앙? 시도해서 나쁠 건 없잖아?”
야쿠자를 본 하이람은 인상을 찡그렸다.
실제로는 야쿠자 행색의 대장장이였지만.
하이람이 그걸 알 턱이 없었다.
“뭐야. 시비 거는 거야?”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고희연이 하이람을 말렸다.
유은혜는 심호흡하고, 영 내키지 않는다는 듯 고목 앞으로 다가갔다.
대장 사냥꾼이 중얼거렸다.
“뽑아 보려는 건가.”
“그래. 이번엔 뽑을 것 같아.”
대장 사냥꾼은 야쿠자 대장장이를 보고 조금 놀랐다.
그는 대장장이인 동시에, 시부야에서 가장 활을 잘 만드는 명인이었다.
생긴 것과 말투 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긴 하지만.
그가 저런 말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안 될 것 같은데…….”
유은혜는 조금 불안했다.
활이 저절로 움직여 하이람을 겨누는 걸 봤기 때문이다.
굳이 따지자면, 맹견을 쓰다듬으려고 시도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공방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유은혜를 재촉했다.
결국 유은혜는 활을 잡았다.
뚝.
활이 뽑혔다.
다른 사람들이 안간힘을 써도 뽑히지 않았던 활이었다.
신사가 생긴 이래로 수천수만 명이 도전했지만 아무도 뽑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 활이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게 뽑힌 것이다.
“어?”
“뭐야. 뽑은 거야?”
“……저렇게 쉽게?”
“우와! 언니 최고!”
너무나 빠른 성공.
고희연을 제외한 사냥꾼은 차마 반응하지도 못했다.
유은혜도 얼떨떨한 눈으로 활을 보고 있는 와중에, 문제가 발생했다.
쾅!
유은혜를 중심으로, 마나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강한 풍압에, 신사에 있던 사람들이 얼굴을 가렸다.
* * *
유은혜는 이 감각을 알고 있었다.
활, 천궁은 맹렬하게 자신을 장악하려고 하고 있었다.
몸을 빼앗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유은혜는 반사적으로 천궁을 놓으려고 했지만.
‘떨어지지 않아?’
천궁은 이미 손에 달라붙어 있었다.
위기를 느낀 건지, 몸속의 마나가 맹렬한 거부 반응을 보였지만.
콰가가가!
천궁도 보통내기는 아니었다.
유은혜의 강한 마나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장악을 시도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왼팔을 빼앗길 위기였다.
유은혜는 당황하는 대신, 대안을 강구했다.
‘빼앗기지 않으려면!’
마나로는 밀어낼 수 없다.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몸을 빼앗기기 전에, 몸을 넘기는 것이었다.
물론 천궁이 아닌, 다른 이에게.
[양도]유은혜 자신의 힘을 키우기 위해 되도록 자제하고 있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 만큼, 스킬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유은혜가 눈을 떴다.
그리고 상황을 파악하듯 천궁을 내려다보았다.
“이 몸은 넘길 수 없습니다.”
처음에는,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천궁은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활에서 내려온 뿌리가 팔을 감싸기 시작했다.
기분 나쁘다는 듯, 또 다른 유은혜의 눈썹이 미세하게 올라갔다.
“도구라면 도구답게.”
천궁을 놓는 대신, 오히려 힘을 가한다.
마치 부러져도 상관없다는 듯 강하게 움켜쥔다.
처음에는 격렬하게 반항하던 천궁이었지만.
이내 겁에 질린 듯 뿌리를 거두기 시작했다.
또 다른 유은혜는 정말 활을 부러트릴 것 같았다.
“복종하세요.”
또 다른 유은혜가 싸늘한 눈으로 천궁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면 힘을 통한 강경책을 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천궁은 얌전해졌다.